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미 인 - Let the Right On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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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올라왔던 쥬드님의 올해 본 가장 예쁜 영화라는 표현, 게다가 얼마 전에 읽은 기사의 작년 '원스'를 잇는다는 말, 어찌 아니 동할 쏘냐!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화들짝 놀랐다.

원스를 이었다길래 아주아주 따뜻한, 낭만적인, 사랑스런! 그런 영화를 상상했던 것이다.

아, 그런데 분위기 너무 다르다. 공포물로 구분된, 어찌 보면 하드 고어적 요소도 다분히 있는, 게다가 '뱀파이어' 영화다.

오옷! 평소 내 취향과는 너무나 다른 영화!

그런데, 왜 원스를 잇는다고 했는지 알겠다. 이 영화, 진짜 끝내준다!

너무 아프고, 서럽고, 그럼에도 지나칠 만큼 아름답다. 창백한 얼굴의 저 소년과, 그리고 사연 많은 눈망울을 지닌 소녀의 대사 없는 이야기들이 두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관객을 압도한다.

이런 외로움, 이런 소통의 부재, 이런 이해 관계의 고리, 그리고 이런 사랑 이야기.

다시 한 번 제목을 생각하게 한다. let me in...?

원작 소설은 알라딘에서 일시 품절이다. 물론, 품절이 아니어도 구매는 못했을 거다. 번역본이 없다.ㅜ.ㅜ

원서로 읽을 도리는 없고,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반응이 좋아서 아주 금방 내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어서 좀 걱정이 되기는 한다. 보다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싶은데...

정적인 이미지들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하얀 눈밭. 창백한 얼굴, 흩뿌려진 붉은 피...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이는 까닭을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 느낌에는 동조한다.

그러니까 그때가 2000년 1월 4일이었는데, 내가 길바닥에서 정신을 잃어가지고 머리가 깨진..(..;;;;) 좀 황망한 날이었다.

피가 난 줄도 모르고 정신 들자마자 서둘러 뛰어가는 나를 붙잡고 어떤 아주머니가 머리에서 피난다고 알려줬다. 가까운 롯데리아에 들어가 화장실로 직행! 대걸레 빨던 알바생을 경악시켰던 그날,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고, 잠깐 숨을 멈췄다.

그러니까 그게...

하얀 목덜미에 흘러내린 빨간 피가, 너무 섹시해 보이지 뭔가.

상황상, 빨리 씻고 나와야 했지만, 그 이미지는 참 충격적이었다. 오래오래 잊히지 않는.

이 영화를 보니 그때 그 장면들이 떠오른다.

더불어, 트와일라잇도 너무 기대 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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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트 - Doub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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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배종옥은 자신을 사랑하는 국장에게 "넌 날 사랑한다고 하면서 믿진 않지?"라고 말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상대의 진심을 의심하고, 자신이 더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자신만 희생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의 사랑은,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그게 그의 한계였다. 그럼에도 그런 그를 그녀가 사랑했지만.  

'사랑'과 '믿음' 중에서 어느 게 더 중요하냐고 물으면, 난 믿음이, 그러니까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진다. 신뢰란 큰 테두리 안에 사랑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왜 믿음이니 신뢰니 자꾸 떠들었냐 하면, 이 영화 때문이었다.  

'다우트'. 의심 

작품의 배경은 1964년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다. 활기에 차 있고, 학생들을 향한 유쾌한 애정을 가득 지닌 플린 신부는 공포와 징벌의 힘을 믿고 있는 교장 수녀 알로이시스(메릴 스트립)에 반대하며 학교의 엄격한 관습을 바꾸려고 한다.  

새내기 선생 제임스 수녀(에이미 아담스) 역시 알로이시스 수녀의 교육 방침에는 불만이 있지만 감히 거기에 대항할 생각은 못하고 대모님처럼 의지하고 있다.  

이 학교엔 유일한 흑인 학생이 있는데 이름은 도널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워하는 이 학생을 플린 신부가 살뜰히 챙겨준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잘못 확산되면서 알로이시스 교장 수녀는 플린 신부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믿고 축출해내려고 한다.  

작품은 엎치락 뒷치락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관객들을 혼동시킨다. 과도한 망상으로 멀쩡한 사람 하나 매장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저 신부가 정말 뭔가 뒤가 구린 짓을 한 것인가, 관객들 역시 계속해서 의심하면서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  

도널드의 엄마가 학교에 등장하면서, 그녀와의 대화에서 쇼킹한 진실이 하나 밝혀지고, 과연 플린 신부의 진실은 무엇일까 고민스러워진다. 그가 더 싸우기를 포기하고 교구를 떠난 것은 학생을 지키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그 자신이 밝힐 수 없었던 그 어떤 비밀이 있었던 것일까. 

