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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다이아몬드 SE (2disc) - 할인행사
에드워드 즈윅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극장에서 상영할 당시에 늦게 도착해서 앞부분을 놓쳤었다. 많이 놓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부분이 못내 아쉬웠었고, 기왕이면 빼먹지 않고 다 보고 싶었다. 그래서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정말 내가 놓친 부분은 아주 작은 분량이었다. 그래도 뭐, 얼마든지 다시 보아도 좋을 영화였다.
작품은, 어떤 장르라도 다 갖다 붙여도 좋을 만큼 여러 성격을 갖고 있었다. 휴머니즘과 감동으로 무장했지만 긴장감으로 볼 때 스릴러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고, 다이아몬드를 잡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은 거의 어드벤쳐물에 가까웠고, 그 과정에서 소개되는 그들의 처절한 희생과 난무하는 피는 호러물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실제로 있었던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소재는 역사극에 가까운 전개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을 보여주었고, 뷰티풀 마인드의 제니퍼 코넬리가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열혈 기자로 투혼을 보여주었다. 아일랜드의 디지몬 혼수는 가족을 되찾으려는 뜨거운 부성애를 보여주며 눈물 어린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줄곧 떠올랐던 것은 성경 구절 하나였다. 평소 결코 홀리하지 않은 나이건만, 내내 머리 속을 떠다니던 구절은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에 이르느니..."였다.
그들이 혈안이 되어 찾고자 했던 다이아가 100캐럿이라 할지라도, 죽은 뒤에 그 다이아가 무슨 소용이라고, 목숨 걸고 거기에 집착했을까...(그걸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인간들이 물론 있지만...)
처절한 유년기를 거쳐 용병으로서 아프리카에 던져진 삶을 살았던 대니 아처는, 평생을 살았던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진면목을 극단의 상황에서야 깨닫는다.
다이아를 발견한 장본인인 솔로몬은 "백인들이야 다이아 때문에 싸운다지만 우린 왜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일까..." 라고 중얼거린다. 오래오래 곱씹어 볼 대목이었다. 침략자들의 능수능란함이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하지만, 그들 내부에서도 욕심이 없었다고, 책임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사실, 그들만의 얘기도 아니다. 역사를 통해서도, 또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 또 무엇을 얻고자 서로 싸우는 것일까...
너무 가엾고, 너무 잔인한, 너무 서러운 사람들이 그 속에는 넘치도록 있었다. 현실 속에서 아무리 힘들고 지친 일이 있다 할지라도, 영화 속 그들만큼 우리가 아플 수는 없는 노릇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일상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사는 것이 아닌 우리는, 의무교유이라는 것을 받고, 나름대로 자아를 추구하며 재미도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정말 복받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치밀었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도 나의 삶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떤 삶을 살아도 감사함이 없을 인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디카프리오의 영화는, 언제나 보고 나서 후회가 없었다. 과거 아이돌 스타에 가까웠던 그는 이제 누가 뭐라해도 명실상공 연기파 배우로서 날개를 단 듯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을 당시 호리호리 여리여리 했던 몸은 근육을 키워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데, (한편으론 아쉽지만....;;;;) 몸 사리지 않는 연기 투혼을 보여주고 있으니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대로 늙어간다면 나중에 알 파치노나 잭 니콜슨 같은 성격파 배우로 또 다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떠올려 보니, 그가 나왔던 영화에서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 경우가 많았다. 너무 우울한 역할을 많이 맡으면 배우도 더불어 우울해지는 것은 아닐까 살짜쿵 걱정이 되기도 한다. 노파심에, 다음 영화 속에서는 그도 행복해지는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 그냥, 나의 사소한 바람이다. ^^
영화 엔딩 때 나오는 아프리카 음악이 참 좋았더랬다. 제작 노트를 보니 촬영지의 환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내전 장면을 찍을 때 어린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또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들을 주민들이 떠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제작진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모은 기금이 올바른 곳에,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어 새로운 희망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18세 관람가이던데, 잔인한 장면 때문인 듯 싶다.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 좋아서, 청소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에 가서 디카프리오가 너무 급하게 개심(?)하는 게 약간 아쉬운데, 그래도 별 다섯은 주고 싶다. 이 작품을 보고 나니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가 같이 떠오른다. 그 책도 봐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