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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 [전자책] 작가 형사 부스지마
  • 나카야마 시치리
  • 8,960원 (440)
  • 2018-06-15
  • : 112
-20210211 나카야마 시치리.

문단을 소재로 하는 다른 책 리뷰에 이 책이 언급된 걸 보고 찾아보았다. 원래 찾아본 책은 문학상 신인공모에서 심사위원인 작가와 평론가가 싸우는(?) 이야기라는데, 어떤 독자가 너무 평이하다고, 그 분야로 상상력을 발휘하려면 ‘작가 형사 부스지마’ 정도는 되야지, 하길래 제목만 들어도 궁금해졌다. ㅋㅋㅋ
제목 대로 작가인 동시에 형사인 부스지마가 사건 해결에 활약하는 모습을 신참 형사 아스카가 지켜보는 형식의 블랙코미디 추리물이다. 부스지마...독할 독 자에 섬 도 짜 쓰는데 이름 기분 나빠...독도는 우리땅. 여기서는 독설가에 독고다이 같은 모습이라 어울리는 이름이긴 하지만…
작가 지망생, 신인 작가, 인기작가, 노작가, 편집인, 문학상 심사위원, 악평 전문 리뷰어(뜨끔), 스토커 광팬, 작가의 가족, 소설을 원작으로 영상물 만드는 방송계 사람들까지- 문학, 특히 소설을 둘러싼 인간들은 죄다 어딘가 삐뚤어졌고 피하고 싶고 웃음소리도 이상하고 그러다 결국 살인 범죄의 희생양 또는 범인이 되는 상황을 약간 웃기게 그려놓았다. 이런 걸 쓰는 것도 결국 소설가니까 자조, 자학, 독설이 섞여 있다.
굳이 형사면서 작가인 인물을 독설 쏟는 화자로 설정해놔서 판을 잘 알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신랄하게 깔 수 있는 장치를 깔아놓고, 또 그 이상한 작가 형사를 관찰하는 아예 외부 인물인 형사가 있어서, 내가 보기엔 니가 더 이상해, 하고 한겹 더 까게 해놨다. 이중까기의 묘미 ㅋㅋㅋㅋ
시나리오 작가가 소설 썼더니 대화는 살아있는데 지문이 별로라고 까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사실 이 소설의 특징이기도 했다 ㅋㅋㅋ작가님 원래 시나리오 쓰셨어요? 밑줄 쳐 놓은 거 보니 순 대화 뿐이다. 대화체는 술술 잘 넘어가는데 문장의 아름다움이나 섬세함은 없음 ㅋㅋㅋ 읽다보면 일본 코미디 영화 한 편 보는 느낌이 든다. 잘생겼지만 부스지마를 자꾸만 아스카에게 떠넘기는 과묵한 형사 이누카이, 왜 항상 이상한 놈들 옆에서 뒤치닥거리하는 건 여자냐, 심지어 캐릭터도 약하고 남자들의 세계에서 치이면서 하나하나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전형적인 인물이 관찰자냐, 여지 없는 의문을 던지게 하는 여형사 아스카, 그리고 공중그네의 또라이 의사 마냥 우후후후후 하는 웃음을 흘리는 괴짜이면서도 두 분야 모두에서 성공한 능력자인, 그나마 이건 최신 소설이라 여자한테 집적거리는 장면 없이 깔끔한 거 하나는 마음에 드는 부스지마까지, 캐릭터도 눈에 그려질 만큼 뚜렷하게 설정해 놓았다. 왠지 찾아보면 영화화(드라마화) 했거나 하고 있을 거 같다...그것이 돈벌고 싶은 작가의 최종 로망인 것이냐...그러면서도 그런 영상제작 판을 또 까 놓고 ㅋㅋㅋ
출판물을 소비하는 독자들은 문학계, 문단계의 뒷이야기, 작가의 기벽과 엉망진창인 삶 같은 것에도 흥미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니 자꾸만 소설집, 시집 같은 것 말고도 작가에 대한 책이나 산문집, 서한집 같은 게 나오겠지. 글은 훌륭해도 일상은 쓰레기야 할 때가 더 재미있고 스캔들 같은 것에 눈이 번뜩 뜨이는 게 (나같은) 하찮은 인간의 마음인가 보다. 그런 걸 잘 노리고 쓴 소설이었다. 킬링타임용으로 훌훌 잘 읽혔다. 추리물 장르를 즐겨읽지는 않는데 그런 독자한테도 문학, 출판계를 배경으로 해 놓으니까 흥미롭다. 일본 출판계 얘기니까 우리랑 다른 점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초판 이만부가지고 고만고만하게 취급...우리나라는 천부 팔면 히트 아니었어?! 그리고 사륙판-하드커버-문고판-이런 수순으로 같은 저작물을 인기와 판매량 같은 작품생애주기(?)따라 판형 바꿔가며 가격 올리고 내린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래도 작가 지망생이니, 독자서평이니, 출판도 영리사업이니 하는 이야기는 어느 나라 문학계나 공통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도서관 책 빌려읽는 주제에 악평만 줄창 달고 지가 뭐라도 된 줄 알아...하는 내용에서는 조금 찔렸다. ㅋㅋㅋㅋㅋㅋㅋ 사서 읽은 책은 열심히 까고 빌려 읽은 책은 살살 까야 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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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힘들다고요! 마음이 무너져버렸어요! 인간의 썩어빠진 냄새를 억지로 참아냈다고요. 작가 지망생들은 모두 저렇게 성격이 삐뚤어졌어요?”
이누카이는 시선을 쓱 피했다.
“제대로 된 사람은 별로 없지. 평범한 사회생활에 불만이 있어서 소설을 쓰려는 치들이니까.”
“...아셨던 거네요, 작가 지망생들이 어떤 캐릭터인지.”
…”그 사건을 맡은 바람에 출판업계가 온갖 잡귀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는 걸 알았어. 세상 상식이나 상도덕이 통용되지 않는 세계라는 걸 말이야.”
“알고 있었다면 왜 저한테?”
“솔직히 난 별로 엮이고 싶지 않아.”
중얼거리는 걸 보아하니 정말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어떤 조건에서도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일관하는 이누카이가 이 정도로 혐오감을 드러내다니, 아무래도 출판업계의 어둠은 예상보다 훨씬 깊은 게 틀림없다.

