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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장 1 - 서른이 된다는 것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필립 뒤피 외 지음, 황혜영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섹스 앤 더 시티를 한편도 보지 못하고 소문만 들었던 나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보면서 그 드라마를 떠올렸다. 책을 다 덮고 보니, 책 날개에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라고 적혀 있어서 피식 웃었다 ^^
올칼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종이가 아주 두껍다. 보통 만화책에서 사용되어지는 종이보다 훨씬. 내 짐작에 일반 책들보다도 빳빳하다. 그래서 책의 단가가 올라갔을 지도 모른다^^;;;
주인공 장은 작가다. 번역도 하고, TV토론회에 나가기도 하고, 어찌 보면 제법 알려진 유명 인사일 수도 있는 인물인데, 그런 그의 삶은 우리가 살고 있는 그것과 그닥 다르지 않다.
이 책의 부제가 "서른이 된다는 것"이라고 나와 있는 것처럼 그에게도 외로움과 고독이 물씬 풍겨나고, 때로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며 짜증도 내고, 때로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다.
우리와 닮은 그 평범함과 따스한 인간미가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을 편안케 했다.
작품 내용 중에 열다섯의 그가 서른이 될 그에게 보낸 편지를 찾는 장면이 나온다. 할아버지께서 주신 시집 사이에 끼워둔 편지는, 비행기에서 가방이 분실됨과 함께 책도, 편지도 모두 사라진다. 그렇게 소중했던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자, 그것의 가치는 더 뛰게 되고 후회는 더 진하게 남는다. 가방 속에 든 물건을 '값'으로 환산해 주겠다는 공항 관계자의 제안에 그의 얼굴에 드러나는 착잡한 표정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수년 전 그런 메일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 '어울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일년 뒤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기능. 그리고 일년 뒤 나는 내가 썼던 메일을 받았다. 이 책처럼 15년이나 지난 편지가 아니었기에 감동은 크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년 전에 썼던 메일 내용을, 일년 뒤의 나는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
꼭 전자 이메일이 아니어도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나에게 편지를 써 보면 어떻게 될까.
잃어버리지 않고 제 때 도착만 한다면 정말 멋진 선물이 될 텐데 말이다.
작품 속의 장처럼, 나도 곧 서른이 된다. 서른이 된다는 것은... 우울해지려면 우울해질 수도 있고, 또 가뿐히 어깨 으쓱하려면 그럴 수도 있는 나이다.
내가 먹어가는 그 나이, 시간만큼 나는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쌓고 있고, 꼭 그러란 법은 없지만 나는 세상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지고 대범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사이사이 숱한 시행착오와 오해로 인한 편견과 상처에 아파할 수도 있지만, 다가오는 시간을 막을 재주가 내게는 없고, 어차피 감당해야할 시간이라면 두팔 벌려 환영하고 싶다.
평범한 일상의 반복일지라도, 그것이 내것이기에 소중할 수 있는 것... 뜬금없지만,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원래 알고 있는 거지만 늘 느끼지 못하는 그 사실.
이 책의 시리즈가 계속 출간 중이라고 하는데, 모처럼 반가운 책을 만났다. 다음 이야기도 곧 만나야겠다.
덧글, 책 속 주인공의 친구... 그러니까 사고뭉치에 매번 의도하지 않았어도 늘 '민폐'를 끼치는 그 친구...;;;; 진짜 드라마 같다. 장에게 애도를.ㅡ.ㅡ;;;;;;;
덧글 둘! 이중커버로 되어 있는데 보통의 띠지와 달리, 작가와 번역자 약력이 큰 띠지에 실려 있다. 책이랑 분리가 되는 점이 좀 불편하다. (뭐, 사소한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