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촛불들 - 코로나 시대의 신앙, 희망, 그리고 사랑 로완 윌리엄스 선집 (비아)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병준 옮김 / 비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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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 로완 윌리엄스가 기고한 칼럼들을 모아놓은 묵상집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체적인 사건과 문제들에 관하여, 한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견해와 탁월한 통찰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한가운데서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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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리커버 특별판, 양장)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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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은 새로울 게 없지만, 그것이 개인의 삶으로 연결되어 현실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저자는 과학 전문 기자로서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을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관하여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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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읽다 - 로완 윌리엄스의 마르코 복음서 읽기 로완 윌리엄스 선집 (비아)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병준 옮김 / 비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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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완 윌리엄스는 언제나 핵심을 간결하게 표현하면서도 다양한 해석을 고려하는 사려 깊은 글쓰기를 한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역자의 해설도 정말 좋다. 


마르코의 복음서는 변화에 관한 책, 지금과는 다른 체제 아래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다루는 책입니다. 책의 제목, 그리고 첫 장의 내용을 통해 마르코 복음서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단지 한 때 이 세계에서 살았던 한 사람에 관한 전기가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마르코의 복음서는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저와 여러분의 삶, 그리고 복음서를 읽는 모든 독자의 삶과 그 삶과 관련된 가능성을 뒤바꾸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 P20

마르코 복음서는 관계에 대한 복음서입니다. 이 책의 저자와 독자가 중심 인물과 맺는 관계를 제외한 채 이 책을 보면 이 이야기는 전혀 말이 되지 않습니다. (...) 그는 우리가 두 가지 기본적인 통찰을 갖고 자신의 복음서를 대하기를 바랍니다. 하나는 예수가 지닌 특별한 점, 그에게서 눈여겨볼 점은 기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기적은 언제나 신뢰와 관계를 동반할 때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기적은 절대 어떠한 마술이 아닙니다. 힘을 과시하거나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닙니다. - P68

하느님께서는 그침 없이 존재의 중심에서 ‘바깥을 향하여‘, 당신께서 창조하신 존재들의 행위를 통하여 당신의 활동 범위를 꾸준히 넓혀 가십니다. 그렇기에 예수는 제자들에게 이런 생각, 즉 하느님께서는 하늘에서 이 세상 안으로 개입해 들어오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 세계의 중심에서 변화를 일으켜 나가신다는 생각을 과감하게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의 과정 안에서, 그 과정과 함께하시며, 특별히 인간의 삶이라는 유일무이한 과정 안에서 활동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먼저 예수의 삶에서 시작하여 예수에게 부름받은 이들의 삶, 예수 때문에 그리고 예수처럼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역사를 꽃피우고, 스스로의 삶을 세상에서 그 역사를 넓혀나가는 공간으로 삼는 사람들의 삶 안에서 세상을 변혁하십니다. - P81

이 복음서가 증언하는 하느님은 우리가 상상하며 그리는 전지전능한 우주의 주인이 된 우리 자신의 모습, 즉, 우리 자신의 상상 속 부풀어 오른 자아와는 전혀 다른 분입니다. 그분은 모든 것의 밑바닥에 계시며, 존재의 중심에서 바깥을 향하여 역사하시는 분, 그렇게 함으로써 참되고 완전한 변화를 이루어내시는 분입니다. - P92

‘평생에 걸쳐 겪어갈 고난‘, 마르코 복음서가 궁극적으로 그리고자 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마르코 복음 마지막 장의 주제를 엮어서 볼 때 이 주제가 드러납니다. 마르코 복음서에서 지금까지 읽은 모든 것은 온 세계를 바꿔놓는 이 통찰에 이르기 위한 서문이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가운데 고통 속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그 인간 안에, 그와 함께, 계십니다. 이곳이 하느님께서 계시기로 택하신 곳, 당신 자신을 온 세상에 드러내기로 택하신 곳입니다. - P110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기 생명으로 값을 치른다는 예수의 말, 그 말과 맥락이 정확히 가리키는 것은 우리를 사로잡고 있고 비참하게 만드는, 하느님의 권력과 우리의 권력을 동일시하는 환상에서 우리가 구원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 구절이 우리에게 전하는 내용은 더도 덜도 아닌 바로 이것입니다. 하느님과 우리 자신에 관한 헛된 상상과 야망을 모두 놓아버리는 것, 거기에 자유가 있습니다. 이러한 환상들을 놓아버릴 수 있게 해주는 모든 것이 예수의 심문과 죽음 안에 드러나 우리 앞에 놓였습니다. 이것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하느님, 고립됨과 무력함 가운데 자신을 드러내시는 하느님, 위르겐 몰트만이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체험했던 하느님, 스스로 버림받음으로써 두려움과 배신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방향을 잃은 채 정처 없이 표류하는 이들을 향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이 이루시는 변화입니다. - P115

마르코가 쓴 이 복음서는 신앙에 관한 책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신앙을 이루는 근본에 관한 책입니다. 즉, 신뢰 안에서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내려놓음으로써, 우리의 방식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역사하시고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뒤엎으시는 사랑으로 들어가는 것, 그것이 신앙의 근본임을 말하는 책입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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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자신을 가만히 이해해보면, 주로 두 가지의 감정이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삶의 선택과 행동에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두려움이고 둘째는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인데, 이 두 번째의 감정을 유학에서는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이라고 한다. 


