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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도酒道

 주선이라고도 불리웠던 조지훈님의 주도 18단계를 소개합니다. (마태우스님의 서재에 들렀다가 술 일기를 읽고 생각나서)

9급 불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8급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하지만 겁내는 사람

7급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6급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서 숨어서 마시는 사람

5급 상주(商酒) :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이득이 있을 때에만 술을 내는 사람

4급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3급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2급 반주(飯酒) : 밥맛을 돋우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1급 학주(學酒) : 술의 진경을 배우는 주졸(酒卒)

1단 애주(愛酒) :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 주도(酒徒)

2단 기주(嗜酒) : 술의 미에 반한 사람. 주객(酒客)

3단 탐주(貪酒) :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주호(酒豪)

4단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주광(酒狂)

5단 장주(長酒) : 주도 삼매에 든 사람. 주선(酒仙)

6단 석주(昔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주현(酒賢)

7단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주성(酒聖)

8단 관주(觀酒) : 술을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주종(酒宗)

9단 폐주(廢酒)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열반주(涅槃酒)

 

 직업상 9단 열반주 경지에 오른 분들을 가끔 만납니다. - 과음은 삼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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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2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저도 인사 올립니다. 님도 술에 관심이 좀 있으신가보군요. 반갑습니다. 님의 분류에 따르면 전 4단입니다^^

물만두 2004-04-22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찾던 거랑 비슷합니다. 전 술을 마실때 가장 좋은 때는 자연과 벗하며 혼자 마시는 거다 뭐 이런 내용의 글을 찾는 중인데 아직 못 찾았거든요. 님 아시면 좀 알려 주세요... 그리고 이거 퍼갑니다...
 

C일보에 기고된 글 - 누구나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생가하게 마련이죠.

'旣婚'을 강요하지 말라 / 서리니

“그러면 선배가 이혼 한 번 해봐요. 혼자 사는 것도 괜찮아요. 일단 해보고 후회하라니까요.”

내 말에 기세 당당하던 선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아가씨가 못하는 말이 없네. 이혼을 하라고? 이래서 나이 먹기 전에 시집을 가야된다니까. 꼬들꼬들 말꼬리 잡는 거 보면….”

선배의 느긋함이 황당과 노여움으로 변하고 있었다. 선배는 반쯤 남은 소주를 입에 털어넣고 입을 연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지만 그게 말이 돼? 멀쩡한 남의 가정을 깨라니?”

선배의 흥분에 나는 더 기가 막힌다. 그럼 자기가 나한테 한 말은 뭔가.

“그럼 혼자 사는 길을 택해서 잘사는 사람한테, 그 길이 틀린 길이니 후회하더라도 결혼하라는 말은 괜찮고요? 내 삶도 멀쩡해요. 그런데 깨라면서요? 기혼은 미혼에게 자신들의 삶을 강요해도 되고 미혼은 안 된다는 거, 너무 가난한 발상 아니예요?”

머쓱해진 선배는 철없는 동생을 대하듯 다시 푸근한 ‘곰돌이’ 탈을 써버린다. 드문 일도 아니지만, 그래서 웃음 한 번으로 넘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직도 어쩌다 한번씩은 한풀 접어둔 성질이 파다닥 고개를 든다.

서로가 절친하다고 믿는, 스스로는 나를 아주 아낀다고 믿는 선배가 늦은 시각에 술 한잔을 하자고 청해왔다. 새삼스럽지도 않았고 마침 심심하던 차에 아무 생각없이 들어선 포장마차에서 나는 그가 찍어준 남자 하나를 만났고 금세 분위기를 파악했다. 굳이 내숭을 떨 기력도 없었고 피차 성격도 모르지 않는 것 같길래 나는 눈 인사 대신 악수를 청했고 남자는 부스스한 머리에 운동복 차림의 여자가 내미는 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오가던 몇 마디가 기어이 말싸움이 되고 말았다. 평소라면 이 정도의 일에는 그저 웃어넘길 뿐이었는데. 그렇게 순간 발끈했던 건, 나 사는 게 그렇게 불안하고 한심해 보이나 하는, 자격지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혼자 사는 일에 익숙하다. 아니,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가끔씩 이런 궂은 날씨에 몸이 젖기도 하지만 뭐 어쩌랴. 어느 길을 가던 그 정도의 수고로움이야 없겠는가. 모두 그렇지 않은가. 기혼이든, 미혼이든. 이제 와서야 부모님과 형제들, 친구들은 더 이상 내 생활에 토를 달지 않는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혼자 살기에 적합한 인간형임을 인정하는 눈치다.

