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데르트바서 2010 한국전시 (대도록)
마로니에북스 편집부 엮음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훈데르트바서 전시회를 다녀왔다. 예상보다 많은 작품이 와 있었고, 건축모형도 많이 있어서 뜻밖이었다. 혼자서 한 바퀴를 돌고, 도슨트를 들으면서 다시 한 바퀴를 돌고,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것 몇 점만 더 보고서 나왔다. 다리가 아팠지만 뿌듯해서 견딜만 했고 미리 물품보관함에 가방 맡기고 들어가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리뿐 아니라 어깨마저 아팠으면 더 고되었을 거다.  

훈데르트바서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쉴레와 함께 오스트리아의 대표 화가다. 본명은 스토바사. 스토바사의 뜻은 저수지처럼 고인 물. 스무살이 되었을 때 그는 이름을 훈데르트바서로 바꾼다. 러시아어와 슬로바니아어로 스토가 100을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성을 보다 시적으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32세에는 일본에서 한 해 동안 체류하는데 그때 자신의 이름을 프리데라이히로 바꾼다. 프리데는 '평화'이고 라이히는 '왕국'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가 자신의 배에 붙인 '레겐탁(비 오는 날)'을 자신의 이름으로 사용한다. 비오는 날을 유독 사랑했던,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상을 꿈꾼 친자연인 예술가가 등장한 것이다.  

 

 왼쪽 그림은 훈데르트바서가 16세에 그린 '나무집과 전나무가 있는 동네길'이다. 그의 이름에 떠오르는 창문이 많고 다채로운 원색의 그림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보이는 그대로 표현된 집이 훈데르트바서 특유의 개성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긴, 이때는 무척 어렸으니까 본인의 스타일은 좀 더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오른쪽 그림은 1951년에 그린 주교좌 대성당이다. 모로코 현지의 붉은 토양으로 직접 물감을 만들어서 그렸는데(훈데르트바서는 물감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곤 했다) 이때 본 녹색 지붕이 그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의 건축물의 옥상은 항상 푸른 나무와 잔디 등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이때 마주친 시각적 인상이 그에게 지붕 위 숲의 아이디어를 주었던 것이다.

 

 초록빛 들판 파란호수 금빛도로/은빛의 비가 내리는 눈 쌓인 집/무한함의 클로즈업/블루 블루스 

훈데르트바서는 '나선'에 집착했다. 그에게 나선은 태양이고 집은 달이었다. 이젤을 사용하지 않던 훈데르트바서는 탁자에 캔버스를 수평으로 놓고 중앙을 중심으로 돌리며 작업을 했다. 그야말로 나선의 생활화랄까. 때로 이런 나선 그림은 어디가 위인지 구분하기 힘들게 만드는데 정형을 파괴하고 규격을 싫어하는 그의 성미를 제대로 반영하곤 했다. 또 이런 수평적 그리기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양새의 그림을 많이 낳았다. 정면만 보고 살던 사람으로서 신선한 발상이다.

 

노란집들-함께하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는 것은 아프다  

가장 훈데르트바서다운 그림이라고 하겠다. 보색 대비가 찬란하니 아름답건만 가장 슬플 때에 그린 그림이라고 해서 놀라웠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건축과 사랑을 섞으면 노란 탕파 창문이 달린 종이로 만든 집이 나온다. 모든 창문에는 파란 눈물이 있다. 작품 속 빨간 탑은 빈 서부역에 위치해 있으며 그녀가 살았던 곳에서 가깝다. 나의 점성술사 플라튼스타이너는 내가 슬픈 사랑을 하고 있을 때 특히 더욱 많은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순간이 지나가면 나는 다시는 그때의 감정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피부  

훈데르트바서는 의복을 제2의 피부라고 했고 집을 제3의 피부라고 명명했다. 직선을 싫어했던 그의 건물과 그림들은 곡선과 완만한 선을 이루고 있고 조금은 삐뚤삐뚤하지만 자연스러운 그 모습이 친근감을 더해준다. 그의 스케치를 닮은, 그의 이름을 내세운 아파트를 보자.  



그림 속의 그 집이 실제로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한데, 직접 들어가서 살면 까무러치는 것은 아닐까. 부자는 입주할 수 없다는 저 아파트, 직접 가서 보고 싶다. 관광객 때문에 입주자들은 몸살을 앓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집을 나가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선망 어린 시선의 귀찮음도 뿌듯함으로 극복할 수 있을 듯. 