알로이시스 수녀는 자신이 넘겨 짚은 것을 확신으로 바꾸고 논리상으로는 그것이 맞는 것처럼 증명을 해내지만, 결국 그 자신은 더 큰 의심에 휩싸이며 절망감을 느낀다. 과거 어느 시점에 본인이 저질렀던 부적절한 일. 부도덕적인 일. 고해성사를 했다지만 거기에 아직도 얽매어서 다른 사람도 모두 안경을 끼고 보는 건 그녀 자신이었다. 그런 그녀라면 앞으로 몇 번, 몇 십번을 새 신부로 갈아 치운다고 해도 신뢰라는 것이 싹이 트지 않을 것이다. 그 자신 몸담고 있는 그 성직자의 직분, 신으로 향한 사랑 보다 자기가 준수하고 있는 기준과 규칙만이 오로지 중요한 사람이었으니까.  눈이 어두워지는 노 수녀님의 증세를 제일 먼저 간파하고, 알게 모르게 배려를 해주던 사실은 자상한 맘씨도 지닌 그녀가 왜 그렇게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지 안타깝다.

플린 신부는 세 차례 설교를 하는데, 세번째는 작별인사였으니 넘어가고, 첫번째 '의심'과 두번째 '험담'에 관한 설교가 인상 깊었다. 특히나 '험담' 편의 비유는 너무도 적절해서 뜨끔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러운 게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게 더 더럽다는 명언을 상기시키게 했다.  

비록 여우주연상을 타진 못했지만, 확실히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메릴 스트립이었다. 그리고 짧게 출연한 도널드의 엄마 역을 한 비올라 데이비스도 인상 깊었다.  

딱히 배경도 학교랑 교회 밖에 나오지 않았고, 의상도 단벌 뿐인데 제작비는 왜 2천만 불이나 들었을까? 주연 배우들의 몸값 때문일까?  

문득, 어릴 때 하고 놀던 트럼프 게임이 생각난다. 이름은 '다우트'. 어떤 카드를 한 장 엎어놓고 시작을 하는데, 만약 7에서 시작을 하면 6이나 8로 진행을 해야 한다. 카드가 없으면 한 장 가져가고, 만약 속일 마음으로 다른 카드를 엎어놓으면서 해당 번호인 척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그걸 의심해서 '다우트!'하고 외치면 카드를 엎어본다. 거짓말 한 게 맞으면 속인 사람이 엎어져 있던 카드를 다 가져가야 하고, 사실이라면 의심한 사람이 몽땅 가져간다. 그렇게 해서 카드를 제일 먼저 다 내놓는 사람이 이긴다. 오래 되어서 룰이 정확한지 자신이 없지만 대강 이렇게 흘러간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배운 놀이인데, 꽤 오랫동안 못해봤구나. 기회되면 다시 한 번 놀아봐야지. (이 뜬금 없는 마무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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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3-0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이 영화 보셨군요. 저도 빨리 보고싶은데 어째 잘 안 맞네요.
우리집 큰딸 주말이라 어제 기숙사에서 데리고 왔는데 오늘 보러가자고 하니까
피곤해서 좀 쉬고싶다고 엄마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지 뭐에요.ㅎㅎ
신뢰와 믿음, 의심과 의문.. 어릴 적의 트럼트 놀이 그거 재미난 은유네요.^^

마노아 2009-03-08 10:52   좋아요 0 | URL
혜경님이 보시면 더 좋아할 스타일의 영화 같아요.
아유, 따님이 기숙사 생활하면서 너무 지쳤나봐요. 팔팔한 나이니까 금세 회복되겠죠?
그 트럼프 놀이가 은근히 철학이 있어요.ㅎㅎㅎ

웽스북스 2009-03-0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 때 그 트럼프놀이 했었어요

복잡한 마음에 다우트 보러가신다기에 좀 더 복잡해지시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마노아님답게 영화를 잘 소화해내셨네요
이 영화 2009년에 봤던 영화중에는 아직까지 짱먹고 있어요 ㅋㅋ (표현하고는 ㅋㅋㅋㅋ)

마노아 2009-03-08 15:38   좋아요 0 | URL
오, 웬디님도 아는군요! 나중에 불라에서 할까요? ㅎㅎㅎ
복잡한 마음에 보기에 적합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달리 볼 만한 영화가 없었어요.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보고 싶었는데 이 영화도 50보 100보에 결정적으로 상영관이 없었거든요. ^^
저는 좋기로는 벤자민~이 더 좋았답니다.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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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날, 이 책의 원작을 먼저 읽었다. 몇 쪽 안 되는 분량의 단편이기 때문에 잠들기 전 몇 십 분의 투자로 금세 읽을 수 있었던 책.  

