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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가니 서재에서 헤드폰을 끼다
  • 여성의 몸, 몸의 문화정치학
  • 김은실
  • 11,700원 (10%650)
  • 2001-06-27
  • : 407

"아저씨"로 범주화되는 연령대에 있는 일본의 저널리스트 구로누마 가쓰시는 일본 사회에서 센세이셔널한 원조 교제에 대해 책을 쓰기 위해 일본에서 원조 교제하는 십대 여성을 면담하고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목적으로 하여 만난 남성에게 정서적 감정이나 낭만성을 느낀 사례를 찾아보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십대 여성들 중에서 원조 교제의 대상에게 낭만적 감정을 가졌던 사례는 한 건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요새 영계라는 단어는 아예 야동이나 업소에서 젊은 성노동자를 말할 때 쓰이는 단어로 취급되는 건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기사 요즘엔 여자 청소년이 초등학생 단위로까지 내려와서 로리콘들이 저지르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 까닭에 묻히기는 했겠지만. 그러나 영계라는 단어는 과거에 확실히 일반 청소년들에게도 공공연히 쓰이는 말이었다. 내가 여중여고 다닐 때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혹은 학생들끼리 자주 쓰는 말이었다. 성적 단어를 쓰면서도 그게 폭력적일지도 모른다는 인지도가 확연히 떨어졌었단 뜻이다. 하기사 여고시절에 군인과 사귀면서(진짜 사귀던 건진 의문.) 성적 경험을 자랑하는 친구도 있었으니 말 다했다. 물론 그 친구도 부모님에겐 숨겼었지만, 요즘 시대에는 부모님 말고도 모든 사람들이 심각하게 고려할 만한 문제이긴 했다. 선생님들은 뭐 있으나 마나였고. 자기네들 노래방 갈 때 학생들을 부르고 끼고 있기까지 했으니 흠...


그건 그렇고 그 당시 일찌감치 업소에 뛰어든 여성들이 자신들을 십대 여성으로 부르고 있으며, 청소년은 어른들이 자신들을 억압하기 위해 만든 언어라 여긴다는데 그게 사실 상당히 정확하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청소년은 어린이와 청년의 중간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라, 그 단어로 십대를 규정하면 미성숙하다고 여겨지기 쉽다. 책 하나 읽을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없을만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전선에 일찍 뛰어든 탓인지 보통의 십대들보다 훨씬 현명했다는 걸 입증한 셈. 난 십대 시절 판타지 소설 읽기 바빴지., 그런데 최근 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다시 청소년이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고 한다(...) 냉소만 나온다면 내가 많이 꼬인걸까. 아이고 인간아 퇴보하는 인간아.

 

확실히 우리나라의 래디컬 페미니즘은 페친 분 말대로 맥락이 없는 게 맞는 듯하다. 예전에 매춘 여성과 일반 여성 노동자 입장이 똑같다는 미투운동 비슷한 게 있었다. 그 때 모든 여성을 매춘 여성과 비교하려 드는 것 자체가 성차별 아니냐는 논란이 한창이었는데, 이 책에서도 말하듯이 그동안 남성 중심으로 성별화된 사회 체계에서 여성이 살아온 이야기를 반영한 것일 뿐. 일반화시키거나 세계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단지 삶의 경험 차이라던가 계급의 층이라는 게 있긴 할텐데(어떤 남성분 중엔 일본에선 단순히 섹스가 좋아 AV계로 갔다는 여성도 있다 하지만 글쎄 어떨지. 그 나라가 여성차별이 우리나라만큼 심한 만큼 다른 선진국에서 태어났다면 평범히 여배우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쪽을 지적한 사람은 당시 한 명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책에선 친섹스 긍정 페미니즘이 매춘과 포르노에 반대하고 섹스 래디컬 페미니즘이 성관계 내 문화적 질서를 성적 실천 속에서 정복시키자고 주장했지 딱히 매춘을 반대하진 않았다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유교가 성행했고, 페미니스트 중 가장 먼저 한국에 유명세를 떨쳤던 사람이 친섹스 긍정 페미니즘의 선두에 섰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이라 이를 래디컬이 쓰까했나보다. 정확히 밝혀지진 않겠지만 왜 래디컬이 친섹스 긍정 페미니즘과 혼동되는 건지 설명이 된 책이 있었음 좋겠다.

무튼 윤리 위에 사람 있는데 생계부터 보장한다는 가정 뒤에 뭐라도 좀 지껄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참고로 이 책은 2001년에 쓰여진 책이라 이 때 청소년인 분들은 현재 나이가 최소 30대 중반이다. 그러고보니 나랑 별 차이도 안 난다. 다들 뭘 하고 계실지 궁금하다고 할까. 근데 의외로 저 때부터 벌으셨음(?) 현재는 나보다 돈 많이 벌고 잘 사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책을 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음... 그치만 주변에서 낙태한 사실 숨기고 외국 사람과 결혼해서 해외 가 사는 분도 있으니 다들 요령껏 사셨음 좋겠달까. 이 때까지 그래도 고생했으니 과거는 신경쓰지 말고 사셨으면. 내가 그런 것처럼.

