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창비시선 32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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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짐 속에는 다른 사람의 짐이 절반이다
다른 사람의 짐을 지고 가지 않으면
결코 내 짐마저 지고 갈 수 없다
길을 떠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짐은 멀리 던져버려도
어느새 다른 사람의 짐이
내가 짊어지고 가는 짊의 절반 이상이다
풀잎이 이슬을 무거워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내 짐이 아침이슬이길 간절히 바랐으나
이슬에도 햇살의 무게가 절반 이상이다
이제 짐을 내려놓고 별을 바라본다
지금까지 버리지 않고 지고 온 짐덩이 속에
내 짐이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비틀거리며 기어이 짊어지고 온
다른 사람의 짐만 남아 있다
-36쪽

충분한 불행

나는 이미 충분히 불행하다
불행이라도 충분하므로
혹한의 겨울이 찾아오는 동안
많은 것을 잃었지만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
죽음이란 보고 싶을 때 보지 못하는 것
보지 못하지만 살아갈수록 함께 살아가는 것
더러운 물에 깨끗한 물을 붓지 못하고
깨끗한 물에 더러운 물을 부으며 살아왔지만
나의 눈물은 뜨거운 바퀴가 되어
차가운 겨울 거리를 굴러다닌다
남의 불행에서 위로를 받았던 나의 불행이
이제 남의 불행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
밤늦게 시간이 가득 든 검은 가방을 들고
종착역에 내려도
아무데도 전화할 데가 없다
-37쪽

벽돌

위로 쌓아올려지기보다 밑에 내려깔리기를 원한다
지상보다 먼 하늘을 향해 계속 쌓아올려져야 한다면
언제나 너의 발밑에 내려깔려
누구든 단단히 받쳐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어느날 너와 함께 하늘 높이 쌓아올려졌다 하더라도
지상을 가르는 장벽이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산성이나 산성의 망루가 되기는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우리 동네 공중목욕탕 굴뚝이나 되길 바란다
때로는 성당의 종탑이 되어 푸른 종소리를 들으며
단단해지기보다 부드러워지길 바란다
쌓아올린 것은 언젠가는 무너지는 것이므로
돌이 되기보다 흙이 되길 바란다
-69쪽




지금부터
절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지 않겠다
남은 시간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희망의 늪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절망에는 늪이 없다
늪에는 절망이 없다
만일 절망에 늪이 있다면
희망에도 늪이 있다
희망의 늪에는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가득 빠져 있다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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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3-29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관심이 갑니다~ ㅋㅋ
시가 너무 좋아요^^

마노아 2011-03-29 11:19   좋아요 0 | URL
시가 좋지요? 시인은 다른 유전자를 갖고 사는 것 같아요.^^

섬사이 2011-03-30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호승 시인의 새 시집이 나온 걸 모르고 있었어요.
대학생 때 <서울의 예수>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나서
정호승 시인의 시집은 빼놓지 않고 샀는데 말이에요.
마노아님 덕분에 놓칠 뻔한 책을 잡았네요.
고마워요.

마노아 2011-03-30 11:42   좋아요 0 | URL
헤헷, 도움되어서 기뻐요.^^
작년인가 4대강 찬성이었나? 암튼 어느 사건으로 대단히 실망한 적이 있는데,
그럼에도 시는 좋았어요.^^;;;

꿈꾸는섬 2011-03-3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마노아님이 좋았다고하니 저도 덩달아 좋아요.^^

마노아 2011-03-31 01:16   좋아요 0 | URL
봄에는 시를 읽어야 해요. 정화되는 기분이랄까요. 꿈꾸는섬님 덕분이에요.^^
 
이별 리뷰 -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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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자세히 보니 남자의 등과 팔도 보인다. 흑백사진의 검은색 옷이어서 눈에 잘 안 보였던 것이다. 표지의 의도를 생각해볼 때 이 장면은 헤어지기 전 마지막 포옹이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기엔 다소 간절함이 부족해 보이지만... 

이 책에 흥미를 보이게 된 것은 제목의 '이별' 때문이 아니라 부제의 '책 읽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적혀 있다.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이별을 왜 재음미해야하는지,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왜 책 읽기인지는 나중에 생각해보더라도 아무튼 이 책에서는 이별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책들을 소개해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장 이별을 겪은 사람은 이런 글자가 눈에 들어올까 싶지만 이별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는 나같은 독자가 좀 더 이 책을 재밌게 볼 것 같았다.  

 

책은 친절하게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설명해 준다. 목차를 보면 이별의 전조와 실연의 정황을 말해주는 책들, 다음 단계인 부정과 슬픔의 정황을 말해 주고, 그동안 사랑에 대처했던 우리의 자세들을 헤집어 본다. 다음에 해야할 일은 분노하고 애도할 것, 그리하여 마침내 사랑을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여기까지 얘기하는 동안 언급된 서른 권이 넘는 책들과 몇몇 영화와 드라마 등이 있다. 못 읽은 것들이 더 많지만, 읽은 것들도 종종 끼어 있어서 그때의 기억과 감정을 재음미하며 추억하기에 좋았다.  

앞서 이 책은 이별 당사자보다 그저 책테라피에 더 호기심이 기울어진 내게 적합한 책이라고 얘기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일으키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이별이라는 감정의 파동을 너무 오래 전에 겪은 나로서는 간접경험이나 상상 그 이상으로 몰입하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내 사랑이 너무 가볍거나 내 상처는 지나치게 얕아서가 아니라, 불행히도 양방향으로 같이 사랑한 기억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청춘 속 사랑은 나의 짝사랑이거나, 그의 나를 향한 짝사랑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숫자로 세면 많지 않지만 아무튼... 그래서, 읽으면서 나는 꽤 많이 속상했다. 사람이 한 번 뿐인 인생을 살면서 불같은 사랑도 해보고 폭풍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도 말려보고 그런 것들을 겪고 이겨내고 비로소 성장해가고 그래야 하는데, 내 인생의 폭풍우 같고 불같은 순간들의 핵심에는 남녀간의 사랑은 그닥, 없었던 것이다. 일부러 그랬던 것이 아닌데도 그런 기억만 갖고 있어서 나는 나의 이별을 무엇으로 슬퍼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애도해야 하는지 난감했다. 그러니 떠난 그를 향해서, 혹은 떠나온 나를 향해서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지내온 내 삶의 궤적에 대한 애도만이 도도히 흐를 뿐.

