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는 왜 하는 것일까?
딸아이가 저에게 ‘공부는 왜 해야 돼요?’라고 묻는다면? 몇 가지 할 이야기가 있겠지만,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인혜의 꿈이 무엇이든 공부가 기본이다!>를 읽는 것으로 정리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내용이 빈약했습니다. 나름대로 정리해 봅니다.
제가 마*****님 댓글에 공부는 인생에 대한 공부, 실력을 쌓기 위한 공부, 그리고 시험 성적을 위한 공부가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인생 공부로 삶 자체를 들고 싶습니다. 조남철씨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바둑 실력이 늘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탐욕불승과 같은 바둑의 승리의 원리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을 통해 몸에 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삶을 살고 있고 범죄자도 삶을 살고 있다고 지적하신다면 ; 나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이고 위인은 어떻게 살았고 나의 주위 사람들의 인생은 어떻게 돌아보며 고민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물만두님의 삶을 보면서 많은 인생 공부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습니다. 직장 일이 지치고 힘들 때, 악기를 연주한다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음악을 예로 든다면, 음악에 소질이 없는 학생이 학창 시절 ‘내신만 끝나면 음악은 절대로 안 하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음악 점수가 잘 나오지 않더라도 성인이 되어 여가 시간에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아니면 음악 감상을 하더라도 학생 시절의 공부는 이후 어떻게 생각하느냐,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 자체로 삶을 풍성하게 합니다. 제가 미혼 시절 이성을 만났을 때, 상대편에서 여가를 어떻게 보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것저것도 하고 독서를 한다고 하니, 독서로 말미암아 ‘공부를 좋아하시는군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그것이 공부인가 생각했습니다. 저는 직업과 관련 없는 책을 주로 읽고 이것은 재미를 위한 것인데. ; 저의 책읽기는 (그냥) 공부가 아닙니다. 그러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수단으로써의 공부입니다.
세 번째로 실력을 향상시키고, 직업에서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공부는 이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예를 들면 ; 수학교수가 수학에 관한 논문을 읽고 있다. 전자공학 전문가가 반도체 칩에 관한 잡지를 읽고 있다. 이런 경우가 해당됩니다. 언뜻 학생 때의 공부 일부는 직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보지만 거의 모든 것이 관련이 있습니다. 수학자 푸앵카레는 어렸을 적 수학자의 자질을 보였을 때, (수학적 능력을 파악한 어느 분이) 수학 공부보다는 언어공부를 시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수학 공부는 그 자질로 미뤄 볼 때, 당연히 성취되는 것이지만 수학적 지식을 잘 표현하려면 언어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수학자의 언어 능력은 수학에 관한 보조 실력이자 직업에서의 우위를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칼 세이건과 리처드 파이만은 훌륭한 과학자임이 분명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것은 글을 잘 쓰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는 (학생이라면 성적을 올리기 위한) 시험공부입니다. 일반적으로 시험공부에 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만 모순되게도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전적으로 몰입하는 것입니다. 공부라고 하면 위의 3가지 특히 세 번째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실력을 정확히 평가할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그 형편에서) 시험을 통해 실력을 평가합니다. 실력과 시험점수와는 함수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가 있는 정도입니다. 그것도 시험 종류에 따라 강한 관계, 약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성적을 너무 강조하면 세 번째 목적( 실력)을 망각하고 네 번째에 목적( 점수)에 매달리게 됩니다. 목적 전치가 일어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실력을 쌓는 공부와 점수를 올리는 공부는 따로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TOEIC 듣기 시험에는 어떤 단어가 문제에 명확히 들리면 그 단어가 포함된 답가지는 답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요령은 요령대로 습득하고 영어 실력을 높이는 공부는 따로 하여 청취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다는 것은 목적 전치의 유혹을 견뎌야 하고,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스스로도 판단하고 결정하기도 힘든데, 자녀의 공부를 적용하면 더욱 어렵습니다. 자녀의 실력을 향상시킬 것인가 아니면 자녀의 점수를 올릴 것인가. (실력을 올려 점수가 올라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리고 몇 개의 직업은 (예를 들어 의사나 변호사의 경우) 자격 조건으로 학위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시험공부를 무시할 이유도 없습니다. 선행학습과 예습의 구분도 점수를 올리기 위한 미리공부는 선행학습으로 실력을 올리기 위한 미리공부는 예습으로 정의하는 것이 손쉬울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왜 학업 성적을 따지는가에 이야기 하면 ; 이우곤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성적이 좋다는 것은 갖추어진 실력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도 나타내지만 대개의 경우 실력보다는 싫은 것(대개의 경우 공부는 싫은 것이 아닌가.)을 참고 견디는 성품 때문이라고 합니다. 만약 싫은 것을 인내하고 성적을 올릴 수 있다면 회사에서 필요한 실력은 입사 후에 키워나가도 되니 말입니다.
<이인혜의 꿈이 무엇이든 공부가 기본이다!>을 읽을 때, 위 네 가지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 밑줄긋기
p 208 첫째, 나는 공부를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p 209 둘째, 나는 공부를 통해 나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p 211 셋째, 나는 엄청난 운을 꿈꾸는 대신 꾸준히 노력하는 삶의 가치를 공부를 통해 배웠다.
p 211 넷째, 나는 공부를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갈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