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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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표지의 껍데기 위쪽으로 작은 제목이 보이는데, 그 제목 위에 더 작은 글씨로 쓰여 있는 문구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한 때 나는, '진지한' 것의 열혈 팬이었다. 진지한 영화, 진지한 드라마, 진지한 만화를 읽었고, 진지한 사람들이 쓴 책들은 소화도 못할 거면서 일단 사고 봤다. 무언가 꼭 남겨야만 제 가치를 다 해낸 것 같아서 들인 돈이 아깝지 않다고 여겼던 나는, 최근에는 가벼운 것을 더 선호한다. 따지고 들면 정말 말도 안 되고 문제작이기까지 한 꽃보다 남자도 즐겁게 보고, 오늘은 무거운 기분을 떨쳐내려고 '쇼퍼홀릭'을 보았고, 만화책도 '흑집사'나 '칼바니아 이야기'에 열광했다.  

일부러 그렇게 애썼다기 보다는, 그래주는 게 자연스러웠다. 몸이 고단하고 마음이 힘이 드는데, 머리 속에 꾸역꾸역 무겁고 버거운 이야기들을 집어넣을 수가 없다. 그런 것들은 머리로 이해하면서 '그래, 그렇지, 그래야 해...'하면서 반드시 '하지만......'이런 말들이 따라 붙는다.  

다 핑계라고 해도 좋다. 그게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았다. 그래야 숨 좀 돌릴 것 같았다. 그랬기에, 이 책이 반가웠다.  

공지영 작가의 책은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즐거운 나의 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 이어 다섯 번째 만남이다. 내가 읽은 그녀의 책이 모두 무거워 죽겠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 책은 제목처럼 그 중 가장 가벼운 책임에 틀림 없다.  

'가볍게' 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작가는 가벼운 소재로 가볍게 말하고 '유머'를 전달하기 위해서 무지 애를 썼다. 그래서 앞부분을 읽을 때는 흠....하며 뜸을 들이게 되었다. 하나도 안 웃긴데...... 이렇게 중얼거리게 만드는 머뭇거림. 그래도 좀 더 읽어보자...하며 책장을 넘기니 역시 내공은 무시 못하는지라, 어느 새 작가가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아껴 읽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몰아서 읽기보다 가볍게 즐기면서 읽기 위해서 나는 늘 자기 전에 몇 쪽 씩만 읽었다. 그러니까 한 주 분량의 원고(이 책이 매주 기고된 원고가 맞다면!)만 소화시킨 것이다. 야금야금. 그랬더니 더 맛있고 즐거워지는 것이다.  

작가의 독특한 지리산 친구들 이야기들이 재밌었고, 작가의 뚜렷이 구별되는 성향을 지닌 세 아이들 이야기가 즐거웠다. 인간 공지영과, 작가 공지영, 여자 공지영, 딸로서의 공지영 등이 모두 신선하면서 따스하게 다가왔지만, 그래도 역시 최고는 엄마 공지영이었던 듯하다. 작가는 소설가 공지영이라는 타이틀을 더 원할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을 해 보고, 아이를 키워본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가 써낼 수 있는, 표현해낼 수 있는 글의 깊이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서로 다른 '세계'로 느껴진다.  

이 책의 원고 내용이 한겨레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실렸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읽다 보면 그 계절, 그 사건 때의 일상들이 자연스레 떠올라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뉴스거리'라는 게 사실 즐겁고 재미난, 혹은 교육적인 내용이 거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니까.  

가끔 한겨레 신문을 통해서 기고된 원고를 보긴 했지만 꾸준히 본 게 아닌 나는, 감사와 공감의 댓글 하나 남겨보지 못했다. 그냥 이 자리를 빌어 원고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다는 짧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진심으로, 버겁고 무겁고 힘든 일상 속에서 아주 작은 위로가 되었다.  

