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살짝 접했던 책소개로 기대가 최고치에 달한 상태에서 이책, 스타더스트를 접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떨어진 별을 찾으러 떠난다는 설정 자체가
요즘 같은 시대에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사랑"을 위해 "별"을 찾으려고 "모험"을 떠나는 소년.
예전에야 흔했을 법한 소재고 이야기였겠지만 지금처럼 각박하고 "사랑"보다도 "자신"이 더 중요한,
"모험"이라는 단어자체에도 몸을 사리는 현실의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동화"같은 이야기였던 스타더스트.
하지만 작가는 마냥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화'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조금은 색다른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주인공인 '트리스트란' 부터 이미 '사랑'에 대한 확신과 무모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용기'빼면 시체인,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동화속 주인공의 모습인 멋지고 늠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그런 주인공이 찾으러 떠난 '별'은 단순한 '별'이 아닌 '이베인'이라는 별 아가씨였다. 별 아가씨 이베인도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고집있고 자신을 잡아가는 트리스트란을 증오하고 속아넘기고 달아나는등 그저 왕자님을 기다리는 캐릭터는 결코 아니었다.
트리스트란과 이베인이 이 책의 주인공이고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의 중심인것만은 틀림없지만 이들외에도 개성넘치고 그래서 더욱 이야기를 즐겁게 해주는 인물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인물들이 생뚱맞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만들어놓은 사연들과 목적을 안고 별 아가씨를 향해 다가온다. 

스티븐 킹이 "이야기의 보물창고"라고 불렀다는 작가 닐 게이먼은 역시 보물창고답게
이곳 저곳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숨겨놓았고 그것들을 발견할때마다 우리는
보물보다 멋진 모험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책을 넘기고 처음 접한 "던스턴"이 당연히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마법에 걸린 신비로운 여인과의 사랑을 뒤로 한채 얼빠진 상태로 결혼을 해버리는 그를 보며
'이게 뭐야?!' 하면서 시작부터 당황하며 작가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늘어짐 없는 빠른 전개와 그 속에서도 다양한 인물들의 캐릭터를 잘 잡아내고
그들마다의 사연을 그려내는 작가의 속도를 따라가느냐고 나는 정신이 없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은 것 같은 모험이야기에 벌써 책의 반이상이 지날 정도로
순식간에 저자는 나를 이야기속으로 밀어넣었다.
내가 스스로 들어간게 아니라 정말 이야기에 말려들었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속에서 작가 특유의 기존 동화에 대한 반격이 스타더스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

p.228
트리스트란은 뾰족하게 솟은 구름의 꼭대기에 올라앉아 왜 자시닝 그토록 즐겨 읽던 통속소설의 주인공들은 어느 누구도 배고파하는 법이 없었는지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의 뱃속에서는 연신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손도 몹시 아팠다.
소설에서 주인공들의 모험은 그런 대로 재미있었지만 배고픔이나 견디기 힘든 고통에 관해서도 써야 사실적으로 느껴질 텐데.

p.303
"그럼 좋다. 나는 너희 젊은 두 사람이 자기 집을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거리도 있어야겠지. 만일 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도 좋다. 너를 스톰홀드 성의 권좌에 묶는 은사슬 같은 건 없으니까."
그 말을 들으니 트리스트란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베인은 그 말을 듣고도 별다른 감명을 받지 못한 듯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은사슬의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또한 시어머니 될 사람과 말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트리스트란과의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는 것도 알았다.

p.313
트리스트란과 이베인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영원히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라는 도둑은 모든 것을 가져가서 자신의 먼지 덮인 창고 속에 던져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충분히 오랫동안 행복을 누리며 살았다. 

소설속 인물들이 전혀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 것에 대한 엉뚱한 궁금증,
시어머니에 대한 처신을 슬기롭게 해나가는 별 아가씨 이베인,
그리고 <그들은 그후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식의 결말이 무척이나 거슬렸던 것 같은 작가의 "영원"이란 말에 대한 반격등이 스타더스트를 읽으면서 얻을수 있는 또 하나의 색다른 재미였다.
그래도 '영원'이라는 말을 빼고는 우리들이 동화에서 보기를 원했던 요소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멋지게 표현해준 그리고 주인공의 행복에 대해서까지 반격을 가하지는 않은 작가덕분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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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수집가 1
자비네 티슬러 지음, 권혁준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가 떠올리고 상상하며 즐겁고 행복해할 것들은 무엇일까?
근사한 집과 원하는 꿈을 이룬 나 자신의 모습등이 아닐까?


p.133
작은 마을들을 통과해 달리는 버스 유리창으로 희미하게 불 켜진 집들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집 안에서 숙제를 하거나 TV를 보거나 친구들과 놀이를 하거나 또는 부모와 같이 저녁 먹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는 이런 상상을 매우 좋아했다.

