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이솝우화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쇼트-쇼트(short-short)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 "호시 신이치"의 미래의 이솝우화.
"쇼트-쇼트"란 말 그대로 초단편소설이다. 단편도 모자라서 "초"단편소설.
따라서 "미래의 이솝우화"라는 이 책도 초단편모음집인 셈이다.

첫 편으로는 제목이기도 한 미래의 이솝우화들 7편이 선보이는데
<개미와 배짱이/북풍과 태양/여우와 두루미/까마귀와 여우/토끼와 거북이/양치기 소년과 늑대/사자와 생쥐>
제목만 들어도 '아! 그 이야기!'싶은 우화들이 호시 신이치의 감각으로 새롭게 재탄생되었다.
완전히 새로운 이솝우화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배짱이와 어울려 흥청망청 하게 되는 개미,
북풍 때문에 추워서 들어간 술집이 난방이 잘된 탓에 옷을 벗게 된다는 황당함,
여우의 꾀에 성질이 난 난폭한 두루미,
교활한 여우에게 넘어간 주제에 교제비명목으로 세금공제 해택을 받을 기쁨에 빠져있는 까마귀,
경주 도중 속도위반으로 연행되는 토끼, 영리함으로 오히려 촌장까지 되는 양치기 소년,
생쥐보다 더 교활한 사자

등장동물과 상황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이야기로 우리의 뒷통수, 앞통수, 옆통수를 호되게 쳐대는 이야기들이다.
그 습격이 기분 나쁘지 않음이 신기할 정도로 황당하고 생뚱맞다.
하지만 그 엉뚱함 속에서 우리시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녹아있고
그 극한의 황당함이 현실의 모습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작가에게 감탄하고 만다.
날카로운 작가의 시선으로 "초"단편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한 편 한편의 이야기 모두가 완벽하게 잘 짜여져 있다.


책을 접하면서 일본의 "로알드 달"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만큼 평생가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거 같은 이야기보따리를 가득 안고 있는 작가의 책이다.

신데렐라의 밋밋한 해피엔딩이 어쩐지 싱겁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호시신이치"식의 신데렐라 속편을 포함한 책속의 모든 이야기들에 대만족하며 읽으실 수 있을듯!

작가의 다른 책들도 얼른 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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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
게리 슈테인가르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압수르디스탄(Absurdistan), 어쩌다보니 대학(Accidental College)
만화책에 나오는 단어들이 아니다!
"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에는 이런 식의 작가가 만들어낸 풍자적 단어들과 문장들이 즐비한다.
압수르디스탄(Absurdistan)은 ‘불합리한, 터무니없는’을 뜻하는 단어 ‘absurd’와 중앙아시아 국가의 국명에서 흔히 보이는 땅을 뜻하는 ‘-stan’의 합성어이다

책 소개를 읽고는 '오랜만에 멋진 풍자소설 한 편 만나겠구나!' 싶어 기대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일단 두께가 살짝 압박을 가하더니 시작부터 곤혹스러웠다.
'지나친'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며 서문을 여는 작가는 갑자기 날아오르기 시작하고
나는 그의 날아오름에 허덕이며 뒤쫓아 가지만
얄팍한 배경지식으로 그가 유쾌하게 끌어가는 그의 비상에 나는 한 참을 뒤쳐져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의 의도는 파악할 수 있었고 덕분에 재치만발한 그의 글을 읽으며 즐겁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의 묘미를 완전히 맛볼 수 없었던 아쉬움이 남는다.

책소개를 읽으며 얼마전 깔깔 대며 읽었던 <제5도살장>이나 <타임퀘이크>의 '커트 보네거트'풍의 소설을 떠올렸기 때문에
그 느낌과는 살짝 다름에 조금 실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문체를 떠나서 나 자신의 무지가 책을 마냥 즐겁게 유쾌하게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었고
그의 신랄한 유머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거 같다.

 

p.86
아버지 세대의 남자들 앞에 서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담배와 보드카가 뒤섞인 묵은 냄새와 그들의 거친 손 앞에서 나는 그저 몸을 떨며 두려움, 혐오감, 차분함, 공범 의식을 한꺼번에 느낄 뿐이었다. 이 악당들이 이 나라의 지배자들이었다. 그들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여러 개의 가면을 써야 했다. 범죄자의 가면, 피해자의 가면, 침묵하는 구경꾼의 가면. 나는 각각의 흉내를 조금씩 낼 수 있었다.