덧글) 유행처럼 띠지가 표지 역할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라서 띠지를 벗겨내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되어버린다. 색깔 조합은 띠지가 있는 것이 좋지만, 이런 건 전부 다 책의 단가만 올려주고 환경적으로도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어려운 경제 사정을 반영해서 출판사들이 띠지 안 만들기 운동이라도 했으면 좋겠건만, 경제가 어려우니 한 권 팔 때 조금이라도 더 이윤을 남기기 위해 다 함께 띠지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자신들도 이런 호칭들이 낯설었다고 했다. 회사를 창립한 회장에게까지 "지영님."하고 부르자니 약간 민망한 감도 없지 않았단다.
  그런데 이것이 자신도 모르게 효과를 발휘하는 시간은 회의 시간이라고 한다. 예전의 회사 같았으면 분명 사장님 의견에 반대되는 생각이 있어도 말을 잘 할 수가 없었는데, 이곳에서 호칭을 "지영님." "철수님." 하고 나니까 왠지 말이 자유로워지고, 말이 자유로워지니까 생각이 자유로워지더라는 것이었다.  1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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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3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교롭게도, 이 책 전에 마지막에 읽은 에세이집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다. 난 에세이집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

무스탕 2009-04-01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소리 하나..
이벤트 당첨 명단은 어제 봤는데 오늘 축하드리네요. 많이많이 축하해요~ ^^*)

마노아 2009-04-01 10:4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감사해요. 부비부빗~!!!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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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길었고, 딱딱하게 느껴져서, 제목의 의미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더랬다. 그러다가 묵혀둔 책을 꺼내든 것은 여행 때문이었다.

상하이 여행을 가기 전 어떤 책을 가져갈 것인가 행복한 고민을 했다.
앞서 상하이 여행을 여름에 다녀온 나의 지인은 가서 돌아다니기도 바쁜데 책을 왜 가져가냐고 짐만 된다고 했지만, 비행기 안에서 읽거나 자기 전에 읽거나 책 읽을 짬이 있을 것 같았다. 비록 비행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안 가져갔음 큰일날 뻔 했다. 길고 긴 시간 동안 책 없이 어찌 버텼을까...ㅠ.ㅠ 

상하이 가면서부터 비행기에서 읽고 또 3일을 잡아 먹은 책은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이었다. 책이 길었고, 작가주와 번역자 주까지 합해서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니어서 오래 걸린 것이다. 그래서 머리도 좀 식히고 좀 더 빨리 읽힐 책으로 공지영의 책을 골랐다. 예상대로 술술 넘어가며 책장 넘기는 보람을 선사해 주더라. 

이 책은 그녀의 첫째 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글 모음이다. 얼마만의 간격으로 보낸 건지 몰랐는데 책의 말미를 보니 일주일에 한통씩 쓴 것이었다. 그 딸이 고3이 되었을 때, 그리고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보낸 편지들. 아무리 작가 엄마라고는 하지만 그 세련된 소통이 어찌나 부럽던지! 

이 책이 더 매력적인 것은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충고이자 연서이기도 하지만 책 속에 책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작가 공지영이 만났던 책, 필요했던 책, 그리고 되새겨본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꼭 한 꼭지 이상씩 등장한다. 그 책들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무시 못한다. 책 제목을 일일이 적을까 하다가 검색하면 분명 누군가 리스트로 만들어뒀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미리 리스트를 작성해주신 분들께 감사!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힘들게 공부하느라 지친 딸에게 보내는 격려, 사랑과 이별에 흔들리고 떨고 있는 딸에게 보내는 위로, 그리고 딸과 싸운 날 보내는 화해의 악수까지. 이 책의 편지글들은 다양한 상황 속의 그네들 이야기, 결국엔 우리네 사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독자들을 안으로 안으로 끌어들인다. 책은 너무 무겁지도 않고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고 딱 필요한 만큼의 진지함을 보여주는 매력을 갖고 있는데, 마무리는 언제나 수영 얘기로 웃음을 준다.  내일은 수영을 가야지. 오늘은 수영을 가야지.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수영을 못 갔고, 오늘은 시골에 다녀오느라 수영장이 문을 닫았고, 오늘을 설레어서, 오늘은 마음이 아파서 기타 등등. 작가 공지영은 수영을 못 가는, 혹은 가야 할 이유들을 대면서 꼭 마무리를 하지만 당최 수영장에 갔다는 얘기는 없다. 이거 설정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어찌 보면 좀 유치하고, 어찌 보면 좀 귀여운 책 속 인사.  

