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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에 앉은

캐주얼한 표지와 제목에 비해 내용의 깊이와 범위는 간단하지 않았다.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각종 미신, 포괄적으로는 근거없는 믿음, 가짜 뉴스 등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글의 전개나 글투가 다소 거친 측면이 있었지만, 주제가 '미신'이다 보니 그러려니 했다. 원래 미신 타파는 어려운 일이니까 조곤조곤 말하는 것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농경과 목축을 하며 정착 생활을 하게 된 인류의 신석기 혁명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사피엔스 이후 이 책에서도 접하게 되었다. 요즘도 농사는 도박과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워낙 앞을 예측할 수 없으니까) 신석기 시대에 살던 인류에게 농사란,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처럼 과연 좋은 점만 있었을까? 날씨나 기후를 예측하는 것도 힘들고, 힘들게 농사를 지었는데 1년 농사를 망치면 식량이 현저히 줄텐데, 왜 농경을 한 걸까?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이 책이 제시한 이유는 바로 미신 때문이다. 농경에 대한 신념으로, 인류 최대의 미신으로 농경을 하게 되었다는 것. 뭔가 그럴 듯 하다.

또 인상적인 것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신을 프랜차이즈화한 것이 종교라는 것. 천주교 냉담자인 나로서는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많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바티칸에 다녀온 후 종교에 관심이 생겨 누구의 권유도 아닌, 스스로 성당을 찾았던 나. 세례를 받기 위해 예비신자 교육을 받고, 세례를 받은 후 열심히 성당을 다니면서 신실한 천주교 신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자꾸 의심이 들고, 신앙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종교란 맹목적이어야 하는데, 나는 어떤 것을 맹목적으로 쫓는 성격이 아니라 더이상 성당에 나갈 수 없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쯤 교회를 다녔는데(종교의 역할일까? 친구를 사귀려면 교회를 다녀야 하는.ㅠㅠ) 그 때 목사님의 말을 잊을 수 없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교회를 안다니면 천국 못 간다고. 발칙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말을 듣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다시는 교회에 가지 않았다. 역시나 사람은 바뀌지 않는 법. 바티칸 성당에서 어떤 영감을 받고, 종교적인 인간이 되고자 스스로 세례까지 받았건만, 지금은 그저 냉담자일 뿐이다. 이런 나의 경험과 사고 방식이 일치한 주제였다. 종교와 정치는 사람의 신념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대화 주제로 (또는 책 주제로) 예민하고, 미신을 프랜차이즈했다는 표현도 누군가에게는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종교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요즘,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교외화와 총기 문화에 대한 환상과 신념도 흥미로웠다. 정권 교체 이후 권력이 된 나꼼수의 모습도 조금 언급이 되어 있다. 평소 나처럼 의심이 많고 냉소적인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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