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꼭대기 까치네 집 (CD 2장 + 손악보책 1권) - 임길택 노래상자
임길택 시, 백창우 곡 / 보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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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중 임길택 노래 상자다.
제목은 나무꼭대기 까치네 집
악보와 사진이 담긴 책이 하나 들어 있고, 시디가 두장 들어 있다.
그 자체로 시집이며 사진집이고 또 악보집이다.

이것도 폰트일까? 백창우 아저씨 노래 상자 뿐아니라 다른 노래 책도 이렇게 줄 그어 있고, 꼭 이런 글씨로 쓰여 있다. 손 글씨인가 폰트인가... 틀린 글자 지운 흔적까지도... 궁금하다.
백창우 아저씨는 엄청나게 많은 노래를 만들었지만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가수들도 정규 앨범 열 장이면 노래가 100곡이 넘어가고 비정규 앨범까지 포함하면 노래가 엄청 늘어나는데 가사 다 모를 것 같다. 곡조도 조금씩 닮을 수도 있고...
백창우 아저씨는 노래가 정말 많으니까 다 기억하기는 아무래도 무리!

임길택 선생님 미소가 지나치게 해맑아서 슬퍼진다.
다시 볼 수 없는 분이기 때문에 그랬다.
저렇게 맑은 웃음 짓는 분이 왜 그리 일찍 세상을 떠야 했는지... 다시금 안타까움이 솟는다.


나 혼자 자라겠어요 - 임길택 60p

길러지는 것은 신비하지 않아요.
소나 돼지나 염소나 닭
모두 시시해요.
그러나, 다람쥐는
볼수록 신기해요.
어디서 죽는 줄 모르는
하늘의 새
바라볼수록 신기해요.
길러지는 것은
아무리 덩치가 커도
볼품없어요.
나는
아무도 나를
기르지 못하게 하겠어요.
나는 나 혼자 자라겠어요.

투병 중이실 때 사진이 아닐까 싶다. 무척 초췌하다.
마른 얼굴이 마음을 짠하게 한다.

완행버스 -임길택 62p

아버지가 손을 들어도
내가 손을 들어도
가던 길 스르르 멈추어 선다.

언덕길 힘들게 오르다가도
손 드는 우리들 보고는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우리 마을 지붕들처럼
흙먼지 뒤집어 쓰고 다니지만
이 다음에 나도
그런 완행버스 같은 사람이
되고만 싶다.

길 가기 힘든 이들 모두 태우고
언덕길 함께
오르고만 싶다.

'산골 아이' 읽다가 예전에 읽은 '들꽃 아이'를 다시 찾아보았다.
2009년에 읽었으니 4년 전이다.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흘러버렸다.
임길택 선생님 작품은 읽을 때마다 선생님의 부재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한다.
아무래도 너무 이른 나이에 가셔서 그런 것 같다.
좀 더 천수를 누린 선생님들은 이렇게까지 서럽지는 않은데 말이다.

부추꽃이 이렇게 예쁜 꽃이었구나.
검은 배경 속에서 더 하얗게, 더 청초하게 피었다.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 -임길택 67p

빗물에 패인 자국 따라
까만 물 흐르는 길을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골목길 돌고 돌아 산과 맞닿는 곳
앉은뱅이 두 칸 방 우리 집까지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한밤중,
라면 두 개 싸들고
막장까지 가야 하는 아버지 길에
하느님은 정말로 함께하실까요.

대구를 이렇게 잘 맞출 줄이야.
저 시집 읽을 때도 이 짧은 시에 감탄하며 눈물 흘렸지. 너무 슬퍼...

논두렁 구불구불 개여뀌 달맞이꽃 도랑물...
발음하는 것마다 예쁘다. 우리 말 참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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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 아주 특별한 노래상자
이오덕.권정생.임길택 지음, 백창우 작곡 / 보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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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 아저씨네 노래 창고 음악을 모두 들어봤는데 정작 거기에 실리지 못하고 따로 덜어낸 노래들에 대해서 먼저 끄적이게 되었다.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라는 이 예쁘고 슬픈 제목에 꽃잎 색깔 닮은 시디가 한장 들어 있다. 백창우 노래 시리즈가 그렇듯이 이 책도 시를 노래로 엮고 그 노래를 담아낸 작품이다. 오감을 모두 열고서 감상해야 한다.