'즐거운 나의 집'은 위녕의 시각에서 쓰여진 소설인데, 이 책은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 글로 모여진 책이다. 작가 엄마를 둔 모든 딸들이 그렇게 책 속 주인공으로서, 게다가 실명으로 등장하며 활개를 치며 살지는 않을 텐데, 참 특별한 경험이리라 생각된다. 그건 엄마처럼 작가의 꿈을 꾸는 딸로서는 선택이기도 하고 부담이기도 할 특별함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책의 말미에는 딸이 엄마에게 보내는 답신이 한 통 실려 있다. 고백하건대, 프로 작가 엄마의 기나긴 글보다, 딸의 짧은 답신이 나는 더 마음에 와 닿았다. 그 글에는 아직 짜여진 틀도 정형화된 표현도 없기 때문이다. 역동적인 삶을 살아낸 공지영의 딸 위녕이, 이후 어떤 글쟁이가 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나는 아직 엄마가 되어보질 못해서, 네가 '어떤' 삶을 살아도 너를 응원할 것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용기를 갖지 못하겠다. 모든 엄마들이 자녀가 어떤 길을 간다고 해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신다고도, 말은 못하겠다. 그렇지만, 그 마음들에는 모두 자녀들을, 손주들을 한껏 지지하고 지켜봐주고 싶은 사랑이 담겨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인생에 있어서 나의 삶을 온전히 긍정하며 지지해주는 한 사람을 얻는 것, 무한한 축복일 것이다. 또한, 그러한 지지를 대가 없이 보낼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값으로 셀 수 없는 축복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성실한 삶들을 향해 건강한 지지를 보내고 싶다. 건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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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읽었군요~ 축하해요.
작년에 우리 큰딸 생일선물로 산 책, 나에겐 우수리뷰를 안겨주었던 책이죠.^^
민주는 이번 방학에 봤을 뿐이고...

마노아 2009-02-04 02:0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덕분에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요~ 딸을 향한 그 연서를 어찌 잊겠어요.
전 여행 가서 읽었는데 책 안 들고 갔음 어쩔뻔 했는지...ㅠ.ㅠ
민주양의 반응은 어때요? 책속에서 어떤 책을 건졌을까요?

메르헨 2009-02-0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땡기는걸요.흠..고민되는걸요...흠...^^
마노아님, 올만에 인사하고 가요.
상하이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셨네요. 부럽습니다~~~

마노아 2009-02-04 14:10   좋아요 0 | URL
메르헨님, 바쁜 와중에 들러주셨군요. 반가워요!
상하이 여행은 별로 즐겁지 않았어요. ㅎㅎㅎ
 
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세노 갓파 지음, 김이경 옮김 / 서해문집 / 2008년 12월
품절


독특한 책을 만났다.
인도 여행기이면서 역사서를 표방할 만큼 다양한 인도사를 지나가고,
기행문이니까 사진이 주를 이룰 것 같은데 사진은 단 한장도 들어가 있지 않다.
대신 무수한 스케치가 들어가 있다.
모두 세노 갓파 자신이 그린 그림들이다.

그의 본업은 무대 감독이다. 그리고 또 여행가이다.
여행을 갈 때 그는 스케치북을 늘 갖고 다니는데, 그가 만나는 무수한 사람과 사물, 그리고 건축물 등을 세심하게 그림으로 옮겨놓는다.
심지어 자신이 탔던 열차와 머물렀던 호텔 방의 도면까지 다 그린다.
그리고 그 물건 사이의 간격도 재고 실내 온도도 체크한다.
이 남자, 보통 특이한 인물이 아니다.

