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로 감아 책 보관...40년간 7천권 `책사랑`

[파이미디어 2006.11.20 16:57:16] 

[독서광의 방] 40년간 7천권 책사랑 `붕대로 감아 책 보관`

독서광(讀書狂)의 사전적 의미는 ‘책에 미친 듯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다.

미치지 않은 자에게 ‘광(狂)’이라는 수식어는 허락되지 않는다. 여기서 미친다는 것은 오직, 그것만 생각한다는 뜻을 포함한다. 독서광, 그 중에서도 수집본능이 강한 독서광은 갖고 싶은 책을 손에 넣기 전까지 그 책만 생각한다. 다른 책을 갖게 됐다하더라도 욕심냈던 책을 포기 하지는 않는다. 독서광은 포기를 모른다.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한 갈망처럼, 갖지 못한 책 리스트는 영원히 독서광을 따라다닌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책들은 독서광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들고, 주거 공간을 비좁게 만든다. 빌려 읽는 것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독서광들은 끊임없이 책을 사들인다. 갖고 싶은 책, 추천받은 책을 소장하지 못했을 때의 헛헛함과 께름칙함. 그것은 늘 독서광을 분주하게 , 불안하게 만든다.

올해 나이 60. 책장 수 16개, 7천권의 책을 소유하고 있는 김용수 (60,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동 4가)씨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서광이다. 고교 지리 교사를 거쳐, 공기업에서 23년 근무 한 후 퇴직 해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스스로를 “미쳤다”고 표현했다. 40년간 그가 미쳐 있는 것은 책과 음반 그리고 기록이다. ‘책에 미친 듯 책만 읽는 사람’이라는 독서광의 사전적 의미는 그에게 부족하다. 수십 년 간 해 온 신문 스크랩, 매일 같이 써 온 일기, 4천장에 달하는 음반은 ‘수집광’과 ‘기록광’이라는 수식어를

취미는 책과 음악뿐이라는 김씨의 서재는 보는 이를 압도 했다. 고양이 도서관의 주인이자 일본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를 연상케 하는 여러 개의 책장에는 7천여 권의 책이 나란히 꽂혀있었다. 김씨의 집엔 방이 총 3개다. 이 중 서재로 쓰는 방은 작은방과 아들이 쓰고 있는 방 그리고 거실. 방 하나로는 감당 할 수 없는 분량이기에 2개의 방과 거실로 나눠 놓았다.

책 읽는 공간으로도 사용한다는 작은 방에는 앉을 자리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책이 넘쳐났다. 아들 방으로도 사용하는 서재 역시 더 이상의 책을 꽂을 공간은 없어 보였다. 그 중 백미는 거실 정중앙에 버티고 있는 대형책장. 엄청난 크기의 이 책장에는 장르별로 구분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빈틈없이 꽂혀있다. 대형책장도 소화해내지 못한 책은 거실 측면의 책장 2개에 나눠 담겨있다. 김씨는 방 2개와 서재를 점령하고 있는 16개의 책장을 오가며 종횡무진 책읽기를 즐긴다. 라벨하나 붙어 있지 않은 책장이지만 책 제목만 말하면 1분 안에 책을 찾아오는 놀라운 기억력은 그가 가진 많은 재능 중 ‘일부’일 뿐이었다.

“붕대로 책 감아 보관”

김씨의 책장은 두 개의 방, 거실 3면에 ‘분리’ 되어 있다. 그렇게 구석구석 놓인 책장의 수는 총 16개. 이에 꽂힌 권수는 대략 7천권이다. 주목 할 만 한 점은 모든 책이 ‘제자리’에 꽂혀 있다는 사실.

서적 분류는 다음과 같다.

▲작은방 1 - 역사, 교육, 고서

▲작은 방 2 - 대하소설, 실용서적, 회고록

▲거실 작은 벽면 - 음식문화, 건강, 음악, 예술, 여행기

▲거실 큰 벽면 - 일반문학, 기독교 서적, 은퇴, 노인, 죽음, 귀농, 문화와 풍습, 음악, 다도

대형서점 못지않은 다양한 장르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김씨. 그는 책 한권도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며 수십 년간 써온 책 관리 도구들을 꺼내놓았다. 헤지고, 갈라지고, 찢겨진 책을 전용 풀, 스티커 지우개, 때를 지울 수 있는 소독제, 테이프로 관리한다. 심지어 ‘붕대’를 이용해 책을 감싸 보관하기도 한다.

“어떻게 책을 함부로 다뤄요. 하나하나가 다 얼마나 소중한데...”