<이오덕 노래상자>, >권정생 노래상자>, <임길택 노래상자>에는 모두 108곡이나 되는 노래가 담겨 있다. 그런데 거기에 싣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어떤 건 너무 슬퍼서, 어떤 건 너무 길어서, 그리고 어떤 건 너무 지루해서, 또 어떤 건 너무 어려웠던 까닭이다.
같은 이유로 좀처럼 노래로 엮기 힘든 그 시들을 백창우 선생님은 기어이 노래로 엮어냈다.
시도 놀랍고 대단하지만, 그 시에서 이런 곡들을 빚어낸 것도 경이롭다. 실로 예술은 위대하다!

너무 길어서 담아내기 어려웠던 게 바로 이 첫번째 작품 같다.
권정생 선생님의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시도 길고 그랬기에 노래도 길다. 마디 수가 무려 361개나 나온다고 한다.
노래도 9분이 넘는다.
그렇지만, '어머니'에 대해서 노래하는데 9분이 어떻게 길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오늘 직장에서 음반을 들어보기 존에 시집을 먼저 읽었다.
문득 울 어머니 안 계시고, 선생님처럼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를 그리면서 어머니 보고파하는 나를 상상해 보니 왈칵 눈물이 났다. 그건 정말 상상만으로도 몸이 떨릴 만큼 무섭고도 아픈 일이었다. 그 어머니를 아버지로 대체하면 또 온전히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가정의 달이라 많이 강조하는 오월에, 어버이 날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이 시점에서 이 시와 노래는 많이 아프다. 그래서 또 그만큼 진실 되게 울린다.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름, 어머니 때문에...

아직은 앳되어 보이는 권정생 선생님과 으젓하신 이오덕 선생님의 젊은 날 사진이 반갑다.
그리고 '권정생'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소박하고 자연미 가득한 흙집의 명패가 어쩐지 가슴을 찌르르 울린다.
그래, 5월은 권 선생님 떠나신 달이기도 했지. 벌써 여섯 해가 되어버렸다.
세상에, 선생님 안 계신 세상은 얼마나 더 강팍하고 완고해졌던지...
괜시리 북한 아이들 생각이 나면서 또 마음이 아프다. 오월은 헤어짐이 많았던 달이기도 했지. 그래, 그랬어......

세분 중에서 가장 젊었지만 가장 먼저 세상을 뜨신 임길택 선생님.
선생님의 동시집을 참 좋아했다. 어찌나 해맑던지...
그 시들이 저리 해맑은 선생님 얼굴을 닮았던 거였나보다.
비록 이 땅에서 선생님의 삶은 짧았지만, 선생님이 뿌려놓은 그 씨가 무럭무럭 자라서, 그때 그 동시 짓던 아이들이 선생님을 추억하며, 시를 되새기며 살고 계시다.
선생님의 영혼이 잔잔히 웃고 계실 것만 같다.

아, 첫번째 사진의 선생님 표정 정말 좋다.
욕심이라곤 읽을 수 없는 그런 웃음이다.
아래 사진은 여기에 실린 곡들을 부른 굴렁쇠 아이들 모습이다.
낭독도 있고, 성우처럼 연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백창우 선생님은 지루할까 걱정하셨지만 아주 다양한 형태의 노래들이 들어 있어 듣는 재미가 있다.
물론, 앞서 세 권으로 묶어낸 시리즈보다는 다소 무겁기는 하다. 전반적인 곡의 분위기가.
그래도 이런 곡도 또 들어봄직 하지 않은가.
어린이의 목소리로 듣는 곡이라고 마냥 동심으로 돌아갈 수만은 없지.
마지막에 추천사를 써주신 김창남 문화평론가도 동요는 어른들이 더 불러야 한다고 했다.
동의한다. 덧붙이자면 모두가 동요를 좀 더 가까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치원도 졸업하지 못한 어린 아이가 대중가요를 따라부르며 현란한 춤을 자랑할 때 손뼉치는 어른들이 나는 좀 못마땅하다. 어른 흉내 말고 그 나이에 가장 예쁠 노래들도 좀 불렀으면 한다. 그리고 그 모습에 동참하며 함께 예쁜 마음 어루만질 우리 어른들도 되었으면 한다.
그나저나, 생각해 보니 울 세현군이 동요 연주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대부분 클래식이었고 가끔 재즈가 있었는데 이참에 동요도 연주해달라고 요청해 봐야겠다. 이 책 펼쳐주면 악보 보고서 반주해 줄 수 있으려나.... 내가 노래를 불러줄 수 없으니 이 책은 좀 곤란하겠다. 좀 더 쉬운 걸로 골라봐야겠다. ^^

