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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레인보우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동화같은 그림의 파페포포 이야기. 이번엔 레인보우다.
그림으로 더 유명해진 것 같지만, 이번 책에서는 그림보다 글이 더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도 그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으니 사진 몇 컷 찍었다.
고래가 바다로 간 이야기 편.
비가 내리는 산도 넘고
바람이 부는 산도 넘고
눈이 내리는 산도 넘어
마침내 도착한 바다 앞에서의 고래 표정이다.
산도 예쁘고, 비와 바람과 눈도 예쁘고, 구름마저도 너무 예쁜 그림.
뒷장에는 저 고래가 바다로 뛰어들면서 바다에 적합한 몸으로 변신하는 장면도 나온다.
고래의 험난한 여정과 거기에 쏟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 보이는 것 같아서 괜히 뭉클~!
36쪽에서는 친구에게 자신이 어떤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이 나온다.
거기에 대해서 친구가 하는 대답이 놀라웠다.
평소처럼 너의 집 문을 두드렸는데 네가 그 집에 없는 거야. 그냥 아무 말도 없이, 떠난다는 말도 없이 그곳에 없는 거야.
아무 말 없이 떠나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 말이 필요 없을 만큼 믿음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그런 친구. 영화 <굿 윌 헌팅>의 윌과 처키처럼......
이해할 수 없는 반응.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친구가 사라졌는데, 거기에 아무 의문도 품지 않고, 섭섭해하지도 않고 그냥 응원한다고? 그건 말도 없이 떠난 게 아니라, 평소에 어떤 사인이 있었던 거다. 어떤 꿈을 갖고 어떤 목표를 갖고 갑자기 떠날 수 있는 제스쳐를 취해 왔기 때문에 말없이 응원할 수 있는 걸 게다. 책 속의 표현만큼만이라면 큰일 날 소리!
55쪽에서는 무려 석달(!)이나 계시던 교생 선생님이 떠나는 날 마지막 인사에 반 아이들도 울고 선생님도 우는 장면이 나온다. 수년 전 내가 교생 실습 갔던 학교의 마지막 인사 시간이 떠올랐다. 절대로 울지 말아야지....다짐하고 문을 열었건만, 들고 가기도 버거울 크기의 커다란 장미 꽃 바구니와 정돈된 자세로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니 와락 눈물이 나왔다. 울먹이며 마지막 인사로 사랑한다고 외치던 내 모습. 미안하다. 그때 그 아해들, 몇명만 기억난다...ㅜ.ㅜ 너희들도 그러리라는 걸 안다. 지금 수 년 만에 그렇게 바뀌었다고 해서 그 시절 그때 내 마음이 가짜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 작가님도 그리 말씀하신다. 우리의 눈물과 감정은 다소 즉흥적이고 또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순간 그 순간 진심이고 최선일 때가 많다. 그 시절 생각을 해보니, 조금 씁쓸해지기는 한다.이유까지 말하기는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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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엇인가 돌려받고자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난 더 외로워졌던 것 같다.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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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 일어나는 그 과정을 거쳐야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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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뱃속에서 자라는 태아가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면, 태어난 뒤에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자궁에 있을 때 뱃속 환경의 영향을 받은 태아가 부족하게 먹을 것을 대비해 지방을 미리 저장하기 때문이다.
지금 그토록 무엇에 집착하는 것은 마음 깊이 숨어 있는 결핍 때문이다.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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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속의 이야기, 인생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어찌 보면 흔한 메시지이고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일 텐데도 마음에 와 닿았다. 그나저나 엄마 뱃속에서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아이에 대한 정보에서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미숙아로 태어나서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느라 엄마 젖을 전혀 먹지 못한 내가 필연적으로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게 아닐까 막 이유를 갖다 붙이는 중이랄까...;;; 얼마 전에 읽은 과학향기 정보에 의하면 가을엔 여자가 더 우울해지기 쉽고, 그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푼다던데... 조심, 조심해야겠다. 쿨럭!
고슴도치 가족의 집이 너무 예쁘게 표현되었다. 개구쟁이 스머프의 버섯 집을 보는 기분이랄까.