책을 자신의 몸보다 더 아끼는 김씨의 책은 어느 한 권 접힌 것이 없다. 이유는 책을 접지 않고 줄을 그으며 읽기 때문. 책을 관리하는 도구들이 있는 것처럼, 책을 읽을 때도 독서대, 색연필, 자를 반드시 지참한다. 좋아하는 부분, 기억에 남는 구절에는 줄을 그으며 읽기 때문에 빌리지 않고 사서 읽는다는 김씨의 책에는 반듯한 줄이 그어 있었다.

“흔들리게 그으면 다른 문장이 가려질 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책에 함부로 줄을 그어요. 빌려 읽으면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계속 사는 거지”

특이 한 점은 볼펜이 아닌 색연필로 줄을 긋는 다는 것. 볼펜은 액이 흘러나올 수 있기 때문에 색연필만 사용한다. 직접 만든 책갈피를 갖고 다닌다는 김씨는 묵직한 가방 안에 담겨진 수 십 개의 책갈피를 보여주었다. 책 주인의 꼼꼼한 성격 탓에 7천여 권의 책들은 하나 같이 새것처럼 깨끗했다.

“책은 반드시 사서 읽어야”

좋아하는 책은 반드시 소장해야 직성이 풀리는 김씨는 온라인 서점이 아닌 오프라인 서점을 애용한다. 그가 주로 가는 서점은 동대문의 대원서적. 신간도 할인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이용한다. 김씨는 이 서점의 20년 째 단골이다. 헌책방도 자주 간다. 지금도 일주일에 2~3차례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책을 사 모은다.

“한 달이 뭐야. 일주일에 한번씩. 아니 사실은 거의 매일 가. 마누라한테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제 포기했다지만 이틀이 멀다하고 책 보따리를 싸들고 들어오는 남편을 향한 아내의 시선이 어찌 곱기만 할까. 잔소리가 싫어 책을 숨길 수 있는 가방을 들고 다닌다며 그는 커다란 가방 두 개를 보여주었다. 아내 몰래 끊임없이 책을 사 모으는 김씨는 “책만큼 싼 것이 없다”며 500원, 1천원에 산책들을 꺼내놓았다.

“세상에 책같이 싼 게 어디 있어. 신간 살 돈이 없으면 헌책방 가 봐. 운 좋으면 좋은 책도 5백 원에 살수 있다고. 도대체 사람들이 왜 책을 안 읽는지 모르겠어요. 술값은 잘 쓰면서. 담배 한 갑 살돈이면 헌 책 두세 권도 살 수 있는데. 책값이 비싸서 못 읽는다는 건 순전히 핑계야. 핑계”

책은 돈 주고 사서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씨는 사고 싶은 책 리스트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며 수십 년간 써온 ‘책장부’를 공개 했다. 산 책, 살 책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 장부에서 그의 못 말리는 책 욕심이 드러났다.

“수집광, 기록광”

지금도 매일 6개의 신문을 읽고, 스크랩한다는 김씨는 자신 스스로를 “미쳤다”고 표현했다.

“난 이런 거 못하면 미쳐요. 이거 할 때는 아무 생각도 안나. 오직 이것만 생각하는 거지. 얼마나 재미있는데...”

그가 지칭한 ‘이런 거’ 란 물론, 스크랩을 말한다. 얼마 전 아이를 낳은 딸을 위해 요즘은 ‘육아’ 분야의 정보를 더 많이 스크랩한다는 김씨의 스크랩북은 수십 권에 달했다. 반듯하게 잘린 하나하나의 스크랩에도 밑줄은 그어 있었다. 스크랩자료를 읽을 때 역시 자와 색연필을 이용한다.

“인터넷에 떠있는 자료는 검색을 해야 되고, 프린트도 해야 하잖아요. 근데 신문은 그냥 잘라서 붙이면 그게 자료에요. 그리고 신문은 하루가 지나도 그 신문만 보면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는데 인터넷은 하루만 지나면 그 자료를 찾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스크랩을 하는 거지요”

신문스크랩과 함께 거르지 않는 것 중의 하나는 일기쓰기. 거의 매일 쓰고 있는 일기장 역시 수북했다. 자신의 체중, 혈당, 아내의 혈당까지 기록하는 그는 ‘기록광’이었다. 수 십 년 간의 책읽기, 신문스크랩, 일기쓰기를 해온 그의 수면시간은 평균 4~5시간.