창문에 대한 권리. 모든 사람은 자신의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자신의 세 번째 피부를 재창조하고 개조할 권리가 있다. 팔이 닿는 만큼 자기 집의 창문과 외벽을 개조해 갇혀 있는 이웃들로부터 자신을 구별시켜 멀리서도 모든 사람들이 '저 곳에는 자유로운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은길/30일 간의 팩스 페인팅 

오른쪽 그림은 훈데르트바서가 뉴질랜드에 있을 때 30일 동안 매일 타이프 용지에 그린 펜화 한 장씩을 친구에게 팩스로 보냈던 그림이다. 가로 6장에 세로 5장씩 정렬된 이 그림은 다른 종이에 옮겨져서 수채, 아크릴, 템페라, 오일, 래커, 금속 등을 이용하여 재탄생되었다. 처음엔 팩스로 보낸 그림은 컬러가 아닐 텐데 어떻게 완성했나 싶었는데 2차 작업이 진행된 것이었다.(당연한 것을 고민했구나...) 다음 전개될 부분을 계획하지 않고 손 가는 대로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작업이건만 재밌는 그림이 탄생했다. 마치 어린이가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바로 그 점이 훈테드트바서가 집중한 부분이었다. 어린이들이 꿈꾸는 것들을 현실로 승화시키는 작업이 그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스무살 시절의 자화상을 보면 꽤 훈남이었건만, 세월은 그를 대머리상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윗머리의 부족한 부분은 수염에 대한 집착으로 변모했다. ^^ 

그의 양말이 재밌어서 찍어봤다. 양말도 직접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아래 그림은 알파벳조각난 일몰이다. 

전시장에는 그의 그림과 판화와 건축 모형, 시계 등등 다양한 것들이 있었는데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실크 스크린' 작품들이었다. 멀리서 시선을 맞추며 가까이 다가가면 각도에 따라 반짝이는 부분이 변한다. '무지개 물고기'에 등장하는 그런 홀로그램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종이책의 안타까운 부분은 그 영롱한 빛을 재현시켜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시장 입구에는 이 반짝거림을 재현해낸 엽서를 팔고 있었는데 무려 5천원이었다. 집에 대도록이 있었던 나는 미련없이 나와버렸는데 도록을 보고 나니 엽서 생각이 간절하다. 번번이 전시회 갈 때마다 나중에 사지 뭐~하고 돌아나와서 후회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 이번에도 또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전화로 문의해 보니 거기서밖에는 살 수 없고 전시기간이 끝나면 팔지 않는단다. 아씨, 그 먼 데까지 또 가야 하는가....ㅜ.ㅜ 

참, 알파벳은 지붕에 있다. 모두 찾았겠지만... 한글 지붕이어도 아주 멋질 것 같다.

 

 성 바바라 성당 정면외부에서 바라본 나선형 창문, 그리고 내부에서 바라본 나선형 창문이다.  

전시장에는 모형만 와 있는데 모형도 오스트리아에서 직접 옷 것이고, 모형을 감싸고 있는 유리 프레임도 '둥근' 형태다. 직선을 거부하는 훈데르트바서답다. 자신의 그림을 자식처럼 아꼈던 그는 그림이 팔리고 나서도 구입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주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집이 건조하면 가습기도 꼭 틀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는 후문! 

전시장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그림들이 벽에 착! 달라붙어 있지 않고 약간 거리를 두고 걸려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훈데르트바서의 주장이 적용된 경우라고 한다.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그림들을 대했던 것이다. 나 좀 봐주세요!라고 얼굴을 들이미는 느낌을 준다. 꼼꼼한 사람 같으니!

 

건축치료사로도 불렸던 그는 새로 짓는 건물 말고도 리모델링을 통해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892년에 세워진 소넷 가구 공장이 100여 년 뒤엔 이런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던 그는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내부를 장삭하였고, 이런 건설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가족을 초대해서 그들의 가장이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자부심을 심어주었다고 한다.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 

미리 알려주지 않으면 놀이공원으로 착각할 모양새다. 최신식 배기가스 정화 기술을 가졌을 뿐아니라 무려 6만 가구에 난방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쓰레기를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중요한 참고가 될 터이다. 우리 동네는 절대 안 돼!라고 손만 흔들 게 아니라 이런 전환이 우리의 삶을 더 멋지게 만들어 줄 것이다.