마지막으로 목차를 옮겨 본다.
이런 시를 바탕으로 만든 이런 곡들이 담겨 있다. 제목만 보아도 예쁘고 어쩐지 아련하다.


1. 너무 많이 슬프지 않았으면
2. 느릿느릿 천천히
3.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1
4. 고무신 신고
5. 뺑덕이
6. 늙은 개
7. 어매요, 어매요
8. 밥 안 먹으면 안돼
9.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 납니다 2
10. 나는 나무다
11. 콩밭 개구리
12. 개구리 소리
13. 잠자기 전
14. 나 간다, 노래에 실려
15. 엉겅퀴
16. 개구리
17. 이 세상 끄떡없다
18. 배고프면 밥 먹고 해 떨어지면 잠들고
19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20 똥 누고 가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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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5-1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 17일~ 권정생 선생님 책 읽어야겠어요.

마노아 2013-05-15 23:32   좋아요 0 | URL
잊을 수 없는 날이지요. 순오기님은 특히 더 그렇구요.
 

박세연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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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게 있어 컵이나 잔은 그냥 물이나 커피를 담을 수 있는 도구일 뿐이다. 예쁜 컵이 있으면 예쁘네~ 하고 한번 더 들여다 보지만 거기에 크게 매달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잔에 열광하며 집착할 수도 있다. 이 책에 소개된 골동품들을 보고 있자니 그들의 집념이 이해가 가기는 한다. 누구든 어디에든 꽂힐 수 있는 법이니까.

저자는 여러 잔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담아냈는데, 사진으로 찍어놓은 사진보다 일러스트로 그려놓은 그림이 더 예쁠 때가 많다. 본업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 작가님께는 그 편이 더 좋은 것일까?

작가님의 오피스텔 맞은편에 작고 예쁜 카페가 하나 생겼다 한다. 이름은 '제리코'
백마담이라 불러 달라고 하는 도도한 매력의 여사장이 운영하는 이곳에 독특한 손님들이 단골이 되어 모여들었다.

'접다'라는 표현은 누가 어떻게 쓰기 시작한 걸까요?
정확한 표현에 감탄하며 저도 제 마음을 '접기로' 했습니다.
표현에 걸맞도록 우아하게 반만 접으면 좋으련만
꼬깃꼬깃 여러 번 접게 되네요. -55쪽

종이를 접는 것과 마음을 접는 것은 의미가 크게 다른데 둘 다 '접다'라는 표현을 쓰니 어쩐지 닮은 것처럼도 보인다.

제리코의 단골이었던 영국 손님이 한국을 떠나면서 망가진 기타를 두고 갔다고 한다. 마침 기타 배우고 싶다고 한참 조르던 저자가 이 기타를 넘겨받게 되었다.
서툰 솜씨로 기타를 치며 가을에 제리코에서 기타 공연을 하기로 했다.
이제 겨우 코드를 외우기 시작한 시점에서 무모하지만 용감한 도전이었다.
작고 아담한 카페에서 아마츄어들이 열정으로 시작하는 연주회라니, 상상으로도 얼마나 근사한가!

