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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유사사태는 그 이름대로 ‘극동‘이라는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개념이다. 이에 견줘, 주변사태는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사태의 성질‘에 관계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극동[이라는 지역]에서 발생한 사태인지보다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태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따라서 ‘극동‘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사태라 해도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면, 자위대가 미군을 후방지원할 수 있다. 즉, 극동유사사태라고 할 때보다 주변사태라고 할 때 일본이 미국에 협력하는 폭이 넓어지게 된다.- P154
‘주변‘이라는 용어가 쓰이게 된 데는 중국에 대한 배려도 있었을 것이다. ‘극동‘이라고 하면 1960년 일본 정부의 통일 견해에 따라 대만이 포함되지만, ‘주변‘이라고 해 두면 이 점이 애매해진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 긴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P155
덧붙여 이보다 약 40여년 전인[1960년대] 미일안전보장조약을 개정할 때도 외무성 내에서는 미국국(현 북미국)과 조약국(현 국제법국) 사이에 "정치적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후지사키 마사토 조약국 참사관의 증언) 미국국은 "미군이 활동하기 쉽도록" 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조약국은 "(미국) 주둔의 권한을 제약해 (미국의) 자유를 제한하자는 쪽"이었다고 한다.(중략)
이렇게 ‘극동‘ 개념에 머무르지 않는 협력을 지향하는 외무성의 옛 미국국과 ‘극동‘ 개념을 [미일 협력의] 상한선으로 삼으려는 옛 조약국 간의 논쟁이 어떤 의미에선 전후 하나의 패턴처럼 되풀이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P156
중요영향사태 때 자위대의 활동이 미군 등에 의한 무력행사와 ‘일체화‘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심리의 이면에는, 자위대가 후방지원 활동에만 참여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우리를] 공격대상으로 삼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섞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3자적 시점‘에 서서 본다면, 여기서도 앞서 다룬 극동유사사태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됨을 알 수 있다.(중략)
 일본은 자위대가 "현재 전투행위를 행하고 있는 지역이 아닌 장소"에서 미군을 후방지원하고 있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이 활동은 미군의 무력행사와 ‘일체화‘되지 않는 것이고, 따라서 자위대는 상대방의 공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이런 주장은 극동유사사태와 사전협의 사이의 관계처럼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국내법적 논리이자, 자국의 의회·국민을 향해 내놓는 헌법 해석이나 사고방식에 불과하다. 즉, ‘일본적 시점‘에 서서 우리 나라는 "말려들지 않는다"는 논리를 아무리 예리하게 만든다고 해도, ‘제3자적 시점‘에 서서 보면 애초에 상대가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P160
 유엔 헌장 제51조에 명기돼 있는 것처럼 국제법상 자위권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자국을 대상으로 한 공격에 대한 자위권을 이르는 개별적 자위권, 다른하나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을 대상으로 한 공격에 대한 자위권, 즉 집단적 자위권이다.- P163
이 무렵 정부는 새롭게 탄생하게 된 자위대의 합헌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었다. 그를 위해선 합헌성의근거가 되는 ‘필요최소한‘이라는 개념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정립해 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필요최소한이라는 개념이 국제법상 자위권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사실과 연결되게 된다.
즉, [일본 정부는] 개별적 자위권만을 행사하는 자위대는 자위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실력 조직이기 때문에 합헌이라고 결론 내고 싶었던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이를 위해 ‘버려진 돌 [버려진 카드]‘이 되고 말았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위헌론이란 것은 이런 논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이른바 ‘속임수‘에 불과했다. 그러면서 "않았는데도" "않았음에도"와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은 표현을, 일본이 독자적으로 만든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정의 안에 몰래 숨겨 두었다. 이것이 ‘속임수‘의 비결이었다.- P166
이런 주장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되기 앞서 주권국가에게 집단적 자위권을 자위권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는 ‘국제법‘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되고 만다. 이런 잘못이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논의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필요최소한론을 받아들이면서 이에 근거해 자위대의 합헌성을 확보해 온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선 헌법 논쟁 이전에 자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가 공격받을 때에도 자위권을 행사할 수있다는 사실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일본적 시점‘에 기반한 감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제3자적 시점‘, 즉 일본에 적대적인 상대국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이야말로 일본의 약점이라 할 수 있다.- P169
[상황이 완화됐다고 이렇게 대응 수준을 낮추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 국내법의 논리에 기초한 ‘일본적 시점‘에 따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사태의 심각성이 변한 게 사실이지만 유사사태 그 자체는 계속되고 있는데도 자위대가 방위 출동을 중지하고 후방지원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3자적 시점‘
에서 본다면, 안보 전문가 니시하라 마사시가 지적하듯 [관계국들은]일본이 ‘전선에서 이탈했다‘고 받아들이진 않을까?(중략)
이처럼 ‘일본적 시점‘에 따른 절차에 따라 사태의 추이에 맞춰 세세하게 대응 방식을 바꾸게 되면, 상황에 따라 상대의 기를 살려 줄 뿐 아니라 동맹국의 불신을 사게 될 수 있다. 또 상대가 ‘인지전‘의 일환으로 이런 사실을 미일동맹에 불리한 모양새로 과장하며 선전할 수도 있다.- P171
미일안전보장조약 제5조 사태에 해당하는 무력공격사태 때도 미국이 자동 참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조약 제5조는 미일 양국이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는 행동을 취할 경우 "자국의 헌법상 규정 및 절차"에 따른다고 하고 있다. 즉, 자동 참전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진 않는 것이다.- P172
일본이 ‘일본적 시점‘에 서서, 때로는 전쟁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때로는 필요최소한이란 기준을 지키기 위해 선을 긋는 것 같은 여러 대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일본의 행동을 의도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애초부터 고려 대상에 넣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이를 일본의 약점이라고 인식 [해 적극 활용]하거나 [적대국뿐 아니라] 동맹국까지 포함하는 국제사회가 일본의 의사를 오해하는 상황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유사사태가 발생한다고 해서 미국이 자동 참전을 해 주는 것도 아니다.
‘일본적 시점‘에 선다면 사전협의제도를 잘 활용해 극동유사사태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군사행동과 [명확한] 선을 그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제3자적 시점‘에서 보면 미국의 군사행동과 그에 대한 일본의 편의 제공은 애초부터 일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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