 

 블루마우 온천 마을-롤링 힐 

그가 지은 건축물들의 옥상은 늘 숲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멀리서 바라본 전경은 저것이 온천 마을과 호텔이라고 알아보기 힘들 것 같다. 자연과 예술의 조화를 꾀한 그는 언덕을 언덕 그대로 살렸고, 칼로 자른 듯한 직선 없이도 완벽한 조화를 만들어냈다. 특히 창문 사랑이 남달랐던 그에 의해 객실이 250개 규모 정도인데 창문은 20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발켄부르크의 무지개 나선 

어제 보았던 모형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물이다. 비온 뒤 잠깐 볼 수 있고, 금세 사라지는 그 오묘한 무지개가 내 눈앞에 저렇게 찬란히 빛나고 있다면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옥상에서 지상까지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계단없이 진행 가능하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장애나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의 가족을 위한 집이라고 했는데 그 목적성에 충실하면서 예술성도 놓치지 않았다. 아름답다.

3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회를 혹 갈 수 없다면, 도록으로 만나는 것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되겠다. 아무렴 직접 오스트리아에서 보는 것에 견줄까마는 그게 힘든 사람으로서는 이렇게 만나는 것도 반갑다. 다른 도록들에 비해 관련 인사들의 지루한 인삿말이 적고 훈데르트바서의 육성을 많이 들려주어서 고맙다. 전시장의 설명도 도록의 설명과 동일한 것이다. 대여 도슨트의 목소리는 무려 '지진희'의 녹음이라는데 그걸 못 들은 게 살짝 아쉽다.^^ 그런 식의 재능기부가 참 아름답다. 훈데르트바서도 자신의 일생을 재능기부로 바친 사람으로 보인다. 무료 봉사도 많이 했고, 기금 마련을 위한 작품 제작도 많았다. 삶과 이상을 일치시켜갔던 그 궤적이 놀랍고 대단하다. 알아갈수록 더 반할 것만 같다.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1000피스 퍼즐이 갖고 싶다. 검색해봤는데 못 찾았다. 머그컵 세트는 발견했는데 무척 비쌌다. 눈으로만 감상해봤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엽서!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3-0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죠... 훈데르트바서 전시회!
그런데 엽서가 너무 비싸고 사놓고 버려둘까봐, 저는 책갈피를 샀답니다.
물품보관함! 저도 이용하고팠는데, 제가 갔을 때는 꽉 차 있었어요. 흑.

담주 월요일 다시 한번 날아가려구요. 대도록을 알라딘에서 샀더니, 공짜표 한장 같이 왔거든요. ^^

마노아 2011-03-05 15:48   좋아요 0 | URL
저도 물품보관함 꽉 차서 2층 이용했어요. 2층 보관함은 많이 남았더라고요.^^
우왕, 한 번 더 가시는군요. 저도 대도록에 들어있던 티켓으로 다녀왔어요.
엽서 때문에 한 번 더 갈지도 몰라요.ㅋㅋㅋ

순오기 2011-03-06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시회에 가보기 어려운 지방댁을 위한 상세한 설명 고마워요~~~~~ ^^
그림도 멋지지만 건축물이 주는 아름다움과 독창성도 대단하네요!!

마노아 2011-03-06 15:03   좋아요 0 | URL
그야말로 전방위 종합예술인이에요. 연설문도 아주 훌륭하더라고요.^^
 
법의학의 세계 살림지식총서 35
이윤성 지음 / 살림 / 2003년 10월
장바구니담기


끈으로 목동맥이나 목정맥을 조르는 데에는 몸무게 전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목에 있는 큰 정맥을 눌러 막는 데에는 최소 5kg이면 충분하므로 극단적으로는 몸을 완전히 바닥에 대고, 머리만 들리게 한 상태로도 죽을 수 있다. 그러므로 발이 땅에 닿아 있거나, 무릎을 대거나 또는 앉아서도 의사(목맴)는 가능하다.
목을 맨 주검에서 대변을 보거나, 혀를 빼무는 경우가 흔하기는 하지만, 모든 경우에 보이는 소견은 아니다. 그런 현상이 없다고 해서 목을 맨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79쪽