세노 갓파의 인도 여행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1978년과 1983년.
서른 해를 꼬박 넘긴 시간이니 이 여행기록은 꽤 오래된 데이타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세노 갓파가 다녀온 것은 모든 것이 순식간에 변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천천히 흘러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인도'니까.

그는 멋진 자연 풍경에는 그닥 끌려하지 않았다.
사람 손을 탄 건축물들. 그것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과 역사 속에서 갖고 있는 의미,
그리고 현재 인도인들에게 어떤 실체인가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그가 인도의 역사와 인도의 종교, 인도의 풍습을 함께 얘기하는 모습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그곳 사람들의 삶이 눈에 그려지게 된다.
게다가 이렇듯 친절한 그림도 함께하지 않는가.

타지마할을 조성시킨 샤자한 황제는 아내의 묘를 완성시킨 다음에 흑색으로 된 자신의 묘를 하나 더 만들 계획이었다고 한다.
만약 그 흑색 묘까지 완성되었다고 한다면 타지마할을 찾는 관광객은 더 엄청난 볼거리를 눈에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아쉬워하기에는, 저 공사에 동원되었을 무수한 백성들의 피눈물이 밟힌다.
없는 것은 없는 대로, 있는 것은 있는 대로 만족하도록 하자.

스케치가 워낙 조밀한 까닭에, 또 그 안에 담긴 글자들이 빡빡한 까닭에 있는 데에 시간이 제법 걸렸다.
게다가 원작의 편집을 그대로 살린 탓인지, 세로 읽기가 너무 많다.
일본 사람들이야 그게 익숙하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어디 그런가.
워낙에 집착하는 성격의 나는 글자 하나 안 놓치려고 용을 쓰다 보니 눈이 좀 쉽게 피로해지긴 했다는 전설...;;;;

호기심쟁이 갓파는 인도 여인들이 입은 전통 의상 입는 순서를 재현시켜 보고 자신도 직접 입어보는 등, 뭐든 자기 손으로 해보는 게 많았다.
그들의 전통 그림도 따라 그려보고, 순례자들의 고행 길도 마다하지 않는 열성을 보였다.
그 바람에 맨발로 땅을 걷는 일이 익숙한 그들과 달리 발바닥이 뜨겁게 달궈지는 통증을 맛보기도 했지만.

조장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고, 온 그대로 떠나는 장례 문화.
무엇도 더럽히지 않는 정신이 돋보인다.
그림으로는 잘 상상이 안 가지만 실제로 보면 압도 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다른 종교의 의식을 들여다 보자니 엄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새들이 와서 먹는다고 생각하면 좀 으스스해지기는 하지만.

이걸 다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할 것이다.
그 자리에서 직접 그리는 것은 분명한데 완성까지 다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는 사진을 찍고, 사진을 토대로 가급적 사실적으로 스케치를 해낸다.
어떤 호수에서는 300척의 배를 다 그리고 싶었지만 180척의 배를 그려넣은 것을 아쉬워하는 대목이 있었다. 180척도 대단하다.
심지어 궁전 같은 경우 창문의 숫자까지 모두 일치하게 그린다니 이 남자의 집착 정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듯.

인도를 여행하기 위한 '안내서'라기 보다, 인도라는 나라를 들여다 보며 호기심을 더 건드리는 책으로 이 책은 더 적합해 보인다.
인도인다운 능청스러움과 조화로움, 자연스러움 등을 접할 기회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인문지리서이면서 역사서, 그리고 그림책이기도 한 독특한 책과의 만남!
세로 읽기의 압박만 뺀다면 참 멋진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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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1-24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리뷰는 정말 멋져요 +_+ 사진 없는 여행기라니 ㄷㄷㄷㄷㄷ
저도 인도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진짜 힘들어서 인도 장기 여행 하시는 분들 너무 존경스럽더군요 -_-b