아버지를 죽인 놈들이 버젓히 아버지 장례식에 나타나서 그에게 훈계따위를 해대도 그는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그것이 그가 용기가 없거나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현명한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이 치열한 세계에서 나도 많은 가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착잡하다.

여유있는 마음으로 찬찬히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재미있지만 재미있지만은 않았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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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리는 게 아니라 들었다 놓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띠지에 적힌 문구처럼 "정교하게 짜인 예술 작품과도 같은, 보기 드문 유쾌한 크라임 코미디"인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를 만나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유난히 심한것 같은 작가편애 출판이 이번에는 "이사카 고타로"씨편이 되어서
갑작스런 그의 작품의 홍수속에서 만나게 되었지만 그래도 반갑고 즐거웠던 작품이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단시간에 연속적으로 접하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겹거나 실망스럽지 않은 것은 다양한 분위기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도 그 속에서 '이사카 고타로'만의 생각의 일관성있게 나타나 있기 때문인거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이 독자인 나에게 공감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접할 수록 더욱 애착이 가는 작가이다.


''이 세상에는 범죄다운 범죄가 필요하다"라는 나루세의 무심코 흘린 이야기에
그의 오랜 벗인지 원수인지 알쏭한 달변가 교노,
개인주의자 같은 모습이지만 알고보면 모성도 강하고 의리도 세사람 못지 않은 유키코,
인간보다 동물을 더 신뢰하는 멤버중 제일 어리면서도 책임감도 강한 구온
이렇게 네 사람이 뭉쳐 은행털이를 시작하게 된다.

"은행털이의 포인트는 첫째, 경보장치를 차단한다. 둘째, 돈을 챙긴다. 셋째, 도망친다. 이상 3단계다."
라는 나루세가 세운 법칙에 따라 각 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은행털이를 해오던 이들.
어차피 소설이니까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던 은행털이에 대해 오히려 작가가 은근히 진지하게 인물들을 통해서 정당성한가 부당한가 등에 대해 토론을 펼쳐보이기도 한다.
소설이라고 어물쩡 넘어가지 않고 항상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어하는 작가의 의도가 고맙다.

개성강한 네 명이고 게다가 교노는 책속 캐릭터일 뿐인데도 입이 아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쉴새 없이 종알대고 구온은 인간따위 정말 쓸모없다는 식의 냉정한 면도 갖고 있으면서도
멋진 팀웍을 자랑하는 이들에게 외부의 압력으로 은행털이가 실패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패의 원인이 밝혀졌을 때도 평범한 은행털이범과 달리 이들은 각자의 신뢰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너무 멋진 의리파로 비쳐졌지만 그 모습이 결코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고
단지 은행털이의 모습으로 빗대어 보여줬을 뿐이지 결국 서로를 믿고 보듬어 주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그려내고 싶었던 거 같았다.

장면 하나하나가 그리고 툭툭 내뱉어진 주인공들의 그리고 그 밖의 인물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여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속에서 다시 재발견되어지는 즐거움은 이사카 고타로의 책에서만 발견해낼 수 있을거 같은 작은 즐거움 같다.

각 장마다 단어에 대한 재미있는 정의가 함께하고 그 짧은 정의만으로도 작가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시간 : 따분함에 비례해 그 진행 속도가 느려지는데, 수업 중에는 완전히 멈춘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음.
회의 : 효과적인 결과를 얻는 경우는 드물고 막판에 보면 시작 전 상태로 돌아가 있는 경우도 많음
반성 : 자기가 앞으로도 같은 과오를 되풀이할 것임을 재확인하는 행위
지루함 : 영화나 소설에서는 내포하는 문학성의 정도에 비례한다고 오해받는 경우가 많음
전말 : 범인의 고백에 의한 지루한 설명
약속 : 옭아매는 일. 신뢰할 수 없는 상대에 대해서는 특히 더 철저히 해둠

질문 : 설명하는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행위

단어의 짧은 정의에서 작가 '이사카 고타로'씨의 냉담한 듯 따스한 면이 읽혀졌고 그 정의속에 각 장의 내용도 함축되어 있어서 이야기를 접해가면서 또 한번 정의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이 나왔다.