 

실연의 상징이기도 했던 급작스런 헤어컷, 혹은 머리스타일의 변신. 갑작스레 머리 모양을 바꿔본 적은 있지만 그것이 사랑 때문에, 혹은 실연 때문이었던 적은 없었다.   

   
 

크리스마스는 일 년 중 가장 즐거운 날이라기보다는, 별 일도 없는데 자신이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날이다.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집에 편안히 있으면서도 어쩐지 사회관계의 패자가 된 것 같은 열패감에 젖기도 한다.  -117쪽

 
   

그러니 이런 문장은 꽤 그럴 듯하다고 동의하지만 나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대학생이 된 이후부터의 크리스마스는 늘 공연장에서 '환장 정신'으로 뭉쳐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유독 '외로운 사람'이 되어버린 느낌을 가졌던 것까지는 부인하지 못하겠다. 내가 오늘 몹시 즐겁게, 아주 행복하게 멋진 공연을 즐겼다는 사실을 자랑할 누군가가, 혹은 같이 누려줄 사람이, 그도 아니면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기다리는 그런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 짙어진다는 것도 인정하겠다.  모두에게 보편적인 이별이 어디 있을까. 조금씩은 저마다의 경험에서 겹치는 어떤 공통분모가 있을 뿐이지. 그리고 그 작은 것만으로도 그 보편적 감정을 우리는 이해한다.  

언급된 책 중에서 좋았던 부분이 참 많았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읽으며 시인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 정도의 상상력과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는 읽고 싶은 책으로 급부상했다. 잠깐 소개된 내용으로도 제목의 역설적 분위기가 충분히 그려졌던 것이다. 김애란의 '성탄특선'도 마찬가지였다. 자본주의가 번뜩이는 도시의 성탄절에서 가난한 연인이 맞이한 그날의 특별하고도 불편했던 기억들에 연민을 느꼈다. 내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은희경의 소설이 많이 언급되었다. 막연히 내가 느끼던 분위기와 달라서 자못 놀랐고, 그래서 더 다가가보고 싶은 궁금증을 느꼈다. 신경숙을 상상했는데 정이현에 더 가까운 느낌? 읽어봐야 확실히 알 것 같다.  

노희경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몹시 재밌게 보았다. 대사가 가슴을 콕콕 찌르곤 했는데 이 책에서 언급된 것을 보고 나니 드라마 대본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충동도 인다.  

   
 

 ‘희망이 있느냐고…….’가 아니라, “희망을 믿느냐고…….”이다. 희망은 ‘존재와 부재’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불신’의 문제일 것이다. 희망을 조심스럽게 믿는 사랑과, 희망을 불신하는 위악적인 사랑, 그것의 차이는 얼마나 깊은가. -253쪽

 
   


희망이 존재와 부재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불신의 문제라는 지적에 공감했다. 희망을 믿지 않는 자에게 희망이 있냐고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희망의 종류가 무수하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김형경의 '외출'도 특히 좋았더랬다. 영화 외출을 보았는데 당시 음향 사고가 있어서 대사가 잘 안 들렸다. 그것도 커졌다가 작아졌다가를 반복했는데 아무도 와서 조치해주지도 않고, 끝났을 때 사과도 없고, 당연히 환불도 안 된... 그런 열받는 기억만 남아서 그 영화의 엔딩이 이런 분위기였다는 것을 전혀 짐작도 못했다. 글자로 다시 확인해 보는 외출의 마무리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괴로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던 영화의 잔재를 재포장할 수 있게 되어서 고마웠다.  

책은 제목처럼 끊임없이 '이별'을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닿아야 할 종착역은 '사랑'이었다.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실패를 완성해야 한다. 이별은 분명 관계의 실패이다. 이별이 관계의 실패가 아니라고, 이별했지만, 실패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별을 완성할 수가 없다. 이별은 도피해야 하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완성해야 하는 중립적인 것이다. 누구나 이별할 수 있고, 누구나 이별 때문에 아프다. 그 실패의 아픔은 반드시 겪어내야 할 과정이다.  -193쪽

 
   


그러니 이 책은 이별한 당신을 위해서도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고, 사랑하고 있는 당신과, 사랑하고 싶은 당신 모두에게, 그리고 이별이 당연히 두려운 모든 사람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객관식 시험의 정답이 아니니 일괄적용시키는 무식한 방법은 쓰지 않으리라고 여긴다. 그리고 이별리뷰를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당신만의 이별 리뷰가, 당신의 이별지침서가, 사랑 안내서가 완성되었으면 한다.  

덧글) 약간의 오타가 눈에 띈다. 

66쪽 아이 그룹→아이돌 그룹

91쪽 삶을 마무리했는지 사이기 하나 단번에 알게 된다.→사이기?

220쪽 사랑의 시작은 끝이 있지만, 사랑의 시작할 수 있다는 긍정의 시작은→ 문장 어색. 사랑을...이 아닐지...

231쪽 “난 꽉 찼는데, 비어서 허허로운 것도 같았어.”→텅 비어서

260쪽 완서 씨는 만득 씨 곱단 씨→만득 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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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2-2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으면서도 이 책만은 읽지 않기를 바라는 이 마음...

마노아 2011-02-20 20: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마음에 동의해요...