마노아 2009-01-24 11:18   좋아요 0 | URL
세노 갓파는 한달 반씩 두 차례 다녀왔어요. 제 친구도 예전에 인도 여행 두달 동안 다녀오던데, 그만큼 넓고 볼거리도 많고 다양한 나라란 의미겠죠? 키티님은 세계 곳곳을 다니시공, 완전 부러워요. ^^

순오기 2009-01-2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정말 특별한 책이네요.
스케치 잘하는 사람 부럽드만~ 세노 갓파 기억해야겠어요.^^

마노아 2009-01-24 19:44   좋아요 0 | URL
인도에서 대화가 안 되면 그림으로 그려주더라구요. 멋진 의사 소통이지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2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노 갓파의 일본여행 읽었는데 그림을 정말 잘 그리더군요.그리고 저는 세로글도 좋아해요.헌책을 많이 봐서 그런가봐요.

마노아 2009-01-24 19:45   좋아요 0 | URL
일본 사람의 일본 여행기라니, 궁금해져요. 거기도 이렇게 스케치가 많겠지요? 세로글도 좋아하는 노이에자이트님의 내공에 무릎을 꿇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1-2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그림이 정말 볼 만했어요.반했지요.그리고 저는 본격적인 독서를 삼성문고로 시작했는데 이게 세로줄에 국한문 혼용이었어요.그래서 그런 글에 익숙한 편이지요.

마노아 2009-01-24 22:42   좋아요 0 | URL
세로 읽기도 모자라 국한문 혼용이었다고요???? 아, 대단해요. ㅜㅜ제대로 공부를 하셨군요. 존경스럽습니다!

다락방 2009-01-25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 그림에 대한 설명까지 읽느라고 의외로 시간이 꽤 걸렸던 책이네요. 이 책을 마노아님도 읽으셨다니! 반갑잖아욧 >.<

마노아 2009-01-25 21:50   좋아요 0 | URL
세노 갓파는 편집증자일지도 몰라요. ㅎㅎㅎ
엄청 꼼꼼하다 못해서 숫자에 집착하더라구요. 숫자에 집착하는 건 나랑 좀 비슷하기도^^;;;;
저도 다락방님 홈페이지 가서 이 책 보고는 아앗! 했어요. ^0^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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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 드라마'라는 별명을 잉태시켰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나는 그리 많이 보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추억하는 거짓말도 보지 못했고, '꽃보다 아름다워'는 후반부를, '굿바이 솔로'는 뒤늦게 챙겨 보았고, 많이 보고 싶었던 '그들이 사는 세상'는 초반 2회까지 밖에 보지 못했다. 감동을 주는, 사람을 이야기하던 그 작가를 드라마 대신, 책으로 만났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라는 제목의 첫번째 글을, 오래 전 웹상에서 먼저 접했더랬다. 이 책에 실린 많은 글들은 작가가 오랜 기간 동안 끄적이던 것들을 모았기 때문에 시간 차가 많이 난다. 그래서 책과 동제목의 그 글도 내가 예전에 접할 수 있었던 것.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고 했는데, 처음 그 글을 접했을 때는 그 사랑이 남자와 여자와 같은, 연인 사이의 사랑이라고만 생각했다. 바로 그 사랑이 연상되었고 다른 사랑을 떠올리지 못했다. 적어도 그때보다는 물리적 나이를 더 먹고, 세상살이를 더 겪은 나는, 이제 그 '사랑'이 꼭 그 사랑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를 향해 '유죄'라고 외칠 그 이름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도.  

작가는 대본에도 '건조하게' 연기하라는 주문을 넣을 때가 있다던데, 이 눈물 빼게 만드는 책도 뜻밖에 '건조하게' 읽히곤 했다. 신기한 경험이다. 가슴 짠하게 하고, 눈물 아릿하게 만드는 명문장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고, 그녀 자신의 신산스러웠던 삶의 기억과 여정도 모두 진실되건만, 그건 노희경의 경험이고 추억이고 삶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내 마음을 크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나는 다만 작가의 경험과 회고를 들여다 보며, 그 놀랍고 멋진, 아름다운 대본을 쓰는 작가도 이런 심상을 갖고 사는구나... 하며 약간의 위로와 연민을 느낄 뿐.  