부지런히 책을 사 모으고 일기를 쓰고 신문을 읽고 스크랩북을 만드는 그의 하루는 24시간이 부족 할 정도로 바쁘다. 4~5시간의 수면시간은 이미 습관이 된지 오래. 책과 기록, 음악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의 원천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는 수많은 분야에 대한 관심 때문에라도 책읽기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관심 가는 분야가 나타나면 그에 대한 모든 책을 섭렵해야 직성이 풀리는 김씨는 독서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다양한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고 살아가죠. 사람의 능력은 한정되어 있어서 누군가에게 직접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잖아요. 그래서 책을 읽는 거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그들과 말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잖아요. 한 번 사는 인생, 할 수 있는 경험은 다 해보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 새로운 경험을 책을 통해 할 수 있으니 읽는 거죠. 독서만큼 놀라운 경험은 없어요”

그는 책 안 읽는 사회를 개탄하며 독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공부만 강조하는 부모들 때문에 학생들이 점점 책을 안 읽게 되고 학창시절에 독서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책읽기에 취미를 못 붙인다는 것이다. 이사 할 때 가장 먼저 버리는 것이 책이라는 말은 책을 사유의 대상이 아닌 짐으로 느끼는 이들에게 던지는 따끔한 일침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은 덕에 이야기를 나눌 때 화제가 마르지 않는다는 김씨는 음악, 미술, 철학. 스포츠.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놀라운 식견을 보여줬다.

“호기심이 많아서 그래요. 궁금한 게 있으면 알아내야 속이 편하거든. 그걸 해결해 주는 게 책하고 신문이죠. 얼마나 좋은 자료에요. 그걸로 다 공부하는 거죠”

호기심이 많은 김씨는 책 커뮤니티 활동도 하고 있다.

프리챌 ‘숨어있는 책’(http://home.freechal.com/booklover/), 네이버 ‘책을 좋아하는 사람’(http://cafe.naver.com/bookishman.cafe)에서 ‘holysea’라는 아이디로 활동 중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기는 그는 북데일리 시민기자로 활약하며 토론회 ‘북토마토’에도 참가하고 있다.

“귀농을 준비 하는 노년의 삶”

그는 현재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 방대한 분량의 책과 음반을 모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고 누구나 와서 그것을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싶기 때문에 그를 위한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김씨는 평생 일해 모은 돈을 집 지을 공간을 위해 모두 쏟아 부었다고 했다. 3년 안에 시골로 내려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 책 읽게 해주는 게 내 꿈이에요. 오가며 차 한 잔씩 하면서 편히 앉아 책 읽을 수 있는 그런 집을 만들꺼에요. 그리고 쓰레기가 안 나오는 삶을 살아 볼까해요.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귀농에 관한 책읽기를 마치고 꿈을 이룰 날 만을 고대하고 있는 그는 후손들, 자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금년이 60인데,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부모님이 80넘게 사셨으니까 나도 그때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70이 넘으면 이 책 다 못 볼 것 같아. 갖고 있으면 뭐 하겠어. 읽고 싶은 사람들 와서 마음껏 읽게 해주고 싶어. 그렇게 살다 가고 싶어”

여생을 생각하며 죽음에 관한 책을 읽었다는 김씨. 그에게 있어 책이란 삶이며 생명이다. 살아 있는 한 그는 계속 읽을 것이며, 모을 것이고 기록할 것이다.

“책은 계속 나오니까 사는 걸 멈출 수가 없어. 마누라가 버리라고 난린데... 나 죽거든 버리라고 그랬지...”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매일매일 재미있는 책읽기 '북데일리' www.bookdaily.co.kr

제보 및 보도자료 bookmaster@pimedia.co.kr <저작권자 ⓒ 파이미디어 북데일리>

 

** 인터넷에서 전제 ; 저자권에 문제가 있을 시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 마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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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니르바나 > 책사랑하기를 가신 님처럼 ...

독서광 故 정운영 `책갈피에 흘린 눈물`     -2006년 9월 27일 (수) 09:16   파이미디어



"추석 며칠 전날 한밤중에 정운영 선생의 전화를 받았는데, 느닷없이 자신의 책들을 내게 맡기겠다는 말씀이셨다. 어림잡아도 2만 권쯤 되는 장서는 선생이 유학 시절부터 모아오신 것으로 그 규모와 범위는 경제학계에서도 아주 유명한 것이었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던 그 책들을 내게 맡기시겠다니..."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였던 고(故) 정운영 선생의 후배 윤소영(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가 고인을 추억하며 <프레시안>(2005. 9.25)에 기고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부활을 위하여`의 머리글이다.

지난 24일은 고인의 1주기였다. <한겨레>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해온 그의 칼럼은 저널리즘 글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토해낸 글은 바로 `책에 서린 세상과 정신에 띄우는 연서`였다.

`책사랑`이 대단했던 그는 유학시절 부터 책을 모으기 시작해, 무려 2만1천여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었다. 1972년 벨기에 루뱅대학으로 유학, 그 후로 30여년간 한해 평균 잡아 6백여권을 읽었단 소리다.

올봄 유가족은 고인이 분신처럼 아끼던 책 1만6천여권을 모교인 서울대에 기증한 바 있다. 독어, 프랑스어 등 외서를 비롯해 마르크스 경제학을 포함 유럽 경제학의 고전들이 많았다고 한다.