다락방 2011-02-20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애틋하게 이 리뷰를 읽다가(특히 마노아님이 환장정신을 언급한 부분과 관련된 외로움....) 마지막에 오타 지적 부분에서 웃어버렸어요. 아, 어째요. orz

마노아 2011-02-20 23:35   좋아요 0 | URL
항상 오타에서 멈칫!거리고 말아요.^^;;;
오늘 언니가 새로 들여온 천장의 옷 중에서 저한테 맞는 샤랄라 스커트를 한 장 발견했어요. 완전 꽃처녀예요. 그 옷을 입어본 순간 다시 외로워졌어요.ㅜ.ㅜ
 
아마존의 눈물 외전
김진만.김현철 글,사진 / MBC C&I(MBC프로덕션)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근래에 일 때문에 자연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었다. 북극의 눈물이랑 툰드라를 보았고, BBC에서 제작한 많은 영상도 볼 수 있었다. 촬영의 질적 수준을 말한다면 단연코 BBC가 가장 수준급이었지만, 마음을 어루만진 다큐는 아무래도 아마존의 눈물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김남길의 멋진 나래이션도 물론 한몫을 했다.) 아마존의 눈물 피디가 무릎팍 도사에 2회에 걸쳐 나왔을 때 방송도 아주 재밌었다. 진솔했고 감동적이었다. 그들의 고생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지만 도사님의 처방처럼 더 길고 긴 다큐멘터리 찍어 오라고 등떠밀고 싶을 만큼. 이제 그 아마존의 눈물 외전으로 책을 만나게 되었다. 



김진만 피디는 아마존 부족민의 삶을 담당하기로 했고, 김현철 피디 팀은 아마존의 생태와 환경을 맡았다. 김진만 피디의 이야기가 먼저 진행되는데 다큐 촬영팀을 꾸릴 때의 이야기가 재밌었다. 모두의 기피 대상이었던 아마존의 눈물을 총각 피디였던 그가 제일 우선 순위로 임자가 되었고, 가장 고생할 카메라 감독 인혁 형이 뜻밖에 쉽게 수락했다 싶었는데 그날 저녁 바로 전화가 다시 왔단다. 세계 5대 독총이 산다는 아마존에서 살아서 돌아올 수 있겠느냐고... 그리고 밤에 술에 취한 채 다시 전화를 했다 한다. '사랑해'라고 말해주면 가겠다고. 아무도 없는 방송국 복도에서 여러 번 사랑해!라고 외쳤다 한다. 아하핫, 처절하고 절절하다. 그렇게, 그들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현장에서의 고생은 말할 것도 없지만 도착하기까지의 고생도 엄청났다. 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했다. 건강 검진도 수시로 받아야 했고, 무얼 준비해 가면 뭐가 부족하다고 다시 되돌려 보내고 속된 말로 뺑이를 치는 것이다. 게다가 요구하는 선물은 왜 그리도 많은지...  


어떤 곳은 헬기로, 또 어떤 곳은 경비행기로, 그리고 또 다른 곳은 보트를 타고서 접근할 수 있는 아마존의 여러 부족들. 일년 내내 열대 우림 기후로 늘 무더운 곳이지만 연교차보다 일교차가 더 큰 이곳에선 밤의 습기도 무시 못한다. 이들의 '해먹'이 그들의 환경에 얼마나 유용한지 두 피디는 연이어 강조한다. 내가 이 책을 샀을 때는 세계의 '기후'에 대한 자료가 필요했던 것인데 맨 마지막에 소개된 야노마미 부족 이야기가 필요했었다. 해먹에 대한 이야기도 내게 아주 좋은 자료였을 텐데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고 나중에 전체를 읽었더니 놓친 부분이 생겼다. 뒤늦게 아쉬움이 남는다.  



삐융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제작팀의 피부들. 조연출은 병원으로 호송까지 될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거울을 보면 도시로 돌아가고 싶을까봐 일부러 거울도 보지 않았던 조연출이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저 작은 곤충의 위력은 어마어마해서 그 가려움은 뇌속을 긁고 싶은 지경이었다고 한다. 피부가 바닥에 닿으면 자극이 되어서 밤새 간지러움에 시달려야 하니 원주민처럼 해먹에서 자는 게 제일 좋은 답안이다. 세로 본능으로 만들어진 몸이 좌우로 진동하는 해먹에서 녹지근한 느낌을 받으니 잠이 솔솔 올 것이다. 



순진한 눈망울의 저 아이는 고아가 된 소녀다. 제작진은 이 아이를 입양하는 문제까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만 결국 아마존에 두고 오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원시의 일상에 적응되어 있는 아이에겐 도시의 각박한 생활보다 그곳에서의 외로움이 차라리 나을 거라는 차선에 동의한다.  

문명과 접촉한 부족은 빠르게 문명화되곤 했고, 필연적으로 부족의 종말에 다가가고 있었다. 자연을 거부하지 않던 신체가 자연을 부담스러워하게 되고, 외부에서 유입된 옷가지 등에서 병균이 침입하고,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아오는 교환은 더 적게 가진 그들을 먼저 거덜나게 만들었다. 뻔뻔스럽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부족에서는 도난 사건도 일어나고 결국 가장 중요한 발전기를 강탈당하다시피 해서 야반도주까지 감행해야 했다. 우리 생각에는 참으로 순수할 것 같은 그 사람들에게서 이런 때묻은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착잡함을 금할 수가 없다. 그들의 탓은 아니어도 그들의 몫이 되어버렸으니. 

그들만의 언어가 사라진 부족이 그들만의 전통과 철학을 지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브라질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원주민의 전통적 삶의 소멸을 담보로 대체되었던 것은 빈곤과 소외였다. 자본이 힘인 사회에 편입되는 순간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 말을 배운 젊은이들은 마을을 떠나 도시로 향할 것이다. 그만큼 도시의 유혹은 강렬하다.
아마도 그들은 변화의 회오리에 말려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존을 가지려는 자들의 끈질긴 추구는 삐융에 못지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작은 자의가 아니었지만 그 책임은 온전히 원주민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되었다. – 55쪽  


제작진들이 가장 극찬했던 조에족과의 만남은 극적으로 성사되었다. 미접촉 부족이었던 조에족이 BBC 대신 한국의 다큐팀을 선택한 것은 보다 적은 규모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 상대적으로 열악한 제작 환경과 제작비 등등이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 재밌었다. 



