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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C 11호] 주호민 작가 인터뷰 sync_view


[sync_view 주호민]





[sync_view] 인터뷰는 inter-view, 곧 사이에서 보는 것이다. 질문과 답 사이에서 드러나는 것, 그것이 인터뷰가 보여주는 사이의 시계(視界)이다. sync는 바로 그 사이에 존재하는 동사다. 사이에서 연결 짓기. 작가와 작품과 만화계와 독자, 그리고 사회를 서로 연동해 함께 보는 것이 [sync_view]가 지향하는 인터뷰의 형식이다.


 

 

 

예전 한 인터뷰에서 주호민 작가 스스로를 모델로 한 캐릭터가 <신화편>에 등장한다는 얘길 접하고서, 녹두생이를 태우고 하늘로 향하는 두루미일 거라 생각했다. 수십만 이상의 독자들을 한국 신화의 세계로 데려간 주호민 작가가 아닌가. 게다가 두루미가 녹두생이가 먹여주는 잉어 없이 날지 못하듯 그 역시 독자들의 서포트가 없었다면 신화의 세계로 데려갈 수 없었을 테니, 딱 들어맞는 은유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맞을 거라 자신하며 주호민 작가를 만났다.


  





*[sync_view] 첫 만남이라 인터뷰를 담당한 문er(toon_er)뿐만 아니라 싱크 이기진 편집장과 두 분의 독자가 특별히 자리에 함께 했다. 질문은 대부분 문er가 준비했으며 간간이 독자분과 편집장의 질문이 곁들여졌다. 개개인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문er와 편집장은 ‘sync’로, 두 분의 독자는 ‘독자’로 표기한다.

 

 

1. <신과 함께> 막전막후

 

sync: <신과 함께> 완결을 축하한다. 독자 분들의 완결 감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 보자.


독자: 12시 넘어서 잘 이유가 하나 줄었다. (다들 웃음) 마감을 잘 지켜서 그렇게 늦게 자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쉽다.

 

sync: 정말 마감을 잘 지켰던 것 같다. 마감 어긴 걸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주호민(이하 주): 몇 시간씩 늦을때도 있었다. 그래도 날짜를 어긴 적은 없다. 늦으면 고료가 깎인다. (다들 웃음)

 

sync: 꾸준히 어기지 않고 올렸으니 깎일 일은 없었겠다. 야후 연재 시절의 전작들 <짬>이나 <무한동력> 때부터 주목 받았지만, <신과 함께>로 그야말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 전과 비교하면 고료는 어떤가? <신과 함께> 전과 후 달라진 점이 많을 텐데.

 

주: <신과 함께>부터는 작품을 한 타이틀만 연재해도 먹고 살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인 것 같다. <무한동력> 때는 세 작품을 주 4회 연재했다. <짬> 시즌 2에 <무한동력>, <스포쓰 뉘우스>(스포츠 토토)까지 했는데, 지금은 <신과 함께>만 해도 그때보다 고료가 더 많아서 먹고살기 좋아졌다.

 

sync: 또 어떤 점이 달라졌나? 그동안 성장한 부분이나 그 와중에 잃어버린 초심이 있다면?

 

주: <짬> 같은 경우는 자전적이다 보니 전체적인 이야기는 딱히 짤 게 없었다. 경험을 소재로 50편 정도로 압축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거친 후에, 거의 그대로 그린 거였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작업이었다. <무한동력>도 사실 주변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 여기저기서 보던 이야기를 관찰을 중심으로 해서 그렸다. 친구들의 모습을 그렸다는 면에서 매우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판타지라고도 할 수 있는 <신과 함께> 같은 경우는 창작적 요소가 훨씬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신과 함께>를 하면서 이야기를 짜내고 (신화를) 재해석하고 하는 작업에서 재미를 많이 느꼈고 또 창작의 어려움에 부닥칠 때면 더 잘하고 싶단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 면에서 스토리텔링과 스토리 구성, 이야기와 이야기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요령 같은 점에서 발전을 많이 했다. 그 와중에 잃어버린 초심이 있다면 이제는 돈이 안 들어오면 1픽셀도 못 그리겠다는 거다. (모두 웃음) 가끔 잡지사에서 인터뷰를 하면 4컷 만화를 하나 그려달라, 이런 요청이 들어오는데, 못 그리겠더라. (웃음)




sync: <신과 함께>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작가로서 저승편-이승편-신화편 어느 편이고 애착이 안 가는 게 있겠냐마는 그 중 가장 공을 많이 들였고, 스스로도 가장 의미있다고 여기는 편은 어느 건가?