정운영 선생의 막역지우(莫逆之友)인 작가 조정래는 <한겨레>("종이책을 절실히 사랑한 마지막 사람이 아닐까 한다", 2006. 7.19)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4년 전쯤에 정형과 유럽여행 갔다 서점에 들렀는데 체 게바라 관련 책이 54종이 있었다. 아무리 관심이 있는 사람도 대여섯권 사고 말 텐데 정형은 신용카드로 54권 모두 샀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일시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돼 있었다."

정운영 선생의 책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일화인데, "만약 정형이 책을 사지 않았다면 집안 형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고, 더 오래살지 않았을까 한다"고 조정래는 말했다. 2만여권을 어림잡아 1만원씩 계산해도 2억원. 정운영 선생의 가족은 평생 전세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니 헛말이 아닌 듯싶다.

최근 선생의 1주기를 기념해 딸 정유신씨가 펴낸 고인의 마지막 칼럼집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웅진지식하우스, 2006)의 발문을 봐도 선생의 `책사랑`이 얼마나 극진했는지 알 수 있다.

"아버지는 귀인을 대하듯 책을 다루셨다. 읽던 자리에서 서표를 끼우지 않고 책장을 접는 일이 없었다. 무슨 책이 어느 책장 몇 번째 칸에 있는지 까지 기억할 만큼 한권 한권을 소중히 여기셨으니 책을 다른 용도로-이를테면 무언가의 받침(!)으로-사용하는 일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책 위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칸칸이 달력 종이를 고이 접어 올려놓은 것을 보고 집에 온 제자들이 신기해했던 일도 있었다."

유고집은 곧 정운영 선생의 독서편력을 말해준다. <중앙일보>에 글을 쓰면서 내건 칼럼의 제목은 `정운영의 여시아문(如是我聞)`. 즉, `나는 이렇게 전해 들었다`는 뜻으로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글을 풀어내곤 했다.

선생은 2004년 칼럼을 쓰면서 최소한 두 번 이상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는 `10월의 크리스마스`(2004. 10.23)에서 장영희(서강대 영문과) 교수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샘터)을 읽고 눈시울이 붉어진 연유를 밝혔다.

그는 흔들리는 곳에선 책을 읽지 않는다는 평소의 신조를 저버리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지하철에서 책을 펴들었다. 이날 강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여서 몸과 마음은 녹초가 된 상태. 그가 눈시울을 붉힌 대목은 이렇다.

`암 말기 환자인 젊은 엄마가 임종을 앞두고 아홉 살과 일곱 살짜리 아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언제나 씩씩하고, 아빠가 새엄마를 모시고 오면 잘해드리라"고. 엄마를 묻고 온 날 형제는 아빠에게 "우리 항상 씩씩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새엄마를 데리고 오지 마세요"라고 편지를 쓴다.`

또 한번 정운영 선생을 울린 건 완연한 봄, 2004년 5월이었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고, 돈이 없어 꿈마저 작아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하 월세방에서 혼자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 주사를 찌르는 17세 당뇨병 소녀가 역시 중병으로 친정에 몸져누운 어머니를 향해 "엄마 아파서 미안해. 하지만 나를 왜 이렇게 외롭게 만들었어"하는 대목에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화끈했다..... 12세 우울증 소녀의 독백에도 마음이 스산했다. "부자가 아니라서 너무 싫어요. 공책도 아껴 써야 하고, 반찬도 김치하고 계란밖에 없어요."`(우리 모두 `도시락`을 풀자, 2004. 5.5)

칼럼에서 정운영 선생은 "생산력이 늘어났는데도 왜 부끄럽다는 생각은 점점 커지는가. 문제는 결국 소유의 많고 적음의 아니라 너와 나의 차별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며 "이제 혼자 놓는 주사로 그을 외롭게 하지 말고, 김치 반찬에 퍼렇게 멍든 마음을 풀어주도록 하자. 그것은 성장이냐 분배냐 따위의 거창한 토론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시대 최고의 논객`이라 평가받는 그는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벨기에 루뱅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남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진지로 불린 한신대 경상학부에서 교수로 재직, 이어 서울대 고려대 경기대에서 강의를 했다. 병석에서 구술로 완성한 마지막 칼럼 `영웅본색(2005. 9.8)`을 끝으로, 그는 보름 뒤 지병인 신부전증이 악화돼 6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혈연을 떠나 모든 인연을 얻는 삶, 작은 집을 버리고 세상의 집을 얻는 삶`(출가내인 이야기, 2004. 5.29)을 동경했고, `혁명시인` 김남주에게 빚진 마음(그가 남긴 칼과 피의 사랑, 2004. 7.10)이 있었던 고 정운영 선생. 역사적 사회주의가 실패할 즈음, 진보운동의 이론적 바탕을 세운 <이론>(1992)지 창간을 주도한 그는 평등주의에 가까운 학문(분배론)으로 학위를 받았다.