 조에족의 상징인 턱에 끼운 뽀뚜루. 사실 뽀뚜루는 조에족의 말이 아니다. 저 장식을 만든 나무의 이름이 포르투갈어로 뽀뚜루이다. 이것 때문에 조에족은 치열이 대단히 안 좋고 치아도 많이 망가졌는데 이걸 하지 않으면 아주 부끄러워 한다고 한다.  

김피디가 '나쁜 남자'라고 명명했던 멋진 사냥꾼 모닌은 뽀뚜루 만드는 솜씨도 탁월했다. 칼 한 자루로 둥글고 길쭉한 뽀뚜루를 2시간 동안에 만든다. 영구치가 자라는 6세쯤 원숭이뼈로 턱을 뚫는다고 하는데 더 어릴 때 할 줄 알았던 나로서는 오싹했다.  

유능한 사냥꾼 모닌은 아내가 셋이고, 모닌의 여동생 투싸에게는 남편이 둘이다.  

바로가 사냥을 통해 가족을 먹인다면 와후는 늘 곁에서 가족을 돌보며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가족을 지켜주는 와후가 있기에 바로는 며칠씩 사냥에 열중할 수 있다. 원시의 거친 삶은 일처다부, 일부다처, 다부다처를 필요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부족의 생존과 유지에 필요한 지혜의 산물이다. – 186쪽


그들의 생활과 환경에서는 가장 적합하고 지혜로운 혼인제도. 게다가 평화롭고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추장도 없다는 조에족. 모두가 평등하게 생활하고 다툼도 미움도 없다고 한다. 살인 사건 한 번 발생하지 않았다는 평화로운 부족. 게다가 욕심도 없다. 어떤 부족에서는 과도한 선물을 요구하고 도둑질까지 해가지만, 여기서는 기어이 주겠다는 선물마저도 마다했다. 궁금해서 만져는 보더라도 곧 되돌려준다. 그 열악하고 무서웠던 아마존으로 다시 가고 싶다는 피디의 그리움에는 욕심 없이 평화로웠던 조에족의 공이 가장 클 것이다.  

김진만 피디 팀이 삐융의 공격으로 죽다 살아났다 할 수 있다면, 김현철 피디 팀은 보트 사고로 죽다 살아났다. 배가 뒤집어졌고, 카메라도 잃어버렸고, 당연히 필름도 찾지 못했고 부상도 입었다. 그렇지만 살아남았다. 자신이 데리고 온 팀원이 보이지 않자 피디가 겪었을 정신적 공황이 그려진다. 얼마나 무섭고 끔찍했을까. 다행히 그들은 모두 살아서 돌아왔다. 훌륭한 다큐까지 찍어서. 



분홍 돌고래 보뚜는 촬영할 수 있었지만, 재규어는 끝내 카메라에 담아오지 못했다. 발자국만 찾은 게 다였다. 한없이 기다릴 수 없는 제작환경 때문이었다. 시청자도 아쉬운 부분이다.   

아마존의 불법 벌목의 위험성은 여러 차례 제기되고 있지만 단속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목장 주인의 일갈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목장을 가장 많이 가진 마토그로스 주지사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아이들이 못 먹고 교육받지 못할 때는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지금은 우리가 나무를 한 그루만 베어도 시끄럽게 군다."
이분법적으로 보면 자연과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파괴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살아남기 위한 고통의 몸부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목장주들의 갈등 또한 쉽게 풀릴 만한 숙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 248쪽

  

대책 없는 규제와 감독만이 능사가 아니다. 공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고기 삐라루꾸 보존 사례와 같이 무분별한 남획과 벌목이 장기적으로는 서로에게 손해라는 것을 깨닫고 바른 의식이 빠르게 번졌으면 한다. 욕망을 억제할 때 오히려 인간에게 더 유익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지만... 



느림의 미학 슬로스, 나무늘보다. 너무 느려서 촬영하다 지쳐 떨어진 제작팀. 심지어 편집할 때조차도 화면을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우리처럼 급한 사람들에겐 얼마나 고문이었을까. 

우리는 더 빠르게 살려고만 한다. 아마존의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 사는 생물들 역시 모두 같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빠르고 포악해야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 그 정글 속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원시를 슬로스에서 봤다.
원시의 속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해야 했다. 빠르게 살아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빠르고 잔인하고 거대한 동물들이 살아가는 아마존, 이곳에서 슬로스는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었다. – 227쪽 

빠르고 강한 것들만 살아남을 것 같은 아마존의 밀림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 슬로스라니,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우리가 들여다보아야 할 또 다른 세상의 조화이기도.   

금광으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야노마미 족 이야기도 참 안쓰러웠다. 추장 다비가 어렵게 촬영에 협조하면서 부탁한 당부가 가슴에 박힌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우리가 죽는다는 것은 바로 하나의 세상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 대가는 당신들이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자식들은 악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마존이 어떠한 곳이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제 메시지입니다. 당신들은 이것을 한국에 알려주세요." – 289쪽 

하나의 세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개발, 알더라도 내가 아니니 상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개발. 비단 아마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눈 먼 개발은 얼마나 많던가. 거기에 현혹되어 한 몫 벌고 싶어하는 눈 먼 욕심은 또 얼마나 많던가.   

조에 부족 내에서 아직까지 살인 사건은 보고된 적이 없다고 후나이 사람이 말했다. 조에 부족은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나 분노가 없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눈빛이 깨끗하다. 그건 역설적으로 문명의 맛을 본 사람들이 얼마나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우린 지금 문명의 한복판에서 살아가고 있다. 소음 때문에 타인을 죽이기도 하는, 일상의 다툼에서조차 자신의 분노를 주체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분노가 얼마나 크기에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앗을 수 있단 말인가. 문명을 누리는 대가로 우리가 지불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이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아마존의 두려움을 보러 갔었다. 아마존은 아마존이 가진 두려움이 우리의 두려움과 다르지 않고, 심지어 문명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큰 두려움이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었다. – 302쪽

우리의 일상과 너무도 다르고 다른 아마존의 이야기.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귀기울일 이야기가 많다.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책이 방송보다 좋다고는 말 못하겠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방송의 뒷 이야기로 '외전'일 뿐이니까. 방송을 찾아 보고, 조금 더 시간이 허락된다면 책도 같이 보면 좋겠다. 수고했던 제작팀에게 격려의 박수도 전해주면서... 

