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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썅마이리딩-천의 얼글
  • 피보나치의 토끼
  • 애덤 하트데이비스
  • 12,420원 (10%690)
  • 2020-09-01
  • : 292

 

 

평점

 

2점    ★★    C

 

 

 

 

‘과학 혁명(scientific revolution)’은 이과 계열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용어이지만, 그들은 ‘수학 혁명’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수학 혁명’은 국어사전에 등록된 단어가 아니며 학계에서 정식으로 사용하는 용어도 아니다. 《피보나치의 토끼》(Fibonacci’s Rabbits)의 부제는 ‘수학 혁명을 일으킨 50가지 발견’이다. 이 책은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획기적인 수학자들의 업적을 알려 준다. 책을 읽다 보면 수학 교과서를 공부하면서 만난 공식과 기호들이 나온다. 이 녀석들이(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공식과 기호를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수학을 싫어하지 않는다) 독자의 눈앞에 들이대면서 문제를 어서 풀라고 요구하지 않으니 걱정 마시라. 수학 문제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으므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독자라도 이 책을 문제없이 읽을 수 있다. 책의 저자는 시대별로 (수포자를 괴롭힌) 수학 공식과 기호들이 탄생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그는 과거의 수학적 발견이 없었다면, 그 다음에 나온 수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어째서 책 제목을 ‘피보나치의 토끼’라고 정했을까? 피타고라스(Pythagoras), 유클리드(Euclid), 뉴턴(Newton), 오일러(Euler), 가우스(Gauss)와 같은 쟁쟁한 수학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책 제목의 일부가 된 ‘피보나치’는 누구일까? 피보나치는 1202년에 『산술에 관한 책』을 썼다. 이 책의 인지도는 수학책 하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하학 원론』과 『수학의 정석』보다 매우 낮다. 하지만 『산술에 관한 책』 덕분에 우리는 매우 쉽고 간편한 숫자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피보나치는 이 책을 통해 인도에서 전해져 온 아랍의 숫자 체계를 유럽에 소개했다. 그가 아랍의 숫자 체계를 배우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헷갈리기 쉬운 로마식 숫자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산술에 관한 책』에서 가장 유명한 내용이 ‘피보나치의 토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문제다. ‘피보나치의 토끼’ 문제는 다음과 같다. 한 농장에서 갓 태어난 한 쌍의 새끼 토끼가 사육되기 시작했다고 하자. 한 쌍의 토끼는 생후 1개월 뒤 번식하며 한 달 후에 다시 한 쌍의 토끼가 태어난다. 그렇다면 태어난 토끼가 죽지 않고 계속 산다면 일 년 동안 태어난 토끼는 몇 쌍이 될까. 피보나치는 한 쌍의 토끼가 계속 새끼를 낳을 경우 몇 마리로 불어나는지 알아보다가 ‘수열’을 발견했다. 수열은 피보나치 이후에 등장한 수학자들을 흥분시킨 ‘수학적 패턴’이었다. 수열을 연구하는 데 푹 빠진 수학자들은 자연과 우주가 수열로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피보나치의 토끼》는 수학사를 50개의 파일(file)로 압축한 책이다. 소제목을 먼저 확인한 뒤에 관심 있는 파일 몇 개 골라서 읽어도 된다. 과거의 수학적 발견을 먼저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수학 개념과 공식이 있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과거의 수학적 발견에 대한 내용이 몇 쪽에 있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책에 이런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점’이 너무 많다. 글자 크기가 작은 게 흠이다. 글자 크기가 작으면 오자나 오류를 찾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 글자가 작아도 다 보인다.

 

다음에 나올 내용은 저자 또는 역자가 고쳐야 할 문장과 신중하게 읽을 필요가 있는 문장들이다. 내용이 많아서 관심 없는 독자는 안 봐도 된다. 그 대신 이 책은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많고, 문과 계열에 속한 독자들에게 추천할 수 없다는 점만 알아두시라.

 

    

 

 

* 12쪽

  드물게 뼈 화석에서 초기 형태의 수학적 증거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뼈에는 초기 인류가 남긴 V 모양 새겨져 있다.

 

 

‘이’ 하나가 빠졌다.

     

    

 

* 29쪽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제논(Zenon)은 유명한 몇 가지 역설에서 무한이라는 개념을 다루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역설은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다.

 

 

‘제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총 다섯 명이다. 역설을 고안한 제논은 현재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지역인 엘레아(Elea) 출신이라서 ‘엘레아의 제논(Zeno of Elea)’이라고 부른다. 꼼꼼한 저자나 역자는 ‘어느 출신의 제논’이라고 쓴다.

