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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밤중 달빛 식당
  • 이분희
  • 11,700원 (10%650)
  • 2018-03-15
  • : 26,679

 

 

 사람은 좋은 기억은 괜찮게 여겨도 안 좋은 기억은 잊고 싶어한다. 안 좋은 기억에는 어떤 게 있을까. 슬프고 괴롭고 부끄러운 기억. 안 좋은 기억이라고 다 안 좋기만 할까. 안 좋은 기억을 잊어버리면 다른 기억도 사라질 것 같은데.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은 그리 다르지 않다. 누군가를 만나서 좋았는데 헤어지면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이 누군가와 헤어지고 슬픈 건 다시는 말하지 못해서겠지. 만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건 누군가 죽었을 때구나. 다시는 만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해서 슬퍼도 가끔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괜찮을 텐데.

 

 언덕 꼭대기에는 밤이면 한밤중 달빛 식당이 나타났다. 거기에서는 여우 두 마리가 손님을 맞는다. 늦은 밤 연우는 우연히 언덕 꼭대기에 가고 한밤중 달빛 식당에 간다. 첫날 연우는 낮에 친구 자리에 떨어진 돈을 주운 기억을 음식값으로 냈다. 한밤중 달빛 식당에서 음식값으로 받는 건 나쁜 기억이다. 첫날에는 하나지만 갈수록 둘 셋으로 늘어난다. 좋은 기억이 아닌 나쁜 기억이라 하면 쉽게 그런 거 없어도 되지 할 것 같다. 연우도 그랬다. 다음날 연우는 가방속에 새 실내화가 있는 걸 보고 뭐지 한다. 그건 친구 돈을 주워서 산 거였다. 그걸 본 친구는 연우를 수상하게 여겼다.

 

 학교가 끝나도 연우는 학원에 가지 않아서 할 게 없었다. 연우는 어제 간 한밤중 달빛 식당을 찾아갔지만 없었다. 집에 갔다가 혹시나 하고 다시 밤에 가 보니 좋은 냄새와 따스한 불빛이 연우를 맞아주었다. 그날은 다른 아저씨 손님도 왔다. 아저씨는 자신이 가진 나쁜 기억을 모두 낼 테니 죽은 아내가 끓여준 청국장을 해달라고 한다. 음식값을 낸 아저씨 모습이 처음과 달라졌다. 이튿날 연우는 학교에 가다가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아저씨를 보게 된다. 지난밤 한밤중 달빛 식당에서 아저씨는 아내가 죽고 슬퍼서 아내와 있었던 기억을 모두 음식값으로 냈는지도 모르겠다. 연우도 이상했다. 엄마가 없는데 엄마를 찾았다.

 

 어릴 때 엄마가 죽으면 무척 슬플 것 같다. 그렇다 해도 엄마가 죽었다는 걸 잊어버리면 안 될 것 같은데. 다행히 연우도 그렇게 생각했다. 연우는 한밤중 달빛 식당에 가서 자기 기억을 돌려달라고 한다. 기억 돌려주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돌려주었다. 나쁜 기억을 돌려받으면 다시 한밤중 달빛 식당에는 가지 못한다. 한밤중 달빛 식당은 괜찮은 곳이구나. 사람이 잊고 싶어하는 기억일지라도 소중하다는 걸 알게 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한밤중 달빛 식당에 간 모든 사람이 연우처럼 나쁜 기억을 돌려받았는지 그건 모른다. 돌려받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 그건 자신이 결정한 일이니 받아들여야겠구나.

 

 사람한테는 좋은 기억뿐 아니라 나쁜 기억도 중요하다. 앞에서도 말했듯 기억은 모두 이어졌다. 하나나 둘이 빠지면 이상할 거다. 이상하다 해도 나쁜 기억 잊고 싶어하는 사람 있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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