올해 '아프리카의 눈물'은 아직 1회 밖에 보질 못했는데 아마존/북극 편에 비해서 조금 약했었다. 다 보지 못했으니 장담은 이를 것이다. 아무튼 간에 계속해서 기대와 격려를 아끼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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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2-3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트 수정이 안 되네..ㅜ.ㅜ

마노아 2011-01-01 21:27   좋아요 0 | URL
이젠 폰트가 정상인데 단락이 뒤바뀌어 있네.(ㅡㅡ;;;)

자하(紫霞) 2010-12-3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마노아 2010-12-31 19:29   좋아요 0 | URL
네, 우리 같이 복도 받고 건강히 지내요.^^

순오기 2010-12-3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릎팍도사에 나온 건 봤는데 정작 다큐는 못 봤어요~
굉장히 고생했던데... 책을 보면 더 실감이 나겠네요.

마노아 2010-12-31 21:43   좋아요 0 | URL
무릎팍도사에서 짧고 굵게 인상적으로 보았어요.
다큐는 김남길의 목소리가 정말 일품이었고요.
그때가 선덕여왕 끝날 즈음이어서 더 효과가 컸었죠.^^

노이에자이트 2010-12-3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남길이 형이 해설을 맡았군요.

마노아 2010-12-31 23:16   좋아요 0 | URL
최고였어요. 안성기 씨와 고현정, 그리고 현빈을 다 눌렀어요.^^
 
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용실에서도 잡지 책을 잘 읽지 않는 나는 좋아하는 뮤지션에 관한 기사가 실리지 않는 한 패션잡지를 사는 일이 없다. 패션 화보집도 마찬가지. 일러스트 화보는 많이 사는데 패션에 전혀 관심도 없고 소질도 없는 인간인지라 그쪽으로는 도통 더듬이가 움직이질 않는다. 다른 블로거들의 서재에서 핫하게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도통 볼일이 없을 것 같던 이 책은 순전히 호기심으로 만났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거의가 사진인지라 금방 볼 수 있다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었다.^^ 

sartorialist 

재단사의 뜻을 지닌 라틴어 sartor에서 유래. 세계 최고의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의 명칭으로 '자기만의 개성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라는 의미. 

라고, 책은 설명하고 있다. 저자 스콧 슈만은 거리에서 패셔너블한 보통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왔다.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받으며 댓글로 소통이 오고 가고 스크랩되어 전 세계로 사진들이 퍼져 나갔다. 그 중 스콧 ㅅ만이 특히 아끼는 사진들로 모아만든 책인데 패션쇼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며 눈이 즐겁다. 무수한 사진들을 찍었지만 절반은 버렸던 것 같다. 초점이 안 맞거나 화질이 나쁘게 나오거나 빛이 반사되거나... 그 중 알아볼만한 사진들만 남겼는데도 사진이 엄청 많아져버렸다. 500여 장의 사진 중 이만큼이니 그래도 과하지는 않은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킨다. 

 

말괄량이 삐삐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패션이었다. 왼쪽 사진의 신발은 특히 충격적! 그러나 블로그 상에서는 그녀의 몸무게가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정말 엄청 말라깽이다. 40kg도 안 되어 보인다. 그녀의 사진은 몇 장 더 실려 있지만 흔들려서 건지지 못했다..;;; 세상에 무심한 듯 무표정한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두 사진 모두 카메라를 들고 있다.  

 

멋쟁이 노인분들. 왼쪽의 당당한 할머니도 근사하고 오른쪽의 패션 거장도 한 포스하신다.  

오른쪽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사진이다. 패션쇼가 끝나고 나서도 본인이 사진을 찍혀도 될 상태(?)가 될 때까지 사진 찍기를 허락하지 않는 자존심의 사나이! 자신의 흰 머리가 돋보이도록 까만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습관이 있다 한다. 스콧 슈만이 밀라노에서 그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을 때 그는 거절했었다. 스콧이 어둑한 구석을 배경으로 하면 당신의 흰머리가 돋보일 거라고 얘길하지 이 사내는 사진 찍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자신의 습관을 알고 있는 사진가라면 이 쉽지 않은 사내의 마음도 충분히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좀 우습게 나왔지만 책 속의 아르마니는 참 근사했다. 유독 흰머리가! 

 

확실히 블랙이 주는 강렬함은 늘 압도적이다. 전반적으로 블랙으로 색을 통일한 뒤 포인트를 주는 옷차림들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무난한 패션일 수는 있지만, 대체로 많이 어울리는 편이긴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멋지게 소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른쪽 사진은 악세서리가 없어서 더 눈에 띄었다. 드러낸 어깨가 제대로 포인트가 되어주었다. 머리카락을 늘어뜨리지 않아서 효과가 더 좋아 보인다. 

 

왼쪽 사진은 열 세살 아이(?)지만 패션은 열아홉, 표정은 여덟살이라고 스콧 슈만은 말했다. 그런데 블로그에서는 소년의 1200불 짜리 운동화가 더 화제였다고 한다. 다들 눈썰미도 좋다.  

오른쪽 사진은 심플하게 입었는데 효과가 좋다는 느낌이다. 블랙 속에 흰색을 받쳐입은 것도 평범한데 훌륭한 선택이었고 허리 벨트와 목의 스카프, 그리고 선글라스까지... 어쩐지 몹시 자연스럽게 계산된 패션의 느낌이다. 소매를 걷어붙인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왼쪽의 여자들은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고등학생이란 말일까? 무척 성숙해 보여서 놀라웠고, 교복 입혀서 보내는 우리네 수학여행과 비교해서 참 자유분방한 느낌이어서 또 놀라웠다. 뭐, 패션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지만 '청춘'의 느낌은 그대로 전해진다. 

