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밀키웨이 > 노인과 여인

 


 

루벤스의 "노인과 여인"


"Caritas Romana"라고 하는 테마로 그려진 그림인데 이 테마가 2001년에 굉장히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제서야 이 그림을 본 저는 참 시대에 뒤떨어졌구만요 ^^
하여간..이 그림에 대한 글로 그 저자를 모른채 둥둥 웹을 떠돌고 있는 글이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의 국립미술관에는 푸른 수의를 입은 노인이 젊은 여자의 젖을 빠는 <노인과 여인>이라는 그림 한 작품이 걸려 있다.
방문객들은 노인과 젊은 여자의 부자유스러운 애정행각을 그린 이 작품에 불쾌한 감정을 표출한다.
이런 싸구려 그림이 어떻게 국립미술관의 벽면을 장식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미술관의 입구에...
딸 같은 여자와 놀아나는 노인의 부도덕을 통렬히 꾸짖는다. 의아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푸른 수의를 입은 주책스런 노인과 이성을 잃은 젊은 여성은 가장 부도덕한 인간의 한 유형으로 비쳐지고 있다.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불륜의 현장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일까?
이 그림은 정말 3류 포르노인가?

푸른 수의를 입은 노인은 분명히 젊은 여인의 아버지다.
커다란 젖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놓고 있는 여인은 노인의 딸이다.
이 노인은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였다.
독재정권은 노인을 체포 해 감옥에 넣고 가장 잔인한 형벌을 내렸다.

'음식물 투입 금지'

노인은 감옥에서 서서히 굶어 죽어갔다.
딸은 해산한 지 며칠 지나서 무거운 몸으로 감옥을 찾았다.
아버지의 임종을 보기 위해서였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눈에 핏발이 섰다.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아버지 앞에서 무엇이 부끄러운가.
여인은 아버지를 위해 가슴을 풀었다. 그리고 불은 젖을 아버지의 입에 물렸다.

<노인과 여인>은 부녀간의 사랑과 헌신과 애국심이 담긴 숭고한 작품이다.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이 그림을 민족혼이 담긴 '최고의 예술품'으로 자랑하고 있다.
동일한 그림을 놓고 사람들은 '포르노'라고 비하도 하고 '성화'라고 격찬도 한다.
<노인과 여인>에 깃든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비난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그림속에 담긴 본질을 알고 나면 눈물을 글썽이며 명화를 감상한다.
사람들은 가끔 본질을 파악하지도 않고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우를 범한다. 본질을 알면 시각이 달라진다. 교만과 아집 그리고 편견을 버려야만 세상이 보인다..



그런데 저 글에 대한 반대글도 만만치 않게 떠다니고 있습니다.
이 역시 작자미상...ㅠㅠ


2001년도 즈음에 푸에르토리코 국립 미술관의 현관에 걸려 있다는 노인과 여인이라는 제목의 저 그림에 대한 감동적인 해설이 유행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림에 숨은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하듯, 우리의 일상에서도 교만과 아집, 편견을 버리고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가 어떤 곳인지 안다면 "국립" 미술관이란 표현에 좀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중남미의 푸에르토리코에서 그려진 그림이 현대적이기는 커녕 왜 저렇게 르네상스 풍인가?

진상은 이렇다.
감옥에 갇혀 굶어죽게 된 아버지를 딸이 자기 젖을 먹여 살려 내었다는 것은 맞다.
문제는 이 감동적인 얘기가 현대의 푸에르토리코가 아니라 고대 로마(!!!)의 것이라는 점이다.
서기 30년경, 발레리우스 막시무스(Valerius Maximus)가 쓴 Facta et dicta memorabilia 에 실려 있는 얘기로, 아버지의 이름은 Cimon, 아버지에게 젖을 먹인 딸의 이름은 Pero라고 하는데, 딸의 이 숭고한 행동에 감동한 당국은 결국 아버지를 석방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을 Caritas Romana 라고 부르는데, 고대 로마에서는 벽화로도 많이 그려질 정도로 매우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세에 접어들면서 이 주제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가 --- 뭔들 자취를 안 감추었으랴만 --- 인간의 육체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던 르네상스 시대부터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그림이 노인과 젊은 여자의 부자연스러운 애정행각을 그린 3류 포르노 작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육체에 대한 관심"에서 보듯, 이런 그림이 어느 정도의 에로틱한 면을 포함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이 그림을 보고서 에로틱한 상상을 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오히려 Caritas Romana를 보고서,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독재정권과 맞서 싸운 투사라는 식의 황당한, 이념 과잉의 왜곡된 해설이야 말로 더 큰 잘못일 것이다.
"본질을 알면 시각이 달라진다"라는 말은 "푸에르토리코의 국립 미술관" 운운하는 엉터리 해설에 되돌려 주어야 할 말이 아닐까?

참고 문헌: The Female Breast as a Source of Charity: Artistic Depictions of Caritas Romana

(영어가 되시는 분은 http://www.hait.ac.il/staff/boazT/balaseng.htm 에 가시옵소서...저는 못 갑니더...)

