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다이아몬드 SE (2disc) - 할인행사
에드워드 즈윅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극장에서 상영할 당시에 늦게 도착해서 앞부분을 놓쳤었다.  많이 놓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부분이 못내 아쉬웠었고, 기왕이면 빼먹지 않고 다 보고 싶었다.  그래서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정말 내가 놓친 부분은 아주 작은 분량이었다. 그래도 뭐, 얼마든지 다시 보아도 좋을 영화였다.

작품은, 어떤 장르라도 다 갖다 붙여도 좋을 만큼 여러 성격을 갖고 있었다.  휴머니즘과 감동으로 무장했지만 긴장감으로 볼 때 스릴러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고, 다이아몬드를 잡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은 거의 어드벤쳐물에 가까웠고, 그 과정에서 소개되는 그들의 처절한 희생과 난무하는 피는 호러물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실제로 있었던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소재는 역사극에 가까운 전개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을 보여주었고, 뷰티풀 마인드의 제니퍼 코넬리가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열혈 기자로 투혼을 보여주었다.  아일랜드의 디지몬 혼수는 가족을 되찾으려는 뜨거운 부성애를 보여주며 눈물 어린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줄곧 떠올랐던 것은 성경 구절 하나였다.  평소 결코 홀리하지 않은 나이건만, 내내 머리 속을 떠다니던 구절은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에 이르느니..."였다. 

그들이 혈안이 되어 찾고자 했던 다이아가 100캐럿이라 할지라도, 죽은 뒤에 그 다이아가 무슨 소용이라고, 목숨 걸고 거기에 집착했을까...(그걸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인간들이 물론 있지만...)



처절한 유년기를 거쳐 용병으로서 아프리카에 던져진 삶을 살았던 대니 아처는, 평생을 살았던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진면목을 극단의 상황에서야 깨닫는다. 

다이아를 발견한 장본인인 솔로몬은 "백인들이야 다이아 때문에 싸운다지만 우린 왜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일까..." 라고 중얼거린다.  오래오래 곱씹어 볼 대목이었다.  침략자들의 능수능란함이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하지만, 그들 내부에서도 욕심이 없었다고, 책임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사실, 그들만의 얘기도 아니다.  역사를 통해서도, 또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 또 무엇을 얻고자 서로 싸우는 것일까... 

너무 가엾고, 너무 잔인한, 너무 서러운 사람들이 그 속에는 넘치도록 있었다.  현실 속에서 아무리 힘들고 지친 일이 있다 할지라도, 영화 속 그들만큼 우리가 아플 수는 없는 노릇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일상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사는 것이 아닌 우리는, 의무교유이라는 것을 받고, 나름대로 자아를 추구하며 재미도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정말 복받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치밀었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도 나의 삶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떤 삶을 살아도 감사함이 없을 인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디카프리오의 영화는, 언제나 보고 나서 후회가 없었다.  과거 아이돌 스타에 가까웠던 그는 이제 누가 뭐라해도 명실상공 연기파 배우로서 날개를 단 듯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을 당시 호리호리 여리여리 했던 몸은 근육을 키워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데, (한편으론 아쉽지만....;;;;) 몸 사리지 않는 연기 투혼을 보여주고 있으니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대로 늙어간다면 나중에 알 파치노나 잭 니콜슨 같은 성격파 배우로 또 다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떠올려 보니, 그가 나왔던 영화에서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 경우가 많았다.  너무 우울한 역할을 많이 맡으면 배우도 더불어 우울해지는 것은 아닐까 살짜쿵 걱정이 되기도 한다.  노파심에, 다음 영화 속에서는 그도 행복해지는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  그냥, 나의 사소한 바람이다. ^^

