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니 다리가 무척 짧게 그려졌다. 시티 헌터의 한 장면을 보고 그린 건데 얼굴은 내가 그리던 습관대로 그렸고, 배경은 그냥 대~충 그렸더랬다. 저 어설픈 강아지라니.
스크린 톤을 얇게 잘라내느라 고생을 했는데 얼굴에 명암도 준다고 줬건만, 지금 보니 눈썹도 한쪽으로 기울었다. 푸훗!
오른쪽 그림은 아마 '별빛속에'를 보면서 드레스를 보고 그렸을 것이다. 옆에 기둥에는 그림 그리기 전날 꾸었던 꿈 내용을 주르륵 적었다. 꿈에서 내가 보고 싶은 누군가를 보았던 날이었다. ㅎㅎㅎ
왼쪽의 이 그림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느낌으로 그리고 싶었느네 뭐 그게 맘대로 되나...;;;;
먹물을 써서 머리카락을 표현하고 천을 묶어서 먹물을 찍어다가 핏자국을 만들었다. 어릴 적 보던 윙크에 박무직 씨가 연재한 무일푼 만화교실에 나온 기법들을 차례대로 적용해본 거였다.
섹시해 보이는 여성을 그려보고 싶었다.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인체의 굴곡이다.
그래도 머리카락은 좀 심혈을 기울였는데 보이려나???
망사 모양 스크린톤은 1,000원짜리로 제일 싼 축에 속하는 거였다. 끈끈이가 한 번 붙으면 다시 안 떨어져서 무척 고생했다. 나중에 2,800원짜리 톤을 써보니 어찌나 편하던지...
스크린 톤은 만화 그릴 때 무늬를 표현해주는 아주 얇은 필름이다. 요새는 컴 작업이 무척 대중화되어서 직접 톤 붙이고 깎는 작업을 하는 만화가가 있을까 싶지만, 10년 전에는 대세였다. 그때 당시 컴으로 그림 그리는 작가는 천계영 작가 정도였고, 칼라 그림은 황미나 작가님이 떠오른다.
들고 있는 잔 안에 들어 있는 술(이름은 모르겠다. 아는 게 없다..;;)도 스크린톤을 붙인 거다. 그땐 톤 아까워서 저렇게 작은 부위에 많이 붙였다.
그러고 보니 장미 그리느라고 고생도 한 기억이 난다.ㅎㅎㅎ
이 장면은 이은혜의 'BLUE'의 한 장면을 따라 그린거다.
원작의 그림은 울고 있지는 않았는데 눈물을 그려보고 싶었다.
저 어색한 손을 보시라. 손은 아무리 해도 잘 표현하기 어려웠다.
내가 지금까지 만화가가 되겠다고 설쳤으면 굶어죽기 딱 좋지 않았을까.
일찌감치(그래도 스물 셋까진 미련이 남았더랬다.) 포기한 게 감사할 지경이다.
머리카락은 역시나 먹으로 표현한 것. 눈두덩이와 손톱은 스크린 톤.
그런데 이은혜 작가는 과연 블루를 완결할 마음이 있으신 건지?
블루 말고도 미완성 본이 너무 많다.
다른 작가들이야 잡지 폐간으로 부득불 연재 중단이 많았지만, 이은혜 작가의 경우는 벌려놓고 수습을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작품은 중단된 채 다른 팬시 작업은 무지 많이 했으니까. 잡지가 망했던 것도 아니고. 속사정이야 모르지만 독자는 답답하다는 거지......
무언가를 참고하지 않은 순수창작물의 실체는 이렇게 처참한다.
도저히 눈뜨고 봐줄 구석이 없구나. 배경의 저 검은 오라는 '사각치기'를 연습해 본 거다. 그냥 빗금 그어서 분위기를 만드는 건데, 그걸 돌려치기로 표현하면 주인공의 깊은 갈등을 표현하는 구도가 되지만, 난 아무리 해도 돌려치기는 잘 안 되었었다.
요새는 이렇게 모두 다 펜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거의 골동품 수준.
김은희 작가가 스크린톤을 안 쓰고 펜으로만 승부를 보았었는데, 그 바람에 그림들이 거칠기는 했지만 무척 개성이 강했고, 특히나 야성미가 풍겼었는데 작품 활동이 순조롭지 않아서 아쉽다.