 

주: 아무래도 저승편이 첫 시즌이기도 했고 가장 완성도도 높았기 때문에 애착이 간다. 사실 저승편 같은 경우는 다시 그만한 재미로 그리기 힘들 것 같단 생각도 들 정도였다. 저승편이 제일 잘 나왔던 것 같다.

 

sync: 동감이다. 그렇게 훌륭한 저승편으로 시작해 이승편-신화편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저승편이 가장 거부감 없이 흥미로웠다면 이승편에서는 그 흥미를 발판으로 하고 새로운 캐릭터들-가택신-을 추가하며 그 매력을 잘 살려 사회적으로 약간 무거운 주제를 잘 소화해 낼 수 있었다. 신화편 또한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국 신화의 재해석임에도 앞선 두 편의 친근감과 연결성으로 인해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반응을 기획 단계부터 예상하고 있었나?

 

주: 일부러 순서를 그렇게 짰다. 만약에 신화편부터 시작했더라면 독자들 입장에서는 이게 뭔가 싶었을 테고, 이승편부터 했다면 너무 무겁고 재미가 없어서 후속편에 대한 기대도 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 순서로 했다.

 

문: 완결 후에 신화편 엔딩에 대한 의혹이 있었다. 김자홍 씨의 얼굴이 강림 아내와 같다는. 세리 작가의 축전도 하나 있었는데. 물론 강림 아내 얼굴은 맥거핀 같은 거였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신과 함께> 속에서 숨겨졌던 관계가 드러나는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착각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저승편의 내복할머니가 이승편 동현이 할머니라거나, 용역 알바 뛴 학생의 작은 할아버지가 동현이 할아버지라거나. 동현이가 또 문왕신 녹두생이고 조왕신의 아들인 등등. 이런 관계의 숨김과 드러냄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효과들이 있다. 재미도 있지만, 이를테면 “우리는 모두 이어져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효과 같은.

 

주: 연결되게 만든 경우가 많다. 사실 신화편의 원전이 되는 여섯 개의 신화가 원래는 전혀 상관없는 각각의 이야기다. 거기에 조금씩 연결고리를 넣어서 하나로 관통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과양생이 경우도 차사 본풀이에만 나오는 인물인데 할락궁이가 나오는 이본 본풀이 마지막 생존자로 과양생이를 넣어서 연결을 했다. 과양생이가 그렇게 사람을 많이 죽이는 이유가 필요했다. 어떤 트라우마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가족이 몰살당하는 그런 식으로 연결을 시켜봤다. 이렇게 연결을 많이 시키니까 독자들이 이것도 떡밥이 아닐까 저것도 떡밥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하더라.(웃음)

 

sync: 게다가 창조한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적이어서 독자들이 더 연결 지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마치 팬픽(fan fiction)이 매력적인 캐릭터에서부터 출발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처럼. 스스로 창조한 캐릭터 중에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가 혹시 있나?

 

주: 이야기 전체에서 적절하게 배치하는 데 신경을 썼기 때문에 하나를 꼽을 수는 없다. 다만 싸인할 때 그리는 캐릭터는 따로 있다. 주로 진기한 변호사나, 특히 여성 팬 분들은 해원맥을 그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차사전 이후로 해원맥의 인기가 늘었다.

 

sync: (독자에게) 혹시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나?