제리코에선 종종 벼룩시장도 열렸다. 옷가지와 구두, 가방, 책, CD 등을 가져와 파는 것이다. 마감녀(번역가)는 읽지 않는 책들을 갖고 나와 권당 천 원에 팔고는 누군가 내놓은 '제주 소년'의 CD를 샀다. 서니 부부는 아름다운 원피스와 구두를, 미에코 상은 파이어킹 그릇 몇 개와 사발처럼 생긴 카페오레잔을 가져왔다. 저자 박세연은 헤어진 남친에게서 받았던 물건들을 처분했다. 백마담이 내놓은 빈티지 원피스는 인기가 없었지만 그녀는 노리다케 그릇 세트를 획득했다며 좋아했다. 그리고 코파카바나 부부는 벼룩 시장 한쪽에 간이 의자를 놓고 앉아 장이 끝날 때까지 기타를 쳤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토요일 오후인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작은 공간에서 이렇게 서로의 추억과 필요를 나누는 게 참 보기 좋다. 그 자리에 생음악을 제공해주는 예술가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벼룩시장이 있던 날의 풍경이다. 저 아리따운 뒷태의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제리코 단골 중 하나일 텐데... 설마 박세연 작가님 본인???

뭉터기로 모아놓았지만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는 그릇들일 것이다.
문득 영화 앤티크가 떠오른다. 원작 만화를 영화로 옮겼는데, 당시 언니가 운영하던 가게 근처에서 촬영을 했다. 진짜 골동품을 가져다가 영화를 찍었는데, 당시 그릇들 보험료가 어마어마했다는 기사가 기억 난다. 두달 동안 반짝 영화를 찍고, 영화 촬영 마치자마자 세트를 모두 허물어서 좀 섭섭했더랬다. 정작 영화 촬영 중에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커피잔에 꽃잎 두 개 띄워 놓은 게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이다.
차에 쓸 수 있는 꽃을 보관하려면 어떻게 닦아야 하는 것일까?
먼지 많은 서울에서 딴 꽃은 설마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잔을 받친 식탁보도 눈에 들어온다. 이 모든 게 조화를 이루어 멋진 티타임을 만들 것이다.
꽃놀이를 못간다면 이렇게 꽃무늬 찻잔에 꽃이라도 띄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우리네 집 조명이 너무 환해서 신혼여행 때의 분위기가 안 산다고 김정훈 교수가 방송해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정말 너무 환한 불빛에만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 저렇게 은은한 불빛 안에서도 충분히 적응하고 살 수 있는데 과도하게 밝은 불 아래에서 과하게 드러난 얼굴에 괜히 불편해하는 것은 아닌지... 책 읽는 데에 문제만 없다면 저런 정도의 조명도 좋아 보인다. 기왕에 스탠드는 가구 색과 어울리는 걸로 고르고!

제리코 백마담과 함께 강릉으로 떠났던 커피 여행에서 찍어온 사진이다. 저토록 파란 하늘과 커피라는 글자가 참 잘 어울린다.

세번째 사진은 이 책의 앞뒤 속표지 그림인데 파란 바탕에 은색 그림이건만 사진을 찍으니 저리 어두운 색으로 변하고 말았다.ㅜ.ㅜ

그림 그리는 사람답게 물감 풀어놓은 접시들을 포착했다. 알록달록 색색이 물감들이 예쁘다. 저 색깔 속에서 이토록 예쁜 색깔과 질감의 그림들이 나온 것이구나. 유에서 또 다른 유를 창조해 냈다.

파란 하늘과 빨래의 조화도 신선하다. 저렇게 바닷가에 빨래 널어놓으면 소금기 묻은 채로 건조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그래도 바람이 있으니 쓸만한 거겠지?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인의 친절함에 반해 한국에 들어왔던 프랑스 청년 노엘은, 악덕 사장 밑에 취업했다가 유치장에 일주일 갇히는 신세가 되어 분개했다. 노엘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갔고, 거기서 한국인 피앙세를 만나 프랑스로 갔다. 거기서 게스트하우스를 차린다고...
노엘에 얽힌 이야기, 노엘의 친구가 한국 와서 팥빙수에 꽂힌 이야기, 그리고 저자의 유학 시절 이야기, 기타 등등 제리코 단골 손님들이 여러 나라에서 겪은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소개되었다.
이 부분을 읽고 외출했다가 올해 들어 첫 팥빙수를 먹었다. 팥이 너무 적은 게 흠이었지만 녹차빙수를 맛있었다. 올 여름이 기다려진다면 그것은 순전히 팥빙수 때문일 것이다.

