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함께하는 송알송알 동시 논술 - 생각이 열리는 동시집
윤동주 시, 이상미 엮음, 박지훈 그림 / 초록우체통 / 2011년 7월
장바구니담기


윤동주 시인을 떠올리면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시간이 생각난다. 문제는 다 풀었는데 시간은 남았고, 잠도 오지 않고 심심하고... 그래서 지문에 나와 있던 '별 헤는 밤'을 외웠다. 시가 맑고 고와서 외우는 게 싫지 않았고 이 시가 내 가슴에 새겨지는 것 같아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지금 다시 외워보라고 하면 몇 줄은 틀릴 것 같지만, 그래도 시 한 수 외우는 것이 즐거웠던 기억을 준 시인이 있다는 게 무척 고맙기만 하다.

이 책은 윤동주 시인의 동시들을 모아 엮고 그 시에 비추어 다시 논술 훈련을 쌓도록 해주는 도움 책이다. 우리한테 널리 알려진 시들은 시인이 좀 더 나이가 여물었을 때(그래도 젊었을 적이다. 그는 스물 아홉에 죽었으니까...)의 시이고, 이 책에 실린 시들은 보다 어릴 적 작품들이다. 어린 눈으로 그가 노래하는 시들은 보다 순박하고 전원적이고 아득하니 따뜻하다.

책은 자연은 내 친구/ 나만의 비밀/ 우리 가족/ 동물 친구들/ 무얼 먹고 사나/
이렇게 다섯 꼭지로 분류해서 대여섯 편의 시들을 함께 묶었다.
각각의 시들을 소개한 다음에는 논술 연습이 등장한다.
여러가지 모양의 조개껍질을 가지고 생각하기, 본디 말과 시어로 약간 변형해준 말의 느낌 차이를 묻고, 비밀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또 날지 못하는 닭이 왜 날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것들을 잠시 멈추어서 생각해볼 여유를 안겨준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이 있냐는 질문의 예시에 '바닷속에서 물고기랑 이야기하기, 비 오는 날 빗방울이랑 춤추기' 등이 반가웠다. 인어왕이 나오는 만화를 즐겨 보기 때문에 물고기랑 이야기할 수 있다면 거기 그 넓은 바다에 정말 인어가 사는지, 그런 소문 들어봤는지 물어보고 싶다.
책 한 권을 가지고 부모님과 선생님, 혹은 친구들끼리도 동시 논술 수업이 될 수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시인의 어떤 시들은 노래로 더 친숙해져 있었다.
시인과 육촌 형제라고 했던가? 윤형주 씨가 곡을 붙인 곡들이라고, 예전에 세시봉 특집에서 본 기억이 난다. 시인의 시가 그에게는 더 각별했을 것이다. 이제는 온 국민에게 각별한 시와 노래가 되었지만...


그림은 '똥떡'을 그린 '박지훈' 선생님의 솜씨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족을 그리워하던 시인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림에서도 그리운 내가 날 것만 같다.

스물 아홉에서 영원히 늙지 않는 젊은 시인 윤동주.
사진을 보니 얼핏 개그맨 이윤석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시인의 모교를 졸업했구나.
난 시인이 공부했다던 건물에서 논술 시험을 봤더랬는데, 그러고 보니 이 논술 도우미 책과도 묘하게 연이 닿는다.^^

시인의 소개 페이지에서 '악형을 견디지 못하고' 숨졌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악형'이라는 말이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소개된 모든 시들에는 친절한 우리말 풀이가 달려 있으니 걱정할 일은 아니다.

'논술'이라는 단어는 입시와 바로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고 왠지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동시로 공부하는 논술은 걱정과 달리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 머리는 너무 딱딱해져서 기발한 생각이 많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묻는다면 어른들이 생각지 못한 놀라운 얘기들이 쏟아질 것만 같다. 그 반짝반짝 빛나는 눈망울들을 상상해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7-19 0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9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 사진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사진 이야기
다니엘 지라르댕.크리스티앙 피르케르 지음, 정진국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4월
품절


논쟁에 싸여 있던 무수한 사진들을 열람했더니 머리가 핑핑 돈다.
논쟁의 종류는 여러가지였는데 법정 공방이 가장 많았다.
저작권 소송도 있었고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들도 있었다.
때로 도덕적 비난을 받더라도 찍는 것이 사진 작가의 도리일 때도 있지만, 그 경계를 정하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일 것이다.