오른쪽 사진의 남자는 벼룩시장에서 5달러에 산 의사 가운을 입고 있다. 짙은 녹색인데 아마도 직접 염색을 한 게 아닐까. 의사가운이 벼룩시장에 나오는 것도 재밌고, 그걸로 거리에서 사진 찍힐 만큼 패셔너블하게 연출한 것도 대단하다. 참, 감각적인 사람들! 

 

스파이더맨과 같이 나란히 앉은 여인이 눈에 확 들어온다. 옷은 무척 시원해 보이는데 신발은 꽉 막혀서 더워보인다. 맨발일 테니 냄새도 좀 날 것 같고....;;;; 어쨌거나 표정은 마음에 든다. 역시 자유분방한 느낌.  

오른쪽은 더 자유인스럽다. 그녀의 피부색과 머리 스타일과 곧은 척추, 당당한 걸음걸이까지 모두 하나의 화보다. 황금비율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색상뿐 아니라 천의 질감, 그리고 무늬도 패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왼쪽 사진의 원피스는 잘못 입으면 엄청 촌스러워질 스타일인데 싱그럽게 소화해냈다. 활짝 꽃이 핀 얼굴의 미소가 가장 아름답다.  

오른쪽 사진도 바지의 질감이 눈길을 끌었다. 신발도 색상을 맞췄고, 목걸이와 스카프도 어떤 흐름을 갖고 통일성을 준다. 아, 당당한 그녀들! 

 

위 겨자색 바지의 여인과 이 사진의 여인은 같은 인물이다. 지오바나 바타글리아. 사실 누군지 몰라 검색해봤다. 전직 모델로 보그 편집자라고 한다. 스타일이 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 온 몸에서 포스가 흐른다. 강렬하다! 

 

엄청 편한 옷을 입었는데 굽은 살인적인 높이다. 어쨌거나 다리 길이는 비할 데 없이 우월해 보인다. 스캇의 말로는 헤어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멀리 떼어놓고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달려와서 매만지는 일이 없도록. 완벽하면 할수록 때로는 오나전히 지루한 사진이 되기 때문이라는 그의 설명에 설득력이 있다.  

오른쪽 사진은 파격적이다. 옷차림을 보아서는 직업이 드러나는 패션인데, 강렬한 표정이나 헤어 스타일보다도 이 사진을 완성시킨 것은 담배 한 개비가 아닐까 싶다. 참 건강해 보이는 사진이다. 

 

왼쪽의 여인은 사진만 찍으면 표정이 너무 굳어져서 작가가 특약을 처방한 경우다. 다 찍었다고, 수고했다며 카메라를 내려놓을 찰나 그녀가 안도의 표정으로 활짝 웃자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찍은 사진이다. 자연스럽고 예쁘게 나왔다. 상의는 스웨터로 따뜻한 질감인데 구겨진 면치마는 얇기 그지 없어서 언발런스하다. 그럼에도 조화가 이뤄진 멋진 옷차림. 

오른쪽 사진은 치마의 지퍼가 재밌어서 찍었다. 지퍼를 다 올렸더라면 매력이 줄었을 터인데 적당히 내려놓아서 오히려 완성도가 보인다.  

 

신문 보는 할아버지의 캔버스화가, 옆의 할머니의 떡볶이 코트와 부츠 등이 모두 신선했다. 아주 젊고 활기찬 느낌이다. 멋드러지게 소화해준 멋진 모델들! 

 

왼쪽 사진이 흐릿하게 나오긴 했는데 스타일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겹쳐 있는 이런 옷이 좋다. 겉옷이 더 짧아서 속의 옷이 겉옷의 역할을 하는 그런 컨셉 말이다. 멋쟁이들은 스카프를 아주 잘 활용한다. 목이 짧은 나는 아주 부러운 센스다. 

오른쪽 사진은 포즈가 10점 만점에 100점이다. 잘 보이진 않지만 표정도 아주 멋졌을 것이다.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길이의 스커트로도 이렇게 섹시해 보인다. 뭐든 다 드러내는 게 능사는 아니지... 

 

이탈리아의 군인들. 경직된 군 문화 속에서 개성을 표현하고자 단추 주변 금줄을 다르게 꿰어놓은 사진이다. 발상이 재밌는데 우리나라였다면 택도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른쪽 사진은 스카프를 질끈 한 번만 묶어 늘어뜨렸는데 이리 멋질 수가!하며 감탄했다. 두터운 목도리로도 연출이 되려나?? 

 

왼쪽의 그녀는 치마의 무늬와 양말 디자인을 맞춰서 입었다. 블랙 계열임에도 교차된 무늬로 인해 발랄한 느낌이다.  

오른쪽 사진의 그녀는 한때 암으로 머리카락을 모두 잃었다가 지금의 탐스런 머리카락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 이 머리카락은 그녀에게 삶의 상징이 되었을 것이다. 미소에서도 한껏 생명력이 느껴진다. 

 

개구쟁이 느낌의 할아버지다. 편안한 차림새지만 나름의 품위와 개성을 살렸다.  

옆의 여인도 그런 느낌이다. 편안하지만 품위와 개성을 품은 느낌. 공교롭게도 두 사진을 붙여놓으니 포즈가 비슷하다. ^^ 

 

모두모두 당당하다. 누군가는 황금 비율의 미친 몸매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진 속 인물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모두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차림으로 스스로를 드러내었고, 그리하여서 반짝반짝 예쁘게 빛났다. 

 

모두 바람직한 기럭지를 자랑하고 있다. 첫번째 사진의 왼쪽 인물은 남자... 맞겠지? 남자 같아 보이는데 킬힐이 걸린다. 여잔가?? 

어떤 인물은 구두가, 어떤 인물은 허리에 찬 쇠사슬이, 누군가는 담배가 누군가는 치마의 가죽 재질이 눈길을 끌었다. 이쪽은 의도한 바가 아닌데 거의 블랙으로 사진을 묶어버렸다.  

