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8살 고등학교 국어교사입니다.
곧 중간고사가 시작됩니다. 이제 제가 낸 국어 중간고사 문제도 곧 인터넷에 오를 겁니다.

인터넷에 시험 출제지를 공개하라...
간단한 문제입니다. 저 또한 문제지를 공개한다고 전혀 꺼림칙할 것도 없습니다.
저 뿐만 아니겠지만..
시험 전에는 문제를 출제하는 시간보다 검토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문제를 출제하고 그 다음에 검토를 합니다. 시중에 나도는 문제집, 학습지.. 수십 개를 펴 들고 비슷한 문제가 있으면 죄다 삭제합니다.
적어도 중간, 기말 .. 내신 성적만큼은 사교육을 안 받아도 수업에 충실했던 학생이 성적이 좋을 수 있도록 만들자... 그 하나의 이유 때문입니다.
시험지 공개... 많은 학부모님들이 찬성하고 사회적으로 찬성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봅시다. 인터넷에 공개 안 해도... 문제지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작년 낸 시험 문제지. 저희 학교가 있는 지역 어느 학원을 가도 다 있습니다. 중간, 기말 시험 후 문제지 회수하는 학교 없습니다. 시험 본 학생들을 통해.. 집에서 부모님이 보고 싶으시면 보고, 학원 선생님이 보고 싶으면 보고... 확인하려면 누구나 다 확인 가능했었습니다. 인터넷에 공개 안한다고 확인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공개하면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교육이 당당해집니다. 현재도 학교 시험 기간이 되면 어느 학원에서나 "해당 선생님"의 기출문제.. 학생들에게 복사해 주고 풀어줍니다. 그래도 적어도 학원에서는 그 사실을 공공연히 떠들지는 못 했습니다. 학원에서 학교 문제 빼돌려 학생들에게 주입이나 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라고 생각하지만 제 생각이니 확실한 이유는 말씀드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학원에서 당당해질 겁니다. 인터넷에서 공개된 것 풀어준 것입니다.!! 하면 됩니다.

지켜 보십시요.. 2006년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학원 전단지에는 이런 문구가 분명이 나올 것입니다.
"A고 기출문제 보유, B고 내신 쪽집게 강사" 100%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된 교육은커녕, 이해도 못하는 내용을 줄줄 외우고 있는 학생들... 이제는 학원에서 뽑아주는 쪽집게 문제만 풀어주면 됩니다.
사교육이 너무 활성화되었다고, 공교육은 뭐하냐고..
TV에, 신문에...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나는 용은 없다.. 라고 떠들면 뭐합니까?
사교육을 활성화할게 뻔한 제도가 나와도 앞뒤 가리지 못하고 무조건 찬성하는 그런 대중심리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내신은 수능이 아닙니다. 수 만 가지의 지문을 가지고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국어 시험 지문 뻔합니다. 교과서 지문이니까요... 몇 년 시험 봐보면 뻔한 지문에 뻔한 문제 되는 거죠...
학원에서, 과외중에... 학교 기출문제만 연구해서 풀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어느 학부모가 학원 안 보내고, 과외 안 시키겠습니까?
적어도 내신만큼은 사교육 없이 성실하게 수업 받은 학생이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사교육은 지금의 어떤 제도로도 약화되지 않습니다.
지금 말하는
"공교육을 강화해서, 사교육을 약화하겠다."
그럴 듯한 구호로 들리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까요? 절대로 안 됩니다. 물론 우리 교사가 맡은 역할을 다하지 못해 공교육이 붕괴되어 사교육이 활성화된다. 교사로서 이 말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더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요즈음 공교육이 원하는대로, 토론식 수업을 한다고 가정합니다. 이 문제가 수능에 나와!.. 라고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생각해서 의견을 조율하는 토론식 수업을 했다고 합시다. 제가 공교육을 약화시켰습니까?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사교육이 강화됩니다. 저 선생님의 수업은 생각을 하게는 해 주지만 대입문제를 찍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교육이 약화된다! 이치에 맞는 말이 아닙니다. 공교육을 살리는 방법... 다시말해 교육평등을 이루는 방법.. 더 정확히 말하면 돈 없어도 바른 인성과 능력을 가진 학생이 사회의 주역을 클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대입제도" 전환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당신... 변호사가 되고 싶으면 법대를 꼭 졸업해야되. 법대에서는 공무만 하지 말고 법조인읜 자세를 꼭 배워나오도록 해. 결석도 하지 말고. 인성이 중요한거야. 그런데 미안하지만 나중에 변호사 시험을 볼때는 법률지식과, 영어, 논술을 평가할꺼야. 그건 어디서 배우냐고? 그거야 알아서 하는거지. 학원을 다니던.. 무엇을 하던!!"
이렇게 말했다고 칩시다.. 그 사람 변호사가 되고 싶으면 분명 과외를 하던지, 사교육을 받던지.. 의대는 다니면서 따로 법률 공부를 할 겁니다.