찬 물에 빠져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수온이 0도이면 즉시 사망하지만 최대 30분까지도 생존할 수 있으며, 0-5도에서는 최대 1.5시간, 5-10도에서는 3시간 이내, 10-15도에서는 6시간 이내, 15-20도에서는 12시간 이내, 그리고 20도 이상이면 체력의 한계까지는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92쪽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2-14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4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2-14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밑줄 그은 문장이 섬짓하네요. 저렇게 죽음이 온다는 게 무서워요~~~~

마노아 2011-02-14 18:11   좋아요 0 | URL
'퀴즈쇼'에 보면 문 손잡이에 옷걸이를 걸어서 자살한 여자 얘기가 나오는데 그 자세로 가능할까 싶었어요. 책을 보니까 가능한 거였더라고요. 물 속 생존 시간 보면서 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는 살 수 없었구나... 막 이러고요.^^;;;

따라쟁이 2011-02-1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거 보고 있으니까 저는 싸인이 막 생각나요. 저의 한계는 여기까진 가요? ㅠㅠ

마노아 2011-02-15 13:20   좋아요 0 | URL
싸인 방영되기 전에 샀는데 싸인 때문에 지금 읽고 싶어진 책이기도 해요.^^
얼마 전 의사 부인 살해 사건이 벌어졌잖아요. 어젠가 그제 뉴스에 살해 시간이 중요하다면서 비슷한 사례로 언급된 치과 의사 모녀 살해 사건이 이 책에 소개 되었거든요. 그래서 깜놀했어요.
 
울지 마, 꽃들아 - 최병관 선생님이 들려주는 DMZ 이야기
최병관 글.사진 / 보림 / 2009년 5월
장바구니담기


비무장지대의 한겨울 모습이다.
사진이 아니라 판화나 그림 같다.
한폭의 멋드러진 설경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스며있는 역사의 흔적은 아프기만 하다.

산등성이 따라 이어지는 남북의 철조망이다.
오른쪽 산등성이를 따라가는 철조망은 남한의 것,
왼쪽 산등성이를 따라가는 철조망은 북한의 것이다.
이 철조망이 끝도 없이 이어진 것만 같아 서글프다.

철조망 위에 피어 있는 눈꽃은 아름답기만 한데,
아름다워서 더 시린 풍경이다.
동해 바닷가에서 서쪽 임진강 어귀까지 총 249.4km.
길고도 긴 철조망이다.

철조망 왼쪽이 비무장지대다. 잔디밭처럼 바뀌어버린 풍경.
누구라도 다가오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나무를 모두 없애고 말았다.
숲은 사라지고 민둥산만 남은 풍경이다.
산도 춥고 아팠을 것이다. 그후로 내내...

군사분계선 위에 세워진 판문점의 회의장.
영화 덕분에 유명해진 건물.
저 작은 건물조차도 남북으로 갈리어 있다.
그림자조차도 숨이 막힌다.

백암산에 있는 <비목>기념비.
1964년 한명희라는 청년이 이곳 군부대에서 근무하다가 녹슨 철모, 돌보지 않은 돌무덤, 썩어 가는 나무 묘비 등 산기슭에 널려 있는 전쟁의 아픈 흔적들을 만났다. 그리고 고향의 보고 싶은 얼굴을 두고 외로이 숨진 젊은이들의 넋을 달래려 한 편의 시를 쓴다.
우리에게 노래로 더 많이 익힌 <비목>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감시를 위해 철조망에 꽂은 돌멩이다.
물기를 머금은 것이 한 마리 물고기처럼 당장이라도 헤엄칠 듯 예쁘기만 한데, 그 안에 사려 있는 의미는 무섭기만 하다.
돌멩이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누군가 철조망에 다가온다고 알아차릴 신호,
작은 숨소리, 조금의 틈새도 허락되지 않는 비무장지대였다.

철조망을 따라 켜 놓은 등불이다.
얼핏 보면 예쁘기만 한데, 지새우고 있는 것이 긴긴 밤이 아니고,
밝히고 싶고 내보이고 싶은 것이 찬란한 별이 아닌 것을...
이곳의 풍경은 아름다울수록 더 서럽기만 하다.

비무장지대 건너편에 있는 북한의 초소다.
북으로 오라는 '월북 환영' 그림이 한숨을 베어물게 한다.
월북도 아니고, 납북도 아니고, 방문도 아닌, 그저 우리 모두의 땅이 되어야 하는데...