정말 흔한, 그래서 우리에게는 그저 "일상"인 평범함을 그는 "상상"으로 밖에 접할 수 없었다.
그런 작은 일상조차 동경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그를 범죄자로 만든걸까?

알프레드라는 평탄하지 못한 어린시절과 가족들을 겪은 사람의 연쇄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그려진
아동수집가.

범인의 시선, 그리고 그를 쫓는 자의 시선,
그리고 범인에 의해 잔인하게 유린당하고 결국 살해되고마는 피해자의 시선과
남겨진 피해자 가족들의 시선
이 모든 다양한 시각들이 너무도 충실하게 그려져 있었던 탓에
피해자의 시선일때는 나조차도 숨죽이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 고통과 슬픔이,
가해자의 시선일때는 내가 이런 사람의 행동을 저지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느껴졌다.

제목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내용처럼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이니 만큼
읽는 내내 안타까운 심정과 분노로 치를 떨었다.
정말 화가 나도록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작가를 칭찬해야 하는것일까?
그러기에는 알프레드가 아동만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와
후반부로 갈수록 아동연쇄살인범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생활할때의 모습이 설득력이 좀 부족했다.
원래 범죄자들의 심리에 대한 묘사를 읽다보면 정상인이 우리들이 보기에는
억지에 가까운 그들만의 논리가 짜증스럽고 결코 동조하기 힘들지만
알프레드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그가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한다고 믿.는. 존재인 "아이들"을 어째서 아껴주는 대신
자신의 쌩뚱맞은 논리로 역시나 황당한 알프레드 식의 '은총'을 멋대로 내리는지!

p.63
"아저씨, 눈이 와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예요. 으흐흑..."

작고 여린 벤야민의 흐느낌따위는 알프레드에게 들리지 않은 것일까?

p.134
애원하는 아이들의 뜻을 받아들여 마침내 은총을 베풀때까지 그는 유희를 즐겼다. 그는 자비심을 베푼 것이다. 비록 이 세상에서는 아이들을 잃어버리는 것이 되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죽음을 통해 영원히 자유로운 나라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 자유를 선사하는 전지전능한 존재였다.
'다니엘, 벤야민. 나는 너희들을 미친 듯이 사랑한 거야. 그래서 자유롭게 해준 거야.'


p.135
그는 스스로를 욕심 없고 소탈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의 팔에 안겨 부드럽게 전율하며 자신들의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간절히 열망했다. 그 아이들은 오로지 자신과 함께 있어야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는 여자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또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사는 부류가 아니었다. 오로지 아이들을 수집하기 위해서 존재했다. 아이들을 신의 장난감으로 방치해두어선 안 된다. 자신은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환멸과 분노가 가득한 더러운 세상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게 마치 자신의 숙명처럼 느껴졌다.


p.136
'다니엘. 너는 구원받은 거야. 내가 널 구원해준 거라구.'

이런 발언들로 알프레드는 범행후에도 나를 경악케 하고 그에 대한 역겨움을 배가시켰다.
그의 세계와 나의 세계에서는 보호'라는 개념이전혀 다른 것을 의미하는것일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자신만의 논리로
어린 아이들을 잔혹하게 다뤘을 뿐인 자신의 행동을 멋지게 포장해내려고 하는 그에게,
그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추악한 행동을 일삼았을 뿐인 그에게, 알프레드에게!
나는 들리지도 않을 원성을 퍼붓고 또 퍼부었다.
아무리 내가 악을 쓰고 소리쳐도 절대 닿지 않을테고 이건 단순히 소설일뿐인데도
나는 내 화를 억누리기가 힘들었다.
니 멋대로 구원이란 핑계를 대지말라고! 그것이 어째서 구원일 수 있냐고!
너는 그저 작고 힘없는 아름답던 소년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너는 그저 니 욕구나 채운 쓰레기 같은 인간일 뿐인거라고!
어두운 어린시절이 지금의 니 모습을 정당화 시켜줄 수도 없는거라고!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역겨워지는 그의 캐릭터는 우습기까지 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어거지논리를 펴던 그는 이제 살인이외의
'거짓말'이라는 새로운 무기로 사람들을 꾀어내고 속여가며
뱀같이 사악하게 타락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그의 최후의 순간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내가 느낀 것은 통쾌함이 아닌 아픔과 슬픔이었다.
이 책에서 제일 잘 살렸다고 생각한것은 피해자의 잔혹함이 아닌
결코 잊혀지지 않을 피해자들의 모습과 남아있는 피해자의 가족들의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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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 산.들.강.바다.하늘에 사는 우리 동물 54가지
박병상 지음, 박흥렬 그림 / 알마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라는 제목이 더 급박한 생태계의 이야기를 잘 묘사해주는 것 같다.

