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 IVP 그림책 시리즈 3
로버트 멍어 지음, 신은재 그림, 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편집부 옮김 / IVP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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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대학 때에 보았던 책인데, 언니가 선물로 또 받아왔다.  자세히 보니 뒷부분에 첨언이 좀 더 된 것 같아서 이 참에 다시 읽어보았다.(무척 짧다.)

원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설교 말씀으로 전했는데, 그 말씀에 은혜를 받은 사람들에 의해서 널리 퍼져 끝내 책으로 묶어나온 것이다.

우리 마음을 성전으로, 그러니까 그리스도께서 머무를 수 있는 '집'으로 묘사하였는데, 그래서 주방, 거실, 벽장, 창고 등등의 공간적 개념이 등장하지만 우리의 '영적' 상태를 말해주는 책이 되겠다.

작품 속 주인공이 예수님을 초대했는데 막상 집을 보여주자니 걸리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거실은 너무 지저분했고, 식사 대접을 했더니 식탁 메뉴가 그분께서 드실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벽장은 또 어떻던가.  창고 역시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것으로 꽉 차 있었다.

바꿔 말하면, 그의 심령 상태가 예수 그리스도의 집으로 삼기에는 너무 지저분했고, 탐욕으로 가득차 있었고, 마음 속 깊이에는 당당히 드러낼 수 없는 부끄러운 것들이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건 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의 문을 그분이 두드렸을 때 내가 바로 문 열고 나와 등불을 준비한 신부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영적 상태, 신앙 상태 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해볼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더 부끄러운 것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도 나는 '반성'을 했는데, '반성만' 한 것이다.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오늘 나의 마음에, 원망이 가득하다.  서러움도 가득하다.  미움도 가득하다.  그분이 오신다고 했을 때 앉으라고 할 구석이 없다.  그렇게 해서 지저분해진, 그리고 아파서 삐걱거리는 내 마음을 그분도 싫어하실 텐데, 나는 상한 심령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문패를 갈아 끼워야 할 사람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인데 말이다...

깨끗이 닦고 치우고 보존해야 할 터이다.  나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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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미스 -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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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 에세이는 내 카테고리 안에서 만화로 분류하기도 수필로 분류하기도 조금 애매한데 심승현의 작품은 더더욱 애매하다.  에세이라기 보다는 동화같고 소설같은 내용이어서 그렇다.

파페포포 시리즈 때도 느꼈지만 지나칠(?) 만큼 그림이 곱다.  당장이라도 눈망울에서 물이 맺힐 것 같은 얼굴을 한 캐릭터인데, 그렇다고 곱기만 한 순정만화 같지는 않고, 감성 면에서도 남성 작가가 썼다는 게 신기하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자신을 바라보는 상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의 눈에 들어찬 상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불어 발음의 이름들을 가진 캐릭터들은 그 이름에 이미 성격과 상징이 담겨 있다.

풀벌레 보떼는 '미, 아름다움'을 뜻한다.  풀꽃 꾸르에게는 징그럽다고 구박을 받기 일쑤였지만, 내면의 아름다움과 사려깊음을 지닌 존재다.  그렇게 찬란한 보석을 속에 품고 있기에 아름다운 나비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모양이다.

꾸르는 아주 작고 귀여운 풀꽃인데 그 이름의 뜻은 '작은, 부족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자신의 사랑을 알리는 데에는 적극적이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상대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  그래서 작고 부족한 마음의 그는 조금은 이기적이기도 하고 어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해바라기 플레르는 '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해님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풀꽃 꾸르의 마음도 이해해주는 넓은 마음을 지녔다.  그래서 그의 꽃은 더 찬란하고 빛이 나나 보다.

눈 많은 그늘나비는 이 책의 제목인 프라미스, 즉 '약속'의 의미를 갖고 있다.  소중한 약속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 그래서 더 많은 이들에게 큰 기쁨을 전해준 존재다.

바람 엘랑스는 '방랑, 방황'의 의미를 갖고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흔들리는 나뭇잎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는 그는 보이지는 않는 곳에서 상처를 보듬어주고 격려해 주는 멋스러운 존재로 그려진다.