제리코에 드나드는 사람들 이야기가 참 좋았는데, 안타깝게도 제리코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문 닫기 전 마지막 행사로 기타 연주회를 가졌다. 축복의 시간이 될 줄 알았는데 고별의 연주가 되다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우리네 인생사다.
마감녀는 작별의 편지를 읽었고, 써니 부부는 시를 낭송했다. 오보에를 연주하는 이도 있었고, 샹송을 노래하는 이도 있었다고...
음악과 차와 향기가 가득한 곳에 서로의 추억을 묻었다. 내가 다 아쉽다.

내가 유일하게 집착을 보인 컵이 있다면 바로 저 머그컵들이다.
꼭 책 사면서 받아야 하고, 색깔도 맞춰야 했던 나의 집착들.
작년 겨울부터 내내 저 머그컵을 쓰고 있다.
안으로 오목한 컵이 사용감은 더 좋지만, 색깔만은 최고로 마음에 든다.
이 책에 소개된 섬세한 컵과 잔에는 못 미치지만 내게는 의미있는 컵들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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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빨강 창비청소년문학 2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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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해서, 청소년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시들이다. 공부기계로 전락한 우리의 아이들이 안쓰럽다. 이제 이틀 뒤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조카는 요즘 한글공부와 덧셈뺄셈 공부 때문에 한창 시달리고 있다. 우리 때야 학교 입학하면서 가나다라를 배웠지만 요새 애들이야 한글 다 떼고 입학하니 우리 아이도 그냥 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정상적인 속도로 학습하는 아이가 졸지에 지진아가 되어버리는 세태다. 초등학생 뿐인가.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하기 전에 이미 중학과정을 선행학습으로 끝내고 가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게 공부에 치이고 치여서 명문대에 졸업한 학생들은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훌륭한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일까. 이미 동력을 다 써버려서 정작 창조적 에너지를 쏟아내야 할 테는 연료 부족으로 지지직 꺼져버리는 것은 아닐런지....

 

'빨강'이라는 색깔의 강렬함이 아이들이 도착하고 싶고 닿고 싶은 지점을 떠올리게 한다.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내 인생을 내 욕구에 솔직하며, 내 의지를 시험하며, 내 꿈을 펼쳐낼 하얀 도화지로 만들고 싶은 그 열정의 색으로 말이다. 난 빨강!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목소리가 듣기 좋다. 내 인생의 색깔은 무슨 색일까? 강렬한 원색? 부드러운 파스텔색? 아니면 좀 우중충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무채색 계열?

 

학교의 입장에서 써내려간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그래, 학교도 이 학생들의 한숨과 눈물을 받아내며 얼마나 지칠까.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쉬지 못하는 학교도 고생이다. 그러니 그 안을 채우고 있는 학생과 교사 모두 가엾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느 때에 산으로 가지 않을지... 새학기가 코앞이다. 모두들 좀 더 힘내라고 파이팅 외쳐 본다. 아직은 아이들의 손을 놓을 때가 아니다라는.... 정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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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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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가 쌍용 자동차 문제에 직접 뛰어들게 된 것은 파업 이후 열 세번 째로 나온 죽음을 맞닥뜨리고 나서였다. 해고 노동자 임성준 씨의 부인은 남편에게 보고 싶다며 일찍 들어오라고 전화를 했다. 불안해진 남편은 집에 돌아와서도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갔고, 아이들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남편이 돌아오자 아내는 아무 말도 없이 베란다로 직행, 그대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1년이 채 못 되어 남편도 돌연사하고 말았다. 졸지에 어린 아이들은 고아가 되어버린 것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시작된 이래 13번째 죽음이었다. 그리고 공지영 작가가 이 책을 탈고할 때에 그 숫자는 22명으로 늘어나 있고, 이 책을 읽은 내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그 숫자는 다시 24명으로 늘어나 있다. 이렇게 참담한 숫자를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누구라도 죽을 결심을 하면 유서라도 남기기 마련인데, 22명의 노동자들이 죽어나갈 때, 하나같이 유서 없이 죽어버렸다. 한 노동자는 휴대폰에 저장된 모든 전화번호를 다 지우고 어머니 번호 하나만 남긴 채 세상을 버렸다. 그를 잡아줄 사람이 이 넓고 많은 사람 중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의 죽음을 수습할 어머니 외에는...