평생 가난한 지식인으로 살았지만 그의 왼쪽 심장은 언제나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으로 뜨거웠다.

[북데일리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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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Mephistopheles > 사자성어 알라딘식 풀이..(Believe it or not)

천고마비 [天高馬肥]
원뜻 :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가을은 기후가 매우 좋은 계절임을 형용하여 이르거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이르는 말.

알라딘식 풀이 :
천고마비 [天高馬肥]가 아닌 천고마비 [天高馬飛] 로 마지막 글자를 바꿔야 함.
천고는 하늘이 높다는 뜻도 있으나 지위가 올랐다라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
마비는 말이 날다란 뜻이므로 부교수가 되었으니 말도 날때가 되었다 라는 뜻으로 해석됨.
마태님의 부교수 승진(?)을 축하드립니다.

만전지책 [萬全之策]
원뜻 :
만전을 기하는 계책이란 말로, 조금도 허술함이 없는 아주 완전한 계책이라는 뜻.
 
알라딘식 풀이 :
직역을 하자면 만두집인줄 알고 들어갔더니 천에 이 널려 있더라..란 뜻...
물만두님 서재를 지칭하는 사자성어

호구고수 [狐裘羔袖]
원뜻 :
여우 가죽으로 만든 옷에 염소 가죽으로 된 소매라는 뜻으로, 다 좋으나 한 군데 나쁜 곳이
있음을 이르는 말.

알라딘식 풀이 :
호구고수 [狐裘羔袖]가 아닌 호구고수[狐口高手]로 한자의 대부분이 바꿔야 함.
알라딘 파란여우님의 서재를 지칭하는 사자성어로써 그녀의 서재안에 있는 내용을 보면
그녀의 리뷰와 페이퍼를 읽으면 고수임을 알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됨.

서시빈목 [西施嚬目]
원뜻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흉내낸다는 뜻으로, 쓸데없이 남의 흉내를 내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또는 남의 단점을 장점인 줄 알고 본뜸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알라딘식 풀이 :
서시빈목 [西施嚬目] 이 아닌 사서빈목 [司書嚬目]이라는 표현이 옳다고 볼 수 있다.
도서관 사서이신 세실님이 어느 날 전날의 과음으로 인한 복통으로 인해 살짝 얼굴을 찡그
리고 출근을 했더니, 그 도서관의 직원들이 나도 저렇게 찡그리면 아름다울까 해서 모두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고 한다. 그날 하루 종일 도서관 출입 인원이 0명이였다고 한다.

해로동혈 [偕老同穴]
원뜻 :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뜻으로 생사를 같이하는 부부의 사랑의
맹세를 비유한 말.

알라딘식 풀이 :
해로동혈 [偕老同穴] 이 아닌 해로동혈 [海路冬穴] 이라는 한자로 바꿔야 함.
바닷길을 누비는 해적님이 겨울철 동굴에 칩거한 것 마냥 요즘 잘 출몰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비유된 말

익자삼우 [益者三友]
원뜻 :
자신을 이롭게 하는 세 친구라는 뜻.
직(直:정직)·양(諒:믿음)·다문(多聞:지식)의 세 종류가 있다는 말

알라딘식 풀이 :
익자삼우 [益者三友]에서 한글자만 바꿔 익자삼우 [翼者三友] 로 풀이가 됨
날개님을 이롭게 하는 세친구가 있다라는 뜻으로써 만화책, 애니메이션, 알라디너라는
세 종류가 있다는 말 (사실 찾아보면 더 있다고 함.)

하로동선 [夏爐冬扇]
원뜻: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아무 소용 없는 말이나 재주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
또는 철에 맞지 않거나 쓸모없는 사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알라딘식 풀이 :
이드님이 고로 동스런 부채(扇)를 가지고 왔다는 뜻. 결론은 무서운 뽐뿌질....!!

질풍노도 [疾風怒濤]

원뜻 :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

알라딘식 풀이 :
페이퍼 혹은 리뷰 하나 올리면 질풍같이 달리는 댓글과 추천이 보이는 로드무비(怒濤武斐)님의
서재를 지칭하는 말.
질풍노도 > 질풍로도 > 질풍로드 (이런 억지가 있나.~!)

기인지우 [杞人之憂] 준말로 기우 [杞憂]

원뜻 :
쓸데없는 걱정, 안해도 될 근심을 이르는 말.

