* 불평등의 기원

부제 : 나의 정치관에 영향을 미친 것들5


 공산주의가 몰락해 버린 현재의 시점에서 동서양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가 주희朱熹와 더불어 다른 한사람이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인 것은 느낌이 남다릅니다.(C일보에서) 제가 초등학생 때에 공산주의 이론의 모순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고 곧 시험의 내용이도 했습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마르크스는 ‘사상가’보다는 ‘경제학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내용 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사유재산이 없는 것이 공산주의이지만 사유재산이라는 것이 부동산不動産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동산動産에는 소유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과 동산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떤 부자는 재산이 몇 백억 또는 그 이상이 됩니다. 이 많은 재산을 무엇을 위해 모으고 유지하려 할까요. 개인의 자아실현도 한 가지 이유겠지요. 그러나 한편 내가 인생을 통해 노력하는 것의 일정 부분은 자녀를 위한 것이 있습니다. 나의 자녀는 본인보다 더 잘 살고,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기를 원합니다. 자신의 자녀의 우수함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자녀들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주려고 합니다.


 재산과 교육의 상속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져옵니다. 같은 세대에 평등하게 출발한 것이 그 세대에서 유능한 사람과 상대적으로 덜 유능한 사람 사이에서 약간의 재산의 차이와 사회적 지위의 작은 차이를 가져옵니다. 이 작은 차이가 다음 세대의 교육과 경제 활동을 위한 기반으로 사용되면서 다음 세대에서는 그 차이 더욱 커집니다. 양성 되먹임(positive feedback)을 통해 양극화와 고착화가 유도됩니다. 역사적 변혁기에는 (신석기 혁명(국가 형성), 나라의 흥망성쇠, 산업 혁명 등) 어느 정도의 상하 사회 신분의 혼합이 있었지만 안정적 사회가 유지되면서 상하 신분간의 혼합은 적어지고 고착화됩니다. 오히려 사회가 점차 안정화 되는 시기에는 모든 사람이 계층이 고착되기 전에 계층 상승을 위해 치열하게 경주하게 됩니다. 중세 시대에는 신분의 상속(귀족)이 큰 부분의 역할을 했지만, 산업사회가 되면서 자산가(bourgeois)는 재산의 상속을 통해, 현재는 교육을 통한 지식의 상속 큰 역할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회적 불평등의 초기 원동력은 부모의 자녀 사랑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의 초기화면 분야별 찾기의 카테고리는 어린이 분야가 나옵니다. 저는 이것을 의미심장하게 여깁니다. 아마 마르크스가 동산이 아닌 부동산의 사유재산을 부정한 것은 재산의 상속을 방지하여 그나마 불평등의 생성을 억제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상품가치와 교환가치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부의 축적을 유발할 수 있는 노동 효율성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죠. 역시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권력을 통한 불평등을 만들었습니다. (몇몇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것을 평등하고 생각하면 모를까.) 다음 대안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사회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 여러분은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사회적 약자와 자녀가 어울리는 것을 권장할 수 있겠습니까? (예를 들면 학교 공부에 뒤지는 학우와, 혹은 심신 장애자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과...) 나중에 결혼에서도.

- 여러분은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자녀들에게 재산상속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 여러분은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자녀들의 교육을 남들과 동등하게 교육을 시키겠습니까? (예를 인성교육이 아닌 가정에서의 학과 공부 중단, 과외 등 사교육 포기)

- 여러분은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자신의 자녀가 전문직(속된 말도 ‘사’가 들어가는 직업)에 종사할 수 있음에도 재능과 취미가 맞아 단순 기능직에 종사하겠다고 하면 기쁨 마음으로 동의할 수 있습니까.

- 여러분은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 자녀들에게 유능한 사람이 되지만 꼭 필요한 필요불가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필요불가결한 사람이 되면 권력을 갖게 되고 불평등을 유발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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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7-2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 페이퍼 2004년 1월 2일자 '신석기 혁명, 농경사회로 전환' 참조

가을산 2004-07-20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평등의 강화 방지를 위해서 할 일들.... 음... 어떤 것은 쉽지 않네요...