첫번째 사진은 비스마르크의 임종 사진이다. 그의 사망 소식을 알아차린 사진가 둘이 가택에 무단 침입해 시신을 살짝 옮겨 놓고 사진을 찍었다 한다.
늙고 초췌한 모습을 한 비스마르크에게선 철혈 재상의 면모는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근엄하던 인물에게서 꽤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주었다고 한다. 비스마르크는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하다.
두번째 사진은 베르겐벨젠 나치 포로 수용소의 무더기 시신과 911 테러 당시 찍힌 잘린 손의 사진이다. 세번째 사진은 어린이라고 하기엔 좀 더 성숙한 십대 소녀들의 누드 사진이고 네번째는 히틀러로 추정되는 시신의 사진이다.
모두 9장의 사진을 붙여놓은 것인데 자극적으로 보일까 봐 작게 만드느라 그렇게 되었다.
잘린 팔목은 무수한 시체 더미보다 더 적나라하고 끔찍했다. 모두 무수한 사람들이 죽은 사건이고 그건 모두 인간이 저지른 만행이라고 생각하니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소녀들의 사진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한동안 저런 사진 찍는 것이 꽤 성행했다는 것이고, 뒤늦게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으로 논란이 번져 법정 공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놀랍게도 사진을 찍은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저 사진을 찍을 때 성적 수치감을 느끼지 못했고 그런 의도로 찍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말도 맞을 것이다.
다만 두번째 여자 아이는 14세 때의 브룩쉴즈인데 가장 유명했던 그녀는 훗날 저 사진이 더 이상 유포되는 것을 막으려고 했지만 번번이 재판에서 지고 말았다. 성장했을 때의 얼굴보다 훨씬 매혹적으로 느껴져서 저 사진만 크게 넣고 싶은 유혹이 일었지만 참았다.
히틀러의 죽음에 대해서는 워낙 소문이 분분하여서 저 사진도 진짜일지 확신할 수가 없다. 남극에 기지를 만들어 놓고 소년대원들을 키운다는 전설(!)을 고등학교 시절에 들었더랬다. 가슴의 사진은 그가 죽기 이틀 전에 결혼했던 에바 브라운이다.

이 사진들은 조작되었거나 혹은 조작되었다고 의심을 받은 사진이다.
1920년에 열일곱 소녀는 열한 살 사촌에 의해 요정과 함께 사진에 찍혔다.
이 사진은 셜록 홈즈의 작가 코난 도일을 자극시켜 이 사진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려고 무척 애를 썼다고 한다. 심지어 이 문제를 다룬 책도 펴냈다고 한다.
이 사진을 찍었던 열한 살 소녀는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정말 요정이 찍힌 것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사진의 주인공인 17세 소녀는 83세가 되었을 때 직접 요정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책의 삽화를 베껴서 잘라 낸 판지에 붙이고 그 요정들을 모자 핀으로 나뭇잎에 걸었다는 것이다. 셜록 홈즈가... 안타깝다....

오른쪽은 유명한 달 착륙 사진이다. 성조기가 대기가 없는 무중력 공간에서 펄럭이고 있는 것을 들어 조작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나도 그 소문에 무척 솔깃하고 말았다. 69년에 달에 착륙할 수 있었다면 지금쯤은 달 왕복 우주선을 운행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 선생님께 그런 얘기를 했더니 엄청 비웃음을 샀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음모론은 무척 설득력이 있다는 게 문제다.
아래 사진은 좀 충격적이었다.
시체더미 속에 갓 태어난 것 같은 아주 작은 아기가 있고 그 앞에서 한 남자가 오열하고 있다. 당연히 그가 저 아이의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사진은 1989년 12월에 찍힌 것으로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을 전 세계의 공적으로 들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독재자가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이 사진은 조작된 것이다.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열아홉 구의 시신을 공동묘지 밖으로 파냈단다. 그러니까 저 남자와 아기, 그 옆의 여자는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단다. 여자는 몇 주 전에 간경화로 사망했고, 아기는 식중독으로 돌연사했다고...
여론은 충분히 환시키겼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

장 폴 사르트르의 사진이다. 두 사진의 차이점이 보이는가?
힌트는 손에 있다.
그러니까 왼쪽 사진은 담배를 쥐고 있고, 오른쪽 사진에는 담배가 지워져 있다.
왼쪽 사진은 1946년에 찍힌 것인데, 그 사진이 2005년 국립 프랑스 도서관 카탈로그에 실리면서 흡연을 부추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사진에 손을 댄 것이다.
의도는 알겠지만, 그래도 이건 지나친 오버로 보인다.