 

모자건 가방이건 자전거건, 모두 괜찮은 소품이 되어 인물들을 더 빛나게 해준다. 마지막 사진의 화이트 옷에 검정 모자와 장갑, 구두를 매치시킨 그녀의 패션이 눈에 확 들어온다. 특히 신발 디자인이 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자꾸 끌어당긴다. 스모크 화장도 좋은 선택이다. 

 

사진을 찍은 스콧 슈만의 딸과 본인의 사진이다. 이렇게 봐서는 아빠를 닮았는지 모르겠지만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온 저 포즈는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일등 모델감이다.  

여전히 패션을 잘 모르고, 옷을 잘 입을 자신도 없지만, 이렇게 거리의 패션을 둘러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 모두 저마다의 드라마를 옷차림에 닮았달까.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도구로 패션을 선택하는 것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지나치게 유행을 쫓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내보인 이 책 속의 모델들은 (전문 모델이거나 아님과 상관 없이) 모두 당당해서 더 멋져 보였다. 스콧 슈만의 다른 사진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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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2-2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색이 너무 좋아서, 이번 겨울 사들인 열 벌 남짓의 옷들이 단 한 벌 빼고는 전부 다 검은색이었어요. 제외한 단 한 벌은 빨간색.
제가 왜 그리 검은색에 집착하는지는 모르겠지만(지금도 검은색 원피스), 언제나 가장 섹시한, 언제나 가장 화려한, 언제나 가장 단아한, 언제나 가장 반짝이는, 천의 얼굴의 색상이라 생각했는데 이 사진들에서 느껴집니다. 저도 이 책 읽어봐야겠군요! 멋진 리뷰 고마워요!

마노아 2010-12-20 09:47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11분에서도 가장 정숙해 보이는 검은색 원피스로 가장 섹시해 보이는 마리아가 나왔던 것 같아요.
Jude님에게 검은색이란 거의 신앙이군요. 음, 상상을 해보아도 가장 근사하게 어울릴 것 같아요. 이 책 Jude님도 재밌게 보실 거예요.^^

마녀고양이 2010-12-2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퍼져서 말이죠, 집에 좌악~ 늘어져 있거든요.
그랬더니 몸무게는 점점 늘고, 탄력은 사라져가고......

그래서일까, 사진들을 보니 화끈하고 짜증나고 머 그래요. 아하하.
정신 좀 차려야겠어요. 크.

마노아 2010-12-20 16:48   좋아요 0 | URL
좀 부럽고 그래서 한편으로 화도 나고, 뭐 그것도 이 책의 효과 중 하나였어요.^^;;;;

섬사이 2010-12-2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발이 받으려면 일단 날씬해야겠다는 생각이...^^;;

마노아 2010-12-20 16:48   좋아요 0 | URL
그거슨 진리랄까요...ㅜ.ㅜ

같은하늘 2010-12-2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사진이 가득 들어있는 책이었군요.
옷발에는 날씬도 필요하지만 길이도 중요하다는~~~ ㅜㅜ

마노아 2010-12-24 02:07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역시 길이보다는 너비가 절대적 같아요.ㅜ.ㅜ
 
내가 살던 용산 평화 발자국 2
김성희 외 지음 / 보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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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박민규의 소설 '더블'에서 나온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내용이다. 용산이 그리 먼 산이 아니란다... 정황은 웃기게 진행되었지만 거기에 언급된 용산이 너무 아파서, 그런 공포와 위협을 느끼고 살아야 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처지가 안쓰러워서 웃는데도 눈물이 났다. 용산 참사, 그로부터 2년 여의 시간이 지나왔다. 무고한 시민을 폭도로 몰아가고 테러리스트로 단정하며 억압하고 죽이는 정권은, 그로부터 2년 동안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입으로는 친서민을 외치며 뒤로도 아니고 앞에서 예산을 모두 깎아내는 몰염치하고 인면수심인 그런 정권을, 우리는 앞으로도 2년을 더 버텨야 한다. 오, 맙소사! 

'철거민'은 이름부터가 너무 아프다. 철거민이 나오는 드라마나 소설은 모두 눈물 바람이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그랬고, 장총찬이 주인공인 인간 시장, 잠깐 언급된 거지만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철거민은 서럽기 그지 없었다. 삶의 터전이 한 순간에 사라지게 생겼는데, 살아갈 대책은 마련되어 있질 않고, 턱도 없는 적은 보상금만 내밀며 말을 듣지 않으면 용역을 내세워 겁박을 일삼으니 어느 철거민인들 가슴에 한이 풀릴 수 있을까. 더 기막힌 것은 그렇게 절박한 그들을 향해 보상금 몇 푼 더 받아내려고 버틴다는 사람들의 시선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그렇게 호도하게 만드는 언론, 그런 방향을 잡아놓고 강행하는 정부까지... 대체 이 나라에서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저 그런 어마어마한 불똥이 내게 튀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전전긍긍 살아야 하는 것일까?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 철거 현장에서 여섯 명의 사람이 죽었다. 다섯 명의 농성자와 한 명의 경찰. 살려고 올라간 망루 위에서 죽어 돌아온 사람들... 그들은 모두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아버지였고 남편이었다. 돌아가서 함께 밥 먹고 웃으며 정을 나눌 가족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살아서 돌아오질 못했다. 

 

이 작품은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 이렇게 여섯 명의 작가들이 각각의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다루었고, 마지막에 '망루'라는 제목으로 전체적인 윤곽을 다루었다. 한대성 씨 같은 경우는 용산 철거민은 아니었으나 전철연으로 연대의 힘을 보태다가 일을 당하셨다. 이성수 씨 같은 경우는 무려 세 번째 철거를 당한 분이셨다. 삶이 이다지도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들이 다 가슴에 맺혔지만 여러 차례 철거를 당했던 이 가족 이야기가 가장 얼얼했다. 일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추운 겨울. 하지만 장례도 치르지 못했던 그 시점에서 냉동고의 아버지가 더 추울 거라는 아들의 말. 천막일지언정 함께 살 수 있는 가정을 원했는데, 그마저도 욕심이라는 듯 거대한 참화 속에서 가족을 잃었다. 단지 벽이 있는 집을 원했을 뿐인데도... 

