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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보이는 창가

 

막간(幕間)


시간을 노름판에서 잃고는
나는 한없이 게을러졌다

이제 이 사업도 내리막길이에요
나도 다른 일을 알아봐야죠
인형옷을 파는 여자가
하늘색 인형의 옷저고리에
쓴맛의 구슬을 쏟는다

텅 빈 객석에는 겨울이 내려앉는다
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린다
해진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며
인형이 노래하게 할
남아있는 시간을 가늠해 본다

좋은 시절의 사람들은
이미 먼 곳으로 떠났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무대 뒤에서 낡은 이불을 덮고
다음 공연까지 잠을 청한다

상처입은 늙은 산양처럼
옆으로 등을 세우고
가만가만 숨을 쉰다
그렇게 스러지는 모든 것들은
얇고도 가여운 날개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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