1950년에 파리 시청 앞의 찐한 키스신으로 유명한 이 사진.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간 이 사진의 주인공이라고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
라베르뉴 부부는 약혼 시절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찍힌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사실은 프랑수아즈 보르네가 당시 자신의 남자 친구 자크 카르토와 찍은 사진이다. 게다가 이 사진은 사진을 찍은 로베르 두아노의 요청을 받고 포즈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양쪽으로 법정 싸움을 진행시킨 두아노는 이 사진이 연출했다는 것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재판에서 이길 수 있었다. 역시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진의 주인공 프랑수아즈 보르네는 '그 순간은 가짜였지만, 키스는 정말 뜨거웠다'라고 회상했다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 정말 멋있는 키스였다.

아래 사진은 1960년에 찍힌 체 게바라의 사진이다. 공산주의 이념을 신봉하던 사진가는 이 사진이 혁명적 대의에 사용되는 것에 행복해 했지만 실상 체의 사진은 상업적 목적으로 더 많이 이용되었다. 더 이상 그러한 관행을 묵과할 수 없었던 사진가 알베르토 코르다는 소송을 걸었고, 배상금으로 7만 달러를 받는다. 그는 이 돈을 모두 쿠바 어린이 복지 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민간 단체에 기증했다.
멋지다! 그렇지만 지금도 영웅적 게릴라의 사진은 지극히 상업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 역시 아이러니 그 자체!

1955년 파리에서 찍힌 이 사진은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야회복이 주인공이다.
거대한 두 마리 코끼리 사이에 있는 우아한 실루엣의 모델은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면서 눈을 잔뜩 사로잡는다. 검은색과 흰색의 대비도 이미지를 더 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순간 디오르를 향해 찬사를 보내야 할지, 사진가를 향해 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아래 사진은 베네통의 광고에 쓰여진 것으로 신부님과 수녀님의 키스 장면이다.
독신을 지키는 두 종교인에 대입시킨 세속적 사랑은 여러 곳에서 비난을 받으며 금지 처분을 받게 했다.
이슈의 측면에서 볼 때 사진가는 거의 천재다.
어떻게 보면 몹시 도발적인데, 또 어떻게 보면 지극히 순수하게도 보인다.
어떤 수녀님은 이 사진에 무척 감동을 받아서 사진가에게 사진을 보내줄 수 있겠냐고 편지를 썼다고 인터넷에서 읽었다.
수녀님을 움직일 정도라면 이 작가 정말 천재가 맞겠지...

왼쪽은 마르크 가랑제가 1960년에 찍은 세리드 바르카운의 초상이다.
뭔가 항변하는 느낌의 눈빛은 지극히 우울해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진은 알제리 인들에게 통행증을 발급하기 위해서 강제로 사진을 찍게 한 것인데, 그 바람에 히잡도 걷어내고 이방인 앞에 서야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저 표정은 식민지배에 대한 저항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지만 속으로 삭이는 것도 힘겨웠던 감정이었을 터...
오른쪽 사진은 2004년에 동일인물을 다시 촬영한 것이다. 손자들에 둘러싸여서 전통의 복장을 고수한 그녀의 표정은 앞서의 사진보다 차분해 보인다. 그녀 대신 손주들이 더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가는 어떤 설명으로 그녀의 허락을 얻어냈을까...