경찰은 화재로 인해 농성자들이 사망했다고 말했지만, 유족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시신은 무릎 아래 정도만 탄 상태였고 유품은 라이터 두 개다. 화재로 폭발하지 않고 멀쩡히 주머니에서 나온 라이터는 무엇을 얘기하는 것일까. 유족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신원확인을 위해 치렀다는 부검은 말이 되질 않는다. 끼고 있던 장갑만 벗겨봐도 지문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대체 왜 부검까지 했을까. 똑같이 뛰어내려서 살아남은 이도 있는데 죽어버린 희생자는 대체 어찌된 것일까. 미공개 기록이 공개되면 의문이 해결될지는 모르겠으나,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무엇으로도 돌이킬수가 없는 것이다.  

참사 당일도 그렇지만 그 전부터 경찰과 용역 깡패들이 해놓은 작태들은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깡패가 몰려와서 사람을 때리고 집기를 부수는 데도 경찰은 수수방관, 신고를 받아주지도 않았다. 용역들이 오히려 자기들이 맞았다면서 70노인을 고소하고 노인이 수배를 받는다. 원만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원했건만 대화의 창은 열어주지 않는다. 조합회의를 할 때는 장소 제공을 해주던 교회가 세입자들 회의는 나 몰라라 한다. 조합장이 교회 장로였기 때문이다. 교회는 개발부지 3천 평을 받았다. 그들은 대체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했을까. 기댈 데가 없으니 그 높은 망루에 올라갔던 것이 아닌가. 그런 철거민들을 이 나라의 정부는 테러리스트로 단정하고 강제 진압했고 끝내 죽게 만들었다. 그런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 

 

오늘 언니는 어느 책에서 가난보다 무서운 것이 무식한 거라는 글을 보고서 흥분했다. 우리 자매들은 저자가 진짜 가난을 경험해보지 못한 거라고 맞장구를 쳤다. 철거민은 되어보지 못했지만 살던 집에서 쫓겨나 집 없이 방황해본 경험이 세 차례나 있고, 여름에 전혀 씻을 수 없는 지하 방에서 살았던 기억, 겨울에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집에서 찬물로 머리 감았던 기억 같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 박민규 작가의 한 마디가 머리를 울린다. 용산이 그리 먼 산이 아니란다... 

이 책의 뒷면에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들의 글이 실려 있다. 만화가 박재동과 영화감독 정윤철, 소설가 김연수가 글을 남겼다. 유독 김연수의 글이 눈길을 잡는다. 이렇게 말했다. 

(전략)나는 중요한 전제 하나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시공업체와 용역들과 경찰총장과 서울시장과 대통령과 총리와 검사와 판사 들은 죽은 철거민들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전제 말이다. 애당초,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가기 전부터.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모든 게 분명해진다. 철거민들도 사람이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이렇게 한 권의 책까지 만들었다. 다른 노력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사람이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야만 하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니, 증명해도 믿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믿든 믿지 않든, 사람은 사람이다. 그것만은 너무나 확실하다. 그리고 그들이 사람인 한, 당신들은 틀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다. 

사람이 사람이라는 글 증명해야만 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가진 게 없으면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없는 나라에서 사는 우리가 '국격'을 논한다. 그야말로 울기엔 좀 애매한 게 아닌가. 

 

마지막 그림처럼, 그들 모두 저렇게 평화로운 평범한 일상을 원했다. 모두가 누려 마땅한 권리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던가. 우리가 서로 마음을 나누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용산이 그리 먼 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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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16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못 읽었네요.
박민규를 읽기전에,필히 눈물을 눌러 삼키고라도 이 책 읽어줘야 겠어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마노아 2010-12-16 12:23   좋아요 0 | URL
저도 선물 받은지 한참인데 뒤늦게 읽게 되었어요.
읽으면서도 몇 번씩 쉬어야 했고요.
이런 책을 읽고 나면 그 다음에는 조금 부드럽고 가벼운 책을 고르게 되어요.
마음이 참 버거워져요.

웽스북스 2010-12-1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산이, 그리 먼 산이 아니죠... 그러니까 놀러오세요. (생뚱맞은 말해놓고 먼산 바라보기~ ㅋ)


이책은 진심으로, 진심으로 좋아요
전 용산으로 이사간 기념으로 본 거였는데, 어휴, 정말이지 ㅜㅜ

마노아 2010-12-16 21:20   좋아요 0 | URL
멀리 있지 않은 용산을 조만간 가겠어요. 어차피 긴긴 방학..ㅎㅎㅎ
용산으로 이사간 기념으로 고른 책이라니... 이런 걸 블랙 코미디라고 해야 할까요.ㅠㅜ

순오기 2010-12-17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올 여름 책따세 추천도서라 바로 구입했는데... 맘이 아파요.ㅜㅜ

마노아 2010-12-17 01:25   좋아요 0 | URL
책장을 넘기는 손이 얼마나 무겁든지요. 마음이 요동을 쳤어요.ㅜ.ㅜ

섬사이 2010-12-17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 집>이라는 그림책을 보고 씁쓸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 보니 감히 펴보지 못하는 책들이, 읽으려면 용기가 필요한 책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마노아 2010-12-17 13:53   좋아요 0 | URL
파란집과 이 책을 같은 분한테 선물 받았어요. 글이 없었던 파란집도, 글이 많은 이 책도 참 먹먹하기만 해요.
점점 더 용기를 요하는 책들이 많아지는 건 슬퍼요...

감은빛 2010-12-17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산사태와 관련된 책들이 여러권 나왔죠.
지하철에서 <여기 사람이 있다>를 읽다가 울음을 참느라 혼난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은 만화라서 좀 더 읽기 좋을 것 같아요.
조만간 구해 읽어야겠어요.

마노아 2010-12-17 13:54   좋아요 0 | URL
이동 중에 읽기에 곤란한 책들이 더러 있어요. 저도 그렇게 와락 눈물이 나버려서 수습하기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이 책도 감은빛님의 서재에서 안타깝게 빛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