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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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8세기 풍자 문학의 대가인 조너선 스위프트가 쓴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완역한 작품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영국 출신의 의사인 레뮤엘 걸리버가 항해선 의사와 선장으로 항해에 참여해 겪었던 모험담을 여행기로 형태로 작성하여 4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릴리펏(소인국); 브롭당낵(거인국); 라퓨타,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럽, 일본; 후이늠국(말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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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는 출간된 지 거의 300년이 다 되어가는 아주 오래되면서도 유명한 소설이고, 우리에게는 소설 이외에도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도 너무나도 친숙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도 어릴 적 봤었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먼저 떠올리게 된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라퓨타야후의 단어의 어원이 바로 이 걸리버 여행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반가웠다.

그러나, 이 완역 본을 통해 실제로 만난 걸리버 여행기는 내가 가지고 있던 어릴 적 추억 속의 내용과는 너무 달라서 충격적이었다. 그나마 첫 번째와 두 번째 에피소드인 소인국과 거인국에 관한 이야기는 줄거리에는 친숙하지만 상세한 배경이나 서술 내용까지 알게 되어 놀라웠고, 세 번째와 네 번째 에피소드는 전혀 몰랐던 내용이라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우선, 4가지 에피소드를 모두 통틀어서 스위프트는 걸리버 선장이 전혀 인간의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방인 나라의 환경 속에 놓이게 하고, 외부인들에게 걸리버의 조국인 영국에 관한 묘사를 서술하게 만든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영국의 정치, 경제, 종교, 사회 계층과 생활상, 교육 제도, 문화적 관습 등을 묘사하면서, 타인의 것(고대 그리스나 아랍, 아시아)과 비교함으로써 18세기 초반 영국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생각보다 스위프트의 학식이 매우 다양하고 넓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점도 놀라웠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걸친 방대한 세계 지리와 지명, 라틴어를 사용한 작명기법, 그리스 고전, 논리학과 근대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이야기 전개 방식은 현재의 독자들이 이해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한편, 18세기 영국 사회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획기적인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사회적으로 용납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예를 들면, 후이늠국의 사회 모습은 완벽한 이성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를 묘사하고 있는데, 마치 한편의 SF공상 소설 같다는 느낌도 들게 만든다.

어릴 적 추억을 돋게 만드는 제목이지만, 실제로는 충격적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풍자 소설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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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 - 역사는 화폐가 지배한다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송은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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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제 분야의 화폐의 역사를 중심으로 세계사 속의 정치와 경제, 외교, 전쟁, 사회에 미친 영향과 결과를 기술한 책이다.

저자는 이른바 하룻밤에 읽는역사책 시리즈로 유명한 미야자키 마사카쓰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화폐 역사를 주요 시대 별로 나누어 각 시대에 나타난 세계 각국의 화폐와 경제제도의 변화와 정치 제도의 변화, 대외적인 무역 형태와 국력의 영향과 패권의 변화 등을 순서대로 총 12개 단원에 걸쳐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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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화폐의 역사를 기준으로, 화폐를 발행하는 국가마다 국내의 조세 제도와 대외 무역 형태, 외교, 전쟁의 변천사를 함께 서술하는 일종의 세계 금융 경제사의 서적이다.

화폐의 변천사를 다루지만, 기본적으로 세계사적 사건의 흐름과도 연계 지어 서술하고 있으며 화폐와 관련된 당시 시대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가치관까지도 언급하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사회적 관습과 문화를 파악할 수 있다.