기 부르댕이 찍은 1972년 프렌치 보그 사진이다.
까다로운 각도의 거울 배치가 모델의 관능미를 한껏 끌어냈다.
이 사진이 논쟁이 된 것은 마돈나의 뮤직비디오 때문이었다.
2003년에 발표한 '할리우드'라는 노래에서 비슷한 설정을 갖다 쓴 것이다.
뮤비를 보니 아이디어를 차용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첫번째 사진은 콜롬비아에서 화산이 폭발해서 오마이라 산체스라는 어린 아이가 부상을 입고 갇힌 사진이다. 3일 동안이나 구조 대원들이 소녀를 구출하려고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했다고 한다. 소녀를 구할 기중기와 배수 펌프가 제때 도착하지 못했고 소녀는 쇠막대에 허리를 다쳐 다리를 꼼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진가 프랑크 푸르니에는 고민했다. 사그러드는 생명을 생중계하는 것이 그녀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 될까봐... 푸르니에는 희생자의 위엄을 증언하는 쪽을 선택했다. 소녀는 결국 심장 발작으로 숨을 거두었다.

두번째 사진은 워낙 유명한데, 굶주려 죽어가는 소녀를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를 함께 찍어서 퓰리처상까지 받았던 화제작이다. 사진을 찍은 케빈 카터는 유명세만큼이나 비난을 받았고,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두 달 뒤에 자살을 했다. 퓰리처전에서 들은 설명으로는 당시 보도 지침으로 인해 아이 곁으로 근접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고 했다. 할 수 있는 조치는 취했지만, 그것이 아이의 생명을 구하지는 못했고, 섬세하고 예민했던 사진가는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보도 사진가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예다.
그는 죽었지만, 분명히 이 사진이 수단의 기근과 내전의 참상에 대해서 확실한 고발이 되었다. 그는 충분히 소명을 다했다고 본다.

2000년, 이브 생 로랑 향수 광고를 위해 포즈를 취한 소피 달이다.
똑같은 사진인데 90도 회전했더니 느낌이 확 달라진다.
짙푸른 광택있는 천 위에 새하얀 피부의 나신이 대조적이어서 더 눈부시고, 붉은 머리카락과 귀금속 등이 또 그녀를 관능적으로 보이게 한다.
어떤 향수인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흥미를 돋운다.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세상에 키가 182다.
그것보다 더 나를 놀래킨 것은 로알드 달의 손녀다. 어머나!!!

마지막 사진은 정말 감탄사를 연발케 한 안젤리나 졸리의 사진이다.
2004년에 찍었다.
'여자와 말'이라는 주제의 특집호라고 하는데, 이 이미지가 동물과의 성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한 스위스 배급사는 이 특집호를 판매하지 않기로 하고 정기 독자에게도 발송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의혹을 받을 거라는 것을 알고서 찍었다고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너무 아름다워서 표현의 자유라는 전가의 보도를 내밀고 싶다.
졸리는 언제나 아름답고 그래서 늘 옳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어휴, 편애라는 걸 알지만 도리가 없다.

무수한 논쟁거리가 담겨 있는데, 글 읽는 재미는 아주 크지는 않았고 사진 보는 재미가 훨씬 컸다. 번역은 좀 정교하지 않은 편이다.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고 가끔은 부적절한 어휘 선택에 아쉬움을 느꼈다.
도서관에 신청해서 첫번째로 빌려온 책인데 내 뒤로 대기자가 이미 두 명이다.
인기가 많아서 신청한 사람으로서 기분은 좋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1-05-2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마지막 사진은 정말!!

마노아 2011-05-27 14:26   좋아요 0 | URL
마지막은 다락방님이 저장해야 할 사진이에요.
이 사진은 사이즈 줄이면서 무지 아까웠어요. 더 고해상도로 갖고 싶어요.(>_ㅡ)

다락방 2011-05-27 23:23   좋아요 0 | URL
정말 엄청나게 야해요, 마노아님. 야하다는 표현 말고 다른 거 없을까? 야하다는 거 보다 좀 더 근엄한 표현 없나요? 암튼 엄청나요.

마노아 2011-05-28 00:12   좋아요 0 | URL
굉장히 자극적이고 야한데, 그런데 또 우리의 졸리 여사는 절대로 값싸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대단한 포스예요. 그리고 졸리가 저렇게 가슴이 큰 줄 몰랐어요. 도대체 부족한 게 뭘까요!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우리 집 (CD 2장 + 손악보책 1권) - 권정생 노래상자
권정생 시, 백창우 곡 / 보리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척 다정한 책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시에 백창우 아저씨가 노래를 붙였다. 그러니까 이 선물 상자에는 선생님의 예쁜 시와, 아저씨네 고운 노래 시디 2장과 악보까지 함께 담겨 있다. 그야말로 종합 선물이다. 