1) 사회적 약자와 자녀가 어울리는 것을 권장할 수 있겠습니까? (예를 들면 학교 공부에 뒤지는 학우와, 혹은 심신 장애자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과...) 나중에 결혼에서도.


--> 일상 생활에서 권장할 수 있고, 그렇게 권하고 있습니다. 단, 결혼은 본인의 결정이지 '권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진료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할 때 가급적 아이들을 데리고 갑니다. 아이들은 노숙자들과도 선입견 없이 잘 어울립니다. 장애아들을 처음 보고는 충격 받지만, 금방 친해집니다.

한편으로 저는 학교마다 한학급씩 특수교육학급을 두었으면 합니다. 장애인들이 격리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함께 지내면 아이들도 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고르게 분산하여 우리 안에 받아들이면 가끔씩 nimby현상으로 생기는 '장애인 시설 입주 반대' 시위도 없앨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사는 동네의 장애인시설 입주 반대 서명 권유도 거절했습니다. 제가 거절한 것과 관계없이 장애인 시설 입주는 무산되었지만...


2. 여러분은 자녀들에게 재산상속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 저는 아이들이 결혼하고 나면 자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다가 정말 불가피한 사고나 어려움이 아니라면 독립된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를 기대합니다.

저희 아이들의 경우 뿐 아니라, 제 아버지와 저희 남매간에는 재산 상속을 하지 않기로 이미 합의가 되어 있습니다. 음... 객관적으로 아버지 재산은 꽤 되겠지만(정확히 어느정도인지는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만...), 우리는 아버지께서 저희들을 교육시키고 결혼시켜주신 것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덕분에 확실히 더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 자녀들의 교육을 남들에게 동등하게 교육을 시키겠습니까? (예를 인성교육이 아닌 가정에서의 학과 공부 중단, 과외 등 사교육 포기)

--> 이게 가장 어려운 문제네요. 여기서 '동등하게'라는 것이 가정에서의 학과 공부 중단과 사교육 포기를 의미한다면,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애들 평소에 집에서 공부 죽어라 안해요... ㅜㅡ )

음...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저는 아이들에게 이 지역에서 평균적으로 이루어지는 사교육의 '평균 미만'을 시키고 있다는 것으로 변명을 해봅니다.


4. 자녀가 전문직에 종사할 수 있음에도 재능과 취미가 맞아 단순 기능직에 종사하겠다고 하면 기쁨 마음으로 동의할 수 있습니까.

--> 아무리 단순한 일이더라도 본인이 하루 여러 시간, 일년이면 300일을 일하고도 질리지 않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기를 바랍니다. 저는 전문직을 더 권유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평생을 걸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전문직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아 걱정입니다.


5. 유능한 사람이 되지만 꼭 필요한 필요불가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필요불가결한 사람이 되면 권력을 갖게 되고 불평등을 유발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

--> 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과 '불가결'한 사람이 되는 것을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필요한 사람'ㅡ 즉 주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 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권력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 '필요한 존재'가 된 사람이 자신을 '불가결'한 존재로 만들고자 할 때 생기는 것 아닐까요? 마립간님의 글 덕분에 저는 아이들에게 '불가결'하게 되지 않도록 - 언젠가 그럴 시기가 되었을 때 - 미리 주의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마립간 2004-07-21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가을산님을 직접 만나기가 두렵군요. 너무 좋아하게 될까봐. 저는 가을산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실천(이 실천이 중요함)을 하는 사람은 예외라고 할 만큼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실천은 잘 모르겠고 이런 통찰력을 갖은 사람 몇 사람, 그 중 진보를 선택한 몇 사람, 그 중 자신의 희생을 언급한 사람, 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실천을 겸비한 사람으로 가을산님이 처음입니다.
1번 결혼에 관해서는 부모로서 권장하다기 보다는 동의한다는 것이 적절하겠습니다.

가을산 2004-07-21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저도 마립간님 만나기가 두려울 것 같아요. ^^ 실망하실까봐서요...
다섯 가지 다가 아니고 이중 두세가쯤은.... 모두들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참, 그리고.... 제 주위에는 저보다 더 자신을 내놓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정말요.
전 그런분들 앞에서는 늘 부끄럽습니다.