지금 현 체제가 그렇습니다.
학생들, 대학 갈려면 고등학교 나와!!
고등학교, 너희는 학원이 아니야.. 애들 인성교육도 시키고, 올바른 사람으로 키워야지!!
그런데, 대학 갈때는 지식만 평가하자...
공교육에 원하는 것과 대입에 평가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사교육이 활성화 되는 겁니다

첫째. 현 대입제도가 원하는 것과 현 공교육이 맡은 역할이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공교육에게 A, B를 하라고 했으면 대입시에서 A, B를 평가해야 합니다.
셋째, 공교육에게는 A, B를 하라고 하고 대입시에서는 B, C를 평가한다면 당연히 A는 무시하게 되고 B만 집중해주고, C를 보충해 주는 곳을 찾아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넷째,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어찌보면 당연한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면 능력이 되어 뒷받침을 잘 해주는 부모의 자식이 우위에 서는 것은 당연해 진다고 봅니다.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의 성행.. 이러한 교육의 문제점 앞에서 교사로서 당당해지기 힘들다는 것, 그 문제의 근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집이 가난해서 선행학습도 없고, 성실함과 올바른 인격을 가지고 있는 학생"
"스승에게 인사도 없이, 집단보다는 개인이 우선, 콧물만 흘러도 20,000원짜리 진단서 한 장으로 병결로 때우고, 100만원짜리 과외로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
우리 사회와 학부모가 언제 한번 우리 교사에게 전자의 학생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좋은 대학에 보낸 수 있는 권한을 안겨 준 적이 있었습니까?

얼마전 고등학교 1학년 국어(상) 5단원..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수업 했습니다. 수업에 앞서 4. 2일 방송된 TV쇼 진품명품을 보여주었습니다. 교과서의 내용이 나온 정약용의 하피첩의 원본이 발견되는 과정이 TV에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교과적 내용도, 교과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문화의 중요성도 알고, 정약용 선생님의 친필을 보며 마음으로 그 내용을 깨닫길 원했고, 혹시 모를 학생 주변의 작은 문화 유산이라도 소중히 다루는 마음을 갖게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또한 그것이 공교육의 진짜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 시간.. 눈을 반짝이며, 입으로는 탄성을 내고, 마음을 열고 화면을 바라보는 학생!
선생의 눈을 피해 학원에서 외우라고 한 유인물을 몰래 들여다보는 학생!
저는 어떤 학생이 더 올바르게 성장할 것이지, 진정한 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할 것이지 알 수 있었지만 저에게는 그 학생의 앞날과 기회의 확대에 있어서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왜냐? 대학에선. 그 학생이 어떠한 열정과 인성과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단지 점수로만 주어지는 성적만 압니다.

감히 제 생각에는 시험으로써의 내신비중이 아니라 학생의 사람됨과 인성, 능력 모든 것을 종합한 평가로써의 내신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정도의 권한을 지금의 교사에게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만이 현재의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유일한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 단 하나의 문제.. 그리고 가장 큰 문제.. 가 평가의 공정성일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겠지요? 선생을 어떻게 믿나? 또 돈 받아 먹고 점수 잘 줄려고?