 

선생님이 쓰신 글은 소설이 되고 동화가 되고 이렇게 시가 되고 또 노래가 되었다. 말씀하시는 모든 것이 우리에겐 귀담아 들을 메시지가 되었다. 그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이런 힘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 당신은 건강이 좋지 않아서 가고 싶은 곳도 맘껏 못 가보고, 굶주리는 아이들 눈에 밟혀서 먹고 싶은 것 양껏 먹지도 못하고 사셨는데, 그런 당신이 남기고 간 것은 너무 크고 따뜻해서 참 송구하기 짝이 없다.   

소1  

보릿짚 깔고
보릿짚 덮고
보리처럼 잠을 잔다. 

눈 꼭 감고 귀 오그리고
코로 숨 쉬고 

엄마 꿈 꾼다.
아버지 꿈 꾼다. 

커다란 몸뚱이
굵다란 네 다리 

-아버지, 내 어깨가 이만치 튼튼해요.
가슴 쪼가 펴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소는 보릿짚 속에서 잠이 깨면
눈에 눈물이 쪼르르 흐른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지식산업사  

소를 주제로 네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소에 감정을 이입하였지만 정작 부모님 보고 싶은 것은 선생님 마음일 테지... 월요일에는 아마도 가요무대라고 짐작되는데, '어버이 특집'이었단다. 엄마는 가요 무대를 보다가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나서 서둘러 드라마로 채널을 돌리셨다. 아무리 나이를 먹고 자식들에 손주까지 보더라도 부모님 그리운 마음은 가시지 않을 테지. 5월에만 부모님 생각할 게 아니라 일년 내내 부모님 생각 많이 해야지. 아무리 많이 해도 나중에는 결국 부족하다고 느낄 테니까, 지금 미리 많이 적금 들어놔야지.... 

소3 

소야, 몇 살이니?
그런 것 모른다.
고향은 어디니? 
그것도 모른다.
그럼, 아버지 성은?
그런 것 그런 것도 모른다.
니를 낳을 때 어머니는 무슨 꿈 꿨니?
모른다 모른다.
형제는 몇이었니?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민주주의니? 공산주의니?
............ 

소는 사람처럼 번거롭기가 싫다.
소는 사람처럼 따지는 게 싫다.
소는 사람처럼 등지는 게 싫다. 

소는 들판이 사랑스럽고,
소는 하늘이 아름다웁고,
소는 모든 게 평화로웁고.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지식산업사  

민주주의니? 공산주의니? 하고 묻지 않았더라면 평이하게 읽고 넘어갔을 것이다. 저 단어가 나오는 순간 덜컥! 마음이 울렁거렸다. 내 전공은 역사인데 때 난데 없이 도덕을 가르치게 된 요즘, 그리하여 맡게 된 범위는 통일과 북한 사회다.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북녘 땅 이야기에 이 시가 내 마음을 한 번 더 건드리고 말았다.  

 

대부분은 선생님의 시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노래로 만들면서 약간의 개사가 이루어지고 때로 제목도 조금 달라지기도 한다. 원제는 고무신2였지만 새 제목은 '달수 고무신'이다. 게다가 노래가 끝나고 나래이션으로 대사가 더 나오는데 그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고무신이 얼만지 난 몰라 운동화가 얼만지도 난 몰라
내가 아는 건 그저 세상에서 고무신이 제일 싸다는 것
운동화도 고무신도 학교 가긴 마찬가지지만 그렇지만
모래 장난할 때는 고무신이 최고 송사리를 잡을 때도 고무신이 최고
운동화가 고무신보다 비싸다고 더 오래 신는 것도 아니지
운동화가 고무신보다 멋있다고 냄새가 덜 나는 것도 아니지      

          

우리 집 

고향 집 우리 집
초가삼간 집 

돌탱자나무가
담 넘겨다보고 있는 집 

꿀밤나무 뒷산이
버티고 지켜 주는 집 

얘기 잘하는
종구네 할아버지네랑
나란히 동무한 집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소나무 같은 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지식산업사  

 

오늘 퇴근하는 길에 아파트 사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냥 빌라라고 했더니 그럴 줄 알았다고 하신다. 자신도 빌라에서 내내 살았는데 나에게선 빌라 사는 사람 느낌이 난다는 거였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는데, 어쩐지 나쁜 의미로 말한 것 같지 않았다. 그냥 내가 꿈보다 해몽을 좋게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지만... 이 시를 읽다가 오늘 받았던 질문이 생각났더랬다.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우리집'이라니, 이렇게 착한 제목도 나올 수가 있구나. 우리집에 대해 그런 이름 붙여본 적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어쩐지 미안해지는 느낌이다. 표지의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바로 이렇게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을 표현한 것이다. 마음이 따뜻하게 적셔온다. 