영화 엔딩 때 나오는 아프리카 음악이 참 좋았더랬다.  제작 노트를 보니 촬영지의 환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내전 장면을 찍을 때 어린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또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들을 주민들이 떠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제작진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모은 기금이 올바른 곳에,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어 새로운 희망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18세 관람가이던데, 잔인한 장면 때문인 듯 싶다.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 좋아서, 청소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에 가서 디카프리오가 너무 급하게 개심(?)하는 게 약간 아쉬운데, 그래도 별 다섯은 주고 싶다.  이 작품을 보고 나니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가 같이 떠오른다.  그 책도 봐야 하는데....;;;;;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수맘 2007-05-1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가프리오가 너무 아저씨가 된 것 같아요. ^ ^;;;;;

프레이야 2007-05-19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씨 된 디카프리오가 나름 매력적이었지요.
마노아님이 생각하신 성경구절, 되뇌어봅니다..

마노아 2007-05-1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로미오와 줄리엣 시절의 디카프리오는 간데 없죠. 그럼에도 멋져 보여요^^ㅎㅎㅎ

마노아 2007-05-19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그 성경 구절이 맴돌아서 은근 뜨끔했답니다..;;;

Heⓔ 2007-05-19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지막에 말씀하신 책 혹시 김혜자씨의 책인가요?
저도 그거 얼마 전에 읽고 이 영화가 떠올랐는데 ;ㅅ;
이 영화 저도 조만간 봐야겠어요..;;;

마노아 2007-05-19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혜자씨 책 맞아요. 집에 책이 있는데 아직 못 보았어요^^;;; 영화 참 괜찮아요. 꼭 보셔요^^

다락방 2007-05-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정말정말정말 디카프리오에게 푹 빠지게 만들어준 영화예요. 영화도 좋았고, 그의 연기도 좋았어요. 아직도 아카데미가 디카프리오를 미워하는 것이 전 너무 서운해요. 이제 그에게 상을주어도 정말 아깝지 않은데 말입니다. 너무 잘생겨서 평가를 제대로 받아오질 못했던거지, 사실 디카프리오가 엉망이었던 적은 없어요. :)

마노아 2007-05-2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서부터 연기에 있어서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참 상 운이 없죠. 아카데미가 잘 생긴 배우를 차별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아요.ㅡ.ㅡ;; 그래도 좀 더 나이를 먹게 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쭈욱 좋은 연기를 보여줄 테니까요. 작품 고르는 눈도 남달라 보여서 더 감탄이에요^^
 
조폭마누라 3 - [할인행사]
조진규 감독, 오지호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본 영화인데 만족할 만한 감상은 아니었다.  그저 적당히 시간 때우기에 좋은 정도의 영화?

워낙에 킬림타임용으로 만든 영화다 보니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이지 싶다.  전편들과 달리 이번 편의 주인공은 홍콩배우 서기인데, 영화의 줄거리보다, 그녀가 외국인이고 한국 사람과 같이 에피소드를 엮다 보니까 중간에 말을 전달하는 과정이 더 재밌고 웃겼다.  여기서 현영의 캐릭터가 힘을 발휘했는데, 원톱으로 나왔다면 특유의 말투 때문에 극의 재미를 반감시켰을 테지만, 여기서는 조선족 사투리를 쓰면서 웃긴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다.

초반의 검무라던가, 서기가 무공(..;;;;)을 이용해서 싸우는 장면들이 액션 영화로서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였겠지만, 너무 오버스러워서 사실 피식 웃게 되기도 한다.  그러려니 하고 보긴 하지만.

그래서 이기용과의 전투(..;;;) 씬은 너무 과했다.  이기용은 이전 배역에서도 그랬지만 섹스 심볼로서의 역할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상당히 아쉽다.

이범수는 코믹을 연기해도 진지해 보이고, 진지한 역할을 맡아도 코믹해 보이는 독특한 배우다.  나름 웃기게 나오지만 나름 또 진지한 것이 이 영화에서 그의 입장이다.  아무튼 조폭일지언정 동생 사랑 투철하고 애인 사랑 지극정성이다.

고향집에 잠시 숨어있을 때 아버지와 서기가 필담을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한 글자로도 능히 대화가 되는 것이 신기했고, 푸근한 그 인상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따뜻해 보였다.