콩나물 한 봉지를 살 때도 콩의 원산지를 확인하고 우유나 빵을 살 때도 성분이나 유효기간을 보고 원하는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나는 살고 있다. 그러니 결혼 역시 선택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나는 결혼이 선택의 문제일 수 있는 세대의 앞줄에 설 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그리고 그것이 일종의 특혜임도 인정한다.

나는 다만 지금 결혼이라는 관념문화와 제도문화가 닦아놓은 ‘큰 길’ 말고 또다른 작은 길에 발을 얹었을 뿐이다. 세금 한 번 미룬 적 없고, 정부를 뒤엎겠다는 정치집단도 아니고, 세상을 혹하게 하려는 불온한 세력도 아닌 바에야 굳이 박해당할 이유가 없잖은가.

그런데도 대부분의 기혼의 무리, 아직도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인 그들은, 아직은 소수정예에 불과한 우리들에게 강요에 가까운 회유로 유감을 표시하곤 한다. 나는 가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이미’ 했고 나는 ‘아직’ 안한 상태가 아니라 ‘이미 선택이 완결된 상태’임을 인정해줄 수 없는지를.

사실 나도 당신들에게 유감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공식적인 미소 속에 감춰두거나 술 한잔으로 피곤함을 풀 때, 이를 갈며 안주 삼을 뿐이다. 우리, 서로간에 다소의 유감이 있더라도 그저 그렇게 삭이며 살아보는 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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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nrim > Rembrandt Harmensz van Rijn- Philosopher in Meditation


Rembrandt Harmensz van Rijn- Philosopher in Meditation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그림이다. 

 컬러 프린터로 뽑아놓고 그냥 넋놓고 쳐다보곤 했다.

따뜻한 황금색과 풍부하고 부드러운 검정색.

하얀 수염의 학자는 두꺼운 책에서 눈을 돌려 조용히 눈을 감는다. 옆에서는 아주 성실하고 착한 시종이 방안의 한기를 쫓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학자가 조용히 명상하는 습관을 아주 잘 알고 그에 맞는 조심함을 갖추었으리라....

런던에서 발견한 이 그림에 (발견했다는 느낌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이 그림을 보자마자 너무나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그리 빠져들었는지 모르겠다.

따뜻하고 안전하고 조용한 세계.

최근에 본 어떤이의 평에서는 이 철학자가 절망에 빠져있다고 했다. 하지만, 렘브란트의 다른 그림이 어떻든간에 이렇게 열기가 전해질 듯 따뜻한 색감으로 절망을 표현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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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1-1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 컴퓨터의 바탕화면으로 쓰고 있어요:) 처음 켤 때 마다 보고 있지요...전 시종쪽이 더 좋아요;;뭔가 맛난 군밤같은걸 뒤적이고 있을지도; 으음 나도 프린트해볼까나;
 

알라딘 서재가 생기기전 제가 자주 방문하던 인터넷 사이트가 궁리(www.kungree.com) 이었습니다. 궁리의 눈이라는 곳에 실린 글입니다.

 수맹의 비애

 '국민학교'('국민학교'를 입력하니 아래아 한글이 친절하게도(?) '초등학교'로 자동 교정해준다.) 시절에 산수 과목을 배웠다. '초등학교'에서는 수학으로 과목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던가. 산수는 셈하기이니 수학이 과목이름으로 적합하다 하겠다. 셈하기만 배우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국민학교' 시절에 산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수학......정말 지지리도 못했었다. 고3 시절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같은 반 친구들과 '수포클럽' 그러니까 수학 포기자 클럽이라는 것을 만들 정도였다. 당시 '수포클럽' 가입 자격은 국어 및 영어 과목 성적과 수학 성적의 수준 차이가 극심한 사람, 요컨대 수학 잘하는 급우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큰 사람들이었다.

