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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은 순전히 제목에 끌려 펼친 책이다. 아울러 표지에 따뜻한 스웨터, 사과, 크로아상, 버섯 등 그림도, 중간 중간 삽화도 한몫했다. 번역도 참 잘하셨다. 

행복은 언제나 함께 있다. 기억의 저편에서 부터 넘어온 행복이 지금도 넘친다. 


'우리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삶. 거의 다다를 뻔했던 삶.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있었던 풋풋한 삶. 하나의 소박한 판타지라 할 수 있는 그 삶은 집 안에서 치러지는 절차의 순서를 바꾸기만 하면 얻을 수 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바꾸는 착한 광기가 약하게 일기만 하면 될 일이다.(16쪽)'


서른 네편의 행복의 항목들에 하나하나의 추억까지 버무려저 더디게 읽혔다. 아니, 아껴서 읽었다.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은 파리 별장에 머물렀을 때, 아침 일찍 폴 베이커리까지 걸어가 크루아상 사서 냄새 맡으면서 온 기억이 난다.

첫 맥주 한모금,의 맛을 어찌 잊을까, 생맥주 한잔에 오백원했던 그 시절, 뭣 모르고 아껴가며 마시던 기억이 있다.

일요일 저녁에,서는 화장실이 집안에 있었던 우리 집, 친구들의 부러움으로 욕조에 물 가득 담고, 손가락 끝이 쪼글했던 기억이 있다. 이사 오기 전에는 엄마와 공중 목욕탕으로 명절 전에는 꼭 다녔던 기억도 있다.

아침 식사 때 읽는 조간신문,에서는 한겨례가 처음 나왔을 때, 보던 신문을 교체하여 바꿨던 기억, 그리고 아빠가 닭장차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가족들과, 특히 둘째 동생과의 치열한 논쟁, 기억이 난다. 다시 다른 신문으로 바꿨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자전거의 휴대용 발전기 소리,에서는 딸들을 차례로 태워서 운동장을 돌아 줬던 기억과 자전거 배우면서 무릎 깨진 기억도 있다.

바닷가에서 책 읽기,는 처음 바다를 본 기억이 있다. 아직도 바다가 좋다.

처음 하는 페탕크,는 아빠가 보여준 손으로 하는 마술과 함께 악기 놀이했던 기억, 목마와 양팔에 한명씩 올려서 좌우로 흔들어 줬던 기억도, 그리고 이제는 카드 놀이와 윷놀이, 화투, 힐링 게임까지 하고 있다.

멈춰 있는 정원,에서는 마당있는 한옥에 살 때 엄마가 매년 가꿨던 맨드라미, 봉숭아, 사루비아, 붓꽃, 나팔꽃 등이 있다. 서로의 손톱을 물들여줬던 그 시절이 그립다. 양옥집으로 와서는 감나무, 대추나무, 라일락 나무 등이 있었고, 그 아래 사루비아꽃(엄마는 이 꽃이 가장 오래 간다고 예뻐함)이 만발했었다.   

가을 스웨터,는 엄마가 떠준 노랑색 스웨터가 생각난다. 중학교 입학해서 하복 입기 전까지 입고 다녔다. 특히 팔꿈치에 둥그랗게 덧댄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가끔씩 내가 떠서 하나씩 나눠주고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어떤 소설,은 우리자매들이 좋아했던 추리소설이라 서로 돌려가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집집마다 전집을 들여놓던 시절, 아직도 친정에 가면 세계명작 시리즈들이 도열해 있다. 십오소년표류기, 보물섬, 김승옥 무진기행,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등이 아직 기억난다.

영화관에서는, 아빠와 엄마가 선 보던 날, 두 분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아빠가 마음에 딱 들었던 엄마는 아빠의 손을 그때 꽉 잡았단다. 87살 할머니는 아직도 94살 할아버지 손을 잡고 계신다. 

바나나 스플릿,은 달콤함이 넘칠 때, 가끔 일상에서는 커피믹스로, 여름에는 팥빙수로, 겨울에는 단팥죽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나의 입이 호사를 누린다. 맛있으면 영칼로리를 믿는다.    

이동 도서관,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어릴 때 시골 동네로 다니며 사진 찍어 주던 이동 사진관이 생각난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우리 오남매의 백일, 돌 사진도 다 찍어 주셨다. 

옛날 기차를 다시 타다,는 아주 느린 새마을호, 무궁화호 기차가 떠오른다. 대전역 광장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던, 그리고 경춘선 타고 중도 가서 자전거 탄 기억도 난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하기,는 얼마를 넣었더라, 가물한 기억에 전화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가 직접 본 거보다 더 가까이 느껴졌던 일, 연애할 때 사용했던 전화카드가 아직도 보물로? 있다. 그때는 손편지도 썼다. 그러고 보니 삐삐도 있었다. 

   

2. '바느질 수다(마르잔 사트라피 지음)'는 이란 여성들의 원색적이고 바늘같이 뾰족한 아찔한 수다지만, 수다의 끝은 멋진 조각들로 이어져 있다. 여자들이 모두 이런 내용의 수다를 떠는 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지만, 이야기 내용을 포장하고 정도의 차이가 나서 그렇지, 동일 선상에 있는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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