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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뽀족한 가시에 질리는 것보다도 더 아린 고통과 슬픔에 침식되는 소설들이 있다. 숨을 쉬고 있는 것이 기적이구나라고 몇 번을 말해주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에서 이들의 슬픔과 불안, 굶주림의 근원적 이유를 찾아 헤매다가 다시 이야기로 진입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의 소설을 읽다 보면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모든 상황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거부하다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혼란스러운 어린 소녀들이 보인 소설로 깊게 빨려 들어간 작품이다.

전쟁이 일어난 이유와 전쟁을 일으킨 인물들이 누구인지가 중요해지면서 그들이 전쟁터의 참혹한 현장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번 목도하게 된다. 그들은 어디에 있고 죽음을 향해 징집되는 이들은 누구인지가 중대한 질문으로 남는다. 자발적으로 참전하는 군인이 생존하여 돌아오지만 이전의 영혼을 잃어버린 『반쪼가리 자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전쟁과 군인이 무엇인지 이해하지도 못하는 소녀들이 군인들에게 폭행당하는 소설도 무수히 등장한다. 작가들이 깊게 응시한 그들의 폭력성에 희생되는 소녀들을 작품에 언급한 이유는 분명해진다. 꾹 눌러서 방점을 찍는 문장으로 읽히는 문장도 있지만 이 소설은 시적이면서도 환상을 보는 기분으로 살아남은 소녀를 매번 발견하게 된다. 소녀는 임신을 하였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비밀로 남긴다. 그 비밀은 오래가지 못하고 부풀어 오르는 배를 보고 군인들에게, 주인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듣게 된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일상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을 잊기 쉬웠지만 작가의 유려한 문장에 녹아들수록 미치지 않기 위해 주인공 소녀가 끊임없이 일상 속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슬픔으로 공존한 작품이다. 소녀들의 나이에 우리는 무엇을 하였던가. 소녀들은 그 나이에 어디에서 어떻게 생을 부여잡고 있었는지 떠올릴수록 그 아픔과 슬픔은 깊은 상흔이 되어 눈물이 고이는 순간을 여러 번 마주한 소설이다.

인신매매하는 상황에 내몰려 던져진 소녀들의 가혹한 삶이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이것이 전쟁이며,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고발하는 참담한 이야기이다. 총검을 가진 주인이 감시하여 도망도 가지 못하는 어린 소녀들이 빚을 갚아가지만 매일 이자는 놀라운 속도로 붙어서 희망마저도 잃어버린 주인공 소녀의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 작품이다. 전쟁의 참혹한 참상과 인간이 가진 잔혹성과 폭력성에 희생된 어린 소녀들을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깊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읽은 작품이다.

반복되어서는 안되는 역사이다. 누구도 이 나라의 어린 소녀들과 젊은 청년들을 전쟁의 희생물로 삼아서는 안되는 이유를 이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다. 평화주의가 왜 필요한지, 제국주의와 폭력주의가 정당화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 소설의 일본군 위안부 어린 소녀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아기집을 가진 여성으로 태어난 것과 태어날 여자아기를 축복할 수 있는 평화주의가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어린 소녀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동조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직접적으로 때리고 총검으로 어린 소녀의 머리를 내리치는 술 취한 군인도 있다. 아편을 하면서 정신이 혼미해진 소녀도 등장하면서 쓸모가 없어진 위안부가 또 어딘가로 팔려가는 것도 목격하게 된다. 갇혀버린 지옥과 같은 현장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 기적이며 그 현장을 이야기하고 증언한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음을, 그 소녀들이 있다는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게 된다. 제국주의를 추앙하는 분위기에 동조하는 집단이 누구인지 분별하는 힘도 절실해진다.


오백 년 전 파란 눈 게르만인은 순전히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처녀를 강간했다. 30 _ 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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