물만두 2004-07-21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쓰... 마립간님 마지막 질문에 전 모두 예습니다. 하지만 저 하나 예스로 될 일이 아니라... 평소 제가 생각하던 문제라 이리 쉽게 대답할 수 있답니다. 동생들한테 하던 말이구요. 하지만 결혼도 안할 거고 자식도 없을 거고 남길 유산도 없고 받을 유산도 없으니 에스라 해봤자 공허한 메아리네요. 들을 사람이 들어야 하고 실천할 사람이 실천할 일인데... 뭐라 할 말이 없군요...

조선인 2004-07-21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빼는 이야기인데... 개인적 실천으로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을까요? 저로선 친족에 대한 억대 이상의 상속이나 증여가 법적으로 금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설하고...
아이를 키우는데 정말 도움이 될 글이네요. 퍼갑니다.

마립간 2004-07-21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김 빠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의 글 '불평등의 기원'이 목표를 이야기한다면 조선인님이 지적해 주신 것은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또 한편의 페이퍼가 되겠네요. 간단하게 대답하면, '아니오, 해소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문맥이 이상한데, 가을산이 지적하신 대로 유능하다는 것은 필요한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에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쓴 글입니다. (지금에 와서 수정하기가 뭐 하네요.)

숨은아이 2004-07-21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서재에서 이 글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정말 멋진 글입니다. 추천 날려요.
 

 * 기독교

부제 : 나의 정치관에 영향을 미친 것들4


 정치관은 가치관의 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한 얼굴이라면 앞면의 모습, 옆모습, 뒷모습이 있듯이, 가치관에 한편이 정치관이고, 다른 각도가 종교관이고, 인생관, 결혼관 등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분에서 기독교의 가치관(개신교)의 영향을 받았는데, 정치관의 한 부분으로 설명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아 다른 제목 하에 시리즈로 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요성으로 보아 한번은 언급해야 하기에 서문처럼 잠깐 이야기하고 지나갑니다. 그렇다고 저의 신앙이 두터우냐 하면 전혀! 신앙이 두텁지 못합니다. 저는 오히려 신앙이 없기 때문에 옛스러운 신앙을 갖으신 stella09님이나 자기 자신 나름대로 신앙을 갖은 연보라빛우주님이 부럽습니다.


* 나는 성지에 선 이교도가 되지 않겠다.


 제가 가을산님의 글에 댓글을 쓰면서 소개했던 글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초등학교 고학년, 아니면 중학교에 막 입학해서) 동생이 학교 선생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어느 세 유명한 현인이 남긴 이야기인데,

‘나는 오늘을 나의 생애의 첫날이자 마지막 날로 생각하며 살겠다.’

‘나는 최선은 다한다. 그러나 최고는 원하지 않는다.’

‘나는 성지에선 낯선 이교도가 되지 않겠다.’ 이었습니다.

 저는 동생에게 물었습니다. 세 번째 글이 의미하는 바가 뭐냐? 동생은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에 여쭤보지 그랬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는데, 선생님께서는 ‘여러분들이 아직 어려서 설명해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중에 커서 스스로 그 의미를 찾아보십시오.’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셨답니다.


 우선 성장 배경에 따라 기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이 있는 타 종교인? 그러나 성지, 이교도가 꼭 기독교와 타 종교란 법은 없습니다. 이 세 사람의 현자가 인도인이라면 불교의 성지와 다른 종교도 가능할 것입니다. 어째든 정확한 의미를 기록해 놓은 글을 읽지 못했지만 성聖이 주는 의미는 어렸을 때 보다 정차 명확해져 가지만 그 정답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지 모르겠습니다. 성이란 학문적 진리, 종교적 진리, 기독교의 구원, 자유주의 신학에 근거하여 어떤 종교를 통하던지 간에 해탈의 경지...... 시간이 지날수록 성지에 선 이교도가 되지 않겠다는 느낌은 계속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서 있는 곳은 오베르의 정원(김선동씨가 자신이 사는 집을 선과 속의 경계에 있다는 뜻으로 부르는 말)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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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7-1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 나름대로의 신앙을 갖은..^^; 흠. 한국적인 풍토에선 굉장히 이교도란 말로 들리는군요.^^ 물론 마립간님이 그런 뜻으로 하신 말씀이 아니란 걸 알지만요.
마립간님의 신앙도 보기 좋습니다.