해님 프리조니는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이란 이름을 가졌다.  하늘 높은 곳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밝고 강한 존재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상처로 마음을 닫아버린 작은 꼬마에 불과하다.  그의 고독은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그 뜨거움 만큼이나 깊다.

숲의 기억 마트리스는 '모태, 모체'의 의미를 갖고 있다.  각자의 섬들이 이곳에서 태어나고, 그 섬들에 살던 만물이 죽으면 다시 숲의 기억으로 돌아와 엄마의 품속에서 잠들듯 생을 마감한다.  이야기 속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그려진다.

글과 그림이 참으로 예쁘장하다.  다만, 박제화되거나 도식화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창의력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  별 셋 정도의 메시지를 주지만, 그림이 너무 곱고 감탄을 자아내어서 별 넷은 거뜬히 주고 싶다.

바람만 불어도 가슴이 왈랑거리는 '소녀'에게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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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에세이 작가총서 96
정민호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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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서재 글을 통해서 한차례 읽은 여행기임에도, 다시 읽는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가보지 못했지만, 글을 통해서 간접경험한 그 길을, 마치 한차례 더 여행한 기분.

산티아고 여행길이 유명한지 알 수 없지만, 내게는 너무 생소한 그 길을, 작가는 보디랭귀지 하나만 믿고 출발했다.  스스로도 무모했다고 말하지만, 그 무모한 용기가 그토록 부러울 수가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말하는데, 그 한 발을 내디딘 그의 여행길은 이미 절반은 성공하고 들어간 셈.

작가도 몹시 아쉬워한 부분인데 서두르는 통에 디지털 카메라의 충전기를 집에 두고 간 것은 너무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더 많은 담고 싶은 것들을 긴 여행길을 떠올리며 참아야 했을 그 마음에 내가 다 아쉬워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  카메라 대신 눈과 마음에 담았을 그 풍경을 나 역시 상상으로 대신해 본다.

여행이라는 것을 별로 접해보지 못한 나는, 그가 걸었던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놀랍기만 하다.  여행하는 순례자들을 위한 그 나라의 배려와 그곳 사람들의 관심에 가슴이 훈훈해진다.  사람이 길을 만드는 법이거늘, 이 길은 길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국적의 다양한 사람들이 그 길에서 친구가 된다.  그들은 같은 길을 걸으며 동지가 되고, 다른 길로 헤어지면서 우정을 가슴에 새긴다.  서로의 국가를 들으며 엄숙함과 경이로움을 느꼈을 그 순간, 우리의 아리랑을 들으며 브라보를 외쳐주는 장면에 내가 다 시큰해진다.  어두운 길목에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서 걷는 모습이라던가, 긴 여정의 끝에서 서로에게 '아미노'라고 외쳐주며 포옹해줄 때의 모습 등은 마라톤 완주를 끝낸 선수에게 보내주는 갈채의 박수와 닮아 있었다.

이제 작가는 그 길의 시간과 경험을 떠올리며 무엇이든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내가 겪지 못했음에도 그 마음의 진실성을 의심치 않는다.  그 길에서 그가 가졌을 환희와 탄식이 모두 소중하게 느껴진다.  언제고 내게도 이런 여행길이 잡힌다면, 그때 내게 된통 부추겼던 인물이 있었노라고 추억하게 될 것이다.

긴 여정의 이동길이 지도로 표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약간의 비문과 오타는 옥의 티였다.  작가가 이후로 또 다시 멋진 여행기를 낸다면, 그때는 더 많은 스폰서가 생겨서 칼러풀한 사진과 함께 만나주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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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생명을 보다 - 황홀하고 경이로운 지구 이야기
사이먼 윈체스터.조지 W. 스톤 외 지음, 박영원 옮김 / 휘슬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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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고원-가장 높은 땅

티베트는 날씨가 항상 좋아요. 태양이 하루 종일 맑고 푸른 하늘에서 빛나죠. 몬순이요? 걱정 안하셔도 돼요. 라사까지 못 오죠. 그러기에는 산이 너무 높거든요. <티베트로 가는 길>사브리예 텐베르켄

같은 곳을 찍었음에도 너무 달라 보인다. 저 자리에 서서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게 된다면, 그 장관에 숨이 막힐 테지...