 

소낙비 

하필이면
새 옷 입은 순이 잔등에
물 엎지른다. 

하필이면
엄마 없는 날
다 말려 놓은
보리 멍석 위에
백 미터 선수처럼 내린다. 

하필이면
소풀 뜯어 놓고
풀밭에 누워 막 잠들려는데
심술쟁이 기태처럼 놀래케 한다. 

하필이면
땅따먹기 편 갈라 놓고
시작하려는데
훼방놓는다.                                    

다 저질러 놓고
실컷 바쁘게 해 놓고
시침데기처럼
멀리 가 버리고
아롱아롱 무지개 뜬다. 

모두 모두 속았어도
웃는다.
무지개처럼 웃는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지식산업사  

 
지금은 갑작스럽게 우산도 없이 소나기를 만난다면 옷 젖는 것 가방 젖는 것, 짐 많은 것, 차가 막히는 것, 방사능 비와 황사 비, 산성비 등을 걱정하지만, 적어도 중학교 때까지는 여름날 소낙비기 시원하니 반가워서 하교 길 우산 없이도 행복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자라나는 아이들은 내가 느꼈던 비 맞는 행복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이 순간, 몹시 미안해지고 말았다.
 

통일이 언제 되니? 

우리 나라 한가운데
가시울타리로 갈라 놓았어요. 

어떻게 하면 통일이 되니?
가시울타리 이쪽저쪽 총 멘 사람이
총을 놓으면 되지.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지식산업사  

 

그러게 말이다. 그렇게 간단한 것을 60여 년 동안 못하고 있구나. 참으로 죄가 많다.  

 

도모꼬-인간성에 대한 반성문2 

도모꼬는 아홉 살
나는 여덟 살
2학년인 도모꼬가
1학년인 나한테
숙제를 해달라고 자주 찾아왔다. 

어느날, 윗집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도모꼬가 나중에 정생이한데
시집가면 되겠네"
했다. 

앞집 옆집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두 쳐다보는 데서
도모꼬가 말했다.
"정생이는 얼굴이 못생겨 싫어요"

오십년이 지난 지금도
도모꼬 생각만 나면
이가 갈린다. 

반세기가 지나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구나. 선생님의 저 착한 얼굴에서도 이런 토라짐이 읽혀지다니, 웃음이 나서 미안타.

 

선생님께 보내는 마지막 인사들이 예쁘게 달려 있다. 선생님의 생가에 붙어 있는 게 아닐까. 먼 하늘에서도 저 작은 글씨 다 들여다보며 조그마하게 웃으셨을 것 같다. 여전히 따뜻하게, 사랑스럽게...... 

개인적인 선호도를 묻는다면 먼저 접한 '강아지똥' 쪽이 노래가 더 좋았다. 더 좋았지만, 이 책의 노래들도 예쁜 노랫말들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이런 시에는, 이런 노래가 어울리지. 예쁘다. 참 곱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1-05-26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창우 선생님 노래니까 못 들어봤어도 느낌을 알 거 같아요.
재작년에 우리 지역 행사에서 노래 부르고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았더랬죠.
목소리도 좋고 노래도 잘 만들고 참 멋지게 사는 사람!

