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실린 일곱 편의 단편들 중 <검은 고양이>와 <도둑맞은 편지>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고양이는 아마도 리딩 교재에서 읽었던 것 같다. 비문학이 주로 나오는 모의고사 문제집과는 달리 리딩 튜터나 리더스 뱅크 같은 리딩 교재들은 간혹 기존에 있는 문학이나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해서 읽는 재미를 준다. 단편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길이가 있으니까 다 실리지는 않았을 거고 간략하게 줄거리 정도만 나왔어도 오 굉장한 이야기다라고 생각할만큼 흥미로운 그런 이야기였다.
도둑맞은 편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분명 이 이야기 아는데라고 생각했고 이 트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았다. 지도에서 지명을 찾기 게임을 할 때 작은 글씨가 아닌 넓게 펼쳐진 글씨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더 찾기 어렵다는 그런 비유도 이이 알고 있었다. 문제는 대체 내가 어디서 이 단편을 읽었냐는 거다. 아마도 추리소설 단편집이나 그런 앤솔러지 작품집에서 이 이야기만 읽은 것은 아니었을까.
호러적인 면을 강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작가가 바로 이 앨런 포다. 남긴 작품 중에서도 호러의 비중이 훨씬 많고 단 한 편의 장편만 있을 정도로 단편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편이라고 해도 이야기가 두루뭉수리하게 끊기지 않고 기승전결이 명확히 구성되어 있어서 어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만들어 준다. 검은 고양이같은 꽉 착 그런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다. 역자 후기에서는 마지막 이야기인 <유리병에 담긴 편지>가 별 재미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이유를 밝히고 있다. 마지막 한 마디의 외침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정당하다는 생각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저 그런 어찌보면 살짝 지루할 법도 한 이야기 같은데 왜 이 이야기를 실었을까라고 생각한 이유에 대한 보답이 바로 마지막이었다.
앞에서 얘기한 두 작품은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포의 가장 유명하다고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 <어셔가의 몰락>이라던가 <모르그의 가의 살인>은 낯설었다. 제목만 익숙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많기 때문이겠지. 그래서인지 더 몰입해서 읽혔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기억해 두겠다는 심정으로 찬찬히 읽어본다. 왜 대표작이라고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 이 책을 읽고나니 포의 단 한편 뿐이라는 장편이 궁금했다. 그 작품에는 무슨 내용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