그나저나, 설마 4편도 만들려는 속셈일까?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맛난 반찬도 내내 먹으면 질리기 마련인데 이 시리즈가 아주 맛좋은 반찬은 아니지 않은가.  음, 고급은 아니어도 불량식품 정도는 될까?  하긴, 불량식품이 건강에는 안 좋아도 중독성은 있다.  나 역시도 시리즈가 나오면 아마 또 볼 것 같기도....;;;;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5-0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불량식품 이야기인 줄 알고 왔습니다만...(웃음)

마노아 2007-05-02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핫, 불량식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는 것도 재밌을 거예요^^

비로그인 2007-05-0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옙. 80년대의 로망은 역시 엄청난 종류의 불량식품입니다. (후훗)

마노아 2007-05-02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저께는 미국에서 가져왔다는 '쫀쫀이'를 먹었어요. 한국의 쫀쫀이가 어떤 맛인지는 벌써 잊었는데, 어제 먹은 것은 '새콤달콤' 맛이더라구요^^

비로그인 2007-05-0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꿀 들어 있는 쫀득이 먹고 싶습니다. (긁적)

마노아 2007-05-02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댓글 보고서 우리나라 쫀득이 맛이 생각났어요. 저도 먹고 싶어요ㅠ.ㅠ

비로그인 2007-05-02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냠~
기억하고 있다가, 만나게 되면 꼭 드리겠습니다. (웃음)

마노아 2007-05-02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도 구입이 가능하군요. 재밌어요. 만나게 되면 꼭 시식하겠습니다^^

비로그인 2007-05-03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제가 질문했을 때, 마노아님이 "연두색과 하늘색 사탕"이라고 말한 것도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웃음)

마노아 2007-05-03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자꾸 늘어나는 게 아닐까 몰라요. 막대 사탕이랑, 쫀쫀이,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

비로그인 2007-05-0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여름이니까, 아이스크림~?

마노아 2007-05-0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원츄에욧^^

비로그인 2007-05-0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콤달콤한게 좋죠. 여름엔. ^^
그런 이유로, 요구르트를 냉동고에서 꽝꽝 얼려 가겠습니다. (웃음)

마노아 2007-05-03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상만 해도 맛있는데요. 기대하겠습니다^^
 
연인 (무삭제판) [드림믹스 36종 할인] - [초특가판]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인"이라는 제목으로 검색을 하니 무수한 타이틀이 뜬다.  하긴, 흔한 제목이긴 했다.  오래 전에, 내가 중고등학생일 때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는 연필로 스케치한 듯한 그 느낌이 좋고 사진 속 여자가 예뻐서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청순한 얼굴의 그녀가 왜 관람등급 빨강색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거의 이십여년 가까이 지나서 영화를 보게 된 셈이다.  영화 속 배경은 1920년대의 베트남으로 프랑스 점령기 때이다.  프랑스인이지만 아버지 사망 후 토지관리 직원에게 속아 전 재산을 날린 엄마는 절망과 체념 속에서 살고 계셨고, 큰오빠는 아편에 쩔어 동생들의 증오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남동생은 지나치게 나약하고 유약했고, 그런 현실 속에서 일상을 탈출하고픈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방학은 사덱에서 식구들과 지내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돌아온다.  그 길목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중국인 최대 갑부의 아들로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32세의 젊은 청년.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사이임을, 둘은 처음부터 알고서 시작했다.  설레임과 호기심, 본능과 관능에 충실한 사랑이었지만, 언제나 끝을 보면서 달려가는 두 사람.

무삭제 판인지라 확실히 적나라한 성애 묘사가 있어 조금 충격적이었다.  이십 여년 전 개봉작일 때는 저게 모두 삭제였겠지.. 하는 짐작이 모두 갈 만큼.  그렇지만 그런 씬들보다는 오히려 자동차 유리창에 키스하는 모습이라던가, 등골의 패인 라인, 땀 등이 더 에로틱하게 보였다.