-“...단카이 세대라고 했지? 맞는 말이야. 단카이 세대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들이니까. 무슨 말만 하면 내가, 내가, 시대가, 시대가, 하면서 말이지. 대부분 술만 취했다 하면 자기가 세상을 움직이는 것처럼 국가의 미래를 꺼내 들잖아. 누가 듣고 싶어 한다고. 그런 사람은 정년을 맞아 회사에서 내쫓기면 순간 의지할 곳을 잃고 불안해져 어쩔 줄 모르게 돼. 집에 있어도 대형 쓰레기 취급을 받고 그동안 자신을 지탱해주던 것이 회사 간판이었다는 걸 깨달아. 그래서 자신을 긍정하고 싶어 신통치 않은 시시한 문장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남에게 인정받으려 하는 거지. 아무것도 아닌, 그저 백발의 중학생인 거지, 당신은.”
“다,다,다,닥쳐,닥쳐,닥쳐….이 엔터테인먼트 퇴물에 경박한 사이비 작가 놈아!”
“앗, 미안해라, 작가 본인의 성격을 왈가왈부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우후후후. 사이비 작가라는 것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고, 나도 내가 작가라는 자각이 없으니까. 그런데 당신은 그 사이비 작가도 못 되잖아. 소설 속의 오우미 히데오는 어떻든 간에, 현실의 당신은 정년 뒤 재취업도 못하고 자신을 철저히 미화한 자신만의 걸작을 혼자 계속해서 읽는 단순한 백수라고. 흔히들 한 사람의 일생은 한 편의 소설이 된다고 하지. 하지만 당신 인생은 별로 재미없어. 당신 세대는 어쨌든 명예나 칭찬을 원해. 작가가 되려는 것도 그게 목적이지? 당신을 위해서 하는 말인데 그만둬. 이왕지사니까 조언하지. 우후, 우후후후후. 그런 소설을 쓰려거든 공원에서 잡초라도 뽑는 편이 훨씬 더 칭찬받을 거고 세상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이 될 거야.”

-“그것도 작가의 습성이라고 해야할지, 슬픈 습성이지. 작가는 행동 범위가 극단적으로 좁아. 자칫 은둔형 외톨이 수준이야. 바빠질수록 그 경향이 강해져. 이건 얄궂은 이야기인데 범인도 글 쓰느라 아주 바쁜 인기 작가였으면 이런 살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을 거야. 현장 사전 답사, 흉기 조달, 알리바이, 공작, 귀찮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귀찮다니…”

-“이제 와서 작가한테 무슨 환멸을 느끼겠어요.”
“그래그래, 환멸은 뭐에 대해서든 빠른 게 좋아.”
“왜요?”
“꿈이나 동경은 그 사람의 성격과 인생을 꼬이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 아주 쉽거든. 동경을 오랫동안 품고 있을수록 꼬이는 정도도 심해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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