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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 생각 버리기 연습
  • 코이케 류노스케
  • 14,400원 (10%800)
  • 2018-03-15
  • : 383
-20191017 코이케 류노스케

책꽂이는 욕망의 목록같다. 앞뒤좌우 어디든 어느 방이든 빼곡한 책을 보면 내 욕심을 주렁주렁 달아 놓은 걸 보는 기분이다.
같은 저자의 화내지 않는 연습을 6년 전에 보았다. 이번 건강검진 결과 재미있던 게 나한테 화가 많다고 했다. 설문 몇 가지랑 자율 신경 반응 측정? 그런 검사가 그런 설명도 할 수 있나 보다.
이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궁금했지만 아주 나중에야중고로 천원 주고 샀다. 그리고 꽂아둔지 삼 년 만에 펼쳤다. 그런 제목이 끌리는 시점이었나보다. 내가 가진 책은 365쇄였다. 첫쇄 후 일 년도 안 되어 찍은 책. 그렇게나 생각을 버리고 싶은 사람이 많나보다. 저자는 생각병환자라고 일컫는다. 문득 궁금했다. 나보다 먼저 이 책에 밑줄 치고 책장을 접어가며 이 책을 보던 전 책주인은 생각을 제대로 버렸을까? 아님 그냥 이 책만 내게 버린 건가. ㅋㅋ
적절한 시점의 독서였다. 이 책에서 하지 말라는 온갖 짓은 내가 다 하며 살고 있었다. 이런 사람 가까이 하지 마라, 의 온갖 부정적 기운을 뿌리는 사람도 내가 아니라고 하기 어려웠다.
나는 내가 뭘 바라는 지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그저 바라는 것을 바라기 위해, 그게 좋아서 그러고 있는지 모른다.
분노, 고통, 자책, 걱정, 이런 것 또한 중독성이 있고 뇌가 그런 부정적인 것을 쾌락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행복을 쥐는 것보다는 그런 게 더 쉽긴 하다. 자기 혼자 가학애와 피학애를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하지 않은가.

근래 심각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어제도 네시가 안 되어 깨어나 여섯시까지 못 잤다. 한 시간 겨우 더 자고 다시 일어났다. 잠들지 못한 동안 생각은 메우다 못해 넘치고 터질 정도로 불어난다. 책에서 소개한 방법이 괜찮아 보였다. 떠오르는 생각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라고 생각하고 있구나’하고 결말 짓는 것. 감정의 객관적 관찰, 자아로부터 떼어 놓기. 내 전공에서는 메타인지나 반성적 사고라고 하는 것과 비슷했다. 나를 들여다보는 것은 무한루프 도는 생각의 폭동 상태를 멈추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결국 생각을 버린다는 건 무사고의 상태가 되는 게 아니라 생각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비명상으로 소개된 방법도 시도해봐야겠다. ‘편안하길, 편안하길’ ‘내 괴로움, 고민, 고통이 사라지도록’ 결국 나를 달래기 위해 되풀이 되는 것도 말이다. 말에서 생기는 마음이 번뇌가 아닌, 가라앉히고 잠잠히 하는 힘이면 덜 불편할 것이다.

들끓는 마음은 독특한 음악과 기이한 그림, 신들린 연기, 생각이 많아지는 글을 만들어낸다. 그런 걸 아름답다고 느낀다. 잘못된 것들을 뒤집어 엎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종교는 정말이지 아편이고 마취제고 천천히 고여 썩어가게 만드는 어떤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내 마그마로 흐를 수는 없다. 결국 감정도 마음도 기화되어 날아가고 냉각되어 굳어지고 단단해지는 날이 온다. 그래야 산다. 개인에게는 그게 복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쉽게 미치고 죽어버린다. 그 사실이 슬프다. 그래서 아름다운 지도 모르겠다. 뱅뱅 돌고 돈다. 그런 고통이라도 수레 바퀴 위에서 안 내려올 거라고 단언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내가 편해지길 바라는 내곁의 사람들을 보면 잠잠하고 행복한 내가 되는 게 맞는지도.

이 책에 나온대로 완벽하게 실행하며 살기란 어렵다. 모두가 구도자가 되고 열반에 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극단으로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균형을 되찾는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가만 보고 있자면 이 책에서 권하는 방법은 전부 지금의 나 자신을 오롯이 느끼며 나 자신을 살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신 밖에 없다. 남이 나를 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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