원작과 영화는 설정을 제외하면 전혀 닮아 있지 않았다. 원작에서 벤자민 버튼은 1860년에 70세 노인의 외형으로 태어난다.(이때 이미 키가 170cm였다.) 외형만 노인일 뿐아니라 성향과 특성, 성격까지도 노인의 그것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태어난 직후 시가를 물어 피고, 아이들이 노는 장난감이 재미가 없다. 그러다가 나이가 점점 젊어지면서 취향과 성격도 젊은이로 변한다. 나이든 마누라가 지겨워지고, 젊고 건강한 육체로 대학생을, 고등학생을 지내면서 즐거워한다.  

반면, 영화는 다르다. 일단 출생 자체가 1918년이고 대략 80세 노인의 외형이지만, 베이비로 태어났다. 백내장에 귀도 잘 들리지 않는 노인의 몸이지만, 속에 갖추고 있는 사람은 아기 그 자체였다.  

영화의 내용은 익히 알고 있듯이 노인의 몸으로 태어난 벤자민이 해를 거듭할수록 젊어지는 삶의 윤곽을 부드럽게, 때로는 나른하게 보여주고 있다. 몇 십 년에 걸친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준 브래드 피트의 연기도 훌륭했고, 그보다 그 섹시 가이를 이런 노인으로, 또 이렇게 소년처럼 보이게 만든 특수 분장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인터뷰 기사를 보니 1/16인치 페이퍼를 붙였는데 그게 얼굴의 주름을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었다고 한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들은 노인 역으로 나올 때 브래드 피트의 얼굴은 맞는데 저 작은 체구의 몸은 어떻게 했을까였다. 아마도 '합성'이 아닐까?  

또 다른 동영상을 보니 얼굴 근육을 인식하는 선을 붙여놓고 표정 연기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폴라 익스프레스'를 찍을 때 톰 행크스가 그렇게 촬영했었던 것 같다.  

제일 쇼킹했던 장면은 십대의 벤자민이었는데, 실제로 브레드 피트가 나이가 좀 있기 때문에 20대까지는 어찌 해도 10대는 다른 배우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런! 

그야말로 너무나 멀쩡한(!) 얼굴의 브래드가 아닌가 말이다.  

머리 카락으로 주름도 가렸고, 배경도 좀 어둡긴 했지만, 그래도 저 표정은 정말 '소년'의 그것이 아닌가. 이 장면을 보면서, '스타' 이전에 이 사람이 진정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옷을 입혀놔도 마땅히 일정 선 이상은 해내는 프로의 모습.  

(국내 배우로 이 영화를 찍는다면 난 단연코 '이병헌'을 추천한다. 저런 눈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면 말이다!) 

 

 

일전에 다른 분 글에서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 걸 보고서 왜 울었을까 궁금했었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꽤 긴데 후반부에 접어들때까지 울 만한 부분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벤자민이 그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이유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났을 때, 마음만은 두고 갔을 때, 돌아갈 수 없지만 늘 돌아가고 싶었던 그 마음을 엽서에 담았을 때 나도 같이 울고 말았다.  

영화 '비밀'에서 불의의 사고로 엄마와 딸의 영혼이 뒤바뀌어 딸 아이의 몸에 엄마의 영혼이 들어간 내용이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남편은 딸 아이의 몸으로 부인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차마 부부관계를 갖지는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딸 아이를 '시집' 보내고 만다. 사랑이 식은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을 아끼지 않았음도 아니지만, 그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과 내가 걸어갈 길이 마땅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던 것이다.  

벤자민이 그랬다. 사랑하는 데이지는 점점 젊어지는 그의 특수성을 이미 알고 있었고, 다 감당하겠다고 했지만, 벤자민은 그들 사이의 딸을 포함해서 아이 둘을 키울 수는 없다고, 아이에게 마땅히 기둥이 되어줄 남편을 찾으라 말하고 떠나버린다. 첫 마음은, 야속 그 자체였다. 데이지는 왜 그를 붙잡지 않았을까. 생활이 어려웠던 것도 아닌데, 감내하며 살수는 없었던 것일까, 하며... 

영화는 전반적으로 꽤 수작이지만 다소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들도 있기는 했다. 영화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죽기 직전의 병상에 누운 데이지였는데, 바로 그 날 자신의 딸 캐롤라인에게 벤자민 버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것 같은 그 시점에서 그 긴긴 이야기를 그날에서야 한다는 것이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극적이기는 했다.  




버려진 아이 벤자민을 친아들처럼 헌신적으로 키워낸 어머니 퀴니가 참 좋았더랬다. 벤자민이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살아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60%가 그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데이지 역할은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이 맡았는데, 다코타의 좀 더 어릴 때 모습을 보는 듯했다.  