그런 아버지, 그런 어머니를 둔 작가 노희경. 순탄치 못했던 성장 과정이, 그녀의 반항들이 모두 삶 속에 녹아, 다시 글 속에서 살아 움직여 '드라마'로 재현될 때, 나는 독자보다 시청자로서 더 반갑고 찐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다. 그녀의 무수한 파트너였던 표민수 피디, 그리고 동반자였던 윤여정, 나문희 선생님 같은 연기자들. 그들과의 흔적을 들여다 보는 게 기뻤다. 이 사람들, 드라마를 통해서 비쳐지던 그 모습들이 모두 연기는 아니었구나. 그네들의 삶과 성격과 인성이 모두 드러나는구나. 그리고 그걸 잘 드러나게 해주는 노희경 작가와의 만남은, 시청자에게도 축복이구나... 라는 생각.  

책이 참 예쁘다. 많지 않은 페이지를 메꾸기 위해 많은 일러스트가 동원되었는데, 글을 좀 더 가볍게 만들고 산뜻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톡톡히 준다. 노희경스러움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고민한 흔적이기도 할 것이다. 장과 장을 나누는 기름 종이 위의 검은 글씨, 그리고 작가 노희경의 이름 석자가 한 템포 쉬어가는 흐름을 만든다. 예쁘고, 곱다.  





 

 

 

 





 

 

 

 

책의 맨 마지막 글은 또 지난 해 나를 울렸던 북한의 굶주리는 어느 모녀에 대한 글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나를 잔뜩 울리고 말았다. 그랬다. 그게 노희경의 힘이기도 했다. 다른 구구한, 예쁜, 아름다운 글보다도, 삶을 제대로 직시한, 그 서러움과 신산함과 버거움을 표현해줄 때, 그녀의 진심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누군가를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일이 나에겐 주제 넘은 짓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무슨. 이런 말들로 불편함을 대신했었다. 정규직이 되면 제일 먼저 굶주리는 어린 아이들을 도와야지... 이런 다짐도 했더랬다. 그 마음들이 자기 기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부끄러워졌다. 누굴 돕는다는 것이 정기적인 수입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던가. 굶주리는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가진 빵 한쪽, 밥 한 그릇을 나눌 수 없다면 어찌 인간된 도리라 할 수 있을까. 보장된 수입이 없어도 나는 사고 싶은 책을 기어이 사고서 자기만족과 혐오를 동시에 느낄 터인데, 누군가를 돕는 손길에 자발적 클릭 한 번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고 하였는데, 그 말이 도움의 손길 한 번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느낀다. 알라딘에서 책 살 때마다 보내주는 유니세프 봉투를 뜯었다. 크지 않은 액수라도 기꺼이 도움 될 것을 알고 있으니, 보람이 차오른다. 금년 한 해를 시작하며 내가 했던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보가 아니었을까. 성실히, 마음을 담아 후원해보자. 그 행보를 열게 해 준 노희경 작가. 그녀의 책이 이룬 또 하나의 성과가 아닐까.  

그리고 사랑, 사랑을 하자. 연인이든 가족이든 벗이든, 세상이든, 후회없이 아낌 없이 사랑을 하자. 적어도, 미워는 하지 말자. 미움이 옅어져 무관심으로 변하게도 만들지 말자. 기꺼이,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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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09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당첨선물로 이 책을 고를까 망설이다가 워낙 본 드라마가 없어서 다른 걸 찍었는데...
리뷰를 읽으니 기어이 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기꺼이 사랑해야죠, 우리 모두~~~ 굶주린이들을 돕는 일에도!