지금 교원평가 문제로, 부적격 교사 퇴출문제로 교사의 집단과 학부모의 집단과의 갈등이 있습니다. 권한이 있으면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지금의 교원 평가는 권한도 주지 않고 책임만 지우려하니 "왜 우리만?"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봅니다.
앞에서 말한 권한을 주고 그 다음에 책임을 지우면 됩니다.
"단 돈 십원이라도 받으면 퇴출!"
"퇴출 된 선생님이 한 학생 평가는 폐기!"
이런 식으로 "이만한 권한이 있으니 그만한 책임을 져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올바른 학생이 올바른 사회의 일꾼으로 커 나가야 하는 것. 이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교사와 학교의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함게 져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모든 것을 제쳐두고라도
돈이 없어도
가정이 어려워도
올바른 인성과 능력을 가진 학생이 있다면
진정한 사회의 주역으로 커 나가게 해 주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교육 경력이 짧아 교육의 현실보다 이상이 클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방향만 말했을뿐 구체적 계획이나 제도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학생들이 바르게 커 나가지 못하는 것.
올곧은 아이들의 새싹을 틔우기도 전에 좌절하는 것.
을 멀쩡히 바라만 볼 수 없어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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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03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안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문제제기가 리얼해서 옮겨 봅니다. 아직 갈길이 너무 멉니다. 멈춰서는 안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영화보다는 고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자주 뮤지컬을 보지는 못하지만, 뮤지컬이란 장르는 너무 좋고 또 애정이 간다.

내 인생 최초의 뮤지컬 관람은 아마도 '코러스 라인'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가끔 텔레비전에 단역배우로 출연하시던 한 손님이 종종 연극이나 뮤지컬 티켓을 주시곤 했다.

그때 호암 아트홀에서 코러스 라인을 공연했고, 당시 R석 5만원 권 좌석 두장으로 언니와 함께 눈과 귀가 호강했던 기억이 난다.  심사위원 역할은 배우 이병헌이 하였는데, 노래 부르는 씬은 없었지만 어찌나 목소리가 좋던지...ㅠ.ㅠ 정말 @;@ 딱 이런 눈으로 두시간 이상을 버텼었다.  게다가 지휘자의 연주로 실황 오케스트라 반주를 들으니, 영상이라곤 영화관에서 본 영화 정도가 고작인 내게는 얼마나 놀라운 경험이었겠는가.

그밖에 넌센스 1.2 기타 등등, 여러 뮤지컬을 전전하기도 했는데, 내 인생 최고의 뮤지컬은 '바람의 나라'다.  원작 만화 바람의 나라도 몹시 인상적이었는데, 그 대서사시를 다 옮겨올 수가 없어 그 중에 호동왕자와 낙랑 공주의 사랑 이야기만 뮤지컬로 옮겼었다.

당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육교에 걸린 플랭카드를 보고서 관람하러 갔는데, 평일 낮 시간 공연을 예술의 전당 4층석에서 7천원에 보았다.  으하하핫, 울며 나왔다. 이렇게 멋진 작품일 줄 알았더라면 돈 더 주고 좋은 자리에서 볼 것을...ㅠ.ㅠ

고개 60도로 꺾어 보는 공연이란...ㅠ.ㅠ 그때 낙랑 공주는 박화요비였고, 낙랑공주를 사랑한 오라비는 가수 박완규씨였다. 두 사람 다 연기는 못했지만 노래는 어찌나 잘하는지, 게다가 창작 뮤지컬이었는데, 그 노래의 웅장함이란, 우리가 고구려 하면 떠오르는 그 기상 그 자체였으니, 내 가슴이 어찌 안 흔들렸겠는가.

그때 실황 OST라도 사왔어야 했는데, 감동만 잔뜩 받은 채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돌아온 내가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스럽다. 그땐 주머니도 빈약했지만, 그래야겠단 생각 자체를 못했었다...;;;;

역시 창작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강현성씨와 가수 김현성씨 버전으로 보았는데, 역시 인상적이었지만, 노래가 그닥 생각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 

그밖에 서울예대 졸업 작품전에서 가스펠을 보기도 했었는데, 내가 간 공연 바로 전이 우희진 출연분이었다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새내기 무렵이었으니 정말 오래 전 일.. ^^

 

그리고 작년엔 역시 만화 불의 검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불의 검'에 제대로 올인했었다.  당시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는데 DVD를 목표로 클릭질 500번의 신화를.ㅡ.ㅡ;;;

그러나 천번을 찍은 누군가(아마 내 예상...)에게 밀려 나는 7만원권 시사회 두 장에 만족해야 했으니...임태경 이소정 버전인 줄 알고 관람했는데, 남자 배우가 다른 사람인 것을 이틀 뒤에 알고 몹시 허무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한 달 뒤에 임태경 홍금단 버전으로 다시 보고 말았다.