울루루-오스트레일리아

가장 멋진 단일 암석

에어즈록으로 알려진 울루루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울루루 카타튜타 국립공원에 있는 거대한 바위덩어리이다. 바위 표면은 시간과 날씨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특히 일몰 때는 마치 불타는 듯한 붉은 색이 장관을 이룬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암석은 서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아우구스투스로 울루루의 2.5배 크기. 사막 아래에 묻혀있는 부분을 고려하면 울루루의 길이는 거의 100km, 두께는 5km에 이른다. 이처럼 지하암반이 밖으로 드러나 있는 바위로는 울루루, 올라가로 알려진 카타튜타의 거대한 돔 모양의 암석, 잊혀진 산인 코너, 이 세 개 밖에 없다.(칼 크루첼니키 박사)

에볼리지니 족의 한 전설에 의하면 원래 울루루는 가운데에 작은 샘을 가지고 있는 평평한 모래 언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뱀을 정령으로 모시는 부족이 음식과 물이 풍부하다는 걸 알고 울루루 근처에 정착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래 언덕이 돌로 변해버렸고 부족 역시 돌이 되어버렸다.

사하라-가장 넓은 사막(북아프리카)

사하라는 미국과 맞먹을 정도로 면적이 넓다.

모래 언덕은 인체의 곡면을 연상시키듯 부드럽지만 황량하고 위험하다. 모래 언덕은 바람이 만드는 조각으로 그 형태는 계속해서 바뀐다.

하와이(미국)-가장 다양한 색채를 지닌 해변


그랜드 캐니언(미국)-서반구에서 가장 큰 협곡

1875년부터 1881년까지 그랜드캐니언을 조사했던 지질학자 클라렌스 더튼은 바위 하나하나에 담겨진 자료의 풍부함과 다양성에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랜드캐니언의 바위들이 만약 다른 곳에 홀로 놓여 있었다면 그 하나가 바로 위대한 유물로 대접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런 귀중한 유물이 넘쳐난다. 그 위대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대학 때 이곳을 다녀오셨다고 하신 교수님은, 그 장관에 놀라 찬송가를 불렀다고 한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재밌게도, 자기만 그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너도 나도 자기 나라의 언어로 같은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나 역시 그곳을 목격하면 정말 그렇게 될까? ^^

세렝게티 평원(탄자니아, 케냐)- 가장 큰 야생동물의 보고

세렝게티 평원은 수백 만 마리의 누, 사자, 가젤, 표범, 지브라, 하이에나, 코끼리, 치타, 무소, 기린이 초원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동아프리카의 광대한 자연 생태계이다. 이곳은 나무와 관목이 흩어져 있는 사바나 기후의 목초지로 넓이가 무려 31.000km2에 이른다.

세렝게티란 이름은 마사이 족이 이곳을 '시링지투'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한다.

"사자를 야생으로 풀어주기 위해 세렝게티에서 일했던 조지와 조이 아담슨의 이야기는 책과 영화 <야성의 엘자>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위험한 것은 땅이나 맹수뿐이 아니다. 조이는 1980년, 前 고용인에 의해 살해됐고, 조지는 1989년 밀렵꾼의 총에 맞고 사망했다."

모노 레이크(미국)-가장 석회화된 곳

캘리포니아의 모노 레이크는 나이가 약 100만 년에서 300만 년으로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 중 하나이다. 다섯 개의 시냇물이 호수로 흘러들고 있지만, 물이 나가는 출구가 없어 용해된 소금과 광물이 높은 밀도로 쌓이게 되었따. 증발이 일어나면서 염분도 많아져 태평양보다 염도가 세 배 정도 높으며 담수보다 약 천 배 가량 알칼리성이 강하다.