통쾌한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집어들기만 하면 된다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유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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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블랙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이라고 반드시 범인을 추리해 가면서 읽는 소설만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범인과 범인을 잡으려는 사람 모두의 시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범인이 어떤 식으로 잡힐지를 추리하게 되는 소설도 있으니까.
범인을 추리해야 하는 소설도 때로는 아예 추리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소설도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레이븐 블랙의 작가는 독자에게 그렇게 박한 사람은 아니였던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 내가 범인을 추리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심어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더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또래에 비해 조숙하다고 해야할지 조숙한 척 한다고 해야할지 싶은 캐서린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외딴 섬에서 차가운 시선들이 교차되기 시작한다.
손바닥 보듯 빤한 동네사람들 사이일수록 작은 일이 큰 사건처럼 부풀려 지고
감춰둔 서로간의 편견들을 드러내게 되면서 서로의 추악한 점들을 확인하는 잔인한 시간을 갖는다.
작가가 들려주는 다양한 인물들의 독백은 너무나 진실해서 투명하다.
그래서 어른이라는 겉모습 안의 그들이 얼마나 유치하고 여린지 혹은 두려움 가득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어른"이라는 게 무얼까 싶다. 키가 자라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필요할텐데 그 무엇이 무얼까?
레이븐 블랙에서는 소위 말하는 "어른"이 없다.
모두 약하고 자기밖에 모른다. 그 정도가 다를뿐이다.
p161
샐리에겐 더 큰 환상이 필요했다. 평소 버스를 타고 오면 정확히 시간을 맞춰 집에 도착했고 매일 저녁 일과대로 엄마와 차를 마셨다.
결국 아이도 어른도 모두 자신만의 환상을 원하면서 쫓던 중에
어긋남으로 인한 범인이 발생했을 뿐이지 언제라도 터질 폭탄을 안고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범인을 맞추고도 착잡한 것은 조금은 범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서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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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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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 대한 소개를 듣고 궁금하던 차에 원작인 책을 접하게 되어 반가웠다.

애니메이션이 있다는 말을 듣고 보게 되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이야기 자체가 허구적인 느낌이 강한 탓일까?
책을 읽으면서 계속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 장면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려나가게 되었다.

과학 실험실 청소를 하던 가즈코는 검은 그림자와 알 수 없는 달콤하고 왠지 그리운 냄새를 맡으면서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체험을 친구인 가즈오와 고로에게 털어놓으면서 오히려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은 다행이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그 해결책이 가즈오와 가즈코에게 안타까움을 주게 되기는 하지만.

이야기는 한치의 늘어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혹은 조금의 이야기 낭비도 하고 싶지않다는 듯한 단호함이 엿보일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진행되어 가고 그 스피드에 나도 바짝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시작처럼 빠르게 깔끔한 마무리로 끝.
사실 이어질 만한 이야기도 굉장히 재밌을수 있어서 나는 이 깔끔한 작가에게 조금 아쉽고 조금 존경스럽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마무리 짓는 작가의 결단력!
어쨌든 그렇게 재밌었던 만큼 뒷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첫번째 이야기 "시간을 달리는 소녀" 끝내고
"악몽"이란 제목의 두번째 이야기를 접한다.
제목으로 나온 이야기가 끝난 만큼 나는 어쩐지 시큰둥해져서 책장을 넘겼는데
이번에는 심리적인 문제까지 건들이며 작가는 나를 끌어당겼다.
반야가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진 마사코와 그 곁에서 마사코가 악몽을 꾸지 않도록 도와주는 분이치
그리고 마사코가 악몽을 이겨낼 수 있는 힌트를 본의 아니게 주게 되는 마사코의 동생 요시오의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진행된다.
"무서운 게 왜 무서운지를 알게 되는 순간, 그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는 분이치에게 이끌려
마사코는 악몽을 들여다보게 되고 거기서 자신이 갖고 있던 공포증을 이겨내기 시작한다.
심리적인 문제들을 파헤쳐서 재미있게 풀어내 주어서 고맙기까지 한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 "the other world"
주인공 노부코가 또 다른 공간인 서기3921년 베라트론 연구소의 시간양자학자 노부의 광자기 이상으로
다른 공간으로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주변의 시공간연속체를 혼란시켜 다원우주 안의 노부의 동시존재의 위치를 뒤바꿔놓고 말았다.
다원우주, 그리고 동시존재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연속된 시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역사를 가진 세계를 한 가닥의 날실로 본다면, 시간이라는 것은 그 날실을 무수히 가로지르는 수없이 많은 씨실이라 할 수 있다.
시간에 대한 개념을 날실과 씨실로 비유해준 작가의 재치에 감탄하며 SF작가로 유명한 이유를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세 편의 이야기들 모두 누구나 상상해볼 수 있는 가벼운 소재라서 편하게 다가오면서
작가의 힘으로 빠르고 말끔한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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