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나난
  • 우먼 인 캐빈 10
  • 루스 웨어
  • 17,820원 (10%990)
  • 2025-09-17
  • : 1,825

나는 봤다. 내가 봤다. 핏자국을. 그녀를. 얼굴도 기억이 난다. 내 옆방에 있던 그녀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걸 목격했다. 담당자에게 신고를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을 했다. 둘이서 옆방으로 가 본다. 누가 있었다는 흔적은 커녕 깨끗한 빈 방이다. 물론 내가 아까 보았던 그 자국은 인제 있었냐든 듯이 사라졌다. 원래 그 방은 사람이 없었단다. 오기로 되어 있었던 사람이 안 왔다는 소리다. 그럼 내가 본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대체.

이 배에는 살인자가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 뿐이다.

147p

작가의 전작을 읽은 적이 있어서 그 느낌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마구잡이로 저질러지는 연속적인 살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 튀기는 사건 현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는 글맛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을 말이다. 이 역시도 마찬가지다. 호화 크루즈라고 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작은 크기의 크루즈다. 그곳을 취재하기 위해서 로는 승선을 했다. 사실 로의 상태는 그닥 좋지 못하다. 여기 오기 전 집에서 강도를 만난 것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내 집 내 방 문 밖에 낯선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면 그 공포스러움은 이루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도 승진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를 일을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배는 출발을 했다.

나는 결백하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 때의 절박함이란 어떤 느낌일까. 내가 분명 보았는데도 나 말고는 그 어떤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건 진짜 내가 본 게 맞는 것인지 나를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시작된 그녀 찾기 여행을 로는 내내 하고 다닌다. 실제로 자신이 찾아낸 증거들이 자꾸 사라지는 걸 보면 약간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누군가 자신이 그녀를 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

배에서의 일과는 별도로 중간중간 로의 남자친구인 주다가 보낸 이메일이 첨부되어 있다.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서 시작한 자료들은 점점 심각성을 띄면서 로의 실종을 알리는 기사까지 나오게 된다. 시간상으로는 로가 배에 있었던 것보다 약 일주일 정도 후의 일이다. 대체 그 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현재의 일이 이러하다면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임에 분명한데 사라진 여자를 찾던 로가 사라졌다는 것은 누군가 원래의 사건을 숨기기 위해서 로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서 진행되는 로의 이야기와 현재에서 언급되는 각종 자료들의 내용이 매치가 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합리적인 의심은 그 사이에 벌어진 범죄일 지도 모르는 사건에 대해서 상상하게 만든다.

심리스릴러의 가장 장점은 일어나는 사건에 더해서 벌어지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있었을지 모를 일들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머리 속에서 하는 상상과 눈으로 읽는 텍스터가 결합이 되면서 긴장감을 형성하며 그 긴장감이 극대화될 때 비로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그 점을 가장 명확하게 잘 알고 포인트를 적절하게 배치했다고 볼 수 있겠다. 지난 3월에 작가의 신작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도 역시나 대단하다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 또한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