마노아 2009-01-09 11:07   좋아요 0 | URL
매니아 팬들은 드라마 속의 대사를 기억하면서 감탄할 것 같아요. 근데 꼭 사서 볼 정도는 아니고 빌려서 보셔도 무방해요. ^^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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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와의 오랜만의 만남이다. 참 좋아하는 작가인데 오 자히르부터 어쩐지 손이 가질 않아 몇 권의 신작을 놓쳤다. 그리고 다시 만난 책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집이다.  

그가 여러 해에 걸쳐 겪었던 여러 일들과 그에 대한 단상들, 그가 기고했던 어떤 글들, 또는 그가 누군가를 통해 듣게 된 이야기들, 그의 뜨겁고도 담백한 신앙고백들이 익명의 무수한 독자들을 향해 지혜의 말씀으로 저장되어 전달되고 있다.  

자세하게는 안 나오지만, 책을 주르륵 읽다 보면 그가 살아온 삶의 여정들과 무척 바빠진 지금의 그의 동선들이 대강 눈으로 그려진다. 방황했던 젊은 나날들, 순례자의 길에서 얻은 깨달음, 유명한 작가로서 전 세계를 누비게 된 바쁜 스케줄, 그리고 그가 만났던 많은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뜻밖에도 그는 '활과 화살'을 가까이 두면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데, 그가 감동깊게 읽었다던 '활쏘기의 선'은 나 역시도 읽었지만 禪의 세계에 무지했던 나로서는 무척 힘든 독서였던 것을 기억한다. 빨리빨리 책을 읽어나가고 싶었는데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아 눈으로 읽고 막 건너뛰었던 부끄러웠던 독서를 읽었던 책으로 꼽기는 심히 민망한 일이다.  

어떤 이야기들은 익히 들어온 메시지이고, 또 어떤 에피소드들은 다른 책에서도 소개된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저그런 짜깁기 책이란 소리는 아니다. 익숙하지만 두 번 세 번 더 들어도 여전히 우리에게 힘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메시지들이 많이 담겨 있다. 만약 내가 개인적으로 에세이집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 아니었더라면 별점이 좀 더 후했을 수도 있을 텐데 코엘료의 팬으로서 아쉬운 대목이다. (이건 김훈의 에세이집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 나만의 법칙?이다.) 

표지가 아름답다. 강물 위에 배가 떠 있고, 그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수평선 위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고 있다. 헌데 이 달이 상현달 마냥 절반만 보인다. 물에 비친 달의 모습이 하얗게 눈부시다. 조금은 환상적인 분위기에 묘한 이질감을 주는 표지이다. 워낙에 유명한 '제목'인지라 참신함은 떨어지지만,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표지, 그리고 제목은 대체로 유사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그의 신앙고백이라든가, 신앙적 지침, 그리고 충고들이 유익했다. 우리에게 희생과 고난의 상징으로 다가오곤 하는 예수님의 존재를 즐겁고 기쁜, 재미난,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꿔주고, 그것이 죄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 부분은 몹시 고마운 내용이었다.  나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에 꼭 필요한 충고였으니까 말이다.  

외국의 도시에 가면 박물관을 갈 게 아니라 사람 속에 뛰어들어 그네들의 모습을 보란 조언도 인상적이다. 하고자 하는 말과 의도는 충분히 수긍하지만 그래도 나는 역시 박물관을 먼저 가볼 듯 하다. 하핫, 좀처럼 오기 힘든 기회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때로 짧게, 때로는 긴 호흡으로 담담하게 전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메시지들. 우리의 삶을 보다 자연스럽게, 얽매이지 않게, 보다 용기있게 채워줄 조언들이다. 느린 템포로 조금씩 읽어나간다면 더 깊게, 더 따스하게 우리 마음으로 스며들 것이다. 한 번쯤 읽어본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되도록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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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2-2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울로 코엘료의 인기가 요즘도 좋은가요?

마노아 2008-12-28 16:28   좋아요 0 | URL
4,5년 전 같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기본은 하지 않을까 싶어요. 유명세가 있으니까요.
방금 이 책 중고샵에 내놓았는데 팔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