이곳 모노 레이크 주위에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파이우테스 부족이 호수의 물을 마시며 수 세기 동안 살아왔따. 그러나 로스엔젤레스 당국이 남부 캘리포니아의 메마른 땅에 물을 대기 위해 호수로 유입되던 물줄기의 대부분을 돌려놓으면서 수 세기 동안 유지해 왔던 부족의 생활방식도 사라지고 말았다. 모노 레이크의 소금 농도가 더 짙어져 마실 수 없는 물이 되고 만 것이다.

가장 높은 해일 : 1958년 알래스카 리튜야 만(미국)
가장 빠른 해일 : 1946년 하와이 힐로(미국)
가장 치명적인 해일 : 1883년 크라카토아(인도네시아)

이과수 폭포(아르헨티나, 브라질)-가장 넓은 폭포

이과수 폭포는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가 되면 유량이 나이아가라 폭포의 약 2배가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건기에는 그저 단순한 폭포에 불과하다.

현지 인디언에 따르면 이과수라는 말은 '장대한 물'이라는 뜻이며, 초기에는 이곳을 '구름이 태어나는 곳'으로 여겼다고 한다.

과라니 족의 전설에 따르면 이과수 폭포는 한 소녀를 사랑한 숲의 신이 그녀를 몰래 데려가려던 남자를 막기 위해 강 바닥을 폭파시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소녀는 바닥에 도착하자 곧 바위로 변해 커다란 천둥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에 영원히 씻기는 운명이 되었다. 한편 남자는 절벽에 매달린 나무가 되어 심연을 끊임없이 굽어보며 잃어버린 연인을 찾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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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 Pamphlet 1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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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장에서 용종을 제거했던 엄마는 지난 주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셨다.  그 전 주 검사에서도 별 문제 없었고, 그저 확인만 받고 오면 된다고 여겨서 혼자 조용히 병원으로 가셨는데, 한 시간 쯤 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보호자분 병원에 오셔야겠습니다."

그 전화를 끊고서,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대체 왜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했을까? 큰병이 있는 것일까?  온갖 상상이 머리 속을 휘젖고 다녔다.  옷을 챙겨입으면서 눈물부터 앞서 마음이 진정되지를 않았다.

스무 살에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엄마는 22년 전에 자궁암을 앓으셨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으셨다.  내 나이 이제 서른인데,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인데도, 혹시라도 엄마마저 잘못 되시면 내가 고아가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치솟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예전에 혹을 제거했던 곳 옆에서 더 큰 혹이 더 위험하게 자라고 있었다.  바로 수술을 받아야 했고, 조직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에나 나온다 한다.  엄마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난 위로 언니도 둘이 있는데, 가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 부모가 세상에 안 계신다고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서워서 다 큰 어른인데도 나는 펑펑 울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이토록 어린 아이들이, 이토록 많은 고아가 되어, 이토록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온 세상에 이렇게 아픈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나는 새삼 나의 무관심이 얼마나 살벌한 무기인가 깨달으며 함께 아파했다.

인구 400만의 아체는, 인도네시아 국토의 1/30에 해당하는 면적이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천연자원의 보고인지라 수탈의 도시가 되고 말았다.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에 의해 점령된 이후 30년이나 자유를 위해 투쟁을 해왔던 그 처절한 땅에 쓰나미가 덮쳤다.  그 쓰나미에 의해 40만 명이 희생되었다.

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쳐왔지만, 그것이 아체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조직적인 방해 때문.  그나마 외국에서 온 구호의 손길과 기자들의 발길마저 뚝 끊기자 그곳은 더 살아남기 힘든 죽음의 땅으로 변해 갔다. 

이슬람 최대 인구의 나라라는 인도네시아의 위상 때문에 이슬람권은 침묵하고, 기독교권인 미국과 서구는 종교적 분쟁을 피한다는 미명 아래 인도네시아 군부와 결탁하여 자원 수탈과 무기 수출이라는 '국익'을 노리며 또 외면하였다.  아체는 너무 오래 울어 왔는데도, 여전히 울어야만 했다.