알라딘식 풀이:
기인지우 [杞人之憂]가 아닌 기인지우 [奇人之友]로 한자를 바꿔야 함.
알라디너 기인님의 서재는 기인이라는 뜻 때문에 갸우뚱 하겠으나 알고 보면 친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됨.

온청신성 [溫淸晨省]

원뜻 :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해드리고 어두워지면 이부자리를 정해 드리고 아침에는
안후(顔厚)를 살피다. 정성을 다해 부모를 모시다.

알라딘식 풀이 :
따뜻한 마음씨와 차가운 냉정을 함께 소유한 새벽별님을 지칭하는 극존칭 사자성어

월명성희 [月明星稀]

원뜻 :
달빛이 밝으니 별도 드물다는 뜻으로 어진 사람이 나오면 소인(小人)들은 숨어버린다는 비유를
이르는 한자성어.

알라딘식 풀이 :
달이 밝게 빛나는 밤 달밤님이 외출을 했더니, 주변의 별까지도 그 자취를 감추더라는 뜻.
자뻑성 사자성어라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의견은 사실이라고 함.
혹자는 왜 밤에 외출했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고도 함.

청풍명월 [淸風明月]

원뜻 :
맑은 바람과 밝은 달. 풍월을 뜻하기도 함

알라딘식 풀이 :
청풍명월 [淸風明月]이 아닌 천풍명월 [天風明月]로 글자를 바꿔야 함
하늘바람님이 등장하여 달밤님의 미모와 견주게 된다라는 뜻으로 뭉탱이로 몰려있는 미인무리들을
지칭할 때 쓰는 사자성어. 월명성희와 함께 자뻑성이 강한 사자성어라는 의견이 분분함.

형설지공 [螢雪之功]

원뜻 :
반딧불·눈과 함께 하는 노력이라는 뜻으로, 고생을 하면서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공부하는 자세를
이르는 말
 
알라딘식 풀이 :
자연의 맑은 공기와 푸르른 산림을 사랑하는 반딧불님이 눈이 오자 자신이 즐기는 것을 못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댄장 눈이 오니까 푸른 산록이 안보이는구만~'이라고 투덜거렸다고 한다.
반딧불님이 눈오는 날이 곧 공치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사자성어

비견계종 [比肩繼踵]

원뜻 :
어깨가 서로 닿고 다리가 부딪친다는 뜻으로,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리거나 잇따라 끊어지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
 
알라딘식 풀이 :
비견계종 [比肩繼踵] 이 아닌 비견계종 [榧見鷄種] 으로 쓰여야 함
비자림님이 무심코 계란을 바라보았다라는 뜻으로 직역이 됨. 이는 계란이 몹시 땡기는 비자림님의
상태를 지칭하는 사자성어로 단백질 공급이 급박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쓰이기도 함.

전호후랑 [前虎後狼]

원뜻 :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고 있으려니까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온다는 뜻으로, 재앙이 끊일 사이 없이
닥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알라딘식 풀이 :
전호인님이 뒤에 이리떼들을 놓고 강연을 한다라는 뜻으로 이리떼 같은 무리라도 전호인님의 강연을
듣고는 선량해진다라는 뜻에서 쓰이는 사저성어 (대체 전호인에서 전호는 어떤 한자를 쓰는 겝니까.?)


뱀꼬리 : Believe it or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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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으로 읽는 인생> 펴낸 약학박사 김문경

(조선일보 2006년 9월 9일 기사 중에서 : 김현성 기자)

... 김씨에게 음악은 일종의 '불륜'이라고 했다. “매일 만나도 즐겁고, 새롭고, 뜨겁기 때문”이란다.

 

* 요즘에 책을 읽는 시간 보다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습니다. 아내(의학)나 애인(수학)보다 애인의 여동생(음악)과 친해진 나를 두고 한 말 같아서... (쑥스럽네.)

(저작권이 문제될 경우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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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9-0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흣 마음껏 쑥스러워하세요. 추천해 드립니다.

stella.K 2006-09-0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인의 여동생...? ㅋㅋ

하늘바람 2006-09-0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불륜이네요

마립간 2006-09-10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stella09님, 하늘바람님 발자국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늦바람... 무섭습니다.^^
 
 전출처 : 로쟈 > 과학을 읽다

과학책 읽기에 관한 한국일보의 좌담회를 작업실에 스크랩해놓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마침 오늘부터 '과학을 읽다'가 연재된다고 하니까 이에 맞춰서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한국일보(06. 08. 08) "수학·과학 알면 교양에 날개단 격이죠"

'엔트로피'나 '불확정성의 원리'와 같은 자연과학 용어가 사회현상을 설명하거나 철학적 용어로 차용된 지 오래다. 하지만 정작 그 뜻을 이해하는 이들은 드물다. 과학책이라면 손대지 않은 풍토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과학책을 통해 교양의 폭을 넓히기 위한 시리즈 '과학을 읽다' 연재(8월15일자부터 과학면 게재)를 앞두고 좌담회를 열었다. 우수과학도서를 선정하고 저술을 지원하는 과학문화재단의 나도선 이사장, 인기 과학책 저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과학도서 전문 출판사인 승산의 황승기 대표가 자리를 함께 했다.