 

독자: 캐릭터보다는 전체적인 사회적 메시지에 관심이 많다. 영화가 <신과 함께>의 메시지를 얼마나 잘 담아낼까 기대가 된다. 혹시 애니로도 준비 중인지 궁금하다.

 

주: 애니는 제의가 몇 번 왔지만 잘 안됐다. 어린이 용 아니면 투자가 많지 않아서다. 일본판 리메이크와 영화, 그리고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고 뮤지컬 쪽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sync: 일본으로 진출할 때 리메이크 된 건 왜 그런가? 직접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주: 나도 처음엔 의아했는데 잡지를 보니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영 간간 ヤングガンガン YOUNG GANGAN>이라고 20대 남성이 타겟인 청년지인데 타겟이 명확한 잡지는 선호하는 그림체가 있더라. 모닝 같은 잡지는 그림체가 다양한 편인데 청년지의 경우는 나쁘게 말하면 스무 작품이 한 사람이 그린 것 같을 만큼 그림체 비슷하다. (모두 웃음) 대부분 샤프한 펜선으로 그린 세련된 그림들이라 그 사이에 내 그림이 들어가면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다.



 

 



‘초심을 잃어버린’ 주호민 작가가 “돈이 안 들어오면 1픽셀도 못 그리겠다”고 말할 때 그 솔직함에 웃음이 터지지만, 동시에 막막과 황우양(성주신)의 상황이 떠오른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때로 재능기부를 강요당한다. 진보적이라 할 수 있는 매체나 단체들마저도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의 절박한 마음을 모르지는 않으나, 정당한 보수가 없다면 청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민망한 일이다. 그렇지만 정말 필요한 일, 내 재능이 쓰일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는 결국 진짜 열정이 황우양에게서처럼 일어나기도 한다.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왜 하는지 모르”게 하고야 말게 되는 거니, 그 일의 정당성과 내재적 가치(참여했을 때 재능기부자가 얻게 될 명예 따위의 반사이익이 아닌)가 충분하다면 뛰어들고야 만다. 주호민도 그렇다. 아니, 그의 만화 전체가 청유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인 재능기부인 것만 같다. 공적 사안에 대한 진보적 입장 혹은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가슴이 시키는 일”이다. 그는 MB악법 반대 만화로, FTA 반대 만화로, 또 노컷툰 1인 시위로, 강정 구럼비 발파 때는 “자연유산 폭파는 탈레반이나 하는 건줄 알았는데”라는 트윗으로 공적 사안에 발언해왔다. 공교롭게도 주호민 뿐만 아니라 많은 만화가들이 그렇게 자발적으로 약자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sync_view]의 다음 대화는 만화(가)와 사회적 참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만화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2. 만화가 할 수 있는 것

 

sync: 만화가들의 직간접적인 사회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현황을 자평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한 마디 부탁한다.

 

주: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만화로 표현된 창작물들이 많이 나온 편이다. 만화가들이 현안에 민감한 편이고 만화가 현안을 재빨리 잡아서 표현해 낼 수 있는 순발력 있는 매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반면, 너무 빠르다 보니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류가 있는 정보를 포함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순발력은 유지하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sync: 이삼십년 전에는 문학 작가들이 이런 비판적 발언을 했다면, 요즘은 젊은 만화가들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왜 많은 만화가들이 현안에 민감하다고 생각하나?

 

주: 만화가들은 세상일에 굉장히 민감한 것 같다. 골방에 박혀서 만화만 그릴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되기 때문에 잡식성으로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특히 시사적 문제에 민감하고 현실에 천착하는 문제를 그리는 작가인 경우 더 그런 것 같다.


sync: 주호민 작가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얘기일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관찰'을 통해 뭘 그릴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주제의식'은 어떻게 얻고 또 '관찰'과는 어떻게 연관시키나? '관찰'이 '주제의식'보다 더 선행한다고 봐야 하는 건가?

