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트랜드 전쟁>이라고도 알려진 2차 내전은 단 하나의 문 제를 놓고 벌어진 길고도 피 튀기는 충돌이었다.
그 전쟁을 끝내기 위해 〈생명법〉이라 알려진 일련의 헌법 개 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법은 생명파와 선택파를 모두 만족시켰다.
생명법은 인간이 잉태된 순간부터 13세에 이를 때까지 그 생명에 대한 침해를 금지한다.
그러나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아동은 부모가 소급적으로 〈중절>할 수 있다.
조건은 아동의 생명이 〈기술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동을 중절하는 동시에 살려 두는 과정을 〈언와인드〉라 한다.
언와인드는 현재 사회에서 용인되는 흔한 관행이다._생명법
임신 중절을 둘러싼 내전 끝에 <생명법>이 통과되고, 13~18세 청소년을 보호자의 허락 아래 소급적인 중절 즉 <언와인드>하여 그 장기를 타인에게 이식할 수 있는 법령이 만들어진다. 임신에서 13세까지는 그 생명에 대한 침해를 금지하지만 13~18세까진 부모가 선택적 중절을 할 수 있으며 언와인드를 통해 아이의 몸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서 생명을 이어가는...거라는 어마어마한 상상력에서 시작된 소설.
네 몸의 100퍼센트는 계속 살아갈거야... 다만, 낱낱이 분리된 상태로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시리즈'의 첫 번째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는 부모의 속을 썩이던 코너, 보호 시설에서 자란 고아 리사, 신께 몸을 바치는 <십일조>로 키워진 레브, 이 잔혹한 제도를 피해 도망자가 된 세 아이의 이야기로 부모, 경찰, 국가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도주를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부모의 선택에 의해 아이들의 의사와 없이 장기기증을 하고 죽어가야 한다니, 정말 잔인했던 건 자신이 언와인드 되는 과정을 고통은 느끼지 못하지만 살아있는 채로 느끼고 있어야 한다는 것. 잔인하다 잔인하다 사람이 제일 잔인하다 했지만 정말 이런 미래가 온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해체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이식하면 그걸 의미 있는 죽음이라 할 수 있을꺼? 생명의 가치에 대해,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 제발 이런 미래는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 소설이다.
언와인드는 죽음이 아니야. 네가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선동적인 말을 쓰지 않는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좀 더 편안해질 테고. 사실 네 몸의 백퍼센트는 계속 살아갈 거야. 그냥 분리된 상태로 살아가는 거지 _42p.
나만큼 오래 살다 보면 알게 되는 건······ 사람들이 완전히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다는 거야. 우리는 평생 어둠과 빛을 드나든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빛 속에 있어서 기쁘고. _168p.
아무 질문이 아니다. 그 질문이다. 언와인드로 낙인찍힌 아이들 사이에 대단한 금기로 자리 잡은 질문. 모두가 생각하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질문.
'그럼, 몸의 모든 부분이 살아 있되 다른 누군가의 안에 있는 건······살이 있는 걸까, 죽은 걸까?' _242p.
머리속에서는 언제나 하비스트 캠프를 인간 소 떼의 전기 충격 도살장으로 상상해왔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죽은 눈빛으로 작은 회색 감방에 갇혀 있을 거라고, 비인간적인 악몽일 거라고. 하지만 이토록 그림 같은 악몽이 어째서인지 더 나쁘게 느껴진다. 비행기 묘지가 지옥으로 위장된 천국이었다면 하비스트 캠프는 천국을 가장한 지옥이다. _3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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