맹자가 말하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선왕들에게는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으므로,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정치를 하였다.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정치를 한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쉬울 것이다. <맹자 공손추상> 


  이렇게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을 유학에서는 인(仁)이라는 용어로 정의하며, 인으로 말미암아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주자가 리기론(理氣論)을 바탕으로 체계화한 신유학적 해석에 근거할 때, 인으로 말미암은 측은지심은 단지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는 존재론적 상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란 단지 상대방에 대한 선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마음은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경험하는 상태이며, 그 고통의 자리에 내가 동일하게 포함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유학에서는 사적인 욕망에 의해 이 마음이 가려질 뿐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인간 본연의 이 마음은 얼마든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도가의 도(道) 혹은 불가의 불성(佛性)이 이러한 지점을 지칭한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그리스도교의 사랑(agape)도 이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책임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이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너의 슬픔을 다른 사람의 슬픔과 결부시키는 거야. 그리고 나의 십자가는 그 때문에 존재하는 거야. <내가 버린 여자 107쪽>


그 어떤 고통도 고독으로 인한 절망감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자신 혼자만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생각만큼 절망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설혹 사막에 홀로 있을지라도 혼자만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고통은 반드시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버린 여자 296쪽> 


  독서의 계절에 소설을 읽으며, 나는 엔도 슈사쿠의 글에서 이 마음을 발견하고 있다. 그에게 문화적 전통으로 내재하는 인(仁)의 정감은 그가 배운 그리스도교의 사랑이라는 형태로 그의 작품에 드러나며,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소설에서는 이 인간 본연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내가 버린 여자>의 미츠가 그러하고, <바보>의 가스통이 그러하며, <깊은 강>의 오쓰가 그러하다. 그리고 애초에 <침묵>에서 드러나는 신의 모습, 즉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그러하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우리 인생에 있어 타인에게 끼친 행위는, 어느 것이건 태양 아래 얼음이 녹듯이 그렇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그 상대에게서 멀어져 전혀 생각지 않게 되더라도, 우리의 행위는 마음속 깊이 흔적을 남긴다는 점을 몰랐던 것이다. <내가 버린 여자 124쪽> 


인생이란 것은 복잡한 거야. 하지만 잊어서는 안 돼. 인간은 타인의 인생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서는 스쳐지나갈 수 없는 거야. <내가 버린 여자 178쪽> 


  이들의 삶은 그들을 만났던 또 다른 이들의 삶에 분명한 흔적을 남기게 된다. 엔도의 소설에서 드러나듯이 한 인간의 삶은 그를 만나는 다른 이들의 삶에 반드시 흔적을 남기며, 그렇게 개인의 삶은 자신의 의도와 관계 없이 반드시 주변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우리가 만났던 이들을 통해 우리의 내면에 남겨진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어떤 이들은 타인의 삶에 인간 본연의 마음 곧 사랑의 흔적을 남긴다. 


처음으로 도모에는 우리 인생에서 바보와 위대한 바보라는 두 가지 말이 어떻게 다른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꾸밈없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꾸밈없이 모든 사람을 믿으며, 비록 자기가 속고 배반을 당해도 그 신뢰와 애정의 등불을 계속해서 지켜가는 사람, 그 사람은 요즘 세상에서 바보로 보일지도 모른다. <바보 254쪽> 


  사적인 욕망의 추구를 성장과 발전의 동인으로 삼는 현대 사회에서, 사적인 욕망에 의한 삶이 아닌 인간 본연의 사랑에 의한 삶은 미련하고 어리석게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삶은 남들이 보기에 좋아보이는 생활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많은 경우에 손해를 보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히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이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랑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동참하여 자신을 내어주고 있을 것이며,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그 사람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미약하나마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생애에는 경제적 안락함도 타인의 인정도 없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 내면의 사랑에 따라 잠잠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떠한 삶을 원하고 있는가. 가을 하늘이 맑아서, 내가 살아야 할 삶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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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25 0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을은 군밤의 계절 아닌가요? 이제 슈샤쿠 작품은 거의 다 읽으셨겠군요. <내가 버린 여자> 이 책 재미있을거 같아요~!!

라파엘 2022-10-25 10:33   좋아요 2 | URL
엔도 슈사쿠가 정말 많은 작품을 써서, 여전히 읽을거리가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몇 가지는 아껴두었다가 읽으려고요. 새파랑님, 맛있는 군밤과 함께 풍성한 가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2-10-26 0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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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0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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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0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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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2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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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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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기 생애의 조각들을 각각의 소설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 생애의 여덟 조각이 담겨져 있다. 그러므로 이 단편집에 실린 조각들을 통해 독자는 엔도 슈사쿠의 삶과 그의 문제의식이 형성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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