 

주: 관찰을 통해서 소재를 얻고 그것이 모이다 보면 기획이 되는 것 같다. <무한동력>을 예로 들면 주변 친구들을 관찰하면서 점점 문제의식도 쌓이고 소재를 얻다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무한동력 아저씨를 본 게 결정적으로 기획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걸 방아쇠라고 하는데, <신과 함께> 이승편 같은 경우도 가택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용산참사가 방아쇠가 된 경우다. 소재와 문제의식을 축적하고 있다가, 현실에서 방아쇠가 당겨지면 만화 기획이 되고 작품으로 나오는 거다.

 

sync: 만화가들의 이런 소수자, 외부자에 대한 편애는 만화가들 자체가 마이너리티의 삶을 경험해왔기 때문이라 보아도 되는지? 데뷔 전까지는 앞날이 막막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지 않나. 이런 경험적 현실에서 그런 시선이 나오는 것 같다.

 

주: 만화가가 강자였던 적은 거의 없지 않나. 아마 그러다 보니 약자 쪽에 감정이입이 더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sync: 작가님이 자연스럽게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게 되는 감수성에는 가족이나 환경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 백기완 선생 같은 분을 어릴 적부터 봐왔다는 얘기도 들었다.

 

주: 아버지께서 민중미술 하셔서 그런 분들과 왕래가 좀 있었다. 아버지 지인들로 인한 영향이라기보다는, 아버지 작품들에 사회비판적-풍자적 요소가 많은 편이다. 집에 관련서적도 많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근현대사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던 것 같다.


독자: 정치적 메시지가 웹툰 속에 반영될 때 가끔 불편하다는 댓글이 달리는 경우를 보게 된다. 만화로 선동한다거나 하는 댓글이 달린 걸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텐데.

 

주: 신경 쓰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만화 속에 넣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의 문제인데, 연출 상으로 그런 정치적 메시지를 말풍선 안에 넣어버리는 건 정말 별로고, 상황을 보여주면서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게 더 이상적인 것 같다. 정치를 넓게 보나, 좁게 보나 하는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실 모든 행동과 판단에 정치적인 것이 개입하게 된다고 보기 때문에, 메시지를 넣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촌스럽냐 안 촌스럽냐에 더 신경을 기울이는 편이다.

 

독자: <26년>처럼 좀 센 작품을 할 생각은 없나?

 

주: 돌직구보다는 은유적으로 푸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sync: 은유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독자의 이해 능력을 필요로 한다. 잘 이해받고 있는 것 같은가?

 

주: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이해도 자체가 매우 낮은 분들도 있긴 하다.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나 풍자적 요소를 캐치하지 못하거나 거부하면서 ‘만화는 만화일 뿐이다. 재미로 봐야 한다’라고 말하는 단순한 독자들이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어떤 작품이든 심지어 다큐멘터리라 하더라도 작가의 의도가 들어가지 않은 경우는 없다. 의도와 의중을 의식하면서 봐주는 독자가 아무래도 더 고맙다.

 

독자: 말씀하신 단순한 독자들까지도 볼 수 있는 매체가 바로 만화인 것 같다. 굳이 비교하자면 문학의 독자들보다 만화의 독자들이 더 스펙트럼이 넓고, 또 좀 더 단순한 독자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게 문학보다는 만화이지 않나. 이건 분명 만화의 강점인데, 만화가 단순한 독자와도 성공적인 소통을 이루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 안목이 낮은 독자도 그 나름대로 재미를 느낄 요소들을 넣고, 또 그보다 더 많은 걸 볼 수 있는 독자들은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만들고 있다. 무한동력 때는 부모님과 같이 살았는데, 당시 한 회 한 회 올리기 전에 어머님께 먼저 보여드렸다. 어머니는 만화문법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분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어머니가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이해가 되시도록 수정해서 올리곤 했다. 그렇게 좀 더 폭넓은 독자층이 읽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리려고 신경을 썼다.