=과학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과학책을 많이 안 읽는 이유가 뭘까요?

나도선 과학문화재단 이사장=과학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책을 잘 안 읽는 게 문제입니다.

황승기 승산출판 대표=요즘은 그래도 웬만큼은 팔립니다. '파인만의 QED(양자전기역학) 강의'를 출판할 때 이렇게 어려운 걸 교양서로 냈다니까 언론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는데 1만7,000권이나 나갔죠. 이공계 출신 중 양자전기역학을 어려워했던 이들이 읽는 것 같아요(*의외로 많이 나갔군! 교양물리학 전도사로서 파인만은 가히 '천재적'인데, 그의 책들이 원래부터 많이 나간 건 아니었다.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사이언스북스, 2000) 같은 경우 나는 <파인만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도솔, 1989)로 읽었었는데, 그때만 해도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던 책이었다. 책은 내용으로만 승부하는 게 전혀 아닌 것.)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이공계 출신과 수험생 덕분에 과학책들이 팔리죠. 문제는 번역서에 비해 국내 저술서가 너무 빈약하다는 점입니다. 많은 책들이 정작 과학내용이 없고 거의 만화 수준입니다. 쉽게 쓴다고 알맹이는 빼놓고 냄새만 풍긴다면 과학책이 아니죠.

=하지만 그렇게 저술할 수 있는 분들이 적죠.

나 이사장= 과학에서 성공한 과학자가 대중 과학서를 쓰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해요. 과학자들이 그 쪽으로는 인식을 못하고, 능력을 개발하지 않기도 했죠. 사실 연구자로 성공하려면 다른 데 눈을 못 돌리는데, 원로들이 책 쓰는데 좀더 참여했으면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문화재단은 과학문화총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최 교수=대중활동을 많이 하는 저는 막말로 '골 빈 과학자'로 꼽힙니다. 연구나 하라는 핀잔도 많이 들었죠. 물론 연구에 분ㆍ초를 다투는 분야에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제 분야는 아주 길게 연구하는 분야이니 대중활동을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과학문화 특임교수제를 만들어 대중활동을 업적으로 평가하면 실효가 있을 것입니다. 또 과학자뿐 아니라 전문 과학 저술가층을 두텁게 해야 합니다. <붉은 여왕>을 쓴 매트 리들리는 기자였지요. 역시 기자인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은 과학자가 쓴 책보다 훨씬 훌륭합니다. 오죽하면 과학자들이 학회에 그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습니다(*나는 두 사람의 책을 모두 갖고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과학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

황 대표=정말 똑똑하고 경영도 잘 하는 경영자 중에서 가끔 너무 뻔한 것에 속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가만 보니 수학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안 돼 있어 그런 것 같아요. 과학책은 이공계 출신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인문·사회과학적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 과학을 알면 날개를 단 것입니다.

나 이사장=저는 '여성의 과학하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여학생들이 과학을 잘 할 수 없다는 선입견 많은데 현대과학은 육체적 노동도 아니고 치밀함과 집념을 갖고 하는 것이기에 여성들 하기에 적합한 분야입니다. 이러한 꿈을 키우기 위해선 과학책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최 교수=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북 페어에서 "왜 글 잘 쓰는 과학자가 성공하느냐"는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DNA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공로로 모리스 윌킨스, 제임스 왓슨, 프란시스 크릭이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화학실력이 달렸던 왓슨은 처음에 좀 웃음거리였어요.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세상 사람들이 기억하고, 미국 의회에서 휴먼게놈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손을 들어 밀어붙인 것은 왓슨이었습니다. 그가 '이중나선'을 써서 그렇다는 거죠. 이 책은 일반인은 물론 동료 과학자에게도 DNA에 대한 인식을 크게 높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감명 깊었던 책이나, 추천할만한 과학책을 꼽는다면.

 

 

 



나 이사장=특히 학생들은 과학자를 인간으로 보는 것이 가슴에 와 닿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여성 과학을 만나다>(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편저)는 우리나라 곳곳에 여성 과학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어 좋습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브렌다 매독스)도 꼭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최 교수=미국에 '동물의 왕국'을 공부하러 갔는데 밤새 읽고 난 뒤 세상이 다르게 보인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입니다(*최교수의 해제는 언젠가 옮겨놓은 듯하다). <이중나선>은 과학자 되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책이죠. 특히 내가 정말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 회의하는 사람들에게요. 과학이 인문학과 만나 영역이 넓어져야 한다는데 <총 균 쇠>(재러드 다이아몬드)가 그런 책입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여전히 10위 안에 듭니다. 저자의 근저인 <문명의 붕괴>도 꼭 읽어보십시오.