케이트 블란쳇은 젊었을 때 모습보다 늙어 쇠잔해져갈 때의 모습이 더 고아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아름답게 늙는다면 그것도 참 멋진 일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한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영화같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능한 축복일 것이다. 만약, 벤자민이 계속 데이지와 함께 살았더라면, 데이지가 어린 딸을 키워내면서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는 남편을 함께 건사해야 했다면, 그들의 사랑은 삐걱거렸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져야 했던 그 마음은 지독히 가혹했겠지만, 그랬기에 그들의 사랑이 더 숭고하게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어릴 때는 노인의 몸으로 살고, 늙어서는 노인의 체력과 기억과 건강으로 살아야 했던 벤자민의 삶. 생각해 보면 참 잔인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그가 마지막에 기대어 쉴 상대가 데이지였다는 것, 그래서 그녀가 자신을 찾을 수 있게 최소한의 보험을 들었던 것은 너무도 다행인 일이었다. 데이지가 그동안 할 수 없었던 마지막 헌신을 그를 향해 베풀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밤, 함께 있지 않아도 늘 서로에게 했던 그 인삿말, 굿나잇 데이지, 굿나잇 벤자민!  그 소박한 인삿말이 참 가슴을 저민다.

3시간에 육박하는 긴 영화였는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아름답고 매력적인 영화였다.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 전쟁터에서 총을 버리고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되돌려진 삶의 영상 등등, 벤자민의 특수분장 외에도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는 무궁했다. 세븐 같은 영화와는 너무도 다른 축을 자랑하는 이 영화를 보며 감독의 역량에 다시 한 번 감탄해 본다.  

개인적으로 브래드 피트의 영화 중 최고였던 것은 '죠 블랙의 사랑'이었다. 참 아름다운 얼굴과 몸을 가진 스타 중의 스타이지만, 그의 나이스 바디를 강조할 수 있는 영화보다, 그가 표현해내는 따뜻한, 아름다운 사랑 얘기가 나는 더 반갑다. 안젤리나 졸리가, 엄청 부러워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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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3-0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발씨의 영화 중 그래도 저는 파이트 클럽이 인상에 남습니다. 그때가 한참 그가 몸과 얼굴이 아닌 연기로 영화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할 때라고 보고 싶기도 하고요.

마노아 2009-03-04 15:41   좋아요 0 | URL
그 영화도 데이빗 핀쳐 감독이지요? 애석하게도 못 봤어요. 에드워드 노튼 때문에라도 꼭 보고 싶은 영화이기는 해요. ^^

비로그인 2009-03-04 17:24   좋아요 0 | URL
제 친구한테 빵발이 영화 볼래? 빵발이 마누라 영화 볼래? 했더니 못알아듣더군요.
파이트 클럽 마지막에 좀 놀랐죠. 마노아님 봐보세요 재밌어요.

마노아 2009-03-04 17:43   좋아요 0 | URL
'빵발'이란 표현을 알게 된 지 저도 얼마 되지 않아요. ㅎㅎㅎ
파이트 클럽에 관심도 수직 상승 중이에요. ^^

프레이야 2009-03-04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빵발이 이제 알았어요.ㅎㅎ
이병헌이라면 저런 눈, 동감입니다~~
그해여름,에서 순수해보이는 소년의 눈이더군요.

마노아 2009-03-04 20:28   좋아요 0 | URL
그 해 여름 포스터가 새겨진 옷은 있는데 정작 영화를 못 보았어요. 수애도 좋아하니까 나중에라도 챙겨볼 생각이에요. ^^

Kitty 2009-03-05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도 보셨군요 ㅠㅠ 빵발씨 ㅠㅠㅠㅠㅠㅠ
버튼씨(벤자민 아버지)가 애기를 버리고 갈 때부터 계속 울었던 1인;;
다행히 제 친구도 옆에서 같이 울어줘서 좀 덜 챙피했죠 ^^;;
저도 퀴니 아줌마 연기가 참 좋았어요. 실제로는 빵발씨보다도 젊은거 같던데 ㅋㅋ
근데 중간중간에 벼락맞은 할아버지 너무 웃기지 않아요? ㅋㅋㅋ

마노아 2009-03-05 12:22   좋아요 0 | URL
제 리뷰에 키티님 등장하잖아요. 영화보다가 울었던 사람...ㅎㅎㅎ
퀴니 아줌마 눈이 너무 선해 보였어요. 사랑이 가득 담긴 그 모습.
벼락맞은 할아버지 에피소드가 3개 나왔잖아요. 2개 더 듣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ㅋㅋㅋ

무스탕 2009-03-05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발씨... ㅋㅋㅋ
요즘 아니 올해들어 영화를 하나도 못봤어요 ㅠ.ㅠ 이렇게 슬픈일이 현실이에요 ㅠ.ㅠ
암만해도 이번달도 힘들것 같은데 마노아님의 리뷰는 제 속을 달달 볶아 주시네요.
이 영화가 무지 궁금해요!!