 

문: 만화의 매력과 가능성이 바로 그렇게 넓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바로 그렇다 보니 또 사회적 영향력이 좋고 나쁜 방향으로 생겨나기도 한다. 최근 방심위가 몇몇 웹툰을 나쁜 만화로 낙인찍기도 했었다. <신과 함께> 같은 이로운 만화가 있는가 하면, 나쁜 만화로 낙인찍히는 만화도 있는 상황에서, 만화의 사회적 영향과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주: 윤태호 작가님이 하신 말씀인데, ‘만화의 사사로움’이 바로 그런 부분과 닿아있는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 등이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혼자서 하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 작가의 사사로운 생각이 개입될 여지가 적은 반면에 만화는 만화가가 마음대로 끌어갈 수가 있다. 대신에 망하면 혼자 망하는 거다. (모두 웃음) 이런 면에서 만화가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 같다. 한국 만화도 거의 100년이 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 등의 만화에 대한 인식은 좀 낮은 편이긴 하다. 만화 하면 이런 말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만화하면 아이들이나 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운운. 영화에는 그런 말이 안 붙지 않나. 이런 인식은 앞으로 좋은 만화가 발표되면서 바뀔 거라 생각한다. 지금도 10편이 넘는 작품들이 영화로 이어질 만큼 만화의 가치가 (문화산업 내부에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고, 일반 독자들의 인식도 많이 열린 것 같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만화 본단 얘기도 잘 안했는데, 요즘은 좋은 웹툰 추천하기도 하고 공유하기도 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그렇게 독자층도 많이 넓어지고 했으니 가능성도 더 커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sync: 만화의 앞길에는 평론의 역할도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주: 맞다. 웹툰 시장이 커진 것에 비하면 평론가로 활동하시는 분도 손에 꼽는다. 김낙호 씨, 박인하 교수, 서찬휘 씨... 그래서 윤태호 작가님이 그것도 만들어보려 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웹진 같은 전문평론지면을 만든다고 하더라. 겉핥기 식이 아니고 한 번에 만화 하나씩을 들이파는 식으로 뭔가 준비한다고.

 

sync: 윤태호 작가는 정말 바쁘겠다. (웃음) 평론에 관해 주작가의 생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주: 독자들이 읽어내지 못하는 부분을 좀 설명해 주는 그런 역할, 그러니까 좋은 만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넘어서 안목이 있는 독자만이 찾아낼 수 있는 작가들이 숨겨둔 장치나 코드 등을 평론가들이 해석을 해주는 것도 좋고, 그런 점에서 평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잡지들이 감독의 의도나 뭐 심지어 영화제작의 뒷이야기 같은 걸 짚어주는 것처럼 평론이 활발해진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보는 눈 - 안목도 높아지게 될 것 같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꿈이 없었다면, 해몽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또다시 하지만, 꿈은 해몽 없이는 그저 한 밤에 꾸었던 꿈일 뿐이다. 언젠가는 잊혀지고 말 기억의 파편이다. 꿈은 해몽을 통해 비로소 의미를 찾고, 더 오래 기억된다. 주호민 작가가 신화편을 마치며 후기에서 대별소별전의 한 장면을 ‘해몽’해 주자, 독자들은 대별소별전을 되새겼고 대별소별전은 소비되고 말 ‘한낱 이야기’가 아닌 ‘꿈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꿈을 담은 이야기. 하지만 작가가 늘 해몽을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작가의 해몽만이 늘 최상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독자가 스스로 찾은 고유한 해몽이 그 독자에게는 더 의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독자들이 스스로 해몽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평론가에게 요청된다. <신과 함께>와 같은 좋은 꿈이 그냥 소비되어 잊혀지는 만화가 아닌 독자들이 새로이 꾸는 꿈이 될 수 있도록.


 

이와 함께 강조해야 할 것은 만화가들이 계속 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화가들이 소비되기 좋은, 소위 ‘팔리는’ 만화를 그리는 데 급급하지 않기 위해서는 만화가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며, 만화로 먹고살기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어야 한다. [sync_view]의 마지막 대화는 웹툰과 함께 새로운 유통망과 시스템이 생겨나고 있는 만화계에 대한 검토와 전망이다.