마노아 2011-05-26 09:18   좋아요 0 | URL
이런 세상에도 이렇게 맑은 노래를 꾸준히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고마웠어요.
멋진 분들이 많아서 좋아요.^^

잘잘라 2011-05-2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꼬모-인간성에 대한 반성문2」제목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이가 갈릴 망정
오십년이 지나서도
도꼬모 생각이 날만큼
그렇게 도꼬모를 좋아하셨다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구요.^^;

마노아 2011-05-26 19:01   좋아요 0 | URL
애증의 관계였을까요?
정말 좋아했던 만큼 상처가 컸던 것일 수도 있겠어요.^^;;;;
 
물고기 마음 - 루시드 폴 詩歌
루시드 폴 지음 / 안테나북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루시드 폴의 공연을 갔던 적이 있다. 친한 언니가 표가 생겼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갔는데 '음유시인'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그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잔잔한 노래에 한껏 취해버렸다. 게다가 브라질 노래를 부르는데 처음 듣는 노래인 것은 둘째 치고 처음 들어보는 언어의 그 낯설음이 주는 충격이 꽤 컸더랬다. 저렇게 낯선 언어의 노래를 어떻게 외웠을까 신기할 정도였다.  

공연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오래 회자하지 못했던 건, 돌아나오기 전에 언니가 결혼 소식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날이 만우절이었다는 것이다. 난 당연히 거짓말인 줄 알았고, 언니는 진심이었다. 세상에... 형부가 될 사람은 내가 아는 얼굴이었다. 우리는 늘 공연을 같이 다니곤 했는데 종종 데리러 와주던 사람이었다. 사귀냐고 몇 번 물었지만 번번이 친구라고 해서 난 정말이지 친구인 줄 알았다. 게다가 착하고 상냥하고 죽도 잘 맞고 해서 그럼 저 소개시켜 주세요!라고 말하려던 찰나였던 것이다. 어이쿠... 말 안 하길 잘했지... 거기까지 말했으면 그 다음부터 두 부부를 어떻게 보았을꼬. 그래서 그 날 받은 충격으로 인해 루시드 폴의 음악과 공연에 대한 감흥이 많이 옅어졌었다. 두 달 뒤 언니는 시집을 갔고, 그 부케는 내가 받았다. 벌써 6년 전 일이다. 털썩... 

최근에 퍼즐을 맞추면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내내 틀어놓았었다. 작년 방송을 많이 보았는데 '만지작'에서 '만지다'로 옮겨가는 고정 코너에서 루시드 폴을 자주 마주쳤다. 스위스 개그의 선두주자를 달리며 어설픈 유머를 구하사지만 이 사람 좋게 생긴 천상 순둥이 뮤지션이 편곡해내는 곡들은 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기분을 들게 했다. 그 루시드 폴의 음악을 다시 오랜만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도 그의 가사를 시집처럼 낸 책으로 인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스웨덴에서 석사를 마치고 스위스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이 스마트한 청년은 유학 시절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백석의 시와 마종기의 시에서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그의 노랫말도 시를 닮았다. 아니, 그 자체로 시다. 난해하지 않고 속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낸 자연스러운 시.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홀로 버려진 길 위에서
견딜 수 없이 울고 싶은 이유를
나도 몰래 사랑하는 까닭을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왜 사랑은 이렇게 두려운지
그런데 왜 하늘은 맑고 높은지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 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까.
그냥 또 이렇게 기다리네. 
왜 하필 그대를 만난 걸까.
이제는 나는 또 어디를 보면서 가야 할까. 

왜 사랑은 이렇게 두려운지
그런데 왜 하늘은 맑고 높은지
왜 하루도 그댈 잊을 수 없는 건지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 

물이 되는 꿈 

물.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꽃. 꽃이 되는 꿈. 씨가 되는 꿈. 풀이 되는 꿈.
강, 강이 되는 꿈. 빛이 되는 꿈. 소금이 되는 꿈.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파도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별. 별이 되는 꿈. 달이 되는 꿈. 새가 되는 꿈.
비. 비가 되는 꿈. 돌이 되는 꿈. 흙이 되는 꿈.
산. 산이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바람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모래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 빗물이 되는 꿈. 냇물이 되는 꿈. 강물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하늘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우리 말이 참 곱다는 것을 새삼 알게 해주는 노래다. 물이 되고 꽃이 되고 씨가 되고 강이 되고 소금이 되고 내가 되는 꿈이라니.... '나'가 아니라 川이라니... 공학도에게서 나오는 이 아름다운 단어와 문장에 부러움을 담뿍 느껴본다.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놓은 '국경의 밤'은 이제 고인이 된 루시드 폴의 친구를 생각하며 가사를 만나니 이국 땅에서 친구를 떠올리며 곡을 써냈을 루시드 폴의 젖은 마음이 떠올라 짠하기만 하다. '청년이 된, 그러나 내겐 소년인 내 친구, 그대여'에서 왈칵 슬픔이 솟는다. 친구의 시간은 이 땅을 떠나던 그 때에 머물러 있고, 홀로 세월을 맞닥뜨리고 있다. 소년의 추억을 함께 간직한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8분이 넘는 긴 트랙 '사람이었네'는 방송에서 들려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타이틀 곡을 고집했다. 가사를 보니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떠올라서 또 다시 왈칵! 

