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돌아왔다.

4개월 만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따른 시위로 5사람이나 죽었고, 통행금지령이 내렸다고 한다.

칭기스 칸 국제공항을 향하던 비행기는 기상관계로 공항 상공을 30분이나 방황한 후에 지상에 착륙했다. 그래도 지상에 발을 디디니 약간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로 낮은 기온에 상쾌한 느낌이 든다.

 


7월 초에 도착하여 돌아본 울란바타르는 여전히 분주할 뿐이다. 불과 며칠 전에 격렬한 소요가 있었던 것은 시내 한복판의 수흐바타르 광장 옆에있는 인민혁명당사의 불에 타 그을린 모습으로 남아 있지만, 그 주위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조차 그 건물에 눈길을 주지 않는 듯이 보였다.

 


오랜 만에 시내를 벗어나 장기 여행을 잡았다. 몽골의 북동쪽에 있는 헨티(Khentii) 지방으로의 여행이다. 헨티지방은 칭기스 칸의 고향이자, 그가 나라를 일으킨 성지이다. 이번 여행은 가는 데만 약 530km에 달하는 거리라서, 전체 일정은 3박 4일로 잡았다. 특히 이번 여행에는 동창인 이승규 선생이 동참하였고, 한국에서 독수리를 비롯한 자연보호에 앞장서고 계시면서, 이곳 몽골에서도 들꽃과 독수리를 연구하고 계시는 한국자연정보연구원의 노영대 원장님이 바쁘신 일정을 맞춰주셔서 아주 든든한 원군이 되었다.

 

통역과 기사를 포함하여 총 5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일행은 7월 18일 금요일 아침에 울란바타르를 출발하였다. 이번 일정 중에서도 첫날은 동북쪽의 러시아 국경지대 근처의 빈데르라는 마을까지 400km를 하루에 움직여야 되어서 특히 걱정이 되는 일정이었다. 울란바타르를 벗어난 일본산 랜드크루저는 잘 포장된 길을 달려서 약 2시간 만에 130km 떨어진 바가노르에 도착하였다. 여기서부터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었는데, 그 동안 계속해서 내린 비 때문에 물이 불어서 도로 사정이 특히 좋지 않았다. 첫 번째 목적지인 호흐 노르(Khokh Nuur)까지는 바가노르에서 불과 85km인데 3시간 반이 걸려서 도착하였다.

검은 호수라는 뜻의 호흐 노르는 1206년에 테무진이 칭기스 칸으로 즉위한 곳이다. 이 해를 기념하여 2006년에 몽골에서는 건국 800주년 기념행사를 크게 거행하였으니, 실질적으로 몽골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인 셈이다. 하지만 몽골의 대부분의 유적지가 그렇듯이 최근에 세운 기념물 외에는 특별한 유적이 없다. 물빛이 검은 호수는 800년의 역사가 흐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변 경치를 담아내고 있다.

 

즉위식 때에는 10만 군사가 집결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하나, 지금은 무는 파리가 극성이어서 사진 몇장만 겨우 찍고는 근처의 식당 겸 매점으로 대피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의 파리는 노원장님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등에(쇠파리)에 해당되는 것으로, 사람도 물어서 피를 빨아 먹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뜨거운 물과 컵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부근에 있는 발단 바레븐 히드(Baldan Baraivan Khiid)라는 사원으로 향했다. 1700년에 처음 건립된 이 사원은 한 때 승려가 5,000명이 넘고 몽골의 3대 사원 중의 하나로 꼽혔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폐허만 남아 있고, 안내인이 1인당 1,000원의 입장료를 받으면서 주변을 안내하고 있다. 

처음 안내 받은 곳이 예전에 많은 승려가 거주할 때 음식을 만들던 곳이라고 한다. 아마도 커다란 방만한 곳에 솥이 얹혀 있어서 많은 사람의 식사를 한꺼번에 만들었을 텐데, 솥을 걸었던 자국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울란바타르 근처에 있는 만치르 사원에는 솥이 남아 있는데, 여기에는 그것마저 없어진 모양이었다. 겨우 남아 있는 건물도 내부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산 위에 남아 있는 몇 개의 불상들 또한 심하게 파괴된 상태였다.


5시 반에 사원을 출발하여 약 30분을 가지 않아서 청동기시대의 유적인 2개의 사슴무늬가 그려진 돌이 있었다. 이곳에는 여러 기의 무덤이 흩어져 있었고,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커보이는 무덤에는 사슴무늬를 조각한 돌로 장식을 하여 놓은 듯이 보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빈데르(Binder)라는 곳으로 이곳에 있는 관광캠프에서 1박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저녁 7시 반 쯤 되어서 빈데르에 가까운 곳에서 우리 찝차의 바퀴가 펑크나고 말았다. 바퀴를 교체하느라 시간을 보내는데, 설상가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요즘 몽골의 날씨가 변하여 수시로 비가 내리는데, 덕분에 주변의 산야가 온통 녹색으로 덮힌 것은 좋았지만, 기후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겨우 바퀴를 교체하고, 다시 길을 잡았는데 벌써 날이 어둡기 시작하였다. 9시가 넘은 깜깜한 시간에 겨우 빈데르 마을에 도착하였고, 우리의 캠프를 찾아 들어가니 벌써 밤 10시 반이 되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지만, 내일을 위하여 소주로 건배를 하고 취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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