 

 


3. 만화가의 권리 지키기 - ‘만화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sync: 강풀, 윤태호 작가 등과 함께 누룩미디어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호민 작가가 ‘노예계약 1호’라던데, 누룩미디어가 어떤 곳이고 어떤 지향을 지니고 있는지 등을 설명해 달라.

 

주호민: 2009년 5월에 설립했다. 그 전에도 에이전시가 있었지만 만화가들 등골 빼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만화가가 만들면 만화가들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러니까 가장 좋지 않겠나 해서 강풀, 양영순, 윤태호, 박철권 작가님 등 만화가 4명과 비만화가 2명이 공동투자 해서 만들었다. 주로 하는 일은 저작권 관리, 해외진출 이런 쪽이고 지금은 웅진과 제휴를 맺어서 소속 작가 책은 재미주의에서 내고 있다. 내 경우도 <신과 함께> 영화 판권 등은 누룩이 관리한다. 중국 진출, 이모티콘 같은 캐릭터 상품도 관리해 주고 있다. 앞으로는 기획까지 아우르는 편집부의 역할까지 하는 게 지향점이라면 지향점이다. 하지만 아직은 규모도 있고 전문 인력도 필요해서 지금은 저작권 관리만 하고 있다.

 

sync: 강풀, 윤태호 작가를 비롯해 사회적 의식이 깨어있는 작가들이 눈에 띄는데, 그런 의식도 공유되고 있나?

 

주호민: 정치적 지향을 공유하진 않는다. 다만 만화가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은 있다. 윤태호 작가님 등 다들 당한 기억이 너무 많아서 후배작가들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만화가뿐만 아니라 출판노동자 전반에 있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 다들 모이면 조금이라도 잘 대응할 수 있지 않나 한다.

 

sync: 노동조합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역할을 하려는 것 같다.

 

주: 실제로 윤태호 작가님이 관심이 많아서 그런 조합 혹은 웹툰 협회 같은 걸 만들어 볼 계획이신 걸로 알고 있다.

 

sync: 유사한 예로 카툰부머도 있다. 젊은 웹툰 작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활동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내부 소통의 공간으로 유용해 보인다. 몇 달마다 포럼도 하고. 주작가도 발표를 했는데 어떤 발표였나.

 

주: 활동도 많고 참 좋은 그룹이다. 내가 했던 발표는 만화에서 정서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거였다. 만화의 주제나 작가의 생각을 말풍선 속에 그대로 쓰는 건 촌스러운 일이다 정도의 애기를 했다.

 

sync: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누룩미디어나 카툰부머의 활동도 있고, 웹툰이 이제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정착된 것 같다. 방심위 발 압박에도 힘을 합쳐 잘 대응하는 등 앞으로 웹툰의 행보가 기대된다. 그럼에도 웹툰 산업 내부 종사자로서 느끼는 문제점이나 위기감이 있다면?

 

주: 작가들이 포털에서 나오는 고료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포털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 야후와 파란이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면서 웹툰을 더 이상 서비스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네이버나 다음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만화 자체로 수익이 나는 상황이 되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sync 註: 고료와 수익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웹툰에 대한 포털의 고료는 웹툰으로 인한 독자 유입 및 광고 효과 등에 대한 대가이며, 만화 자체의 수익은 마치 단행본 인세처럼 작가의 작품 활동 그 자체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다.


주: 그래서 현재 강풀 작가님을 필두로 해서 완결 웹툰부터 유료화를 조금씩 하고 있다. <무한동력> 같은 경우도 네이버에서 재연재를 하는데, 매주 올라오는 연재분은 무료로 볼 수 있지만 완결된 내용을 한꺼번에 다 보기 위해서는 결제를 하고 전자책처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단행본으로 출간이 되었거나, 연재가 마무리된 작품에 대해서는 점차 유료화 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

 

sync: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 만화가의 10%가 파이 가운데 90%를 가져가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예전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었는데, 어떤 식으로 해결해 갈 수 있을까?

