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는 어디인가, 무엇인가
방학있는삶 2003/12/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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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멘터리에서 필리핀의 어느 섬에서 한 남자와 그 가족이 무인도를 일구며 산다는 얘기가 나온 적 있다. 이 책은 그 섬을 취재했던 PD가 취재 후일담을 쓴 것이다. 김진혁 공작소란 독립 프로덕션의 김진혁 PD인데 이 사람, SBS 아침 프로에 맨날 해외 취재 코너 방송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내가 늘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와, 여행도 하고, 일도 하다니! 뭐 이런 차원에서.^^;;
꽃섬, 플라워 아일랜드는 필리핀의 무인도.였다가 지금은 프랑스 남자 씨어리가 필리핀인 아내 로즈와 함께 일곱 아이를 키우고 있는 곳이다. 17년째 직접 집을 짓고, 해변을 가꾸고, 낚시를 하면서, 다섯 채 소규모 방갈로에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손님들을 상대하며 최소한의 수입과 소비로 사는 것.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생활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제목을 이렇게 지었나보다. 파라다이스라고. 하지만 그곳이 과연 정말 파라다이슬까? 이 물음이야말로 책을 쓴 이유겠고.
하지만 이들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면, 아마 이 파라다이스를 믿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에게도 행복을 위협하는 요소는 참으로 많다.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위협 모두 있는 것이다.
난 저자의 생각이 두 가지 면에서 맘에 든다. 하나는 취재를 하면서 '지역'이 아니라 '사람'을 본다는 것. 꿈같이 아름다운 곳에서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이면 다 파라다이스의 주민인가? No~ 사실 씨어리에겐 형이 하나 있고, 이 형 또한 고향 프랑스를 떠나 필리핀에서 살고 있다. 애초에 사회부적응자 동생에게 필리핀에서 살아보라고 권한 사람도 형이지만 김진혁 PD의 눈에 형은 그냥 프랑스 인일 뿐이라는 거다. 필리핀에 와서도 프랑스에서 살던 삶을 버리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떠나면 뭘해, 이곳에서와 똑같은 모습으로 산다면 구태여 떠날 필요가 있나? 이거라고나할까?
(사실 애들에게 입시위주 교육을 시키기 싫다며 이민을 간 사람의 대다수는 아마 그곳에서도 한국식으로 공부 시키면서 살지 않을까? 그들이 원하는 건 경쟁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경쟁을 좀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교육.일테니까.)
또 하나 맘에 드는 건 파라다이스를 보는 시각. 아름다운 바닷가, 맛있는 해산물, 느긋한 생활이 파라다이스.라고 허겁지겁 달려들지 않는다. 꽃섬을 취재하면서 저자가 계속 생각하는 건 '이곳이 파라다이스인가?'가 아니라 '파라다이스는 어떤 곳인가?'이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 저자가 찾아낸 파라다이스는 이런 것이다.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 그곳이 어떤 곳이고, 그 일이 어떤 것이든 말이다.
책의 결론은 이건가보다. 천국은 내 마음 속에 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알고, 그걸 하는 것이 천국이다...... 씨어리와 다른 대다수 사람들의 차이점은 하나이다. 남들은 원하기만 했고, 씨어리는 직접 뛰어들었다는 것! 진정코, 모두들 파라다이스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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