화폐가 왜 중요한가? 정치/외교/전쟁과 경제, 특히 화폐 유통의 조절 능력과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기 때문이다(이 책의 주요 주제이기도 하다). , 일차적으로는 현대적인 금융 경제 제도가 세분화되어 확립되기 전까지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시행되어 왔던 여러 가지 조세 제도 정책의 수단이자 대외 무역에서 사용된 거래 수단이었으며, 한 국가의 경제와 사회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서 정치 권력의 변화와 전쟁 발발의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저자는 통화와 화폐를 발행 주체에 의해 구분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도나 도식, 삽화가 다수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이나 사건의 내용이나 맥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돈과 관련된 단어들의 어원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딱딱한 주제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인류 초기 역사에 등장한 조개부터 최신의 비트코인 가상화폐까지를 통시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무래도, 일본인 저자이기 때문에 일본과 관련된 경제 현상과 문제를 비교적 비중 있게 다루지만, 저자가 지적하는 일본 경제의 실패 원인을 한국이 참고해야 할 사례로 본다면 얻는 교훈이 생긴다: 세계 경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한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통시적인 화폐 경제사를 통해 세계 정치/외교/경제의 흐름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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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공매도다 - 예측과 통찰로 금융을 읽는 공매도의 모든 것
이관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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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매도(short selling)’의 이론과 제도에 대해 소개하고, 경제학 분야의 연구 자료와 실제 사례에 기반하여 공매도와 관련된 대중적인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금융시장의 공매도 관련 전문가인 이관휘 서울대 교수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총 4개의 단원에 걸쳐, 공매도에 대한 개념과 제도에 대한 설명과 대중적인 편견, 공매도의 실제 사례, 공매도의 필요성에 관한 국제 사례 등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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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매도라는 주식 거래 매매 행위와 제도를 금융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설명하고 실증 연구 내용들을 소개함으로써, 대중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속성을 반박하고, 금융경제 시장에서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공매도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여주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공매도라는 이름부터, 주가하락의 원인과 금융사기의 수단이라는 인식이나 최근의 한미약품이나 현대상선 등의 실제 공매도 관련 사건까지도 포함하여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공매도는 금융경제학의 주류 학설인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theory)’에 기반하고 있다. , 주식시장에서 본래 기업가치와 차이가 나는 고평가 주가 종목들에 대해 원래 적정 주가를 찾아가게 만드는 일종의 시장 자정 기능의 하나의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공매도 때문에 주가 폭락이나 주가 거래량이 요동치는 것이 아니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불량한 기업이 경우를 거대한 버블 사건으로 커지기 전에 미리 막을 수 있는 일종의 사전 장치 역할이 대표적이다.

한편, 이론적인 배경이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시행되는 제도와 법령에 문제점이 있음을 함께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무차입공매도가 불법사항이긴 하지만, 범행 사실 여부를 밝히는 데 걸리는 오랜 시간과 법적 처벌 조항의 미약함이 대중적인 오해를 만드는데 한몫 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공매도의 구체적인 실행 방법과 절차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다만, 주식 매매 형태중의 하나의 형태로서 공매도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대상 종목의 특징, 시행 주체, 시행 시기나 지속 기간, 연계된 수익률 관계 등에 관해, 연구 내용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매도의 기능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저자도 언급했듯이 금융거래 시장의 제도적인 측면에서 현실적인 문제점이 장점을 압도한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주장대로, 공매도 제도가 좋은 것이라면 공정한 시행 규칙과 실행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옳다는데 동의하지만, 아직까지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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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의 일본 뒤집기
호사카 유지 지음 / 북스코리아(북리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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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과 일본인에 관해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 사상적으로 분석하고, 특히 한국과 비교하여, 양국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한국이 극복하고 추구해야 할 점과 일본이 고쳐야 하는 단점을 지적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비전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독도연구소 소장으로 활동중인 호사카 유지 교수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일본과 일본인의 특성, 한국과 한국인의 특징, 한국과 일본 양국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 등에 관해, 6개 단원에 걸쳐 기술하고 있다: 일본 들여다 보기; 손자병법의 나라; 황국사상의 숨은 얼굴; 보이지 않는 면이 더 훌륭한 한국인; 불가능이 없는 나라, 한국의 힘; 일본인들을 위한 역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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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과 일본인의 본질을 꿰뚫어 보여주는 엄청난 책이다. 국내에 일본의 문화와 사상에 관해 수많은 책들이 출간되어 있지만, 이 책처럼 한국과 일본에 대해 역사와 정치, 사상적으로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핵심적으로 요약하여 정리한 서적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사회 문화적 특성을 역사와 사상적인 측면에서 비교하고, 한국 입장에서 일본을 대하고 극복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과 현실적인 방안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책을 통해 일본에 관해 비로소 책 속의 활자 지식을 현실적인 사실로 깨닫게 된 내용들이 많아서, 마치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 둘씩 맞춰져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를 들면, 막부 말기의 국학, 병학, 국체, 황국사상의 배경과 정확한 의미라든가, 일본신도와 일본 정치 체제와의 관련성 등이다. 현재의 극우사상의 요소들 대부분이 메이지 유신 때 만들어졌지만, 특히, 일본 신도의 황국사상화 작업의 개요는 놀라웠다.