 

참담한 2009년이었다. 1월 추운 겨울에는 용산에서 비극적인 진압과 죽음이 있었고, 뜨거운 여름에는 쌍용자동차 파업과 강제 진압으로 생지옥이 연출되었다. 영화 '두개의 문'에서 공지영 작가를 흠칫 놀라게 했던 그 부분을 떠올려 본다.

 

“무리한 컨테이너 투입으로 무고한 경찰을 한 사람 잃고, 농성하던 시민 다섯이나 죽게 한 그 참사 앞에서 정부는 여론과 시민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 초기였으므로 자칫 정권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도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었다. 몇몇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러자 경찰은 쌍용자동차에 드러내놓고 컨테이너를 투입했다. 말하자면 용산에서 간을 본 것이었는데, 의외로 저항이 거세지 않자 이번에도 그걸 사용한 것이다 국민이 용산에 대해 국가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더라면 쌍용자동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용산 참사는 국가에게 ‘이렇게 진압해도 된다.’는 몹쓸 교훈을 심어줬다.” -46쪽

 

'관용'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건 무책임한 방기였다. 불과 일년 전 광우병 사태 때에는 정말 많은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분노했고, 정부를 향해 소리를 높였다. 당장 광우병 걸린 소가 들어온 것도 아니었고, 발병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테지만, 우리가 먹고 있는 이 식탁이 안전하지 않고, 우리 아이들의 급식과 군대의 식재료가 위협받는다고 생각하자 국민들은 똘똘 뭉쳐서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용산에서 죄없는 시민들과 경찰 한명이 죽은 일에 대해서는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이 죽었는데... 그렇게 하나의 둑이 터지자 더 큰 난리가 벌어졌다. 비단 쌍용자동차 문제만이 아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쫓기고 가정이 깨지고, 삶에 균열이 갔던가. 그것들이 모두 '남'의 이야기라고 믿고 싶을 테지만, 그건 '우리'의 이야기이고,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며칠 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망언을 한 것으로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그가 막말을 한 것도 맞고, 정말정말 죄값 좀 치르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그의 죄명은 명예 훼손이 아니라 쌍용자동차 강제 진압이 되었어야 했다. 징역 10월이 아니라 10년 이상의 중형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행태를 보인 이 일은 표창감이 되었다.

 

2012.3.12

경찰 수사 우수 사례로 쌍용차 사태가 선정되었다. 전국 수사경찰관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주요사건 중 ‘베스트 10, 워스트 10’ 후보를 공모했는데 1,192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평택 쌍용차 점거농성 사태 조기 해결’이 베스트 5위로 선정되었다. -204쪽

 

불과 일년 전의 일이다. 우리는 얼마나 야만적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

 

애초에 쌍용자동차는 부실기업도 아니었다. 그러나 회사는 기업을 헐값에 매각해 버렸고, 매입한 상하이차는 기술만 빼먹은 채 먹튀해 버렸다. 법인회계들은 멀쩡한 회사를 망가질대로 망가진 회사로 평가해 버렸고, 그 평가서를 기준으로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었다. 함께 살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보여준 연대는 눈물겨웠다. 형편없이 줄어드는 임금에도 불구하고 교대를 늘려 일자리를 나누려고 하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살기 위해서 고용안정기금을 만들려고 했고, 심지어 퇴직금을 담보로 개발자금도 만들려고 했다. 이 순박하고 착한 노동자들은 정말 회사가 어려운 줄 알고 허리띠를 있는 대로 졸라 이렇게까지 양보하고 희생했지만, 회사는 이들을 내보낼 생각만 했다.

 

조합원들은 회사가 어렵다니까 이처럼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더라도 함께 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회사는 일방적인 해고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대화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들이 해고하려는 2,646명은 전체 노동자의 37%, 현장직 노동자의 43%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그리고 이것은 앞서 말했던 안진회계법인과 삼정KPMG, 즉 대형 회계법인의 작품이었다. “함께 살자!”는 노조의 외침에 “미안하지만 너희가 좀 죽어줘야겠어.” 라는 대답일까?
이때부터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치워야 할 비용으로 보는 자들에 의한 보이지 않는 무자비한 폭력이 시작된다. 나는 22명이 자살한 원인을 이 순간부터 찾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이때부터 혼돈과 경계, 그리고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이 죽어야 한다는 비인간적 폭력이 노동자들에게 가해지기 때문이다. -87쪽

