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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 16,200원 (10%900)
  • 2017-02-28
  • : 737
20210124 시라는별 5

가지 못한 길 The Road Not Taken 
-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노랗게 물든 숲속의 두 갈래 길, 
몸 하나로 두 길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굽어든 한쪽 길을 
끝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하였다. 똑같이 
아름답지만 그 길이 더 나을 법하기에. 
아, 먼저 길은 나중에 가리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법.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느 숲속에서 두 갈래 길을 만나 나는ㅡ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고. 


주말에는 가능한 아이들과 함께 산행 혹은 산책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사온 동네(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에는 마침 뒷산이 있어 큰마음 먹지 않고 물과 간식거리만 챙겨 가볍게 나설 수 있다. 이 가벼움은 물론 내게만 해당된다. 아이들은 . . . 흠흠 . . . 몸이 정말 무겁다. ㅠㅠ

아파트를 기준으로 등산로가 좌우로 나뉜다. 좌측길은 들어갈수록 사람 사는 동네를 벗어나고 우측길은 사람 많은 동네 중심가로 이어진다. 나는 코로나 19로 아이들과 24시간 붙어 산 지 어언 1년이라 인적 드문 좌측 등산로를 선호하지만 아이들은 노선도 짧고 놀이터도 자주 등장하는 우측 등산로를 선호한다. 어제는 왼쪽길로 긴 시간, 오늘은 오른쪽길로 짧은 시간 산행을 했다.

하여 떠오른 시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이었다. ‘The Road Not Taken‘은 ‘가지 않은 길‘로도 해석된다. 이 시와 시인은 워낙 유명해서 시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조차 많이들 알고 있는 듯하다. 나는 대학 때 수업에서 이 시를 처음 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군더더기 없는 좋은 시다. 가지 않은 길, 가지 못한 길은 언제나 아쉬움과 후회를 부른다. 나는 아쉬워는 하나 후회는 잘 하지 않는 사람이라 내가 택했거나 택하지 않은 길들에 대한 미련이 크게 없다. 다만 반백년 인생에 이르고 보니 그때 좀 더 열심히 할 걸, 그때 좀더 치열하게 파고들 걸 하는 아쉬움은 정말로 크게 남는다. 허나 또하나 알겠는건, 사람이란 저마다 가진 역량이라는 것이 있어 저 열심히나 치열하게가
그것밖에 안 되기도 하다는 것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혹은 나란히 걷는 내 아이들은 어떤 길들을 택해서 어떤 삶을 살아갈까. 지금은 사람 많은 길을 좋아하는 저 아이들이 나중에는 다수가 잘 찾지 않는, 혹은 다수가 절대 가려고 하지 않는 길을 택할까. 어떤 길이 되었건 그 길에서 나를 찾고 너를 찾고 ‘낙‘을
찾았으면 좋겠다.

번역은 고 장영희 선생님의 영미시 산책 <<생일 그리고 축복>>에 수록된 것이다. 장영희 선생님은 내 은사님이었다. ‘이다‘가 아닌 ‘었다‘라고 쓰게 되다니 마음이 참 . . . 장영희 선생님의 번역은 아주 훌륭하다. 시 해석은 물론이거니와 운율을 아주 잘 살려놓았다. 이
시집은 고 김점선 화백의 그림까지 곁들여 있어 소장용으로 그만이다. 나는 이 시집을 여기저기 선물도 꽤 했다.

봄날처럼 따스한 겨울날. 아이들과 산행을 하다 이 시를 떠올리고 장선생님의 책을 다시 펼쳐 볼 수 있어 기뻤다. 선생님의 글은 종종 선생님의 육성이 지원되는데, 그 높은 어조와 속도만큼은 지원 불가의 영역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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