작품이야 원작의 맛을 결코 따라갈 수 없었지만, 이번에도 그 노래에 흠뻑 빠져 지금도 두고두고 듣는 노래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꼬리는 임태경의 팬이 되어버린 나... ^^

에, 뮤지컬을 이용한 영화도 몹시 좋아했다. 마돈나 주연의 에비타도, 장국영 주연의 야반가성도, 그리고 최근에 본 퍼햅스 러브도...

장학우가 왜 歌神이라고 불리는 지 충분히 이해했다.  주인공은 금성무였지만 장학우에 올인해버린 나.

영화가 흥행하지 못했고, 나도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이번에 보면서 극장의 사운드로 보지 못했음이 참 안타까웠다.  왜 좋은 작품은 늘 지나고서야 눈에 띄는가...;;;;

그밖에... 지킬 앤 하이드는 예매 전쟁에서 실패...;;; 결국 EBS 실황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역시 한 동안 내 귓가를 떠나지 못했던 멜로디들. 조승우 버전도 좋았고, 류정한 버전도 미치도록 좋았다^^

게다가 소냐는 루시의 현생이 분명하다(>_<)

아, 빼먹은 것. 예전에 오페라의 유령을 김소현 버전으로 보았는데, 당시 남자 배우가 더블 캐스팅이어서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중간에 삑사리가 나서 엄청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시 나는 바로 전날 이승환 공연을 보았는데, 그가 6섯 시간 가까이 열창을 하면서 호흡 하나 흩어지지 않는 무대를 느끼다가, 너무나 정적인 무대, 게다가 엘지 아트센터의 구라(..;;;;)로 자리보다 비싼 티켓을 사야 했고,  또 배우가 노래 부르다가 이상 목소리까지 냈으니 열이 받을 만도 했다. 그때 그 배우가 누구인지 모르고 넘어간 것이 차라리 다행일 지도^^;;;(두고두고 그 원망을 어찌 감당하리...)

팬텀의 노래를 가장 잘 한 사람은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그 배우... 이름은 까먹었다.  하여간 성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찌나 노래를 잘하고 또 그 음색이 딱 팬텀이던지.. 역시 오래오래 내 귓가를 장악한 노래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내게는, 뮤지컬보다는 공연, 특히 이승환의 콘서트가 최고이지만, 이승환 이름 석자를 공연에서 빼 버리면 그 다음은 뮤지컬이 참 좋다.

보다 대중화가 되고, 가격도 제발 대중화되고, 창작 뮤지컬도 더 많이 제작되어 우리 배우들의 무대가 곧 세계의 무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아, 쓰고 보디 또 무언가 보고 싶다. 지름신이 강림하기 전에 일단 마무리 지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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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 기억나는 것.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창작 뮤지컬 '안악지애사'를 보았는데 기대와 달리 참 재미 없었다. 노래도 그냥저냥 수준. 다만 배우들의 목소리는 참 좋았다. 나중에 창작 오페라 "정조대왕의 꿈"에서 동일 배우를 보았다는 기억이 있을 뿐. 게다가 역사 고증을 잘못해서 틀린 내용도 종종 보이고..ㅡ.ㅡ;;; 그땐 제법 좋은 자리에서 보았는데 표값이 쪼매 아까웠다는...ㅠ.ㅠ 이래서 창작 뮤지컬은 모험이 필요하다. 어떤 작품은 더 좋은 자리에서 못 보아서 아깝고, 어떤 작품은 너무 좋은 자리에서 보아서 아깝고...^^;;; 그래도 창작 뮤지컬은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
 

가까스로 30위에 골인. 5,000원 적립금 받다.

음하하핫, 기쁘다. 더 열심히 알라딘에 매진을....(은근히 중독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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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5-0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마노아 2006-05-0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부끄부끄...(^^ )( ^^)
 

 

 

 

 

요새 즐겨보는 드라마이다. 워낙 네 멋대로 해라를 인상깊게 보았던 터라 더 기대가 되었는데 양동근과 한가인 등, 출연진도 더 맘에 들어 기대치가 더 높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뭐랄까.  식상한 드라마 투성이였는데 몹시 신선한 새 작품을 만난 기분.