 

노조는 똘똘 뭉쳐서 회사를 지켜내려고 했다. 한여름 땡볕에 단전, 단수 상황에서도 도장공장의 도료가 굳지 않게 하려고 비상발전기의 전기를 그곳에 썼다. 단전으로 도료가 굳어버리면 공장 재가동 시기가 한달 가량 늦춰지고, 그렇게 되면 피해 손실액이 1,300억에 보수 설비 및 기타 재가동 비용도 100억 원이 든다고 했다. 돈 없다고 노동자를 쫓아내는 사측은 이런 돈쯤은 아까워하지 않았다. 뿐이던가. 한번 띄우는데 600만원이라는 헬기도 수시로 띄워서 체루액을 살포했고, 파업 농성자들의 수면을 방해하며 불안에 떨게 했다. 진압 과정에서 내부에서 불이 났는데도 불 끌 생각은 하지도 않고 여전히 폭력 진압만 염두에 두었다. 이 정도면 광기를 뛰어넘은 것이 아닐까. 정상적인 사고 수준으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하며, 비윤리적인 일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있어왔는지...... 정말 이 사회에 '정의'란 있는 것일까 자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해고와 농성, 강제진압 과정에서 이들이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전쟁터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는 보험급여환수 통보가 기다리고 있었다. 쌍용차 파업노동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 재취업도 힘들었다. 하루아침에 직장이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삶이 무너졌다. 이들이 기꺼이 죽음을 향해 달려간 것이 아니라 이 나라가, 이 사회가 그들을 죽으라고 등을 떠민 것이다. 그런 가정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을 어떤 얼굴로 바라보아야 할까? 자신들의 부모님을 '빨갱이'라고 명명하는 선생님이 있는 교실에서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자리해야 할까. 언론에서도 손가락질을 하고, 이웃 사람들의 눈초리도 무섭다. 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일까. 어디로......

 

의자놀이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하던 그 놀이. 의자를 사람 수보다 하나 덜 놓고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다가 노래가 멈추는 순간 재빨리 의자에 앉는 놀이. 행동이 굼뜬 마지막 두 명은 엉덩이를 부딪치며 마지막 남은 의자를 차지하려 하고, 대개는 한 명이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정말 그럴 생각은 없지만, 마지막 순간이 되면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해 친구를 밀어버리고 내가 앉아야 하는 그 의자놀이. 쌍용자동차 관리자들은 이 거대한 노동자 군단에게 사람 수의 반만 되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마치 그런 놀이를 시키는 것 같았다. 기준도 없고, 이유도 납득할 수 없고, 즐겁지도 않으며, 의자를 놓친 자들에게는 죽음을 부르는 그런 미친 놀이를. -92쪽

 

나만은 아닐 것 같은가? 내 의자만은 끝까지 남아 있을 것 같은가?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그냥 하는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사실이고 진실로 판명되었다. 이미 스물 네명이 죽었다. 범위를 대한민국 전체로 넓히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무참하게 죽었고, 또 죽어가고 있는지......

 

정혜신 박사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이 트라우마는 어떤 질병보다 많이 죽지만, 또 빠르게 개입하면 그만큼 많이 살릴 수 있다고 했다. 더 많은 '와락'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가 끝까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야 할 이유이다. 우리의 관심이, 우리의 연대가, 우리가 지고 있는 이 부채의식을 조금은 덜어낼 마지막 보루이다.

 

이 책을 읽으며 실소를 날린 게 한 번 있는데 난데없이 등장한 '맥쿼리 증권' 때문이었다. 세상에, 안 끼는 데가 없구나! 이제 이번 주말을 넘기면 대통령은 임기를 모두 마치고 사저로 돌아간다. 아, 근데 그 사저가 설마 내곡동은 아니겠지??? 광주를 피로 물들였던 전두환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고, 용산과 쌍용자동차에 이토록 많은 사람을 죽게 한 대통령도 멀쩡히 임기를 마치고, 자살한 부인을 애도하는 정책부장을 향해 '오 필승 코리아!'를 밤새 틀었다는 야만적인 회사도 살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단지 역사의 심판만 받지 않기를 바란다. 물리적인 심판이 꼭 따라오기를 바란다. 최루액을 뿌리는 것은 향수 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조현오 전 청장도 합당한 대가를 꼭 치렀으면 한다. 그렇게 정의가 조금이나마 실현될 수 있기를...

