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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에 앉은
  • 아무튼, 장국영
  • 오유정
  • 10,800원 (10%600)
  • 2021-04-01
  • : 1,080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 시리즈. 이번 책은 기쁨이자 즐거움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은 이야기였다. 장국영에게 '덕통사고'를 당한 저자는 장국영의 통역사가 되기 위해 중국어를 공부하고, 전공하고 중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통역사라는 목표 달성은 못했지만, 어쩌면 장국영이, 정확히 말하면 장국영을 좋아하는 그 자신이 '기승전장국영'이란 선택지로 지금껏 살아온 것이다.

 

아, 정말 장국영이 살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홍콩영화가 인기 있던 시절, 꼬꼬마였던 나도 가장 좋아하는 홍콩배우가 장국영이었는데. 영웅본색2, 천녀유혼, 종횡사해, 패왕별희 등 곱고 잘생긴 얼굴, 섬세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배우로 기억하고 있다. 그 어린 꼬꼬마였는데도 말이다.

 

2003년 4월, 중국어 선생님이 장국영이 죽었다고 해서 나도 처음엔 만우절 장난인 줄 알고 믿지 않았다. 내 이름의 영자가 꽃부리 영인 줄 알고 살다가 고3 때 원서를 쓰면서 영화 영인 걸 알았는데, 난 꽃부리 영이 좋다,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중국어 선생님이 장국영도 영화 영이라고 알려주어서, 내 이름의 한자를 그제서야 받아들이기도 했다. 장국영과 연관된 소소한 장면과 경험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순수함이 있던 작가의 과거 모습을 통해 그 대상이 장국영이 아니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맹목적이었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몇 년 전 HOT와 젝스키스의 등장과 재결합으로 기뻐했던 팬들의 모습도 오버랩된다. 나훈아 콘서트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몰입하면서 보고 또 보는 엄마의 표정도 아른거린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 나이가 들어도 누구나 가슴에 두근거리는 추억과 다시 하라면 할 수 없는 순수한 감정이 흐르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언제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그 분은 잘 계시나.

오랜만에 진한(?) 아무튼 시리즈가 나왔네.

장국영이 없어서 쓸쓸하지만, '기승전장국영'의 삶도 나쁘진 않지. 사소한 것도 장국영과 연결되는 삶이라니, 이 또한 기쁠 것 같네.

 

등등 추억과 생각이 몽글몽글 거품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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