그리고 문제의 그림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ijksmuseum에 있는 Rubens의 작품이다. 도대체 어디서 "푸에르토리코 국립 미술관"이니 "푸에르토리코의 민족혼이 담긴 최고의 예술품"이니 하는 말이 나온 건지... -_-


Caritas Romana라고 하는 저 테마의 다른 그림들도 있네요 ^^
무식한 저로서는 작가가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요.
도데체 사람들이 왜 그림만 덜렁 올려놓는고야...ㅠㅠ
최소한 작가는 알려줘야징...
그런데 저도 요 바로 밑에 걍 제목도 없이 그림만 줄줄줄 올려놓습니다...찔린당...-_- ;;;

 

 

 

 Charles Mellin

 


Lorenzo Pasinelli

 



Jean-Baptiste Greu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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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10-0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쓰기 위해 그림을 포토샆을 손을 보고 글을 다 쓰고 나서 혹시 다른 분이 글을 올리지 않았나 해서 검색을 해 보니 밀키웨이님 같은 내용의 글을 이미 올리셨네요. 이런!

마립간 2004-10-0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다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아프리카 어느 부족...

기자가 어느 할아버지에게 : 여러 부인을 거느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할아버지 : 오래 동안 여러 부인을 거느려 와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이 날은 이 부인과 생활하고 다른 날은 다른 부인과 생활하는 것도 재미있지? 나중에 법이 정해져 한 부인만 가져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어느 미국 방송사에서 아프리카의 어는 부족의 일부다처제를 취재하고 시청자로부터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만드는 TV 쇼가 있었습니다. 굳이 서구의 시각이 아닌 우리 한국 사람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부도덕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양성 평등을 주장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더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이 곳에서 일부다처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순수하게 육체노동의 의해서만 경제생활이 가능한 이 곳에서는 여성 단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양성 평등을 위해 이곳은 반드시 산업화 현대화해야 할까요?

깍두기 2004-10-0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벤스가 웬 푸에르토리코....? 하면서 쭉 보니 아니군요.
마립간님이 쓰신 댓글의 아프리카 부족 이야기를 보니 갑자기 <키리냐가>란 책이 생각나는군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느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하는지는 참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puzzlist 2004-10-1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대글"은 제가 썼습니다. ^^

마립간 2004-10-19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zzlist님, 가끔 나타나셔서 저를 놀라게 하시네요.^^
 

* 해산선학

부제 : 나의 정치관에 영향을 미친 것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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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폭동도 - 산수화



 제가 좋아하는 겸재 정선의 만폭동도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화폭의 대부분을 자연, 즉 산과 강 등의 경치가 차지하고 있지만 사람도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인물산수화가 되겠지요.) 사람은 매력이 있습니다. 마치 그림에서 강조점(high light)과 같아 사람을 빼 버리면 풍경만 덩그러니 남아 단팥 없는 빵과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에 매료되어 사람을 많이 그리면, (예를 들어 수학여행 온 학생들처럼) 수많은 사람을 그림에 그려 넣는 다고 생각하면 그림은 엉망이 됩니다. 수련한 산수에 있는 선비 한 사람, 때로는 아이를 동반하기도 하고, 또는 작은 오두막, 작은 시내를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

 커다란 자연 속에 있는 몇 사람, 그들은 그림 속에서 사람(인위)은 자연의 일부(무위)가 됩니다. 저는 산수화를 풍경화로 부르기가 주저됩니다. 서양의 풍경화나 풍경의 찍어 놓은 사진과 감흥이 다른데 이는 자연을 바라보는 가치관(일부는 도교적 가치관)을 함유한 그림이기에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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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1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네요. 정말, 눈알 빠진 용 그림 같아요. 마립간님의 서재에 오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어 기분 좋아요. 덩달아 똑똑해지는 느낌이랄까....^^


마립간 2004-03-19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그림속에서 휴거가 일어났네!

진/우맘 2004-03-1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재주에 놀라주시니, 다른 버전으로 하나 더...^^;;


마립간 2004-03-19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라, 이분들 신선이었나 보네요. 분신술까지

연우주 2004-03-1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립간님은 한국화를 좋아하시나봐요. 멋진데요!
아래 진/우맘님의 편집술도 놀라워요!!!

大阪風俗 2010-10-0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大阪風俗を多数掲載
 

 연보라빛우주님의 서재에 방문하였더니 까미유 글로델의 활츠라는 조각 사진을 올려 놓으셨다. 갑자기 그림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조각이 생각나서 그림 사이에 슬쩍 조각사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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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3-1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글 이제야 봤네요. 근데 저 그림이 저는 안 보여요...ㅠ.ㅠ
 

* 이 그림을 진작에 아름다운 그림에 올리고 싶었지만 스리랑카차(가명쓰는 유행따라)님이 한동안 얼굴로 사용하고 계셔서 안 올리고 있다가...... 서양화가중 제일 좋아하는 화가가 고호라서

* 빈세트 반 고호Vincent Van Gogh의 그림은 anddoong님의 서재(하루와 함께하는 책일기)에 가시면 해바라기를 비롯한 많은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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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2-28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퍼즐로 있으면 당장 살텐데 말이죠^^;;

마태우스 2004-02-28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는 걸 잘그린다고 알고 있어서, 고호가 왜 뛰어난 화가인지 모른답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들을 한참 보고 있자니 그만의 화풍이 느껴지고, 뭔가 느낌이 오더군요. 이 그림은 어느덧 제 마음 속에서 명화로 자리잡았습니다. 별의 엄청난 밝기가 느껴지는 그림입니다.

연우주 2004-03-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흐의 이 그림은 참 매력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