경기도 파주의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이다.
군사 분계선에서 400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마을.
북쪽 깃대 높이 160m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남쪽 깃대 높이 100m로 결코 낮지 않은 키.
내세우고 경쟁하는 못난 마음이 아프다.

지뢰밭에 피어난 코스모스.
금년 가을엔 코스모스 하나를 길에서 보지도 못하고 지나는 중인데,
뜻밖에도 책 속에서 저 청초한 모습을 만났다.
뒤에 '지뢰'라는 글자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떨기 코스모스의 조화라니...
이게 우리의 모습이구나...

아랫쪽은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건만 북쪽에는 고운 단풍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화전을 일군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사람은 오가지 못하는 철조망 아래에 꽃들이 예쁘게 머리를 내밀었다.
흰금강초롱꽃, 복주머니란, 투구꽃, 패랭이꽃, 산오이풀, 갯메꽃이다.

포격으로 부서진 담벼락에 어지러운 낙서들이 보인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절절한 한 마디가 가슴에 맺힌다.
정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일까?
우리의 소원이 맞다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 미움과 불신을 모두 극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그 날이 어여 왔으면...

녹슨 철모에 피어난 들꽃이 처량맞게 예쁘다.
묵념을 해야 할 것 같다.

비무장지대 지도다.
붉은선이 북방한계선, 파랑선이 남방한계선, 그 사이 자주색이 군사 분계선이다. 저 사이 폭이 4km구나.
이런 금따위 모두 사라질 그 날이 어서 왔으면...

그때까지, 울지 마 꽃들아...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은빛 2010-10-2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군대시절 생각이 나네요.
저는 강원도 철책선에서 복무했어요.
먼 거리에서 고배율 망원경으로 북한군의 동태를 살피기도 했지만,
대부분 아무것도 없는 철책선 너머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지요.

경치 하나는 끝내주게 좋은 곳이었는데,
실제로 철책선 안으로 들어가면 온갖 지뢰들이 깔려있기 때문에,
그 경치를 구경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이지요.

마노아 2010-10-28 23:18   좋아요 0 | URL
경치 하나는 끝내주게 좋건만 실제로는 위험천만 무자비한 곳이라니, 참 서럽고 아파요.
감은빛님은 닉네임만 보면 자꾸 여자일 거라고 상상되는데, 군대 이야기를 들으니 확실히 남자 분이란 인식이 드네요.^^

같은하늘 2010-11-0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만으로는 정말 멋진 곳인데, 아픔이 서려있는 곳이네요.

마노아 2010-11-02 00:10   좋아요 0 | URL
이산가족상봉 끝나면서 오열하는 분들 보면, 참 힘들어요.ㅜ.ㅜ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외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조면희 지음 / 현암사 / 200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제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이라고 나와 있는데, 분위기가 딱! 수험생들용 축약본 고전 시리즈스러웠다. 그럼에도 과감히 패스하지 못하고 구입을 하게 된 건, 표제작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때문이었다. 최치원의 이 글이 당나라를 떨게 만들었던 '황소'를 앉은 자리에서 넘어지게 만들었다던 그 일화의 진위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최치원이 보냈던 편지의 내용을 알아차린다고 해서 그 에피소드가 사실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는 무려 40편의 옛 글이 실려 있다. 글이 쓰여진 시간 순서대로 실려 있는데, 각각의 글들을 매우 다양한 범위로 분류해 놓았다. 수필, 감상문, 전기문, 기술문, 편지문, 기행문 등등등. 그래서 사실 통일성은 거의 없다. 시간 순서대로 편집된 것이기 때문에 공통 분모도 그닥 없다.  게다가 역주에 해당하는 내용을 무려 '세로쓰기'로 표기해 놓아서 가뜩이나 작은 글씨를 읽기가 아주 망했다. 아예 튀려고 작정을 했는지 쪽수는 '한글'로 적었다. 그러니까 11쪽은 '십일'로 적혀 있다. 눈에 너무 안 들어온다. 세로 쓰기는 '제목' 정도가 딱 적당했을 텐데, 너무 작은 글씨의 많은 양을 세로 표기해 놓아서 읽기도 힘들고 디자인 적으로도 편집 구성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페이지도 바로바로 눈에 안 들어온다. 아무리 '고전'이라고 해도 숫자 정도는 아라비아 숫자가 묵언의 약속 아니던가? 