엄마가 장보러 나가자 꼼지락 거리던 아해들이 앗~싸 하고 신나게 노닌 집의 표정 보시라.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면서 집도 장난끼가 돈다. 반면 한 밤중이 되자 피곤에 지쳤는지 곯아 떨어진 느낌의 집. 이야기는 슬픈 내용인데 그림이 예뻐서 사진을 찍어봤다.
129쪽에서, 필리핀의 엄마들은 일터에 가기 전에 자신이 입던 옷을 아기에게 덮어주고 나간다고 전한다. 잠에서 깬 아이가 엄마가 없더라도 엄마 냄새로 편안해지라는 의미로 말이다. 또 호주의 한 아동병원에서는 아기를 재울 때 엄마 냄새 나는 인형을 안겨준다고 한다. 무엇보다 평화로운 엄마 냄새에 대한 지혜로운 생각들. 엄마가 아이가 눈 뜰 때 같이 있어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엄마들도 많이 있을 테니까, 아이에게도 일종의 대리만족이 필요할 거다. 만약 엄마가 쌍둥이어서 똑같은 얼굴이라 해도, 아이는 엄마와 이모를 구별하겠지? 아무리 아가라 할지라도......
프랑스 한국 문화원에서 작가의 전시회가 있을 때, 한 프랑스 부인이 작가의 어느 그림을 유독 마음에 들어하더니 직접 지은 시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하고, 그때 떠오른 생각을 시어로 옮기고, 그리고 그것을 다시 작가에게 전달하기까지의 그 풍부한 감성과 솔직함 등등이 모두 멋져 보였다. 작가님은 또 얼마나 감동을 받았을까. 역시 예술은 국경을 넘어 감동을 주고, 감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146쪽에선 앙상블과 하모니의 차이를 알려준다. 앙상블은 비슷한 목소리의 두 사람이 노래하며 어우러지는 거고, 하모니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만들어 내는 조화로움이라는 거다. 뮤지컬에서 특정한 배역은 아니더라도 단체로 나와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이들을 앙상블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앙상블도 멋지지만, 하모니는 더 멋져 보인다. 그 조화로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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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강하다고 나무가 자라기를 멈추지 않듯이 어둠이 짙다고 별이 빛나기를 게을리하지 않듯이
고단하고 막막한 나날 속에서도 열정은 맑고, 높고, 푸르게 살아 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오늘과는 다를 거라는 믿음으로,
매일 주문을 걸며 새로운 하루에 발을 내딛는다.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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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역경이 아무리 오래 간다 해도 인생이란 시간보다 길 순 없다.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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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역경과 고난도, 인생보다 길 수 없다는 말이 진한 위로로 다가온다. 괜찮아, 모두 다 잘 될 거야. 지금도 늦지 않았어... 이런 울림이 내 속에도 전달된다.
소풍 날 마지막 순서로 보물 찾기를 하던 중 돌을 들추자 지렁이의 항변이 재밌다.
"무례하군요! 남의 집에 노크도 없이!"
이런 소소한 표현들이 참 마음에 든다. 유머러스하면서 따뜻하고 낭만적인 느낌.
보물 찾기에 너무 심취해서 길을 잃어버린 한 아이. 겨우 친구들과 선생님 곁으로 돌아왔을 때 울먹이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해주는 말이 또 눈에 들어온다.
"너무 멀리 가면 보물을 찾을 수 없어. 보물은 너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숨겨 두었거든......"
행복의 파랑새가 바로 지척에 있었듯이 우리를 기쁘게 해줄 보물 역시 우리 주변에 있을 것이다. 찾지 못하고 있든, 찾으려 하지 않든 간에...
뒷 표지의 그림이다. 풍선 위에 앉아 있는 포포 양을 보니, 어릴 적 좋아하던 김동화 작가의 '요정 핑크'가 떠올랐다. 체중이 3.5kg밖에 나가지 않던 그 예쁜 아이가...^^
심승현 작가의 책들은 너무 예뻐서 오히려 가볍게 느껴지는 인상을 풍기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가벼워 보이는 듯한 그림 그림 사이에 고민하고 사색하는 작가의 마음 속 울림들이 분명히 들어 있다. 선물 같은 책이다.
덧글) 2010년 달력과 미니 사이즈의 그림이 사은품으로 들어 있다. 한정수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