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 170105
- 남학생
퇴근 후에 아이와 만나면 거의 습관적으로 ‘학교에서 재미있는 시간 보냈니?’라고 묻는다. 작년 3월 2학년으로 진급한 지 얼마 안 되어 어떤 에피소드를 이야기를 하며, “여자라서 다행이야.”라고 말했다. 마치 전자제품 광고 카피와 같은 ‘여자라서 다행이야.’라는 말을 몇 알라디너 아줌마, 아저씨( 또는 언니, 오빠)가 들으면 ‘열 받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11월 어느 때부터 아이에게 학교 일을 물으면, 아이가 같은 반 남학생에 대한 불만, 성토, 하소연을 내가 들어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아이와 남학생(들)의 갈등은 사소하면 사소한 것인데, 전형적으로 당하는 입장에서는 (피해자?에게) 괴롭힘이고, 가해자 입장에서는 장난이다. 돌이켜 보면 내 어린 시절에도 남학생들이 고무줄놀이를 하는 여학생의 고무줄을 자르거나, 치마를 입은 여학생의 치마를 들치는 행위가 있었다.
아이의 친구 JW, DY, MH에게 각자의 반의 남학생에 대해 물으니, 봇물 터지 듯 각자 남학생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해결책을 위한 아이와 함께 가족회의를 열었다.
1) 선생님께 사실을 알린다. ; 선생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신다. 아이는 종종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도 하는데, 선생님께서는 이것조차 잘 통제 못하는데 아이들 간의 문제 해결까지는 능력 밖인 것 같다.
2) 아빠 엄마가 아이를 불러 훈계한다. 또는 아이의 부모에게 항의한다. ; 딸아이가 생각하기도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 방법이 해결책이었다면, 선생님을 통해서도 해결되었을 것이다. 아이의 생각에도 일을 크게 벌일 뿐이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하다.
3) 이사와 함께 전학을 한다. ; 이 해결책의 문제는 다른 학교에 남학생이라고 해서 얼마나 다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옆동네는 학원가가 활성화되어 있다. 부모의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남학생들이 본인의 욕구 불만을 급우에게 분출할 수 있다. 학원이 늘어나는 만큼 소아정신과 병원도 늘어나는 상관관계는 이미 발표되었다. (집값 떨어진다고 쉬쉬하지만 틈틈이 학생 자살도 있다는 소문이다.)
4) 이민을 간다. ; 아마 아이가 생각하는 나라는 남녀 학생들 간의 갈등이 적을 수는 있다. 그런데, 이 나라의 인종차별이 아이가 다니는 남녀학생의 갈등보다 약할까?
5) 참고 지낸다. ; 저항하지 않는 아이에게 더 심한 장난이 가해질 수 있다. (메갈리안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6) 매사 저항한다. ; 저항하고 반발하는 것이 더 재미있어, 장난을 멈추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체제를 가지고 있다.
방학에 들어가면서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 내가 딸아이에게 준 교훈은
1) 세상을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는다.
2) 반면 너의 행동이 세상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 영향이 긍정적 결과, 또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지 예단하기 어렵다. 또한 행동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
3) 부모의 울타리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기에 오히려 부모의 울타리에서라도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엄마(, 미혼 여성이라면 이모, 고모)로서 내 아들( 또는 조카)을 페미니즘에 기초하여 이런 방식으로 양육하고 있다는 사례가 궁금하다.
* 우리 동네는 (내 주관에 의하면,) 다른 지역보다 여성의 목소리가 높은 동네다. 그러나 그 여성이 엄마의 입장에서 아들을 볼 때는 ‘페미니즘’은 무관한 모양이다. 나는 누구를 비판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어떤 해결책이 가능한가? 내가 무엇을 하였야헀나, 무엇을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