가족들은 소녀를 몰아세우기도 하고 욕도 하고 손가락질도 했지만, 결국 그녀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욕망을 채워간다.  망나니 오빠는 아편으로 인한 빚을 갚고 그곳을 떠나고 엄마는 그녀가 내미는 돈을 거절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있지만 선뜻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을 창녀로서 대해줄 것을 원했던 소녀.  청년은 아버지를 설득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 보았지만 역부족이었고, 예정되어진 정략혼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의 연은 끊어져야 했다.

배를 타고 떠나면서 갑판 위의 소녀는 부두 가의 한 귀퉁이에 숨어서, 그것도 자동차 안에서 그녀를 배웅하는 청년을 알아본다.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한 번 소식을 전할 기회가 오지만 이제 남은 것은 아련한 추억뿐이다.  그제서야 청년은 그 시절 사랑했었노라고 힘겨운 고백을 전한다.  아무 것도 돌릴 수 없는 시간이 존재하지만, 한때 소녀였었던 그녀는, 아프게나마 행복하지 않았을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7-04-08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 보았을때 양가휘의 애절함에 어찌나 마음졸이고 안타까웠는지.

마노아 2007-04-0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린 움직임과 흔들리는 시선 등이 애절한 감정을 더 증폭시켜주더라구요. 크흑...

김지현 2007-06-0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이 멋지네요..예전에 숨죽여봤던 기억이 새록...살까말까..^^;;

마노아 2007-06-0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다고 해주시니 감사해요^^ 다시 보게 되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테죠^^
 
무간도 2 - 혼돈의 시대 [dts]
유위강 감독, 유덕화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무간도 1편을 재밌게 보았다면 당연히 2편도 찾게 될 것이다.  2편은 1편의 프리퀼로서 주인공들의 과거 이야기를 그려냈다.  무간도 3편은 아직 보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무간도는 한 번 보고서는 제대로 이해 못하는 영화라고들 했다.  2편이 시간적으로 앞선 이야기인지라, 먼저 보고서 1편을 보는 게 이해는 더 쉬울 것이다.(매력은 떨어질 테지만.)

재밌게도, 사람들의 감상평을 들여다 보면 사실 관계가 많이 혼동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몇몇 부분은 검색을 해놓고 보기도 했는데, 솔직히 제대로 이해했는지 자신이 없다.  결정적으로, 양조위와 유덕화는 워낙 유명하니까 얼굴이 헷갈릴 이유가 없는데, 그들의 청년 시절을 연기한 진관희와 유건명은 적어도 내게는 그들만큼 유명한 게 아니어서, 간간히 혼동될 때가 있었다.  아무튼, 두 배우가 생각보다 열연을 해주어서 불안하고 음울한 그들의 인생을 잘 묘사해 주었다.

황국장(황추생)은 초짜 시절 동료를 눈앞에서 잃은 기억이 있다.  동료를 찌른 놈에게 여섯 발은 쏘아주었는데 그 자는 징역을 살다가 풀려나와서 멀쩡히 활보하고 다닌다.  그게 한침인 듯(초반에 나오는 내용을 보니) 하다.  처음엔 둘이 왜 손을 잡았을까 생각했는데, 둘은 친구 사이가 아니라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황국장은 아직도 그에게 사감정이 남아 있다고 얘기했고, 한침은 허허 웃으면서 넘겼지만 나중에 뒷통수를 친다. (증인으로 나서주겠다고 했지만, 태국에서 무사히 홍콩으로 돌아온 뒤에는 도망을 쳐서 황국장의 계획을 망쳐놓는다.)