몇몇 오타는 수정하면서 읽다가 관뒀는데, 이런 거슬리는 부분들을 제외하고도 장점은 남는다. 우리가 문학책이나 기타 여러 지문에서 간간이 만났던 원고의 원문(에 가까운)을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등의 원고 속 대상이 모두 소개된 것은 아니지만, 그 책들을 읽은 당대인들의 반응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건 꽤 흥미로웠다. 시대 순으로 나열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이 무렵에 활동했던 사람들이구나... 파악이 되는 것도 나름 반가웠다. 

'축약본' 느낌이 꽤 나긴 하지만 사실 축약본도 아니고, 잡다하게 많이 담아두긴 했지만 다양성도 보이고, 좀처럼은 만나기 쉽지 않은 고전을 가볍게 마주칠 수 있었던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별 셋과 넷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이 정도면 별 넷도 괜찮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0-10-21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현암사 책이 참 좋아요.^^

마노아 2010-10-21 09:19   좋아요 0 | URL
현암사로 검색해 보니 '우리가 알아야 할'과 같은 이름의 시리즈가 많네요. 최근에 로쟈님 책도 나오고..^^

양철나무꾼 2010-10-2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그 유명한 '토황소격문'이군요~
전 국사를 못해서,이거 토하면서 외웠던 기억이...^^

마노아 2010-10-21 12:13   좋아요 0 | URL
제일 첫번째 수록 작품이 요거였어요. 생각보다는 짧더라구요. 그리 무섭지도 않구요.ㅎㅎㅎ
 
세계 도서관 기행 - 오래된 서가에 기대 앉아 시대의 지성과 호흡하다
유종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2월
구판절판


지중해를 향해 16도 기울어진 원반형 지붕은 '거대한 해시계'를 형상화한 것이다. 건물 일부가 물속에 잠기도록 하여 바다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을 연출한 것은 '지중해의 영원한 일출'을 상징하는 것. 피라미드와 동일 재질로 짓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아스완에서 가져온 화강암으로 쌓은 원형 성벽. 성벽을 빙 둘러 새겨진 세계 120여 종의 다양한 문자, 커다란 구에 줄이 새겨진 천체관측관. 유니크한 외관을 자랑한다.

이 책의 첫 부분을 장식했던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편을 읽으면서 무척 많이 웃었다. 좋은 책을 소장하기 위해서 거의 몰염치로 일관했던 그네들의 작태가 밉기보다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모았던 장서들이 자주 소실된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고대의 영광은 오늘날에도 저렇게 멋지게 재탄생했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화강암 벽면에 새겨진 문자는 고대 상형문자에서부터 설형문자, 갑골문자, 음악 기보법, 컴퓨터와 유전자 코드, 바코드까지 모든 문자가 망라. 우리 한글 '세', '월', '강', '름', '의', '관'의 여섯 글자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월이 좀 이상하게 보인다. 이건 흡사 어린 아이에게 한자를 써보라고 하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다. 그런데 '름'은 어떤 까닭으로 저기에 새겨진 간택 글자가 되었을까? 늠름하다... 뭐 이럴 때의 '름'일런가?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은 화강암으로 만든 외벽에 세계 120여 개의 문자를 새겨놓았다. 자세히 보면, 우리 한글도 보인다. 물 속에 있는 풀은 고대 종이의 원료로 사용되었던 파피루스다. 지하 16미터, 지상37미터, 11층인 이 구조물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내부가 완전히 탁 트여 계단식으로 펼쳐져 있다. 소통과 조화를 상징하는 것.

내가 찍어온 고대의 신전 벽면이 떠오른다. 룩소르 마지막 날에 다녀왔던 어느 신전의 상형문자가 무척 깊게 새겨져 있어서 인상깊었었다.

이 책은 읽으면서 호기심을 끄는 대목이 무척 많았는데 경쟁 도서관에 질투를 느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파피루스 수입을 방해해서 페르가몬 도서관이 양피지의 대량 생산화에 도리어 성공하는 대목도 그 중 하나였다. 뭐랄까.. 이건 좀 쌤통 기분...