 

문득, 미국에서 유난히 슈퍼히어로가 많은 이유가 정의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의 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롭고 힘도 센 슈퍼 히어로가 나타나서 악을 제거하고 응징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말이다. 외계 행성에서 온 슈퍼맨이나, 돈 많고 힘도 세고 솜씨도 좋은 배트맨이 우리에겐 없으니, 우리는 각자가 연대해서 스스로 슈퍼히어로가 되는 수밖에 없다. 기억하자. 잊지 말자. 함께 하자.

 

너희들은 참 좋겠구나   - 송경동

 

너희들은 좋겠구나

이제 518 광주에서처럼

총으로 곤봉으로 대검으로

때려죽이고 찔러죽이지 않아도

저절로 죽어가니

 

너희들은 좋겠구나

이젠 박창순처럼 YH 김경숙처럼 박종철처럼

굳이 끌고가 물먹여 죽여도

떠밀어 죽이지 않아도

저절로 떨어져 죽어가니

너희들은 참 좋겠구나

 

이젠 용산에서처럼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망루에 가둬두고

짓밟고 태워죽이지 않아도

저절로 피말라 죽어가니

너희는 정말 정말 좋겠구나

이런 만고강산

이런 태평천하

이런 브라보

시간만 가면 돈이 벌리는

이런 희한한 세상이

배터지게 입찢어지게

환장하게 좋겠구나

 

노동자들만 눈물바다구나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하며 눈물바다

평생을 생존권에 쫒겨다니며

평생을 길거리에서 싸워가며

급기야 저절로 목숨까지 반납하며 눈물바다

짜디짠 눈물 바다 뿐인 세상이 참 좋겠구나

 

이 더러운 세상을 어떻게 살란 말이냐

이 서러운 세상을 어떻게 살란 말이냐

더 이상 물량과 생산성에 쫒기지 않고

더 이상 구사대 경찰에 쫒기지 않고

더 이상 실업과 생활고에 쫒기지 않고

먼저 가서 자네는 참 좋겠네 라고 얘기해야 하나

차라리 먼저 가서 자네는 행복 하겠네 라고 말해야 하나

 

무한경쟁 무한생산 무한소비로

벼랑에 도달한 것은 자본인데

왜 등 떠밀려 묻혀야 하는 것은 착한 우리들 만인가?

 

돌려 말하지 마라

이것은 계획된 살인

이것은 준비된 학살

이것은 우리 시대 모두를 향한 자본의 테러다

 

우리는 더 이상 묻힐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물러서야 하는 것은 너희다

이 참혹한 땅에 매몰되어야 하는 것은

이 스물 두 명이 아니라

수백 수천 수만 수백만 해고 노동자들과 비정규직들이 아니라

이 시대 가장 악독한 강도이며, 구제역인 자본과 권력 너희다

너희를 묻지 않고

우리는 스물두분의 참혹한 시신을 묻을 수 없다.

너희를 단죄하지 않고

우리는 어미 아비를 잃은 이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을 쳐다 볼 수 없다.

더 이상 이런 아픈 추도시를 쓸 수 없으며

더 이상 뼈아픈 추도사를 읊을 수 없다.

 

우리 일어서자

더 이상 죽지 말고 일어서자

엄마 아빠 제발 죽지 말고 일어서자

여보 제발 쓰러지지 말고 죽지 말고 일어나 싸우자

일어나 새로운 시대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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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3 0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23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3-02-2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조현오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그렇구나'라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야만의 시대가 맞긴 맞습니다만, 그 야만의 시대가 대다수 국민들의 동의로 이루어졌기에 더 씁쓸하네요.

마노아 2013-02-24 19:39   좋아요 0 | URL
그 국민들이 뽑은 새 대통령이 내일 취임하네요. 어휴... 승질납니다..ㅡ.ㅜ;;;

saint236 2013-02-2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현오에게 막강한 비선 라인이 있지 않았나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마노아 2013-02-24 19:40   좋아요 0 | URL
문화방송 김재철도 그런 걸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