이를 테면 그런거다.  모든 드라마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나온다.  그런데 그들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몹시 인색하다.  그냥 설정이 사랑한대니까 사랑하는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수준. 그래서 드라마 보는 재미가 뚝뚝 떨어지곤 했는데.... ('운명적인 사랑'이 갖다 붙이면 다 되냔 말이다ㅡㅡ;;;) 이 작품은 달랐다.  그들이 교유하고 가까워지고 또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은 몹시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박수쳐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

물론, 그들의 운명이라는 것도, 모질기만 하여서 쉽게 마음을 열 수도 다가갈 수도 없지만, 그래도 진실이 통하고, 진실이 승리할 거라고 조건 없이 믿어줄 수 있는 힘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극 중에서 김유나를 좋아하는 두 남자, 강달고과 석희정 검사.

강달고는 깡패 출신이고 고등학교 중퇴에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김유나를 여신처럼 모시겠다는 각오로 온 마음을 다해 위해주고 아껴주고 살펴주지만, 그래도 현실의 눈으로 볼 때 배우자로서는 참... 대답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거기에 비하면 검사 석희정은, 한마디로 엘리트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수재이지만 어리숙하고 순진하기까지 하며 또 지나친 결벽증에 여자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쿨럭, 쿨럭.... 하여간 영악하고 잘난척하는 검사 캐릭터는 적어도 아니다.

이런 조건을 가진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다.  이미 사랑에 빠진 이후가 아니라, 두 사람 모두에게 아무 감정이 없을 때 이 여자는 대체 누구에게 끌릴 것인가.

이 부분이 참 재미있다.  물론, 드라마 속의 그녀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역시 엘리트라면 엘리트랄 수 있는 재원이다.(강하고 곧은 성격으로 곧잘 잘리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라면 이 여자가 검사 아닌 건달 강달고에게 끌릴 일도 드물지만, 석희정 같은 검사도 드물 것 같고, 그 중에서도 강달고 같은 캐릭터가 가장 드물 것 같다.  그것이 드라마와 픽션의 매력일 수 있겠지만.

글쎄, 내가 너무 세속적인가?  강달고같은 남자와 연애하고 석희정 같은 남자와 결혼한다가 모범답안은 아니었던가?  (여기서 또 갈림길은, 주인공 김유나 같은 능력이 있는가 없는 가에 따라서 또 모범 답안이 바뀐다...;;;;;)

확실히 나이가 차긴 찼나 보다. 드라마 보면서 이런 자도 들이대 보고...;;;;

조금 씁쓸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환상 아닌 현실을 보는 것도 같고...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은 환상. 주인공 유나와 달고가 끝까지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석검사도 자신의 반려를 찾고.... ^^

아무튼 기대되는 작품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 시청률도 잘 나와서, 엠비씨가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드라마를 계속 제작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인정옥 작가는 요새 뭐한담? 몹시 기다려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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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0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았던 부분 빼먹었다. 유나가 의사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기 어렵고 기가 죽어 있을 때에 헤어 에센스를 잘못 사용해서 온 여자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보기 좋았다. 삶이란, 꼭 그렇게 거창한 일에만 감동을 주진 않는다. 그렇게 작고 소소한 일에도 우린 살풋이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유나가 달고가 마련한 우유쇼(?)에 감동 받은 것처럼. 자잘한 에피소드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한 작가에게 박수를~
 

매우 즐겁게 보고 있는 미국 드라마다.  씨즌 2가 진행 중이고, 국내에도 씨즌 2가 방영되고 있다. 

작품 속에는 네 명의 주부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이 함께 모여 사는 마을에서 그들의 삶을 얘기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첫 회에서 한 주부가 자살을 하였고, 바로 그 여자의 나래이션으로 내용이 진행된다.

네명의 여자들은 모두 다른 성격과 환경을 가지고 있다.  저마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하나 씩의 단점은 갖고 있고 그 단점 이상의 장점들도 물론 가지고 있다. 


로이스와 클락의 수퍼맨의 그 로이스, 이제는 나이를 꽤 먹었다.