1편에서는 삼합회의 보스가 된 한침이 그 세계를 평정하고 있었지만(그래서 황국장은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지만), 2편에서 한침은 아직 조직의 1인자가 되지 못했다.  조직을 장악한 이는 예씨 가문의 곤이었고, 그런 예곤을 진관희(유덕화 청년 배역. 경찰로 들어간 한침의 스파이)가 죽인다.  그것도 한침의 아내를 사랑한 나머지 그녀의 사주를 받고 한침 모르게 일을 저지른 것.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또 믿었지만, 그의 사랑은 지극히 이기적이었고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한침이 태국에서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혹은 이미 죽었을 거라고 예상하자 그 아내를 차지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그게 되지 않자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니 말이다.  1편에서의 유덕화가 가졌던 자신감이라던가 좀 더 인면수심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을 떠올리면, 이때는 좀 더 불안한 영혼이었을 때인데 점차 범죄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 듯하다. (경찰 속으로 잠입한 스파이라는 것 자체가 결코 평범하지는 않지만.)

2편에서는 진영인이 예씨 가문의 혈통임이 드러나면서 그가 왜 평범하게는 경찰이 될 수 없는 지를 설명해 주었다.(이 부분은 디파티드에서도 언급되어 있다.) 예곤이 죽으면서 그의 아들이 조직을 평정하는데, 그 보스와 진영인은 이복형제다.  배우 오진우는 엘리트형 인물로 묘사되는데, 지능형 범죄자라고 보면 되겠다.  그가 인상깊었던 부분은 죽을 때의 모습인데, 자신 쪽 첩자가 진영인, 즉 이복동생임을 알고서 죽었다는 것이다.  쓰러지면서 진영인의 옷 속의 무언가를 보고 놀란 눈을 했는데, 그게 무전기나 마이크나 뭐 그런 게 아닐까 짐작됨..;;; 하여간, 이마 정 중앙에 총을 맞았는데, 생각보다 죽는 데에 오래 걸렸음..;;;;

그밖에, 한침이 태국에 남겨둔 이는 바람 핀 아내와 딸이 아니라 가족으로 위장시켜둔 가정부라고 나는 생각했는데, 이에 대한 이견이 있어서 나까지 혼란스럽다.  마지막에 한침이 메리의 사진을 보며 눈물 떨구는 장면을 보면 바람핀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작품 속에서, 계획했던 것들은 하나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영인은 경찰로 복귀하지 못했고, 예씨 가문은 끝냈어도 한침이 그 뒤를 이었고, 유건명은 사랑을 얻지 못했다.  시대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부터 반화되는 시점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혼란스러운 홍콩의 모습 이상으로 그들의 삶과 마음은 피폐해져 있었고,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들이 지금 서로를 속고 속이며 음모와 모략 속에서 보내고 있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다음 편이나 그 다음 편에서 죽고 만다.  그 사실 결과를 알고서 그들의 좀 더 이른 시간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사람의 생이 참 허무하고 황량하게 느껴진다.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 이미 무간 지옥을 겪고 있는 듯한 느낌.

3편은 2편의 여유가 사라지기 전에 좀 일찍 보아야겠다. 작품을 다 본 사람과 수다도 떨고, 내용 관계도 좀 확인해 보고 싶은데 누가 있나 찾아봐야겠다.  일은 손에 안 잡히고, 뭔가 기분이 전환될 것을 찾다가 무간도를 고른 거였는데, 영화가 너무 어두워서 기분이 더 가라앉고 말았다.  사실은 까르르 웃고 싶었던 거였는데 말이다.... 쿨럭..;;;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eⓔ 2007-04-03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1,2,3 얼마전에 다시 다 봤어요!!!

마노아 2007-04-0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이어서 보신 거예요? 더 재밌었겠어요^^
 
디파티드 일반판 (2disc) - 할인행사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무간도를 리메이크 했다고 했을 때 관심을 가졌다.  무간도는 1편만 보았는데 참 재밌었고, 홍콩 영화 다시 부활하나? 뭐 이런 기대를 갖게 했었던 영화다.  그렇지만 진행되는 내내 혼란스러워 하다가 영화 끄트머리에서야 제대로 이해가 되었는데, 그러고 한참을 잊고 지냈다.