"멸종"이나 "위기"를 넣은 제목보다 더 서글프고 더 와닿는 그리고 결코 사라지게 하지 않겠다는 저자의 각오도 느껴진다.

 

제목과는 달리 점점 사라져가는 위기에 처한 생명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그전에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째서 그들이 사라지면 안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째야 하는지를 논문처럼 어렵고 기계적인 묘사대신 정말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차분히 하지만 강하게 들려준다.

 

어렸을 때 철새사진을 찍으러 가신다는 아빠를 따라나선 적이 있었다.

정말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새들처럼 대형을 이루어서 아름답게 이리저리 비행하는 그 새들을 찍던 곳은

드 넓은 강과 들판이 있던 곳으로 기억되는데...

그곳이 어딘지도 모르겠지만 예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분명 그 부지를 절대로 평화롭게 내버려 둘 리 없는 사람들이 계발했겠지'싶어서 저자처럼 '그 철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갈 곳은 있을까' 걱정스럽다.

 

p40

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지가 자구 줄어드는 현상은 사람들의 생존 기반도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꼬리치레도롱뇽이 이 땅에서 사라지는 날, 결국 사람도 내쫓기고 말 것이다.

왜 우리는 잠깐의 편함과 눈앞의 이익만 쫓으며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자연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우리의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당연하고 단순한 사실을 어째서 어리석게 인식하지 못하고 멋대로 행동하면서 계속해서 더 빠르게 자연을 죽여나가고 있는것일까?

불같이 화를 내지도 않고 안타까운 사정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오히려 내가 더 화가 나고 속상하고 그리고 미안하다,

우리 땅에서 우리보다 먼저 살고 있었을 우리 동물들에게.

 

이 책에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한데 반해 사진 한 장이 없다.

대신 사진보다 더 사진같고 담백한 그림이 함께 한다. 그 점이 또 이 책의 매력을 더해주는것 같다.

흔한 사진은 오히려 아무렇게나 함께 넣기 쉬웠겠지만 그보다 차근히 잘 담아낸 그림이 그나마도 딱 필요한 만큼만 들어간 화려하지 않은 그 그림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이런 편안한 그림과 저자의 자연에 대한 사랑때문에 이 책은 한 번에 읽어버리기에는 너무 아쉽고 아까울 정도다. 매일 매일 한 편씩 만나면서 그 날 하루는 계속 내가 만난 그 생명에 대해 생각하고 되새겨 보는것도 좋겠다 싶었다.

산.들.강.바다.하늘에 사는 우리 동물 54가지를 매일 매일 따스하게 만나다 보면 어느 새 내 마음 가득히 더 많은 생명들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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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론
리사 가드너 지음, 박태선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얼론.
이 단어를 접하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깊은 느낌의 고독을 느낄 수 있는지...
얼론의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기억을 가지고 철저하게 외롭다.

추수감사절의 기적이라 불린 캐서린.
소아성애자에게 납치 감금된채 어둠속에서 울부짖다 지치고 지쳤을 그녀가 겨우 구출되었던 날, 추수감사절. 그리고 사람들은 돌아온 그녀를 환영하며 "추수감사절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기적도 그녀를 완전히 데리고 돌아올 수는 없었다. 그 이전의 그녀의 모든 것들은 이미 조각난 채로 불완전한 그녀만이 돌아온것이다.

어린 시절의 한 시점에서 침묵을 지키며 위태롭게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켜나가느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완전히 자신을 내보이지 못하며
자신이 똑같은 가정을 만들게 될까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던 저격수 바비.

이 둘이 그저 평범하게 해결될 것 같던 사건에서 만나면서
그 사건은 전혀 평범하지 않은 양상을 띠게 되었다. 

