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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힘든 만화네.
반유행열반인  2021/02/25 12:30
  • 지옥 1
  • 연상호.최규석
  • 13,050원 (10%720)
  • 2020-07-03
  • : 1,664
사람의 뇌는 끝없이 이유를 찾고, 범주화와 분류, 단순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오래도록 선악의 개념은 납짝해진 채 지금에 이르렀다. 다수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의 결과로 옳고 그름을 나누고 처벌을 통해 그름 으로 분류된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 법이 또 오랫동안 해 온 일은 사람이 한 일과 그 결과에 합당하게,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피해와 응보의 균형을 맞추는 형벌을 찾아 합당하게 부과하는 것이었다. 법이 한다고 하지만 결국 사람의 법리와 논증에 따른 결과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접하는 누군가의(대부분은 완전한 타인의) 과오란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의 전체를 오염되고 부정하고 사람 이하의 존재로 보기 쉽게 만든다. 그래서 법의 심판을 불신하고, 조금 더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들은 여론재판이든 신상털이든 사적린치든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법은 사적 처벌을 허용하지 않아 그 일은 또 다른 범죄로 분류되어 또 다른 처벌을 낳고, 사람들은 사법 절차를 비난하고 분개한다.)
연인의 범죄를 돕거나 감춰주고, 수감 후 석방된 가족을 다시 맞이하고, 비난에 맞서 지인의 과오를 감싸는 이들을 사람들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한 이와 함께 싸잡아 공격한다.
그런데 내가 만일 법 또는 도덕, 윤리 등등 공동체가 규정한 크고 작은 규범의 위반자가 된다면, 또는 내 혈육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위치에 놓인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크던 작던 죄를 범하면 고통 속에 남은 삶은 포기하거나, 사회적 고립과 매장을 감수하고 죽은 것처럼 지내야 할까. 사지가 찢기고 불타도 그건 그저 그럴 만한 사람이어서 그렇게 된 것 뿐일까.
스토리는 연상호가 썼지만, 몇 년 전 최규석이 비난 받던 어떤 사건을 자꾸만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꼬마비의 만화 살인자ㅇ난감(오타 아님 ㅋㅋㅋ제목이 저럼)도 생각났다. 지옥이 죄와 연결된 건 불교든 기독교든 종교의 영향이 클 텐데, 고통이 늘 죄의 응보는 아님을, 지옥 같은 고통과 불행에 떨어진 사람에게 너의 죄를 토해내라고 요구하는 것도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도 처벌도 사람 바깥의 일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세상에는 정말 나쁜 놈들이 있지만, 최대한 안 그러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나도 그런 나쁜 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과 나쁜 놈들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만화를 보는 내내 판단이 어렵고 조금 힘들었다. 이 권도 보긴 봐야지...결말을 어떻게 맺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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