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우선되어야 할 인간성에 대해
Wanwan 2025/06/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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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0) - 2023-06-20
: 4,589
벽돌책 깨기의 쾌감이란 엄청나다. 1월에 구입한지 딱 5개월만에 완독했다. 스스로가 무척 자랑스럽고 기특하다.
3년 전에 <오뒷세이아>를 읽었고 그때 대강 그리스 고전의 맛을 봤기 때문에 <일리아스>는 읽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작년 12.3 계엄 덕분에 생각이 바뀌었다.
트위터에서 많이 회자된 에피소드인데 탄핵 집회 당시 어느 그리스 고전 덕후가 <일리아스>의 첫 구절을 담은 깃발을 들고 있었다. 광장의 수많은 깃발들 속에 그것을 알아본 웬 중년 남성이 있었는데 그분은 바로 서울대에서 그리스 고전을 연구하는 교수님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덕후 하길님은 성덕이 되어 <일리아스> 관련 글도 밀리로드에 연재하고 이 책을 번역한 이준석 교수와 공저책을 낼 예정이란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민주주의의 파도 속에서 펼쳐진 너무나 극적이고 훈훈한 스토리다.(자세한 내용은 하길 님의 '일리아스를 좋아하세요?'를 참고하면 된다. 글을 너무 잘 쓰시고 그리스 고전에 대한 해박함과 애정이 담겨서 놀랐다. 덕후는 위대하다.)
이런 미담이 있는데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한 챕터 정도 읽으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특히 그리스 고전은 인물 판별 난이도가 러시아 소설 이상으로 힘들다. 같은 인물을 본명 대신 누구의 아들, 누구의 손자와 같이 다양하게 지칭하기 때문이다. <오뒷세이아> 때처럼 노트에 이름을 적어가며 읽었다.
<일리아스>는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에서 일부분만을 담았다. 초반에 진입할 때는 의외로 영화<트로이>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킬레우스를 브래드 피트, 헥토르를 에릭 바나로 생각하니 몰입이 잘 되었다.
전투 장면이 매우 사실적이고 세부적이다. 또 신들이 개입하는 장면들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상과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불멸의 신들이 '결국 죽게 마련인' 인간들에 개입하지만 전지전능하게 다스리는 것은 또 아니다. 인간은 그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있다는 것이 새삼 다가온다.
클라이막스 격인 아킬레우스와 프리아모스의 만남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아들 헥토르를 죽인 원수 앞에 무릎을 꿇은 아버지 프리아모스. 그를 통해 아킬레우스는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으로 상심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적이었던 상대를 자신과 동일한 인간으로 여기며 큰 인간적 성찰을 하는 아킬레우스. 최근 뉴스에서 보도되는 전쟁 소식에 겹쳐지면서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중간중간 삽화가 있어 이해에 도움을 준다. 또 부록으로 실린 인물 소개와 역자 후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리아스>의 구조와 인물 세팅이 매우 탁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는 텍스트이기 때문에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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