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샀고, 얼른 읽고 싶어서 시작했다.
오늘, 아직 처음 부분 조금만 읽었는데 괴롭다. 너무 괴롭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비스듬히 기울이는 복잡한 동작을 해 보였고 그녀의 얼굴이 호를 그리며 내려와 그의 입술을 덮쳤다.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완전히 포개진, 부드럽고 긴 키스였다. 그는 거부하지도, 호응하지도 않았다. 그 일은 일어났고 그는 잠자코 받아들였으며 끝날 때까지 아무 느낌도 없었다. 오직 회상 속에서만, 홀로 그 순간을 떠올리며 생생하게 되살릴 때만 그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녀가 그에게 입술을 포개고 있는 동안 그는 멍하니 그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가 그들의 주의를 빼앗았고, 키스는 끝났다. -p.26
26페이지에 등장하는 저 문장은, 성인들의 것이 아니다. 키스를 갑작스레 당하는 쪽은 남자아이고 저 당시 고작 열한살이다. 그리고 갑작스레 키스를 하는 쪽은 피아노 선생님, 성인 여자이다. 왜, 성인 여자가 열한살 남자아이에게 키스를 한단 말인가.
키스를 하기 전에도 그녀는 피아노를 잘 못쳤다는 이유로 그를 꼬집거나 자로 때리고 바지 않으로 손을 넣기도 했다. 그런데, 그 날, 실수없이 친 그 날, 그녀는 그에게 키스를 했다. 창밖으로 무언가 지나간 것 같은 그 때에야 비로소 키스를 멈췄다.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왜그래.
이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런데 성인 여성이 열한살 남자아이에게 키스를 했다는게 너무 싫어서 미치겠다.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이언 매큐언이 이 이야기를 굳이 앞에 넣은 이유는 뭘까? 아마 끝까지 읽어보면 알겠지.
집에 가서 액션영화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