M&M은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인데 구하기가 힘들다.
작품 속에서 마리아가 누군가의 추모 공연을 보러 가서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그 추모 대상이 혹시 프레디 머큐리가 아니었을까? 작품 연재 시점과 머큐리의 사망 시점을 고려할 때. 그걸 확인해 보고 싶은데 작품을 찾을 길이....;;;;;;
이 그림도 생각난다.
잡지의 표지를 보고 그렸는데 표지를 장식한 두 인물은 김민종과 우희진이었다.
당시 '느낌'이라는 드라마가 크게 인기를 끌었는데 결말에서 두 사람이 이어졌던가? 아니, 두 사람은 남매였던가? 아니다. 이정재가 친 오빠였나보다.
하여간 삼형제가 모두 우희진을 사랑한다는 그런 청춘 드라마였고, 주제곡은 김민종이 불렀다.
이마에 키스해주는 장면이 너무 로맨틱해서 그걸 보고 그렸지만, 그림 어디에 김민종과 우희진의 미모가 있던가. 게다가 저 부자연스런 턱선과 목선을 보라지. 아, 좌절스럽구나!
맨 위에는 별 모양의 스크린톤을 붙였다. 옷의 칼라 장식에 두 가지 더 추가. 그리고 눈두덩이에 점 톤을 붙였다. 아래 쪽에 사각치기를 해보았지만 역시나 신통찮다. ㅎㅎㅎ
이 그림은 무언가를 참조했는지, 그냥 그렸는지 불분명하다. 레드문의 사다드 삘이 나는 것은 머리 스타일 때문인 것 같긴 하다.
보고 그렸다고 하기엔 옷차림과 자세가 좀 아니다 싶고...
아무튼, 역시나 스크린 톤 조금 붙이고 헝겊 묶은 조각을 먹물 찍어서 붙였다. 나름 '검은 오로라' 분위기.
난 '전사' 캐릭터와 '초능력 사용'을 무척 좋아했다. 그러니까 레드문은 나의 완소 작품일 수밖에!(아니어도 작품은 너무 훌륭하다. 애장판을 못 구한 게 한이 되고 있다. 몇 권 남아 있지만 짝이 안 맞아서 구입을 못한다. 흑흑..ㅠ.ㅠ)
이 녀석도 참조 그림 없이 그린 것 같다. 저 볼륭감 없는 쿠션이라니...;;;;
아무튼 갖고 있는 조각 톤을 모아모아 할 수 있는 효과는 다 쓴다고 용을 썼던 뭐... 그렇다.
보고 있는 책에는 알파벳으로 맨 첫줄에 '리니지', 그 다음에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적혀 있다.
아마 그 밑에도 모두 만화책 제목일 것이다.ㅎㅎㅎ
저 어색한 손을 보시라. 그런데 옷의 주름이 잘 잡혀 있는 걸 보면 참고 그림이 있었을 것도 같고... 짱뽕인가???
이 그림은 참고 그림이 생각난다. 신일숙 작품 리니지의 가드리아 왕비였다.
신일숙 작가는 중세풍 의상을 잘 그렸는데, 현대풍 의상을 그려놓으면 눈 버리기 쉬웠다. 그래서 파라오의 연인을 보면 옷들이 아주 촌스럽다.
그렇지만 아르미안의 네 딸들과 리니지는 의상들이 훌륭하다.
심지어 왕관이나 보석류, 장신구 등도 모두.
이 그림은 망토에 별빛 스크린톤을 붙였는데, 반짝거리는 효과 때문에 꼭 보석을 단 느낌이 난다. (나만 그런가?)
그림자는 먹물로 표현했다. 이 무렵 사용하던 만화원고지 남은 게 아직도 있던데 과연 언제 다시 써볼 기회가 올까나? 당시 장당 50원씩 주고 산 녀석들인데 말이다. (아니, 200원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왼손은 비교적 봐줄만 했는데 오른손은 역시 부자연스러움.
보고 그려도 손 그리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얼굴은 영 꽝이지만, 이 그림도 내 기억에 이은혜 작 'blue'를 보고 그렸을 것이다.
아마 무용을 했던 연우가 모델이었던 듯하다.
옷 주름에 톤 붙이느라 고생한 흔적은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안 이쁘다.