stella.K 2004-07-1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묻지않고, 의문을 갖지 않은 신앙은 신앙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옛스러운 신앙을 가졌다'는 말 칭찬이죠?^^

마립간 2004-07-1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연보라빛우주님을 이교도로 생각한 것은 물론 아니고, stella09님의 옛스럽다는 것도 좋은 뜻으로 한 이야기지만 제가 신앙에 관해서 칭찬을 할 위치가 아닌것 같습니다. 저에게 부족한 무엇인가를 두 분은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두 분 모두 부러운 대상입니다. 무엇을 부족해 하는가 천천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두 분이 채워줄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하겠지요.

stella.K 2004-07-19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겸손이 지나치시네요. 마립간님도 제가 갖지 못한 걸 가지셨는데요 뭐.^^

마립간 2004-07-19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것을 위해 영원하지 않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다.' (by Jim & Elezabeth Eliot)
 

* 녹색당

부제 : 나의 정치관에 영향을 미친 것들3


* 영생 매체의 이미지에 탐닉하는 것도 싫어하면서도 저 역시 이미지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녹색당Gruene-Partei입니다. 청소년 때 녹색당에 대한 것을 처음 보고, 커서 이런 운동이 있다면 꼭 참여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 녹색당이 정치적 성향은 비판적 마르크시스트, 무정부주의자, 근본적 생태주의자(환경보존), 페미니스트, 평화주의자, 보수적 지역주의자(지방자치 강화), 민족적 자연주의자, 저성장주의, 근무시간 단축으로 실업문제 해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중 마립간이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저성장’입니다.


* 저성장이란 비교적인 가난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상황이 아닌 개인적 상황에서조차 ‘잘 먹고 잘 살자, 부자가 되자.’하는 가치관이 팽배하던 시절에 정치적으로 ‘저성장을 추구하여 비교적 가난하게 살자.’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배고프지 않을 정도의 식사만 하고 추위를 막을 정도의 깨끗한 의복을 입고 그리고 재산 가치를 따지 않는 살만한 집을 어떻게 대중에 호소할 수 있을까. 더욱이 어떻게 정치세력화 할 수 있을까. 요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도하게 먹어 비만하게 된 후 살 빼는 것이 사회적 이슈이고, 옷은 유행에 맞지 않으면 입지 않으며 새로 구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살기 위해 집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 증식을 위해 집을 삽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어느 계층에 속하여 있던지, 저성장이라는 것이 과연 설득할 수 있을까. 가장 진보적인 정당도 가난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저는 (혹은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은) 가난을 추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도 녹색당과 비슷한 이미지를 갖은 정당이 있어 총선을 전후하여 ‘**당 아니?’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무슨 당, 그런 정당이 있어?’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이 정당이 녹색당과 같은 저성장을 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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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2004-07-1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을 추구한다기 보다는 급진적인 성장을 거부한다고 말하는것이 타당할것 같습니다. 더구나 마립간님께서 가장 매력을 느끼고 계신다니...욕심을 내지 말고 조금 벌어 조금쓰고, 자연을 가까이하며 살아가자는 취지인것 같은데...그렇다면 저도 녹색당원에 가입을 해 볼까요? 그런데...문제가 되는것은 공동의 가난을 추구하는 녹색당의 이론과 일부 가난이 찌든 집단을 멀리하려는 기성집단간의 싸움에서 녹색당이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입니다...참으로 가난하게 살겠다는것도 힘든 일인가 봅니다..

가을산 2004-07-1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삶의 질로 보았을 때도, 생태와 환경 면에서 보았을 때도, 실업난 해소를 위해서도, 사회의 갈등을 덜기 위해서도.....