마노아 2009-03-05 12:22   좋아요 0 | URL
아이고, 여전히 바쁘고 불안한 나날이군요. 마일리지는 그렇게 많은데도 여건이 안 되다니..안타까워요...

순오기 2009-03-1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영화 우수리뷰 당첨 축하해요~~
이 영화, 참 좋았어요~ 브레드 피트 나오는 영화 중 실망한 건 없었어요.^^
데이지와 벤자민, 둘 다 현명했다 싶어요~~ 사랑도 감당할 수 있어야 지속이 되니까요.
그해 여름은 기대만큼은 아니었어요. 이병헌 눈빛은 순수였지만...

마노아 2009-03-15 13:39   좋아요 0 | URL
코코코, 감사해요, 순오기님^^
브래드~, 맞아요! 실망을 안 시키죠. 작품 보는 눈이 있다니까요. 아까 광고 보니까 브래드랑 조지 클루니 주연의 코미디 영화가 나오나봐요. 두 배우라도 코미디는 좀 거시기할 것 같았는데 코엔 형제 감독이라네요. 그럼 또 봐야죠!
사랑도 감당할 수 있어야 지속된다! 명언이에요!(>_<)

프레이야 2009-03-23 20:07   좋아요 0 | URL
앗, 오기언니.. 이런 명언을..
역쉬 연륜은 못 속여요. 사랑도 감당할 수 있어야 지속된다.
이말요.^^

마노아 2009-03-24 00:41   좋아요 0 | URL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명언이에요~

프레이야 2009-03-23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리뷰 당선 축하해요~~~ 마노아님^^

마노아 2009-03-24 00:42   좋아요 0 | URL
캄사합니다, 혜경님.^^ 아카데미를 화려하게 장식한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더 리더보다 벤자민이 더 좋았어요.^^
 
워낭소리 - Old Part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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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둘째 주에 이 영화를 보았는데 사전 정보는 별로 갖고 있지 않았다. 독립 영화라는 것은 알았는데 다큐멘터리 영화인 줄은 몰랐고, '워낭'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평일 낮 시간이었는데도 극장 안은 꽉 찼고, 연세 있으신 아주머니들이 많이 보였다. 이 영화 덕에 몇 십 년만에 극장을 찾은 어머니들이 많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런 경우였나보다.  

영화는 짧다. 1시간 20분 정도 분량. 등장인물은 주인공 할아버지와 할머니 내외, 그들의 자녀가 아주 잠깐 나오고, 그리고 늙은 소가 한 마리 나온다.(젊은 소도 나오지만 별로 티가 안 난다...;;;;) 딱히 정해진 대본도 없이 그들의 일상 생활만 보여주고 있는 터라 지루할 것만 같았는데, 영화는 시종일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일단 할머니의 투덜거림이 너무 웃겼고(그러나 나름 슬픈 투덜거림이었고) 할아버지와 소가 나누는 연대감은 내내 짠하게 마음을 울렸다. 

그런데,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하신 까닭인지, 아니면 극장을 처음 오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극장 안을 채운 무수한 아주머니들이, 영화를 제 집 안방에서 보듯이 관람을 하시는 거다. 웃길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거야 무슨 흠이 되겠는가. 근데 영화를 보면서 나오는 모든 감탄사가 속으로 삼켜지는 것이 아니라 다 말이 되어서 튀어나온다. 그러니까 이런 추임새.  

"아이고, 이를 어째."
"저저저저 저것 좀 봐!" 
"아유, 불쌍도 하지!" 

등등등 

내 옆자리에 앉은 어떤 여인은 그런 아주머니들의 커다란 목소리에 엄청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대놓고 화내고 대놓고 짜증을 부렸는데, 난 그 여인네가 더 재섭었다. 80분 밖에 안 되는 저 상영 시간 동안 전화를 두 통이나 받은 것이다. 전화를 받은 것도 웃겼고, 받아서 '극장이야, 내가 다시 걸게!'정도의 짧은 대사만 남기고 끊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하는 거다.  

"어, 극장이야. 응, 워낭소리. 재밌다고 하길래. 근데 뒤에서 엄청 떠든다~" 

이러면서 상대방이랑 통화를 하는 것이다! 그래놓고는 뒷줄 아주머니들 시끄럽다고 막 욕하고. 뭐 이런 네가지 없는 여인네가 다 있냐고 마구 노려봤지만, 아랑곳 없이 같이 온 자기 친구한테 계속 욕하더라. 어이 없어라..;;;; 

암튼, 극장 내의 상황은 그랬고, 영화 얘기로 돌아가자.   

