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he Box, You opened it.
I came.
이 대사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울 소식이 하나 있다. 영화 『헬레이저』 프랜차이즈의 시초가 된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 『헬바운드 하트』가 국내 초역으로 드디어 출간되었다는 것.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공포영화를 보던 취미가 계기이기도 했고, 온라인 게임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로도 이미 익숙한 덕분에 소식을 듣자마자 나 역시 알라딘 펀딩으로 빠르게 구매했다. 최근 몇 년간 그 어떤 소설보다 더 간절하게 기다려온 단 한 권의 책이었다.
새빨간 표지에 초판에만 적용되는 새빨간 책배까지. 알라딘 펀딩 첫날에 결제한 탓에 보다 긴 기다림을 견딘 뒤에야 이 새빨간 책이 도착했고, 나는 '르마샹의 상자'를 손에 넣은 프랭크처럼 두려움과 호기심에 떨리는 손으로 읽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흐름은 알고 있었기에 더욱 긴장한 상태로.
─
『헬바운드 하트』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르마샹의 상자'라는 캐스트 퍼즐을 풀면, 지옥의 문이 열리고 세노바이트(수도사)들이 나타나 퍼즐을 푼 자에게 최고의 쾌락을 선사해 준다.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쾌락주의자 프랭크 코튼은 돈을 주고 이 상자를 구매하며 마침내 풀어내는 데 성공하게 된다.
/
너무 늦었어, 그는 중얼거렸다.
두려움이 치솟았지만 애써 억눌렀다.
르마샹의 퍼즐은 이미 풀려버렸다.
마지막 장치가 돌아갔다.
머뭇거리거나 후회할 시간은 진즉에 지나갔다.
심지어 프랭크는 장막이 찢겨나가는 순간을 위해
목숨과 지혜를 모두 바치지 않았던가?
│
지금, 쾌락의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리고 있었다.
소수의 사람만이 그 존재를 알고 있으며,
심지어 맛을 본 사람은 훨씬 적은 그 쾌락의 세계로 향하는 문이.
그 너머에는 감각의 지표를 새로 정의할 쾌락이 기다린다고 했다.
그런 쾌락이라면,
─ P.16
퍼즐을 푼 대가로 받는 건 맛있는 음식, 흡연, 음주, 마약, 섹스 따위의 범주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이었을까? 아니, 그들이 주는 것은 인류가 이해하는 형태로의 쾌락이 아닌 새로운 단계의 고통이었으니.
"내가 기대했던 거랑은 좀 많이 다른" BDSM적 쾌락이.
─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 읽기의 장점은 장면에서 읽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문장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거의 모든 『헬레이저』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간의 욕망과 고통, 폭력과 살의, 공포와 고통은 소설 『헬바운드 하트』 속 텍스트로도 충분히 느껴진다. 인간의 쾌락과 고통에 다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작품. 여기에 이미 시각화가 된 수도사들의 모습까지 상상하며 읽으면 이보다 더 무서운 소설이 어디 있으랴.
이 책이 있었기에 영화가 있었고, 영화가 있었기에 나도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다. 만약 『헬레이저』 프랜차이즈를 좋아한다면 이 소설까지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고, 무서운 소설을 찾는 독자에게도 반드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