노동 시간을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고, 에너지의 소비 (특히 화석연료)를 줄이고, 여가시간으로 좀더 양성평등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고... 즉, 지속 가능한 문명과 가치관을 추구하는 이런 사회를 지향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나가면서, 이런 사회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신자유주의를 계속 추구하는 사회에 '먹히지 않을'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모색해야겠는데요...

jenny-come-lately 2004-07-15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실제로 가난해서 추구하고 말것도 없습니다. ^^;; (첨 인사드립니다. 꾸벅)
5월초에 쓴 일기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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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은 없다.]

일주일전 일요일, 비가 올거라는 예상을 할 수 없었던 날씨인데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음감이 끝나자 남아 있는 조촐한 인원수는 2차를 유혹하는 분위기였다.
국민소득 5천불을 위해 건배를 하며 귀신 씨나락 까먹는 희망을 잠깐 언급한 것이 그때였다.
2만불 어쩌구 하는 시대에 거꾸로 5천불이라니 앞세대가 벌어놓은 것을 몽땅 까먹자는 말이냐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투디오 사장님 말씀대로 우리 서민의 생활수준 변화는 간짜장 먹던 것에서 짜장먹는 정도에 그친다.
국민소득 그 절반의 차이는 현재 상위 10%가 움켜쥐고 있는 형세이니 이러나 저러나 서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럼 배아파서 그러는거냐면 당연히 아니다.
부자나 자본가가 갖고 있는거 그대로 놔두지 왜 백투더퓨처를 외치느냐.
최소의 비용이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것을 목표로 하는 경제의 기본원칙은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 데 비하여 이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재화는 유한하여 항상 부족한 상태에 있다는 회소성의 원칙때문임을
중고등 기본 과목을 통해 누구나 알고 있다.
모든 지구인들이 미국인과 같은 생활을 유지하려면 지구가 5개는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맞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서민들의 생활수준의 향상은 차치하고라도
지구가 하나뿐인 이런 상황에서 계속 경제성장만을 외치는 사람들의 양심과 두뇌의 수준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든 지구인이 국민 소득 2, 3만불의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에덴은 없다.
 

* 단재 신채호

부제 : 나의 정치관에 영향을 미친 것들2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라는 이름은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름 외에는 별로 아는 것이 없었는데 (지금도 별로 아는 것이 없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매우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조, 애국, Anarchism, 의열단, 허무주의, 현학적인 그의 글 등이 그 이유일 것입니다. 당시에는 광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최연소 민족 대표 33인의 한 사람 박희도의 변절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독립을 주장하다, 친일 매국으로 돌아섰으니... 그런 당시 상황에서 지조를 지킨다는 것이 강력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학생 운동이 한창일 때 대학생 시절을 보냈던 저는, 친구에게서 학생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추구하는 바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민족 해방National Liberty과 민중 민주People‘s Democratic가 있지만 세부적으로 여러 갈래로 다시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중 민주의 한 갈래(정확히 그 명칭은 기억나지 않음)는 우리나라의 통일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통일은 필요하지 않다.) 민족(통일을 포함한 의미에서)의 가치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제게는 진보 진영의 생각에 그러한 생각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재는 이런 주장이 전혀 낯설지 않지만.


 그 때 제가 좋아하던 위인 단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왜 나는 그를 좋아하는가... 아마도 위에 언급한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조국에 대한 사랑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까지 미치니, 매우 혼동된 느낌을 가졌습니다. 만약 단재 선생님이 살아 계서서 광복된 조국을 보셨다면, (그리고 머지않아 기대되는 남북통일이 된 후에) 어떤 패러다임을 갖은 국가 형태를 주장하실까. 역시 anarchism을 주장하실까.


* 교과서에 실려 너무 유명한 문장이지만 다시 한 번 마음에 되새겨 봅니다.