근데 진짜 그 많던(?) 1990~2000년 초반대 업소 누나들 이제 어떻게 사시는지 모르겠다. 가끔 소문으로 집창촌에 3~40대들이 제일 많이 모여 버틴다고 하니 혹시 책에서 나오는 그들이 아닐까 추정되기는 한데... 뭐랄까 내가 남쪽 지방은 살기는 커녕 여행해본 적도 드물어서 잘 모르겠고 서울은 가면 갈수록 점차 변한다는 느낌이 든다. 과하게 깔끔함을 추구한단 느낌? 나도 그렇지만 진짜 옷 살 돈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부모님 옷 섞어 입고 다니는데 솔직히 직장(편의점이라던가 마트)에서 유니폼 입으면 티도 안 나잖? 그리고 다들 밤에 퇴근하고. 비유가 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업소 여성들도 잠깐 사람들이 관심 좀 보이다가 일부 '그냥 저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욕보이는 직업에 말려들거나 뛰어든 사람들이야. 부끄러워' 이렇게 말하는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묻혀 존재감이 사라지는 게 아닐지. 그러다 인생에 회의가 들어 30대 중반의 공무원 준비하던 여성처럼 자기 몸에 불질러 자살하고. 시신조차 뉴스에 방송되지 않고. 솔직히 조현병 관련 범죄방송들도 정상이 아닌 사람들은 지역에서 치워버리자는 얘긴가 싶어 맘이 편하질 않다. 병원에도 입원하면 안 돼, 그렇다고 지역에서도 관리를 못 해, 그런데 장애인 차별 방송은 계속 나오지, 어쩌자는 말인가?

 

내 입장부터 정리하자면 난 성 산업을 완전 부숴버리는 것보단 종사자들의 생계를 도우며 (포주를 설득하고) 다른 일자리를 주선함으로써 천천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생각한다. 애초 현재의 성 산업은 나라의 부흥기와 혼란기가 겹쳤던 1990~2000년대의 파란만장한 십대 때의 생활을 견딜 수 없어서 가출한 사람들이 대다수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 생각해보니 맨날 돈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 머리구조부터 고치는 게 현명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욕감을 받아도 돈만 받으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니까 성 산업이 팽배한 건 아닐까. 그렇지만 이 책에서도 강조하다시피, 가출로 인해 성 산업에 종사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또한 자발적으로 성 산업에 종사한다고 해서 이들을 비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이드신 마트 여성 분들과 친해지면 알게 되는데, 이 분들은 자기 직업이 밑바닥이라 생각하고 이 일을 못할 때 돈 벌 수 있는 최악의 방법이 성 산업이라고 생각함. 근데 이제 다들 알다시피 마트 직원은 몸도 많이 써야 하고 판매직까지 맡아야 하며, 그에 비해 임금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하면서 불만이 없을 순 없다.

 

책에서 변태는 십대 여성들이 만나는 강제적 억압적 성적 관계에서 자기를 정당화하는 자기 보호의 언설이라 한다. 굉장히 수동적이기도 하고, 정신질환자들이 성폭력을 저지른다는 편견이 들어 있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냥 예의 없고 몰상식하며 부도덕한 일반 남자라고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 남성들이 성희롱 행위를 당했다는 고백을 내가 했을 때 '예쁘다고 인정 받았으니 기분 좋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는데 아니 좋으면 좋다고 말하지 ㅋㅋㅋ 내 의사에 반하는 행위는 폭력이다. 내가 뭐 목소리 톤도 굵고 말투가 여성스럽지 않다 여겨서 그러는 모양인데 여성성을 공인받고 싶은 사람은 일부일 뿐이고 당신네들에게는 아니다. 사회복지실습 때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는데 대박 어이없어서 진짜.

 

십대때도 그랬지만 난 지금도 남의 실수 잘 안 넘어가는 경우가 많음. 단지 사회가 레알 진짜 이렇게 똥같이 더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서, 어딘가에는 상식적인 인간들이 살 것이란 생각을 해서 내 주변의 몰상식한 것들에게 분노를 느꼈을 뿐.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더럽고 냄새나고 맨날 나무가시가 손톱 안에 박히고(학교가 목재였음) 한남 선생들에게 모욕받고 살면 미치지 않고 배길까 싶음. 우리나라 학교와 학원은 솔직히 감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면접자ㅡ원조 교제는 어떻게 하게 된 거야?

은미ㅡ차에서 "야! 타!" 그래서 갔어요. 속초 가서 일주일 놀다오고. 옷 사주고. 술 한 번 먹으면 백만 원 넘게 마시고. 맛있는 거 사주고 그랬어요.



 


 

여기서 10대 여학생들이 당했다는 갖가지 유혹들이 나오는데 나도 대부분 겪어봤고 심지어 이것도 겪은 적 있음 ㅋ 사연 있어서 잠깐 이랜드 본사에서 일한 적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일 끝내고 새벽에 돌아오니 스포츠카 있는 놈이 저러고 꼬심. 요즘에는 뭐 저런 몰상식한 남자들이 있나 저런 방식으로 꼬시게 싶겠지만 ㅋㅋ 이야 생각해보면 저런 게 진정 쪽팔린 거지, 중2병이 왜 쪽팔려할만한 건지 난 모르겠다. 그것도 십대들 비하지.


그래서 차만 있음 여자 꼬실줄 알았냐고 친환경에 위배되는지라 난 자가용 타는 거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고 일장설을 늘어놓으니 그냥 가더라. 근데 생각해보면 개 웃긴 상황이었음. 하기사 최근에 일한 직장도 어떤 남정네가 자기가 차로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박박 우기는 거 싫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하다 짤릴 뻔했지... 아니 좋으면 좋다고 하던가요 암이 한 사발. 물론 그 좋은 거 받아줄지는 내 맘이지만.

은지ㅡ만화방은 따로 있어요. 안에 들어가면 만화방, 매점, 휴게실, 캡슐 노래방, 오락실 별 게 다 있어요. 문제는 입장료는 싼데 들어가면 돈 많이 쓰게 되요. 학생들이 가는 덴데, 좀 싸졌으면 좋겠어요.

 


 

이건 지금도 그닥 다르진 않은 듯하여 소름; 자본주의 빨리 깨져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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