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매듭,은 모계전승을 주제로 하여 여성작가 5명이 각각의 스타일로 완성한 5편의 작품 모음집이다.
가부장 시대를 살아왔지만 우리집은 가부장이나 가모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필요없는 분위기였기에 사회에 나와 마주한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여자의 역할이 따로 정해져있는 것이라거나 어디서 여자가,라는 말 자체는 현실이 아닌 드라마나 소설속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현실을 보게 된다.
5편의 작품 중 내 맘에 강한 여운을 남긴 작품은 '거짓말쟁이의 새벽이다. 물론 이말이 곧 다른 작품들이 여운을 남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나 자신이 스스로 옛날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 또한 거짓말쟁이의 새벽을 읽고난 후였는데,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과 똑같이 이입하여 괴로워할 수 있는 건 역시 여성에서 여성으로 이어지는, 모계전승이라는 것의 미덕은 박애주의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쌍둥이로 태어난 지효는 어린 시절부터 늘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린다. 고통의 시간은 길게 이어지기도 하지만 짧은 순간에 사라지기도 하는데 정말 거짓말로 통증을 호소하는 것마냥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다 갑자기 괜찮아지곤 하는데 고통이 시작되기 시작한 이유와 고통의 이유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거짓말쟁이로 치부되던 지효의 새벽의 시간은 그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하는 일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다거나 근미래의 세계와 먼미래의 세계에서의 모계전승이 같은 의미로 전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들은 뭔가 현실적인 소설인 듯 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질긴 매듭,이 징하게 질겨 끊기지 않는 속박이 되는 것인지 끊기지 않고 이어져 연대를 이루게 되는 매듭이 되는 것인지 그 답은 이미 알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모계전승이라는 주제로 또 다른 작품집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 이상으로 작품집에 실려있는 단편들이 너무 맘에 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