사람이었네 

(......)
난 사람이었네.
어느 날 문득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공장 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자본이란 이름에 세계라는 이름에 정의라는 이름에 개발이란 이름에
세련된 너의 폭력 세련된 너의 착취 세련된 너의 전쟁 세련된 너의 파괴 
(......) 

'세상에서 나는 네가 제일 좋아'는 모든 가사의 문장을 다 붙여 썼다. 흡사 이상의 오감도가 떠오르는 연출이나. 가사는 손가락이 오글거리는 애정을 과시하지만, 얼마나 좋으면 이렇게 좋다고 할까 싶고, 이렇게 서로 좋다고 하니 젠장 부러운 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책의 뒷표지에는 싱글 디스크가 하나 꽂혀 있다. 책의 제목인 '물고기 마음'과 '여기서 그대를 부르네' 두 곡이 담겨 있다. 딱 루시드 폴다운 감성의 노래들이다.  

나의 개인적 성향을 반영한다면 그의 노래는 지나치게 잔잔하고 조용해서 때로 지루할 것도 같다. 그렇지만 그가 표방하는 '치유의 음악'에 이보다 더 적합한 음색이, 노랫말이 있을까 싶다. 물리적인 약 대신 심리적인 약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바람대로, 오래오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는 그런 명약 제조자가 되었으면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jy 2011-05-0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발의 타이밍을 앞서가서 소개시켜 주세요!라고 말했고 그 뒤의 사태는 일파만파...질투쟁이에 소심쟁이인 그녀는 저에게 왠만하면 연락하지 않습니다^^;
이 가시내야! 별생각없다매!! 친구래매!!!

마노아 2011-05-06 21:29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가시내야!하며 덤비기엔 우리가 나이 차이가 좀 있습니다.ㅎㅎㅎ
암튼, 그 간발을 겨우 피했어요. 휴우..ㅎㅎㅎ
 
거인들이 사는 나라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8
신형건 지음, 김유대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품절


그림자

친구야, 우리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함께 노래하며 걸을 때
작은 내 키만큼 낮은 네 목소리와
큰 네 키만큼 높은 내 목소리
곱게 섞이어 푸른 하늘로 울려 퍼지고
네 뒤를 따라다니는 긴 그림자와
내 뒤에 붙어다니는 짧은 그림자
하나로 포개어지는 걸
넌 본 적이 있니?
친구야, 그렇게 포개어진 그림자가
우리 손 흔들며 헤어질 때
서로 바뀌어
내 그림자를 너희 집으로
네 그림자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는 걸 알고 있니?
떨어져 있어 보고픈 동안
우린 서로 바뀐 그림자를 가진다는 걸
난 오늘에야 알았단다.-10쪽

연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새 연필
칼로 한 겹 한 겹 깎아 내도
여전히 잠만 잔다.
까만 심이 쪼끔 드러나자
그때서야 바스스 눈을 뜨고,
심을 뾰족이 갈고 손에 꼭 쥐니
나릿나릿 기지개를 켠다.
흰 종이에 가져가자
눈부신 듯 눈을 깜작거리다가는
종이와 닿는 순간, 비로소
소스라쳐 깨어난다.-114쪽

어른

내가 아주 어렸을 땐
키가 크기만 하면 다
어른인 줄 알았는데,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많으면 다
어른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이도 저도
다 아닌 것 같아.
어른? 어른?
아른아른.-138쪽

들길에서

들길을 가다
바람의 집에 세들어 사는
풀꽃들을 만났다.

-너희들은 방세로 무얼 내니?

내 말이 우습다는 듯
풀꽃들은
가늣한 허리를 잡고
깔깔거리고

대신 대답이라도 하듯
바람이
나눠받은 향기 한 움큼을
코끝에 뿌려 주었다.-15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