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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ujw7님의 서재
  • 중용
  • 박찬근
  • 18,900원 (10%1,050)
  • 2025-09-30
  • : 330
#21세기시선으로읽는동양고전중용 #중용_박찬근 #청년정신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일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의 중심을 잃지 않는 일이 더 어렵다. 외부의 정보와 판단이 넘쳐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비교한다. 무엇을 하든 누군가에게 보여지려는 태도가 누구에게나 스며 있다. 그러나 <중용>은 그 시선을 거두어, 다시 나 자신을 향해 보라고 말한다. 성찰 없는 앎은 흩어지고, 실천 없는 앎은 공허하다. 말뿐인 깨달음은 아무 힘이 없다. 앎이 삶이 되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말과 행동의 일치함이 어렵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소용이 없다. 번지르르 말만하는 것이 많다.

<중용>은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이라는 네 가지 감정이 제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평화가 깃든다고 말한다. 이는 감정을 억누르라는 뜻이 아니라, 감정을 성찰하여 조화롭게 표현하는 지혜를 배우라는 가르침이다. 기쁨과 즐거움만이 가득한 날이면 좋겠지만, 인생에는 분노와 슬픔이 더 자주 찾아온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리고, 내 생각이 옳다고 믿으며 타인을 재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순간마다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반응하는가를 돌아보는 것이 중용의 실천이다. 분노의 불길 속에서도 한 걸음 물러서서 나를 성찰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도를 따르는 일이다.

고전이 주는 지혜는 시대를 초월한다. 오히려 지금 같은 혼돈의 시대일수록 더 절실히 다가온다. 공허한 말들이 난무하고 가짜뉴스가 판치고 거기에 더해져 인공지능으로 인해 진짜가 무언지 더욱 날을 서서 봐야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의 중심이 굳건히 서 있던 순간은 매순간 확인해야 했다. 마음은 자주 흔들리고, 그때마다 부러지지 않기 위해 애쓴다. 나의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조율하고, 사람을 만날 때에는 진심을 다해 대화하며, 무엇보다 지금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다.

최근 남편과 나눈 대화 속에서도 '성찰’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재정 상태나 미래의 방향을 이야기하다 보면, 때로는 부끄럽고 현실적인 생각들이 스친다. 그러나 그런 대화야말로 가장 냉철한 성찰의 순간이다. 로또 1등이어도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겨우 산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단숨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은 없다.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으며, 유혹과 환상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결혼 12년, 수많은 징검다리를 건너며 부서진 돌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했다. 그 모든 과정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남편에게 뼈있는 말을 많이 했었다. <중용>은 그런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나는 매일 새벽 기도 시간에 나 자신을 위해서도 기도를 드린다. 지혜와 현명함을 달라고, 그리고 내면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달라고 구한다. <중용>을 비롯해서 나에게 고전은 옛것이라고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도구다. 지금 나의 중심은 어디에 있지? 라는 질문은 나를 다시 일으킨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중심을 세우는 일 그것이 내가 매일 새롭게 배워야 할 도이다.

무엇이든 배우고 이루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매일의 기도와 러닝을 통해 마음과 몸을 단련하며 삶의 수행자로 살고자 한다. 내면의 중심을 세우는 일은 언제나 불안정하다. 때로는 ‘이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면 중심은 쉽게 무너진다. 중용은 그 모호함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훈련을 요구한다.

결국 중용은 사유의 철학이 아니라 실천의 철학이다. 매일의 삶 속에서 중심을 세우고 다시 점검하라고 말한다. 도는 멀리 있지 않다. 도는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것을 다잡으려는 그 순간, 나를 성찰하려는 그 의지 속에 있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스스로를 성찰하고, 중심을 잃지 않으며, 매일의 삶을 단단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중용>에서 배운 가장 단순하고 가장 냉철한 지혜다. 고전과 계속 친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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