    

 

 

 

 

본 책 31쪽에 ‘코크 눈송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나 역주가 없다. ‘코크 눈송이’라고 해서 하얀 코카인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광고에서 북극곰이 즐겨 마시는 코카콜라도 코크 눈송이와 관련이 없다. ‘코크 눈송이’의 코크는 코카인의 속어(coke)와 코카콜라의 별칭(Coke)이 아닌 사람 이름이다. 코크의 정체는 스웨덴의 수학자 헬게 폰 코흐(Helge von Koch)이다. 많이 알려진 명칭은 ‘코흐 눈송이’ 또는 ‘코흐 곡선’이다. 코흐 눈송이는 고전적인 프랙털(fractal, 자기유사성) 모형이다. 프랙털에 대한 설명은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정재승, 동아시아, 2020, 개정증보 2판)를 참조.

 

    

 

* 41쪽

  아르키메데스가 남긴 엄청난 일화 중 하나는, 자신이 개발한 독창적인 도르래 장치를 이용해서 한 손으로 작은 손잡이를 밀어 4000톤이나 나가는 배 시라쿠사(Syrakusa)를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시라쿠사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도시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태어난 곳이다. 아르키메데스가 활동했던 당시 시라쿠사는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였다. 커다란 배를 움직였다는 도르래에 관한 일화는 오랜 세월동안 전승하는 과정 중에 윤색될 가능성이 있다. 아르키메데스 도르래의 실제 모습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려진 아르키메데스 도르래의 용도는 ‘추측’에 가깝다. 도르래는 시라쿠사를 노린 로마 군함들을 침몰시키는 데 사용한 무기(거대한 갈고리)의 부속품이었을 수도 있다(참조: 《유식의 즐거움 8: 유쾌한 과학사》, 아셔 셧클리프, 휘닉스드림, 2006). 저자의 설명을 보면서 생긴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시라쿠사’라는 이름의 배가 실제로 존재했을까? 원서를 확인해보지 않았으나 ‘시라쿠사’는 배 이름이 아니라 시라쿠사 군인들이 전시에 사용한 배 아니면 무역선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 59쪽

  피보나치 수열은 예술과 건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피보나치 수열에 등장하는 숫자가 ‘황금 비율’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피보나치 수열에서 아무 숫자나 뽑아서 그 앞 숫자로 나누면, ‘황금 비율’인 1.168과 비슷하다. [중략]

  황금 비율은 심미적인 만족감을 준다고 여겨졌고,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까지 널리 사용했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부터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까지 많은 예술가들이 이용했다.

 

 

황금비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는 고대인의 비술’ 또는 심미적인 만족감을 주는 비율로 알려졌으나, 이러한 통설을 반박한 견해들이 있다. 앵무조개 껍데기는 황금비가 적용된 자연물로 유명한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EBS 다큐프라임> ‘황금 비율의 비밀’ 편 참조)

    

 

 

* 63쪽

  존 네이피어(John Napier)는 1550년 스코틀랜드의 머치스톤 성에서 태어났다. 현재 그곳은 에딘버그 네이피어 대학교 머치스톤 캠퍼스의 일부다.

 

 

‘에딘버그’의 정확한 표기는 ‘에든버러(Edinburgh)’다.

 

    

 

* 80쪽

네덜란드의 과학자 크리스티안 호이헨스     

    

 

과거에 사용된 표기명은 ‘호이겐스’와 ‘호이헨스’다. 현재 외래어표기법에 맞춰 ‘하위헌스(Huygens)’라고 써야 한다.

    

 

 

* 89쪽

  베르누이의 원리, 혹은 베르누이의 방정식은 1730년경 스위스의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가 발견했으며, 현재까지 유체의 흐름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통찰력을 보인 방정식 중 하나다. [중략]

  처음 이 원리를 발견했을 때 베르누이는 갓 30세가 되었고,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황제 예카테리나 1세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다니엘 베르누이는 1700년에 태어났다. 그가 서른 살이 된 해는 1730년인데, 이 시기에 예카테리나 1세(Ekaterina I)는 살아 있지 않았다. 예카테리나 1세는 1727년에 사망했다. 물론 예카테리나 1세의 짧은 재위 기간(1725~1727년)에 베르누이는 그녀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베르누이는 1725년부터 차르(tsar)의 지원을 받으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 과학 아카데미 수학 교수로 일했다. 이 과학 아카데미는 예카테리나 1세의 남편이자 전임 차르였던 표트르 대제(Peter I)가 세웠다. 1730년에 왕위에 오른 차르는 두 명이다. 예카테리나 1세의 뒤를 이은 표트르 2세(Peter II, 1727~1730. 1)와 안나 이바노브나(Anna Ivanovna, 1730. 1~1740)다.