'한번 이 도서관에 들어온 귀중서는 절대 나갈 수 없다'는 대영도서관의 의지가 엿보이는 조형물. 책에 족쇄를 채워놓았다. 상징은 훌륭하지만 행보는 괘씸하다. 그곳에서 보관하고 있는 도서가 남의 것이라 해도, 그것이 약탈의 결과라 할지라도 절대 내줄 수 없다!라는 선포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대영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나라 외규장각 의궤 <<기사진표리진찬의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것 중 한 권이 영국으로 흘러들어간 것. 영국의 한 상인이 프랑스인으로부터 10파운드(약 2만 원)에 사서 기증한 것이라 한다. 매매 당시 책의 가치를 몰랐을 것이다. 흥!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를 앞서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 프랑스가 소장하고 있는 것은 하편으로, 상편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TGV고속철도 기술 도입 건으로 외규장각 도서 반환 해프닝도 소개해 주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얘기를 나눈 당사자가 당시 도서를 내줄 수 없다고 울며불며 시위를 했던 도서관 여직원이었다니, 정말 아이러니하다.

구텐베르크 성경. 1454년에 독일 마인츠에서 인쇄된 라틴어 성경으로, 1쪽에 42행씩 인쇄하여 '42행 성경'이라고도 일컬어진다. 당시 성직자와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성경을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성경 인쇄본을 소장하고 있는지 여부가 세계적 도서관을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정도로 희귀한 고서적이다.

500년도 더 된 인쇄물인데, 지금 눈에도 아름다워 보인다. 그때도 성경책은 깨알같은 글씨로 눈을 피곤하게 했군...

도스토예프스키가 지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육필 원고. 시간에 쫓겨 집필하다 보니 난삽하기 그지없다. 다빈치 보는 것 같다. ㅎㅎㅎ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를 비교해준 부분도 좋았다. 두 사람의 행적은 무척 드라마틱했는데, 좀 더 금욕적이고 좀 더 자애로워 보였던 톨스토이 쪽이 더 마음이 쓰인다. 그런데 러시아 국민들은 도트소예프스키를 더 인정해 주는가 보다. 전 세계적으로 그런 편일까?

세계에서 가장 높게 지어진 대학인 모스크바대학의 본관 전경. 아름다운 건축물은 흔하지만, 이토록 압도적인 건축물은 쉽게 만날 수 없다. 건물 7개가 크기만 다를 뿐 모양은 같고 모두가 크렘린을 향하고 있다. 혹자는 "스탈린의 모든 것이 유죄라 하더라도 모스크바대 건물만은 무죄"라고 말할 정도로 인상적인 마천루. 건물 높이는 183미터. 첨탑 57미터까지 포함하면 240미터.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별의 크기는 직경이 9미터에 무게 12톤.

사진이 흔들려서 웅장한 위압감을 감소시켰다. 압도적이다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사람을 위축시키니까. 그런 면에서 정조의 규장각은 참 운치 있다. 장서 규모의 차이는 물론 비교가 안 되겠지만...

전 세계에서 출판된 수많은 고르바초프 관련 출판물들. 한국어판 서적도 눈에 띈다. 그러나 러시아에 고르바초프는 없다. 저자는 열 곳의 도서관을 탐방하면서 과거 황제들과 레닌, 스탈린, 옐친, 푸틴, 메드베데프의 족적은 수없이 접했지만 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국민과 권력에 의해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것. 오직 자신이 만든 재단 안에서만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고르바초프재단은 '고르바초프의 섬'이나 다름없었다. 잭 캔필드 글이었던가? 어떤 소년이 전 세계의 유명한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어서 답장(?)을 수집한 게 있는데 고르바초프의 서명을 자신에게 되팔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서방에서는 인정을 받지만 고국에서는 외면받는 팔자라니... 이것도 참 슬픈 일이다.


기부 문화가 발달한 미국. 뉴욕공공도서관에 비치된 기부함에 달러 지폐가 가득하다. 우린 보통 동전이 가득한데...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 잡은 뉴욕공공도서관의 전경. 영화 투모로우에서 살인적 강추위가 뉴욕을 엄습할 때 시민들이 피해 들어간 곳. 그렇다면 책을 불태운 바로 그곳?? 게다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결혼식 촬영 장소. 실제로 결혼식장으로 고가에 임대되고 있다. 도서관에서의 결혼식이라니, 이렇게 낭만적일 수가 있을까. 그렇지만 고가 임대는 낭만과 좀 거리가 멀구나!