디파티드를 보면서는 확실히 아, 이게 양조위 역할이고, 이게 유덕화 역할이군... 확실히 알 수 있어서 내용 이해가 좋았다.  그리고 전개도 더 쉽게 보여준 듯하다.

많이들 디파티드가 원작에 못 미친다고 하는데, 글쎄... 무간도를 재밌게 보긴 했지만 워낙 오래 되어서 그때의 감동보다는 지금 막 보고난 감동이 더 크다고 하겠다.  둘 다 재밌었고, 둘 다 연기자들이 훌륭했다.

레오는 오랜만에 만났다.  워낙 비쩍 마른 몸만 기억했는데 운동 많이 했는지 참 건실해져 있더라.

자막에 이름도 가장 먼저 나오고... 확실히 비중이 컸다.  연기도 가장 힘들었을 법했고.

굳이 비교하자면... 양조위는 자신의 분위기가 있는지라 많이 우울해 보였다.  그러나 레오는 불안해 보였다.  자신의 임무를 생각한다면 불안해하고 있는 그가 제대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서 맷 데이먼은 좀 부족했지 싶다. 그냥, 평이했다.  잭 니콜슨은 워낙 말이 필요 없었고..^^

무간 지옥에 비교되듯이, 참으로.. 가엾다 여겨지는 인생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인생을 소모했고, 이용당했고, 건진지 못했다.  굳이 더 불쌍한 쪽을 얘기하면 당연히 레오지만...

무간도는 엔딩이 두가지 버전이라고 하는데, 내가 본 무간도와 디파티드가 엔딩이 같았으니, 내가 보지 못한 엔딩은 어떠할 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참에 무간도를 3편까지 내리 다 보고 싶은데, 이게 시간이 보통 드는 게 아니어서 좀처럼 엄두가 안 난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야 이게 마틴 스콜세지 감독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확실히 물 만난 고기를 보는 듯한 연출이었다.

미국이 다 저렇지는 않겠지만 저런 도시, 저런 나라에 꾸역꾸역 들어가서 살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제작에 브래드 피트와 제니퍼 애니스톤이 있는 것을 보고 깜딱 놀랐다. 오홋, 확실히 많이 버니 이런 투자도 가능하군...이러면서..^^

레오는, 평판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확실히 끼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미칠 줄' 아는 배우랄까. 그래서 그의 마지막이 참 안타깝다.

그가 2주 뒤에 열어보라고 한 편지가 어떻게 열리고 전달되는 지는 영화에 나오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딕넘에게 전해졌을 테지. 그가 마지막에 가한 심판은 첩자에 대한 최후인지, 그조차도 누군가가 심어놓은 인물인지 좀 분간이 안 간다.

그리고 레오의 정체를 알고도 말하지 않고 죽은 조직원이 누구 쪽 사람인가 말이 많던데, 내 짐작으로는 그도 경찰 쪽에서 들여보낸 위장 경찰 같다. 누군가는 우정이라고 하는데, '우정'을 보여줄 만한 근거가 영화 속에 있었던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제법 재밌게 보았는데, 확실히 무겁다.  배신에 배신,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가장 비열한 자가 좀 더 오래 살아남고... 확실히 마음이 밝아지는 영화는 아니다. 그냥 '영화적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작품.

그래도, 재밌게 보았다. 디파티드... 런닝타임 두시간 반.

마지막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쥐새끼에 대한 풍자.. 웃김.

그리고 욕 엄청 나온다.  그리고 잔인한 장면도 곧잘 나온다. 정화가...필요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rine 2007-03-20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보셨군요 전 워낙 무간도를 열심히 봤던지라, 분위기가 확 틀려서 덜 집중했어요 그러고 보면 레오는 불안증, 양조위는 우울감, 맞는 것 같아요

마노아 2007-03-2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둘 다 재밌었어요. 무간도는 처음에 헤매면서 봤는데, 디파티드는 다 알고 보니까 엄청 빨리 진행되는데도 쫓아가는데 무리가 없어서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