주인공 할아버지와 할머지는 연세가 거의80이다. 영화 찍을 때 그랬으니까 지금은 아마 넘으셨을 거다. 그리고 그들이 부리는 일소는 나이가 무려 40살이다. 소의 수명이 보통 15년이라고 하니, 두 배 이상을 산 셈이다. 원래 수명이 15년이 아니라, 지구 환경이 나빠서 15년 만에 죽는 것인지, 아지면 영화 속 소가 특별하게 오래 산 것인지는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하셔서 잘 걷지도 못하셨는데, 평생 논일을 해서 자식들을 다 공부시켰고(8남매였던가?), 지금도 저 소와 함께 잠시도 쉴 틈 없이 일을 하신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다리뿐 아니라 가는 귀도 먹었고, 늘상 두통으로 힘들어 하신다. 그렇게 온 몸은 병치레로 고생인데도 소와 함께 하는 일상을 절대 멈추지 않으신다. 병원에서는 이제 그만 쉬어야 한다고 말을 해도 아랑곳 없으신다. 소도 마찬가지다. 수의사는 1년 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고, 소도 너무 지친 내색이 역력한데 그럼에도 수레에 할아버지를 싣고 느릿느릿 날마다 논과 집을 오간다.   

그 와중에 잔소리로 늙어가시는 건 오로지 할머니. 소가 마누라보다 더 중요하다고, 저 소 때문에 내 팔자가 이렇다고 끊임없이 투덜대시는 할머니.

영화 속에서 할머니가 던지는 말투와 눈흘김은 관객을 시도 때도 없이 웃게 만들지만, 제3자인 우리야 재밌어도 할머니의 진심은 정말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몇 십 년을 함께 살았는데 어찌 정이 안 들었겠는가. 자식같은 애정을 갖고 있겠지만, 당신 삶이 힘들고, 당신 육신이 고단하고, 그래서 당신의 시간이 어찌 안타깝지 않을까. 그러니, 할아버지에겐 반려의 대상이 되어버린 그 소가, 할머니에겐 애증의 대상이 되어 있을 것만 같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old partner'인데, 할아버지의 오랜 파트너 소. 그런데, 할아버지의 진짜 파트너는 할머니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째 할아버지는 할머니보다 소를 더 사랑하시는 것처럼 보인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내내 도시에서만 산 나로서는, 느릿한 삶을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소의 일상이 신기할 따름이고, 친자연적으로 살아가는 그 모습이 대단해 보이고, 이렇게 향수와 추억을(비록 나의 것은 아니지만) 자극하는 영화가 인기를 끌어서 더불어 기쁠 뿐이지만, 실제로 저런 삶을 살 자신도 없고, 저 비슷하게도 닮아갈 재간이 없다. 소가 힘들게 일하는 것이 안타까운 만큼 고생하시는 할머니가 안쓰럽고, 120만원에 소를 사겠다고 하니 500만원은 줘야 팔 수 있다고 우기시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이제 송아지값은 무려 2만원 대로 떨어진 세상인데 이를 어쩌누...하는 생각 뿐이었다.



영화가 관객으로 하여금 이런 삶이 올바른 삶이야~라고 권장하거나 가르치려 드는 건 전혀 아니다. 그저 이런 삶도 아직은 있다는 걸 보여줄 뿐이다. 그 속에서 저마다의 기억과 추억과 생각의 주머니 속에서 나름의 감상을 가질 뿐이다.  

다만, 작품의 말미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겨울 내내 쓰실 나무 짐을 다 날라낸 소의 우직한 충심에는 똑같이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님 인터뷰를 보니, 실제로 저 소는 1년이 아니라 2년을 그 후 더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제작비가 많이 늘어났다고...;;; 

그림 속에서 피리부는 목동이 소 등에 올라타서 가락을 뽑는 장면을 보면 신선이 사는 세상처럼 신비로운 이질감을 느끼겠고, '황소와 도깨비', '모기와 황소' 같은 동화책을 보면 또 소가 반갑고 그런데, 실제로 시골 땅을 밟아서면 소똥 냄새부터 코를 자극하는 그런 현실. 스크린과 현실의 괴리감은 참으로 크다고 다시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우유를 아주 사랑하지만, 우유가 몸에 안 좋다는 얘길 자주 듣는다. 어릴 적에 '완전 식품'이라고 그렇게 강조하던 그 우유가 말이다. 그건 소를 키우는 환경과 사료의 변화 때문이 아닐까. 예전에는 소 팔아서 자식 대학 공부를 시켰지만, 이젠 소 가지고는 대학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비교 대상으로서의 소의 위상 격하도 느껴진다.(사실은 물가, 교육비의 상승이지만) 

엄니가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단 생각을 했는데, 어디서 소문을 들으셨는지 보고 싶다고 하신다. 난 이미 보았고, 언니들은 볼 생각이 없다고 한다. 영화가 좀 길면 같이 극장 가서 서로 다른 영화를 보고 나오기라도 하겠는데, 타이밍이 좀처럼 안 맞을 것 같고, 혼자 보고 오시라고 하기엔 거시기 하고, 결론은 내가 한 번 더 봐야 한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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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2-27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리뷰를 읽고 어찌나 마음이 짠하던지요.
영화 워낭소리는 꼭 봐야겠어요.^^