 

주: 최근 네이버 베스트도전 만화를 네이버 앱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좀 문제가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베스트도전 정도의 작품이라면 다른 창구로 서비스 되는 데 대한 고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물론 베스트도전에 올라가는 작품에 대한 기준을 좀 더 확실히 하는 등의 조치가 따라가야겠지만, 도전 작가들의 최저생계비라도 보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니까, 만화를 하려는 사람은 만화 학과까지 해서 점점 늘어나는데 연재처는 제한되어 있고 등용문이 너무 좁다. 상황은 이런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윤태호 작가님을 비롯해 고민은 계속 하고 있는데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sync: 만화가 한 사람 한 사람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두루미도 잉어가 없으면 못 날아가는데 말이다. 두루미 얘기가 나온 김에 신화편에 등장한다던 주호민 작가를 본 딴 캐릭터가 두루미가 아닌지 묻고 싶다. 독자들을 신화의 세계로 데려가는 존재이자, 독자들이 먹여주는 잉어가 필요한 존재 두루미, 아닌가?

 

주: 사실 다른 캐릭터인데 그걸로 하자. (웃음) 사실은 할락궁이전의 천년장자 집에서 나오는 광대다. 재미없다고 손 잘리는. 천년장자가 ‘저 재미없는 광대의 손을 잘라라’ 라고 말하고 나를 닮은 광대가 끌려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은유다. 저 재미없는 만화가의 손을 자르라는.(웃음)

 


 

 

아직 손이 잘리지 않은 ‘광대’ 주호민은, 그만큼 재미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작가였다. 저 애처로운 광대를 그린 것은 천년장자와 과양생이 같은 악인에게까지도 재미를 안겨주고 싶다는 작가적 자의식의 소산이 아니었을까. <짬>, <무한동력>, 그리고 <신과 함께>까지 그가 보여준 이야기들은 그만큼 폭넓은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갔을 거라 믿고 싶다. 다소 감상적일지는 모르나 그의 웹툰은 문학을 공부하던 문er가 만화와 그 세계를, 그리고 만화를 읽는 독자의 변화를 진지하게 연구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만큼 가치 있는 것이었으므로, 그리 믿고 싶다.





주호민 작가와의 [sync_view]는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우리네 사람들의 생애를 아우르는 관/혼/상/제를 만화로 다루고 싶다는 그는, <무한동력>으로 88만원 세대 청년들의 ‘관례冠禮’를, <신과 함께>로 죽은 이들을 둘러싼 ‘제례祭禮’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다음 작품은 결혼 이야기(혼례婚禮)나, 친지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상례喪禮)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 한다. 조금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나, 추후 작품의 재미를 위해 소소한 비밀로 남겨둔다. 잘못 짚었지만 썩 틀리지는 않은 두루미의 다음 날갯짓을, 그리고 재미없음을 두려워하는 광대의 다음 재주넘기를 기대하며, 첫 번째 [sync_view]를 가름한다.








- 만화카페 ‘한잔의 룰루랄라’에서.

 

* 인터뷰 사진은 김형욱 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인쇄본에 제 실수로 사진 찍은 분을 밝히지 않은 점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주호민 작가의 만화들


  

 

 


신화편, 신과함께 박스 세트는 11월 중순 출간 예정이랍니다. :)

출간되었어요!! 11월 15일까지 예판 중.





전체 박스세트도 일단 등록은 된 것 같은데...  ▼

 

이미지가 붙지 않은 박스세트(판매 예정)

 

펼친 부분 접기 ▲


만약 신과함께에 추천사를 남길 수 있다면 이렇게 남기고픕니다.


주호민의 만화들은 '연대'를 그려낸 만화의 무척 좋은 예다. 특히 <신과 함께> 저승편과 이승편은 '외면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을 외면하지 못하고 뛰어들고 만 신들을 그렸다. 그리고 신화편은 그 신들은 왜 '외면할 수 없고' '연대할 수밖에 없는가'를 그들의 과거를 통해 확인한 셈이다.



[싱크 11호]에 게재된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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