 

    

 

* 91쪽

1737년 『유체역학』(Hydrodynamics)

 

 

다니엘 베르누이가 쓴 책인데, 정확한 출판 연도는 1738년이다.

 

 

 

* 94쪽

  1772년 라그랑주는 L4와 L5라는 점을 더 발견했고, 이 점은 태양과 지구를 잇는 축과 각도를 이루어 삼각형을 형성하고 있다. 이 두 점은 아주 안정적이어서 그리스 소행성과 트로이안 소행성을 포함한 우주의 먼지나 소행성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

 

    

‘그리스 소행성’, ‘트로이 소행성’이라는 명칭이 무엇인지 설명한 내용이 없다(과학 비전공 독자들을 위해 세심하게 알려주지 않는 저자와 역자의 무성의한 번역은 이 책의 장점을 깎아내리고 있다). 세부 설명이 없으면 독자들은 ‘그리스’와 ‘트로이’를 소행성의 이름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리스’와 ‘트로이’는 소행성군(群)의 이름이다. 서로 비슷한 궤도를 도는 소행성들이 모여 있는 것을 소행성군(asteroid group)이라고 한다. 이름의 유래는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그리스와 트로이(Troy)다. 라그랑주 점(태양과 지구 또는 지구와 달 같은 두 천체의 중력이 더 작은 천체에 작용하는 원심력과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 한 지점, 총 다섯 개의 라그랑주 점이 발견되었다. 본 책 93쪽 참조) L4와 L5에 있는 소행성군을 ‘목성 트로이(소행성)군’이라 한다. L4에 있는 소행성들은 ‘목성 트로이군 그리스 측(camp)’, L5에 있는 소행성들은 ‘목성 트로이군 트로이 측’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리스 측’에 있는 소행성들의 이름은 트로이 전쟁에 참전한 그리스 군인들의 이름이다. 당연히 ‘트로이 측’의 소행성들은 트로이 군인들의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예외가 있는데, 트로이 총사령관의 이름을 딴 소행성 ‘624 헥토르’는 L4 그리스 측 소행성군에 있다. 이에 맞춰 L5 트로이 측 소행성군에 소행성 ‘617 파트로클로스’가 있다. 파트로클로스(Patroklos)는 아킬레우스(Achilleus)의 절친한 친구이며, 헥토르(Hektor)의 창에 찔려 전사한다.

 

 

  

 

* 104쪽 일러스트

 

 

 

 

 

프랑스의 수학자 마리 소피 제르맹(Marie-Sophie Germain)에 대한 내용 옆에 있는 일러스트다. 이 일러스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중심의 학문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제르맹의 삶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러스트에 나온 남자 두 명은 수학자가 아니다. 일러스트 왼쪽 두 번째 인물은 미국의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다. 맨 오른쪽에 있는 인물도 미국 대통령인데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이다. 나머지 세 명은 누군지 모르겠다. 다섯 명의 남자들 사이에 살짝 보이는 여성(붉은색 화살표로 가리켜져 있다)은 제르맹이 아니라 러시아의 수학자 소피야 코발렙스카야(Sofia Vasilyevna Kovalevskaya)다.

 

인터넷 검색창에 ‘시어도어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소피야 코발렙스카야’를 입력하면 이 세 사람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나온다. 많은 사진들 중에 이 책의 일러스트로 사용된 것이 있다.

 

    

 

* 118쪽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마우리츠’라고 써야 한다. ‘모리츠’로 표기되는 이름 또는 성의 철자는 ‘Moritz’다.

 

    

 

 

* 130쪽

아일랜드 수학자 조지 불(George Boole)

 

 

조지 불은 영국 잉글랜드 링컨셔 주 링컨에서 태어났다. 그의 국적은 영국이지만, 수학자로서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아일랜드에 있는 퀸스 칼리지(Queen’s College)의 수학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 135쪽 일러스트

 

 

    

 

독일의 수학자 에미 뇌터(Emmy Noether) 뒤에 있는 남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다. 앞에 내가 언급한 104쪽 일러스트를 다시 살펴보시라. 좌우로 반전이 된 사진을 사용했다. 왜 자꾸 수학자가 아닌 사람을 일러스트로 사용하는 것일까?

 

    

 

* 162, 163쪽

MC 에셔

 

 

‘MC’는 래퍼 앞에 붙는 명사(예: MC 스나이퍼, MC 메타)다. 네덜란드의 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이름 약칭은 ‘M. C. 에셔’로 쓴다. 점 두 개를 찍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이 쓴 두 권의 책, 《파블로프의 개》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친구’라고 소개했다(책 앞날개 참조). 두 권의 책도 《피보나치의 토끼》와 같은 출판사가 펴냈다. 이 두 친구들의 상태가 좋은지 확인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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