헌데, 그 아체에 희망이 되어주는 것은 외국의 원조나 관심보다도 그들 자신안에 내재된 올곧은 의지와 공생하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부모 잃은 아이들을 고아원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포용하여 끌어안는 모습, 120m나 파내려가서 힘겹게 얻은 우물의 귀한 물을, 이웃 마을들과 함께 마시며 갈증으로 허덕이는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 모습, 전통적으로 여성을 배제했던 마을 회의에 여성을 끌어안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는 모습 등이 그들에게 새 미래가 오고 있음을 보게 하였다.

물론, 그들은 여전히 힘들게 지내고 있다.  그들 사이로 침투해 들어온 자본주의 경제에 의한 원치 않는 가난과, 인도네시아 정부의 굴욕적인 탄압과, 하늘도 버린 듯 무참히 덮쳐버린 쓰나미에 의해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그들이었다. 

2005년 8월 15일, 마침내 인도네시아 정부와 자유아체운동 지도부는 30년 내전을 마감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2003년에도 평화협정을 맺었다가 6개월 만에 다시 피의 살육을 저질렀던 정부인지라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미국의 액슨모빌은 아체 유전자원을 2010년 경이면 거의 다 빨아먹게 된다는 사실이다.  아체에 자치권을 넘겨줘도 큰 손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현실적 계산이 그들을 평화협정의 길로 가게 했을 것이다.  자원이 그들에게는 재앙이 되었던 셈이니, 그 자원이 고갈된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그들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있다는 비극적인 계산(!)이 나오는 것.

아체인들은 비극적인 참사를 당하고도 살육이나 약탈, 폭력, 자살 등의 징후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그 마음에, 희망을 걸어본다.  그 곧은 마음과 삶에 대한 자세에 그들의 미래를 내다본다.  슬픔을 공유하여 그 슬픔을 쪼개어 내는 그들의 그 선함이 그들에게 다시 큰 보상으로 돌아올 거라고, 그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큰 진리일 거라고, 나는 애써애써 믿고 싶다. 

아울러, 아체에 직접 찾아가 몸으로 발로 뛰고 온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며 그들의 고통에 동참해 주었던, 우리에게 그같은 실상을 전해준 박노해님과 나눔문화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그들의 슬픔에 기대어 나의 부유함과 나의 충족함과 나의 안전한 삶을 깨닫게 된 점에 미안함을 느낀다.  아체가 더 이상 울지 않게, 우리 주변의 그 누구라도 그리 섧게, 외롭게 울지 않게 돌아보는 나를, 우리를 기대한다.

 

 

아체의 어린 꽃들 

아버지 어머니 어디에 있나요
보고 싶고 울고 싶고 안기고 싶어요
만일 생존해 있다면 어디에 계신가요
만일 돌아가셨다면 무덤이 어딘가요
내가 자라 성인이 되면 무덤을 찾아가
꽃을 바치고 기도를 드려야 할 텐데

슬픔은 우기처럼 쏟아져도
나에게는 비를 가릴 처마 하나 없어요
고통은 건기처럼 내리쫴도
불볕을 피할 나무 그늘 하나 없어요
우리 삶의 길은 하느님이 정해 놓으셨으니
비록 어려울지라도 하느님이 원하신 대로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아체의 언덕에 피어난 어린 꽃송이들
꽃은 피지도 못하고 떨어져 버렸어요
파도에 살아남은 작고 어린 꽃송이들
그 꽃은 이제 향기가 나지 않아요
바람에게 향기도 전해주지 못한 채
이대로 울다 시들어 가야 하나요

하느님, 우는 아이를 내버려 두지 마세요
넘어진 아이를 그대로 두지 마세요
당신마저 저를 내버려 두신다면
어린 몸에 돌을 지고 어디로 가야 하나요
쓰나미가 모든 것을 쓸어 갔을지언정
저는 아직 작은 손을 흔들고 있어요
저를 혼자 울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저를 혼자 울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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