덜렁대고 실수도 많고 머피의 법칙도 늘 끼고 살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수잔.  그러나 때로 그녀는 그 실수들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남들에게 상처도 주곤 한다.  그녀에게는 엄마보다 더 성숙하고 지혜로운 예쁜 딸이 있고, 이혼한 전남편은 이웃집 이디의 애인으로 남아 있으나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고, 그녀의 용서받기 힘든 실수로 헤어진 애인 마이크도 여전히 이웃으로 살고 있지만 그녀는 새 남자친구 의사 론을 만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녀의 마음 속엔 마이크가 있고 또 전남편이 자신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흔들리고 있다.

 


키가 몹시 크다. 180은 족히 될 것 같다.
브리는 완벽한 여자였다.  완벽한 여자로 보였다. 그녀의 음식 솜씨는 호텔 요리사 버금 갔고, 정원도 늘 훌륭했으며 집엔 먼지 하나 없이 깔끔 했다.  그런데 그녀는 오해 속에서 남편을 잃었고, 아이들은 제멋대로 구느라 그녀를 법정까지 소환했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자신 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인정하기가 힘이 든다.  가장 완벽하게 보이는 그녀의 아이들이 오히려 수잔의 딸 줄리와 정 반대로 말썽꾸러기에 문제아들이라는 것은 인상적이다.

 

 

사막에 그녀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어 비행기로만 보인다고 하던데..^^

가브리엘은 탐욕적인 성격을 가졌다.  사치스럽고 바람도 피웠고 목표를 이루
기 위해서 거짓말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보다도 솔직했다.  남편과의 갈등도 슬기롭게 이겨내었고, 욕망을 잠재우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아이를 낳는 문제로 인해 가졌던 갈등이 남편이 누구보다도, 아이보다도 그녀를 더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의 마음은 열린다.  그러나 문제는 또 다른 데서 발생하였으니, 임신 중에 사고를 당했던 터라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 그녀는 입양을 선택하나, 입양하는 기관의 관리자가 그녀가 바람을 피웠던 존의 어머니인 까닭에, 합법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다른 생모에게서 아이를 양도하는 방식으로 데려오고 싶어하지만, 이 또한 또 다른 문제점과 갈등이 불거졌으니, 다음 이야기들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미모는 좀 떨어지지만,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르넷이다.  그녀의 가족은 네 명의 주인공들 중 가장 생활 형편이 빠듯했고, 아이들은 넷이나 되는데 하나같이 말썽구러기 악동들이고, 남편은 그녀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아이를 키우느라 부사장까지 했던 그녀가 직장을 그만두고 수년이 흘렀는데, 남편의 실직으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 그녀의 활약상과 에피소드는 눈부셨다.  그녀가 얼마나 지혜로운지가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은 내가 참 좋아하는 이야기였다  직장 상사와의 갈등, 직장 내의 부조리, 아이를 키우는 문제, 기타 등등... 가장 현실적이고 또 가장 바람직한 사고관을 가진 그녀의 이야기가 위기의 주부들 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극본을 쓴 사람이 게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래서일지 모르지만 인종 편견과 동성연애자, 섹스 알코올 중독자,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아버지, 인디언 등등...

작품 속에는 소수에 해당하지만 분명히 이 사회에서 하나의 몫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튀지 않고 모나지 않게 잘 스며들어 있다. 

게다가 가장 큰 매력은 누구도 좇아가지 못할 위트다.  어찌나 재밌고 웃기던지, 배꼽 잡았던 적이 여러번이다.

또 구성 상으로, 처음에 나래이션에서 언급한 내용이 작품의 마지막에서 다시 한번 언급되면 작은 종결을 맺는다.  수미상관? 음, 뭐 그런 용어로 불린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잘 생각이 안 남^^;;;;

작품 전반적으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지만, 어느 에피소드 하나만 뚝 떼어놓고 보아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독립성.  이런 글쓰기는 정말 힘든 건데, 작가가 무척 뛰어난 실력을 가진 듯하다.

또한 현재 부시 정권의 미국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현장감도 느끼게 해서 더 건질 것이 많아 보인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윤리의 문제. 유혹의 문제. 애정, 갈등....

그런 여러 이야기들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작가가 부럽고, 내가 그런 작품의 시청자가 될 수 있다는 행운에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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