 

 

 



황 대표=책을 출판하느라 어떤 책은 30번 이상 읽는데 그냥 지나쳤던 내용이 새삼 다가옵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브라이언 그린)를 읽고 발견한 것이, 뉴턴이 자연법칙에 접근하는 방식과 아인슈타인의 방식이 다르고, 위튼(초끈이론의 대가)의 접근 방식이 또 다르다는 점입니다. 현대에 뉴턴 식으로 해선 과학자로서 성공할 수 없어요. <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는 고등학생들이 서너번은 읽어야 할 책입니다. 제가 학원 수학 강사를 할 때 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했더니 1명이 읽고 "서울대 논술 준비는 이제 끝났다"고 했답니다.(진행·정리=김희원기자)

06. 08. 08./08. 15.

P.S. 오늘자 한국일보에 처음 연재된 '과학을 읽다'는 역시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다루고 있다. 필자는 김희원 과학전문기자이다.

한국일보(06. 08. 15 )'유전자의 꼭두각시' 인간

-'이기적 유전자'라는 말은 과연 무슨 뜻일까? 진화생물학의 새 지평을 연 이 책의 제목은 사람의 이기적 특성을 결정짓는 유전자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유전자 자체가 이기적이라는 뜻이다. 이기적인 것은 유전자이고, 인간 개개인은 유전자의 목적을 수행하는 '생존기계'일 뿐이다. 인간 개체가 생존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런 저런 유전자를 진화시키고 이어받은 것뿐만 아니라 유전자가 자기 복제자를 대대로 유지하기 위해 개체를 이러저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간의 의지를 철저히 무시하고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식의 이 말에 당혹감을 느낄 이들도 적지 않을 터이다. "특별한 그 누군가를 사랑하고, 인류에 봉사하는 의로운 행동을 하는 것조차 모두 '유전자의 명령'이란 말인가?" 또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신을 꼭 빼 닮게 행동하는 아이를 보며 이 메시지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부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때로 복잡한 생물학 연구결과가 등장하지만 핵심적인 메시지는 단순하고 강렬하다. 생물은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을 함께 보이지만 모두 유전자의 자기복제라는 목적에 봉사한다는 것이다.

-저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이기성과 이타성의 단위부터 시작한다. 흔히 하나의 생물 개체가 자신을 위한 이기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자명하다.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침입자에게 침을 쏘는 벌의 행동은 이타적이다. 하지만 벌 집단을 단위로 본다면 벌의 희생 역시 이기적인 행동이다. 결국 이기적으로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욕구의 단위는 '유전자'이다.

-벌과 개미의 예를 들어보자. 일벌은 알을 낳지 않고 번식을 여왕에게 맡긴다. 유전자를 후세에 물려주지도 못하면서 일벌은 왜 평생 여왕을 돌보며 일만 하는 것일까? 개개의 일벌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일 같지만 유전자 입장에선 성공 전략이다. 아이 낳기와 키우기를 분업해 효율적으로 번식할 뿐 아니라 일벌들끼리 비슷한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왕은 결혼비행에서 얻은 정자를 몸 속에 품고, 암컷 즉 일벌을 낳기 위해선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킨다. 수벌을 원한다면 미수정란을 낳는다. 때문에 암컷 자매 벌들끼리는 유전적 근친도(같은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가 75%로 통상적인 유성생식의 근친도 50%보다 높다. 암수 벌끼리의 근친도는 25%이다. 일벌의 유전자 입장에서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암컷을 여왕벌이 더 많이 낳는 게 유리하다. 실제 생물학자들은 여왕벌이 암수를 낳는 성비가 3대1에 가깝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도킨스는 인류가 형성한 문화적 관습조차 유전적 근거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친가보다 외가의 식구들 즉 큰아버지 보다는 이모, 친할아버지 보다는 외할아버지에게 친밀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자기 핏줄임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 계통이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의도와 사고가 있는 주체라고 믿지만 않는다면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목은 무수히 많다.

-도킨스는 에드워드 윌슨과 함께 도발적인 글쓰기로 1970년대 유전자의 시각에서 본 진화생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홍영남 이화여대 교수가 번역했고 지금까지 5만부가 나간 스테디 셀러다. 을유문화사.(*책은 1976년에 초판이 나왔으며 최근에 출간 30주년 기념판이 나왔다. <리처드 도킨스: 한 과학자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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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6-10-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킨스 아저씨, 하는 말도 멋지고 얼굴도 잘 생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