 청년은 일국(一國)의 사령(司令)이오 일세(一世)의 도사(導師)이어늘 - 중략 - 기(其) 령(齡)은 청년이로되 기(其) 기력(氣力)의 병폐(病弊)는 노년(老年)과 동(同)하며 기(其) 모(貌)는 청년이로되 기(其) 지식(知識)의 몽매(蒙昧)를 유년(幼年)과 동(同)하니 청년 청년이오 시(是)가 어찌 청년이리요. - ‘청년 학우회 취지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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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와 고양이

부제 : 나의 정치관에 영향을 미친 것들1


* 알라스칸 말라뮤트Alaskan malamute


 요즘 애완동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알라스칸 말라뮤트라는 이름을 못 들어 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제가 처음 이 개를 보았을 때 그 위풍당당함이란... 마치 작은 송아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개는 본능적으로 서열을 확인하려는 습성을 갖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무 치열하게 순위 다툼을 하여 귀가 찢어지고, 혀가 뚫리고 하는 등의 큰 부상도 가끔 있다고 합니다. 싸움하는 모습을 보면 늑대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 번 순위가 정해지고 나면 그 충성심과 복종심은 대단합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사람을 자신의 위로 생각이 되면 철저하게 순종합니다.


 가끔 이 친구(개)는 사람을 자기보다 아래 서열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직장일로 얼굴을 자주 볼일도 없고 밥도 안 주고 야단치는 일도 없으면, 자기보다 아래 서열로 여깁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앉을 자리에 자기가 앉아서 비키지 않으려 하고, 문을 출입할 때도 자신이 먼저 하려고 하고... 집안을 위해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의 아버지들, 이제는 개에게 까지 무시당하시고...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이 개를 키울 때는 엄격해야 할 때는 확실하게 야단쳐야지 무조건 잘 해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저는 알라스칸 말라뮤트와 시베리안 허스키Siberian Husky의 구분을 잘 하지 못하는데 알라스칸 말라뮤트가 조금 덩치가 크고 털이 길다고 합니다.


* 묘심猫心


 고양이의 마음을 묘심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서 개의 마음을 구심狗心이라고 합니다. 구심은 잘 언급되지 않지만 묘심은 자주 언급되는 데, 그 이유가 고양이의 마음은 호기심이 많고, 자존심, 고독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학자의 마음 상태를 연상시킵니다.

 저도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고양이를 구입하거나 누구에게 선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날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에 들어오더니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식사 때만 되면 불쌍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으니 어머니가 식사를 챙겨 주셨습니다. (혹시 슈렉2를 보셨나요) 고양이에게 공을 주면 혼자 신나서 노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재미있습니다. 막대기에 물건을 달고 고양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면 고양이는 그 물건을 쫓아 오른쪽, 왼쪽으로 고개를 왔다 갔다 합니다.

 한편 고양이는 사람에 대해 의존적이지 않습니다. 집 안에서는 품에 잘 안기던 녀석이 운동 좀 시키려고 문 밖으로 데리고 나가니 발로 차고 할퀴면서 냅다 집안으로 뛰어 들어옵니다. 그러던 녀석이 어느 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아마도 바람나서 가출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당시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좋아하지 않은 이유는 그 도도함이 너무 싫었습니다. 마치 공주병 걸린 여자가 연상되었습니다. 뭐 사람의 말을 자기 내키는 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고.


* 지금은 개도 좋고 고양이도 좋아합니다. (동물을 키우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르는 것은 노력이 너무 많이 필요해요.) 각자의 매력이 있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보아도 규칙에 따라 사는 것을 좋아하지만 제가 싫은 것은 죽어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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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7-0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실 것 같습니다. '싫은 건 죽어도 못하신다'는 말씀.
여자라고 다 도도하고 공주병인가요? 아닌 사람도 있어요. 정말 그런 여자 있으면 같은 여자로서도 싫지만...
전 시베리안 허스키 보다 말라뮤트가 조금 더 잘 생기고 듬직해 보이는 것 같아요.
개의 마음을 '구심'이라고 하는군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마립간 2004-07-0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 드라마 왕건에서 종간(김갑수 분)이 충복이란 것에 대해 명대사를 남겼지요.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어느 분(?)의 페이퍼에 있습니다.

물만두 2004-07-0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번도 동물 키워 본 적이 없네요. 하지만 마지막 말씀 싫은 건 죽어도 못한다는 말씀 저도 그렇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