마노아 2009-02-27 12:41   좋아요 0 | URL
dvd로 나오면 미국에서도 바로 볼 수 있는 거지요? 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보면 더 감회가 깊을 것 같아요. ^^

후애(厚愛) 2009-02-27 14:19   좋아요 0 | URL
DVD를 구입하기 전에 꼭 지역코드를 확인을 해야 된답니다. 지역코드가 3이라면 미국에서 못 보고, 지역코드가 1, ALL로 되어 있으면 미국에서 볼 수가 있어요. 자막이 영어로 나오면 울랑과 같이 보면 되는데 자막이 없으면 혼자서 봐야지요.^^ 영화 워낭소리는 꼭 지역코드가 ALL로 나오면 좋겠어요.*^^*

마노아 2009-02-27 14:42   좋아요 0 | URL
아핫, 코드도 신경써야 하는군요. all로 나오기를 기대해야겠네요.
한국말의 사투리라든가 억양, 이런 것들이 중요하긴 하지만, 대사가 워낙 없으니까 영어 자막 없더라도 설명해 주며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할머니, 너무 웃겨요..ㅜ.ㅜ

순오기 2009-03-0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들은 9남매였어요~~ 나는 촌사람이라서 여러번 눈물났어요.
우리가 소 키우고 꼴 베어본 적은 없지만 내 또래 동무들은 다 그렇게 자랐거든요.ㅜㅜ
할아버지와 소, 정말 올드 파트너였죠.

순오기 2009-03-01 12:11   좋아요 0 | URL
내 앞에 앉은 아줌마 둘이서 영화 진행되는대로 지껄이면서 보길래, 한마디로 제압했어요.
얼마큼은 봐 주지만 매너없으면 간과 못하는 순오기~~ 찔끔해서 입 다물고 보더군요.ㅋㅋ

마노아 2009-03-01 15:53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엄마한테 자식이 모두 몇 명이냐고 물었어요. 몇 주 지났다고 고새 까먹은 거 있죠. ^^;;
저는 마지막 나뭇짐에서만 눈물났어요. 어무이는 전혀 눈물 안 났다고 하셔서 좀 당황..;;;;
전 뒷줄 아주머니들보다 옆자리 그 여자한테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소심해서 또 못 하고...ㅜ.ㅜ

책벌레 2009-03-04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워낭소리가 들리는 것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도시에들 모여살지만 마음은 항상 자연을 그리워하듯
어릴때 방학때면 버스를 몇번 갈아타고도 두어시간을 걸어가야했던 그리운 외가댁이 생각나네요

마노아 2009-03-04 09:21   좋아요 0 | URL
시골에서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더 각별할 것 같아요. 지금은 어릴 때 뛰놀던 자연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지만, 좀 더 지나면 그 마저 도시에서의 기억으로 다 채울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아 걱정이에요.
 
작전 - The Sca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주식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 출연진도 맘에 들었고, 소재도 다소 신선했고,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영화 시작 한 시간 전에 집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일이 아니었다면 아주 흔쾌히 관람한 영화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몹시, 아주 심각하게 나쁜 일이 있었고, 그 바람에 영화를 보는 건 가시방석이었고, 그렇다고 영화표를 날리는 것도 짜증스러웠고, 여러모로 아주 심란했다. 그 시간에 계속해서 울리던 내 핸드폰처럼.  



 

 

 

 

 

 

 

 

 

모처럼 김무열까지 다 잡힌 주연 배우들 모습이다. 워낙에 연기파 배우들인지라 걱정할 일이 없었고, 박용하는 온에어 때부터 부쩍 연기력이 좋아졌다는 느낌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며 주식 세계에 뛰어든 박용하는 카드를 무작위로 발급받아 돌려막기를 했지만 결국 다 쪽박 차고, 한강으로 방향을 잡는다. 죽을 생각도 있었는데, 죽지 않기로 결심하고, 주식 공부 돌입. 5년 만에 이익을 보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전직 조폭이었던 박휘순과 그의 똘마니 노릇을 하고 있는 서울대 졸업의 자긍심을 갖고 있는 김무열. 주식을 조작해서 크게 한 건 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초짜로 보이는 박용하에게 덜미잡혀 실컷 '작전' 쓰다가 엄한 놈에게 돈 몰아주고 말았으니. 

입조심만 했더라도 좋았을 것을, 설레발을 치는 바람에 조폭 사무실에 끌려간 박용하. 이때부터 이들의 악연이 시작된다.  