 대학 시절 은사 한 분은 당신이 만일 대입 수험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철학과가 아닌 수학과를 지망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하고 재미있고 놀라운 방식이 수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도 자신이 수학 과목을 사실상 포기하고 고전학에만 몰두한 것을 무척 후회했다. 토인비 역시 세계를 바라보는 무척 중요한 눈 하나를 일찍 포기한 것이 한스럽다는 투로 말한다.

 버트란드 러셀은 자신의 조모로부터 어린 시절에 영국헌정사를 비롯한 인문 교육을 받기도 했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10살이 되기도 전에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철저하게 공부한 셈이다.) 그런 그는 조모가 수문(水門)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러셀의 조모는 고전학과 역사 교육을 철저하게 받았지만, 기본적인 셈하기 이외의 논리적, 수리(數理)적인 분야의 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양적인(quantitative) 사고나 공간적인 사고, 기하학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어두웠던 것이다.

 여하튼, 대입 수학에 관한 한 본래부터 수학에 소질이 없었다는 핑계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 정확히 말하면 대입 수학이라는 것이 수학 영재나 수학자를 키워내기 위한 교육 과정이 아님은 물론, 기초부터 꾸준히 다지고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대입 수학은 부지런함과 꾸준함이 관건이지 타고난 수학 재능이 관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정확히 말하면 나는 수학 과목에서 부지런함과 꾸준함을 발휘하지 못한 게으른 학생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학 시절 은사나 토인비처럼, 나도 수학 실력을 쌓지 못한 것을 어느 정도까지는 아쉬워한다. 비교적 복잡한 수식이 자주 등장하는 책을 읽거나, 수학의 주요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이해가 훨씬 빨라지는 책을 읽거나 할 때 더욱 그렇다. 천문학 관련 책을 읽다가 하도 답답한 나머지 고등학교 지구과학 참고서를 구입해서 필요한 부분을 공부한 적도 있다. 통계학 관련 내용이 많이 나오는 책을 읽다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역시 고등학교 수학 참고서를 공부한 적도 있다.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중요한 언어, 수학이라는 언어를 일찌감치 포기한 수맹(數盲)의 비애!

 수학 공부에서 유달리 게으름을 피운 나이기에 남의 탓을 할 자격이 없다. 하지만 유구무언은 아니다. 문제 풀이 요령이 아니라 기본 원리나 공식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수학 선생님이 계셨던가? 우리가 배우는 수학의 여러 분야들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준 선생님이 계셨던가? 원리, 공식, 기본 개념 등은 주마간산으로 대충 넘어가고, 실전(實戰) 그러니까 입시에 나올만한 다양한 유형의 문제들을 푸는 테크닉을 습득하도록 내몰렸던 것은 아닐까? 미적분이 왜 중요한지, 집합론이 수학의 기초론으로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확률과 통계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응용되고 왜 중요한지.....이런 저런 중요성과 의미를 차근차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있었더라면, 혹은 그런 것들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수학 교육이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남의 탓도 해보게 된다.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역설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생각하기로는 '수학 공부 절대로 하지 말라'는 책이 나오면 어떨지 싶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중고교 수학 교과 내용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는 책.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할' 수학의 기초 개념과 원리, 공식 등을 가능한 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서(만화, 우화, 일화, 은유, 비유.....) 알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 나로 하여금 '이런 책이 나의 고교 시절에 나왔더라면 수포클럽을 결성하지는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 자신의 게으름 탓에 구제불능에 가까운 수맹이 되어버린 사람도 심심풀이로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책..... . (2002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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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zzlist 2004-01-0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수학 공부 절대로 많이 하지 마라"라는 책이 "영절하"를 펴낸 사회평론에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2000년 12월 27일이네요. 평을 하자면... "사회평론사 영절하로 돈 벌더니 이 무슨 오버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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