호사카 유지 교수의 개인적인 면모도 담겨 있어, 한국에 대한 사랑과 애정도 알 수 있는 면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일본 역사와 문화에 관한 책 몇 권을 통해 알고 있었던 나의 지식이 얼마나 얕고 천박한지 반성하게 하고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었다. 특히, 저자가 신미양요와 병인양요를 운요오호 사건과 비교하여 강화도 현지 답사와 고문서 고증을 통해 직접 검증하는 부분은, 감탄을 넘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현재 시점에 한일 관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아베 정권과 아베 뒤에 존재하는 수많은 극우세력에 대한 본 모습과 과거 행태의 배경이라든지, 일본 식민지 근대화론의 실체라든지, 일본에는 종교와 민주화가 왜 안되는지 등이 비로소 이해가 되게 된다.

동시에, 한국 입장에서 이들과 맞서기 위해 필요한 전략과 대처 방안에 대한 귀중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요즘 같은 한일 관계의 시국에 알맞은 필독서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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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의 첫날밤에서 사무라이 할복까지
박동균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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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전통 문화와 생활 풍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핵의 구성과 형식은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이나 일본 고대 문헌의 내용을 바탕으로 가상의 시나리오 형식으로 임진왜란 시기의 배경에서 가상의 인물들의 대화나 사건들을 재구성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제는 일반적인 것 보다는 엽기적이고 퇴폐적인 소재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혼욕에서 매춘으로; 성애와 할복; 가미카제와 엽기상흔; 세오녀와 알몸의 기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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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특한 서술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일본 특유의 통속 문화에 관해 한 편의 소설 형식을 빌려 소설 속 화자의 설명을 통해 말하는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형식의 글이 가지는 장점은, 우선 객관적인 사실과 저자의 감정이 실린 직설적인 표현과 문구가 뒤섞여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일종의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데 좋을 수 있다. 솔직히 이것 외에는 좋은 점이 생각나지 않는다.

반면, 이런 형식의 글이 가져오는 단점과 악영향은 장점보다 더 크고 많다:

우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독자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면, ‘혼욕이나 혼탕이 마치 남녀가 동시에 나체로 탕 속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일본에서 온천이 발달되어 있긴 하지만, 일반 민가에서 온천탕을 사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하나의 온천 물을 남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통용되는 풍습을 말하는 것이다. 화장실 문화도 변기의 위치를 소위 사무라이설에 기대어 설명하는 것은 다수의 설 중에 하나일 뿐 정설은 아니며, 사무라이가 칼이 부딪쳤다고 칼 싸움한다고 설명하는 것도 사무라이 계급의 기리스테고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마구잡이 식의 살육을 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자유로운 가상의 시나리오 형식을 취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창조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욕설과 비속어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은 거부감이 들게 만드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굳이 욕설과 비속어를 남발하면서까지 쓸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정도의 표현의 자유를 원한다면, 차라리 소설이나 수필 형식으로 쓰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안타까운 점은, 책의 전반적인 내용 자체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논픽션 형태의 서술 방식이 훨씬 적합하다는 점이다. 비록 독자 층이 성인 계층으로 한정되겠지만, 어디까지나 사실만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이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굳이 사실과 픽션을 섞어서 쓴 이런 종류의 책이 도움이 될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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