한국점자도서관. 밀레의 이삭 줍기를 점자화한 페이지. 손으로 읽는 그림이다. 당연히 짐작 가능한 부분인데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공간 부족도 큰 문제. 새 책을 제작하려면 기존 자료를 버려야 할 지경이란다. 점자 인쇄기가 공간을 많이 차지한단다. 작업실과 출판사는 인근 건물에 흩어져 있는 지경. 미처 눈돌리지 못하고 신경 써보지 못한 부분들이다. 점자 책은 물론이요, 오디오 북도 더 많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는 어느 님이 떠오른다.

한라도서관. 앙증맞은 어린이자료실의 원통형 신발장이 싱그럽다.
제주도의 인구 대비 도서관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밖에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무척 많았는데 모두 다 가볼 수 없는 대중들에게 눈으로나마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웠다. 가볼 수 있는 수지 느티나무 도서관이라도 다녀오고 싶다. 수지 사는 친구가 있는데 친구 집에서 가까운지 알아봐야겠다. 그 집에 다녀올 때 함 들러보고 싶어서...

그 나라의 과거를 알려면 박물관에 가보고,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을 가보라고 했던가. 각 나라의 도서관을 소개받다 보니, 그 나라의 책에 대한 가치관이 들여다 보인다. 도서관으로 인한 자부심 또한 모두가 뒤지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측도 우리나라의 다 쓰러져가는 초가에도 책만큼은 있어서 놀랐다지 않은가. 우리도 예부터 공부 욕심은 또 뒤지지 않았지...

제법 많은 나라들을 돌며 좋은 도서관을 소개해 주었다. 심지어 가깝지만 가장 멀기도 한 북한의 도서관까지. 저자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는 도서관장도 아니었는데 훗날 이렇게 소개할 일이 생기다니, 우연을 가장한 필연 같다. 책쟁이로 살아야 하는 운명, 저자에게 딱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도 더불어 즐거움을 얻고 말이다.


댓글(12) 먼댓글(1)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사진만 보고도 황홀해지는 도서관들
    from 그대가, 그대를 2014-03-23 17:49 
    도서관에 구경을 갔다. 크게 눈에 띄는 게 없어서 돌아나올 즈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이 책을 발견하고 눈에서 광채가 났다. 가슴에 끌어안고 나와서 대출을 신청했더니 대출불가 도서란다. 헐... 안타까움을 남기고 돌아나오려는데 사서 선생님이 특별히 일주일 빌려주겠다고 하셨다. 대출 불가 도서라서 바코드도 안 찍고 갖고 나왔다. 음하하핫! 절대로 한동네 사는 사람이라는 특혜를 받은 게 아니다!1995년에 배스베인스는 1914년 발견된 새뮤얼 피프스의 장서
 
 
전호인 2010-10-1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네요.
입이 쩍 벌어져요. ㅋㅋ

마노아 2010-10-14 23:11   좋아요 0 | URL
대리만족이 큰 책이었어요.^^

2010-10-15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5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10-15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이 책 완전. 당장 가져야겠어요!! 사진도 넘 잘 보고 가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참 궁금했는데 도스토예프스키 원고도 넘 신기해요. 이 책 아무리 봐도 넘 좋네요!

마노아 2010-10-16 10:02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신청해서 읽었는데 잘 고른 것 같아요. 조금씩 읽어서 오래 걸리긴 했는데 무척 재밌었어요.^^

순오기 2010-10-1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 프랑스 도서관이나 박물관이든 세계에서 도적질해온 온갖 것들로 꾸며 놓고...ㅜㅜ
테제베 건은 우리 정부가 보기 좋게 당한 해프닝~

오~ 마지막 신발장 너무 귀엽네요.^^

마노아 2010-10-16 13:00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는 규모 면에서는 세계의 도서관에 견주기 그렇지만, 저런 아기자기한 멋도 꽤 시선을 끌었어요. 고속철도건이랑 외규장각 도서는, 어휴... 정말 어처구니 없어요.ㅜ.ㅜ

2010-10-18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10-16 13:56   좋아요 0 | URL
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고칠게요.^^ㅎㅎ

꿈꾸는섬 2010-10-17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진 책이네요.

마노아 2010-11-11 10:29   좋아요 0 | URL
앗, 댓글을 한참 뒤네아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