박휘순은 가만 보면 조폭 역할을 좀 많이 했다. '얼렁뚱땅 흥신소'에서도 조폭이었고, '세븐 데이즈'에선 조폭스런 비리 형사로 나왔다. 한 인상 해주어서 그런 것일까?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의 조폭 연기는 좀 식상했다. 박휘순의 이름 값에 기대하는 색다른 맛은 별로 못 느낀 듯. 

"오케이~ 거기까지!"가 나름의 명대사..-_-;;;; 

 



김민정은 정부 고위층들의 검은 돈을 흔적 없이 투자해 주고 세탁해 주는 투자 전문가로 나오는데, 미모는 여전히 훌륭했다. 얼마 전 아역 스타 중 잘 자라 준 배우 1위에 뽑혔다는데 내 생각도 같다. 어찌나 예뻐주시는지! 

저렇게 불편해 보이는 정장을 아주 매끄럽게 소화해 내는데, 치마를 입어도 바지를 입어도 참 예쁘더라. 

김민정도 이번 영화에서의 연기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캐릭터가 그다지 입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특별난 연기력을 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박휘순의 배역과도 마찬가지지만 시나리오가 소재의 신선함에 비해 좀 평이했던 까닭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제일 연기가 좋았다 싶었던 건 바로 김무열! 

허파에 바람 잔뜩 들어간, 허세 덩어리 오만한 펀드 매니저. 

그 똑똑한 머리로, 그 잘 나가가는 녀석이 범죄 조직과 손잡고 더러운 돈에 목숨거는 모습이 참 씁쓸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공부 잘하고 엘리트 코스 잘 밟아가다가 정치판에만 들어서면 바보가 되는 여러 국회의원을 보는 듯한 느낌?  

왜 욕심 조금 버리고 즐겁게 살지 못하고 과욕을 부리다가 신세 망칠까나. 

김무열은 드라마 일지매에서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악역으로 나왔는데, 여기서는 정말 사악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적당히 쿨해 보이지만 사실은 검은 속셈을 지닌 나쁜 놈으로 분한 김무열에게 조연상 하나 줘야 되지 않을까? 볼수록 연기파 배우다. 다음엔 뮤지컬에서 제대로 만나보고 싶다! 

영화는 스릴러 영화답게 적절한 긴장을 보여주면서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간다.  

그러나 '마린보이' 얘기하면서 썼지만, 엔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좀 고깝기는 했다.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되는 놈만 된다.', '안 되는 놈은 안 되게 되어 있다.'라고 광고하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잘못하면 패가 망신할 수도 있지만, 억세게 운 좋으면 작품 속 박용하처럼 인생 대박날 수도 있다~ 이런 메시지가 귀에 울리는 것 같았다.  

메시지야 알아서 새겨 듣는 것이고, 자기 인생길은 자기가 판단해서 개척해 나가는 거지만, 영화들의 결말이 점점 이런 식으로 모아지는 것은 불편하다. 메시지 자체도 그렇지만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말이다.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실컷 심각하다가도 마지막엔 꼭 '코믹'을 집어넣고는 웃으면서 끝낸다. 시나리오 강의에 마무리는 이렇게 해라~라고 적혀 있는 것일까? 그런 마무리가 어울리는 영화도 물론 있지만...... 

어쩌면, 그날 내게 있었던 불미스런 일 때문에 영화에 대한 감상이 더 불편해졌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 감정이 달랐다고 해서 바람직하지 않은 메시지가 좋은 메시지로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무튼, 영화는 재밌다. 연기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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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2-2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배우들 중에 김민정 밖에 없네요.~ㅎ
영화가 재밌다 하시니 나중에 DVD 나오면 봐야겠어요.^^

마노아 2009-02-26 12:06   좋아요 0 | URL
오, 겨울 연가 못 보셨어요? 박용하는 알 줄 알았어요. 히힛, 디비디 나옴 보셔요, 재밌어요. ^^

후애(厚愛) 2009-02-26 14:35   좋아요 0 | URL
아! 겨울 연가는 이곳에서 보았어요. 미국 채널에 한국 드라마를 보여 주었는데 지금은 돈 내고 보라고 하네요.~ㅋ 박용하가 김상혁 역을 맡았지요? 좀 변해서 못 알아 봤어요.~ㅎ

마노아 2009-02-26 14:37   좋아요 0 | URL
그 후 촌티도 벗고 좀 더 배우스럽게 변한 것 같아요. 혹 성형? ㅎㅎ

프레이야 2009-02-2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봤어요. 김무열 괜찮더군요.
박용하 연기가 좋아졌단 생각했어요.^^
전 주식이라면 문외한이라 소재가 주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래도 처음 들어보는 용어가 많더군요.

마노아 2009-02-27 00:20   좋아요 0 | URL
김무열 괜찮지요? 박용하 연기 많이 늘었구요.
저도 주식은 아는 게 없어서 그냥 눈치로 꿰맞추며 관람했어요.
김민정 대사에도 모르는 것들 투성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