원본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나한텐 사본만 있다.
어쩌면 당시엔 예쁘다고 착각하고 누구 선물 줬는지도 모른다.
선물 받은 사람이 버렸다고 해도 할 말 없다..;;;
이 그림은 짱뽕이다. 한참 소설 쓸 때 주인공 전조와 초연을 그린 것 같다. 말은 참고 그림이 있었을 것이고, 남자 옷은 전조의 관복을, 여자 옷은 아마 비천무의 여자 인물들 옷을 참고했을 것이다. 저 조잡한 꽃과 나무들이란...;;;
가장 볼 만한 건 구름이다. 스크린톤을 붙였거든...-_-;;;;
원래 모델의 옷차림은 대략 이렇다.
댕기가 한참 나올 땐 권말 부록으로 만화책이 따라나왔다. 이미라의 늘푸른 이야기가 그랬고, 황미나의 '불새의 늪'이 그랬다.
이 그림은 그 부록의 표지를 펼쳤을 때 모습을 보고 그린 것인데, 미국 오빠 주려고 그렸지만 코팅 과정에서 모자에 붙인 스크린톤이 떨어지는 바람에 부치지 못했다ㅠ.ㅠ
대신 '바람의 나라'에서 시집오던 날의 연 공주 그림을 그려서 오빠한테 보냈는데 지금도 갖고 있을라나 모르겟다. 그 그림을 못 남긴 게 아쉽다.
이거 그릴 때 마카를 처음 사서 치마에 색칠을 시도했는데, 어렵더라....;;;;;
레니비에 옷감에 크게 붙인 스크린 톤. 아, 톤 붙일 때마다 비싼 것 망칠까 봐 무지 조마조마 했었다. 원작의 그림은 스테인드 글라스 분위기가 나는 편이었는데 거기서도 여자가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난 그림 그릴 때 우는 장면을 많이 그렸던 것 같다. 그때의 난 비극을 무척 좋아했나보다.
찾아보니 스크린 톤 떨어지기 전에 복사해둔 사본을 발견했다. 흑백이지만 톤은 제대로 붙어있어 다행...ㅎㅎㅎ
김민종의 '귀천도애' 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가사가 진짜 애절했는데 표절곡이 아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은 앨범에 들어 있던 노래였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endless love였던가?
언니한테 부탁해서 가사를 워드로 친 다음 그걸 잘라서 일일이 붙였다.
그리고 손에서 뻗어나간 물방울 표시. 저것도 박무직의 무일푼 만화 교실에 서 배운 작법이었다.
별을 표현한다고 먹물을 쫘악 바른 뒤, 볼펜 앞쪽에 스타킹을 쒸워서 하얀 물감 묻혀서 후욱~ 불었다. 농도를 맞추기가 어려워서 실패를 여러 차례 했었다.
왼쪽 그림은 고등학교 동창이 그려서 내게 선물해준 거였다. 날짜가 97년도로 적혀 있는 걸 보니 졸업하고 받았나보다.
오른쪽 그림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다녔던 교회의 사찰 집사님이 일주일에 한 차례씩 그림 교환할 때 내게 준 그림이다. 이분이 너무 잘 그리셔서 그림 드릴 때마다 난 쥐구멍을 찾았더랬다. 두꺼운 종이에 그려서 보관하기도 편하다. 눈이 좀 부담스럽지만 색깔이 자연스러워서 무척 마음에 든다.
고등학교 때랑 졸업한 직후에 가장 그림을 많이 그렸다. 잘 그려졌다 싶으면 그걸 바탕으로 시계도 만들어서 선물하고, 그밖에 그림을 이용한 선물을 좀 많이 했는데, 그 그림들은 원본도 사본도 안 남아있다는 게 아쉽다. 그땐 뿌듯했어도 지금 보면 유치하고 이상한 그림들일 테지만 그래도 추억인데 아쉬운 부분이다.
어제는 정리하다가 고등학교 때 습작하던 소설 노트를 발견했는데 너무 유치해서 읽다가 막 울뻔 했다. 하도 웃어서...;;;;
그래도, 유치해도 즐겁더라. 그랬던 순간들에 느꼈던 기쁨이 지금도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휴, 나만의 세상에선 그렇게 행복했었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