바비가 캐서린의 폭력적인 남편 지미를 결국 저격했을 때
'뭐야? 이제 무슨 이야기가 남은거지?' 싶어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그저 돈 많고 힘 있는 아버지 그늘에서 생각없이 살던 '지미'라는 남자와 캐서린의 가정불화 사건이 드디어 해결되었다고 안심하고 맥없어 할 일이 아니었다.
지배계층의 일그러진 자식 사랑인가 싶은 지미의 부모의 반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반격은 힘 있는 사람들의 것이 었던 만큼 캐서린과 바비 모두에게 너무도 힘겨운 싸움이었다.
 
정의를 실현했을 뿐이라고, 직무에 충실 했을 뿐이라고 여겨졌던 바비를 난데없이 가뇽판사는 살인죄로 기소하려고 하고 여기에 며느리 캐서린에게서 자신의 손자 '네이선'을 빼앗아 오려고 하는 행동들은 그저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오기와 집념과 분노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캐서린은 그저 자신의 사랑하는 자식을 지키고 싶어하는 연약한 어머니의 모습만이 아니었고
지미의 부모, 가뇽판사 부부에게는 삐뚤어진 자식사랑이라고 하기에는 광기어린 집착이 있었다.
그리고 캐서린의 어린시절을 유린했던 그가 돌아오면서 사건은 혼란과 긴박함의 연속이 되었다.
얼론이라는 이 소설은 얼마나 나를 계속해서 놀라게 할 작정인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만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인간의 만행은 파국을 맞이하지만 그 만행속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의 상처가 다시 파헤쳐지고 깊어진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슬픔과 고통의 기억은 자기자신만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이 그런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는 몸서리쳐지게 괴롭고 고독하게 만들지라도.
그래도 아주 조금쯤은 그들의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위안받고 보호받으면서
아주 느린 치유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때론 그 상처가 덧나서 또 한번 그 고통을 떠올리게 되더라도.
그 순간들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을것이다, 아주 천천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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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개
양쯔쥔 지음, 이성희 옮김 / 황금여우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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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 자. 개.

이름에서부터 이미 굉장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사자개.

사자같은 개라는 말일까? 궁금해 하면서 책을 펼친다.

그리고 정말 단순한 나의 대답이 나름대로 맞아들었다는 확인에 유치한 뿌듯함을 느끼면서

용맹스러운 사자개가 티베트초원을 달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사자개는 크기만 사자처럼 크다고 사자개가 아니다.

사자가 동물의 왕이듯이 사자개는 티베트 초원의 왕이다.

그리고 왕은 단순히 사납거나 용맹함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왕은 자신에게 의지하는 모든이들을 거둬서 보호할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갖춘것이 바로 사자개다.

티베트 초원에서 늑대, 불곰 그리고 동물보다 더 위험한 다른 부족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며

자신의 초원영역을 지키는 사자개들.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 사자개는.

그리고 그들의 독백과 저자의 "아버지"를 통해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으로

사자개, 그들이 얼마나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지를 그려냈다.

 

시제구 초원으로 가는 "아버지"가 샹아마의 일곱아이들과 깡르썬거를 만나서 준 땅콩을 "천국의 과일"이라고 믿는 엉뚱한 샹아마의 일곱아이들때문에 벌어진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그 한 사건으로 이렇게 엄청난 분량의 소설이 탄생됐다.

사실 중반까지는 스릴러 소설처럼 긴박하고 사건들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흥분되었지만

후반부는 이제 사자개의 용맹함을 잘 알겠으니 그만! 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쳐지는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부분을 견디고 끝까지 읽어낸 기쁨이 있었다!

책의 주인공격인 "깡르썬거"의 이야기는 당연히 좋았지만 그보다 마지막의 "음혈왕 당샹나찰"과 아버지의 화해의 과정이 더 마음을 적셔주었다.

어린왕자와 여우처럼 서로를 길들이는 그 과정과 모습이.

송귀인 다츠의 복수를 위해 훈련되고 키워지는 과정으로 깊은 어둠을 간직하게 된 음혈왕이

"아버지"의 사랑속에서 "따지라이바"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너무도 따스했다.

사람은 '거짓과 간사함' '웃음 속에 감춘 칼'이라고 생각한 음혈왕의 마음을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음혈왕의 원한이 부드러운 것에 의해 녹아내렸다.

개 심리학자를 자청하는 "아버지"에 의해서.


사자개들간의 다툼이 무척이나 생생하게 그려져있지만 그런 부분보다 좋았던 것이

바로 사자개들간의 그리고 사자개와 인간과의 따뜻한 모습들이었다.

그래서 사람보다도 더 진실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이렇게 멋진 사자개가 사라져감을 안타까워 하는 저자의 마음을 백번 천번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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