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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손은 마음이 아파
  • 오은
  • 7,200원 (10%400)
  • 2018-08-31
  • : 525

 

 

   

 

 

 

 시집을 보고 느낌을 쓰는 건 어렵다. 그래도 쓰려고 한다. 쓰다보면 시집이랑 아무 상관없기도 하지만. 몇해 전부터 시집을 한달에 한권 보려 했는데 한동안 그걸 지키지 못했다. 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쓸 일이 걱정스러워서 못 봤다. 이건 시집만 그런 건 아니다. 어떤 책이든 보기 전에 쓸 걸 생각한다. 보고 싶은 책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난 책 보는 것을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닌가 싶다. 책을 보고 써도 잘 못 쓰지만, 그냥 마음 가는대로 쓰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다. 세상에는 많은 책이 있고 시집도 많다. 한국에 시인이 많다고도 하는데. 난 그거 괜찮다고 생각한다. 오은은 이름을 알고 예전에 시집 《유에서 유》를 만났다. 이번 시집 그때하고 조금 달라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오은 시를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했구나. 그냥 느낌이 그랬다. 어떤 글이든 자꾸 쓰다보면 달라지기도 하겠지. 난 별로 달라지지 않고 나아지지 않지만.

 

 내가 더 쓰고 싶은 건 이야기다. 하지만 떠오르는 게 없어서, 시 비슷한 걸 더 쓴다. 난 시라고 쓰지만 시로 보이지 않을지도. 많은 사람이 다 아는 걸 쓸 때도 많다. 나도 그걸 알고 쓴다. 그런 거 써 놓고, ‘오늘도 썼다’ 한다. 이런 말 믿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짧은 것도 떠올리는 데 시간 많이 걸린다. 생각하는 시간도 글을 쓰는 시간에 들어가겠지. 내가 쓰는 건 쉬워서 바로 알 수 있다. 쉬워도 잘 쓰면 좋은 글인데, 내가 잘 못 써서 그렇게 괜찮게 보이지 않는 거겠지. 그런 것도 쓰다보면 나아질까, 모르겠다. 내가 쓰는 것과 오은이 쓰는 건 많이 다르다. 나랑 비슷하게 쓰는 사람 하나도 없구나. 난 정말 유치하다. 시인과 나를 견주다니. 난 아무것도 아닌데. 어쩌다가 이런 말로 흘렀는지. 난 그냥 나대로 쓸까 한다. 아무도 묻지 않은 말을 했구나.

 

 

 

왼손이 말을 걸어왔다

마음이 아파

가슴이 찢어져

 

오른손은 단박에 왼손을 움켜쥐었다

가능했다

 

한동안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어느 날,

왼손이 걸어왔다

왼발도 아니면서

 

오른손은 머리가 아팠다

왼손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잡은 손에는

땀이 맺힐 대로 맺혀 있었다

 

오른손은 단숨에 왼손을 뿌리쳤다

능가했다

 

왼손은 마음이 아파

가슴이 찢어져

잠시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오른손은 당분간 땅만을 이해하기로 한다

 

-<패러다임>, 44~45쪽

 

 

 

 이 시집 제목인 ‘왼손은 마음이 아파’ 하는 말이 나오는 시다. 있는 그대로 오른손 왼손을 말하는 걸까. 오른손이 왼손을 이해하지 못해서 왼손은 마음이 아픈 건지. 이 말은 자신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왼손은 손이 아닌 다른 걸 나타낼까. 세상에 얼마 안 되는 사람을 나타낸다고 말할 수도 있을지. 왼손잡이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 아니 지금은 혼자 사는 사람 많던가. 많은 사람이 하는 걸 잘 못하는 사람. 그건 나구나. 정말 내 마음대로 생각한다. 시집 제목 괜찮은 듯하다. 오른손만이 옳은 건 아니다. 둘 다 괜찮다. 세상은 오른손잡이를 더 생각하지만. 왼손잡이도 조금은 생각하겠지.

 

 

 

나무가 책상이 되는 일

잘리고 구멍이 뚫리고 못이 박히고

낯선 부위와 마주하는 일

모서리를 갖는 일

 

나무가 침대가 되는 일

나를 지우면서 너를 드러내는 일

나를 비우면서 너를 채우는 일

부피를 갖는 일

 

나무가 합판이 되는 일

나무가 종이가 되는 일

점점 얇아지는 일

 

나무가 연필이 되는 일

더 날카로워지는 일

 

종이가 된 나무가

연필이 된 나무와 만나는 일

밤새 사각거리는 일

 

종이가 된 나무와

연필이 된 나무가

책상이 된 나무와 만나는 일

한 몸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음 날이 되는 일

 

나무가 문이 되는 일

그림자가 드나들 수 있게

기꺼이 열리는 일

내일을 보고 싶지 않아

굳게 닫히는 일

빗소리를 그리워하는 일

 

나무가 계단이 되는 일

흙에 덮이는 일

비에 젖는 일

사이를 만들며

발판이 되는 일

 

나무가 우산이 되는 일

펼 때부터 접힐 때까지

흔들리는 일

 

-<나무의 일>, 94~96쪽

 

 

 

 시 한편만 소개하면 아쉬울 듯해서 한편 더 옮겨봤다. 그리 짧지 않은 시다. ‘나무의 일’이어서. 나무는 길에서 보는 것도 있지만 우리가 쓰는 물건에도 참 많다. 나무 하면 길에서 산에서 보는 나무가 더 떠오른다. 나뭇잎이 아주 많이 달린. 소나무도 있는데. 언젠가 걷다가 소나무 냄새 맡았다. 나무를 더 많이 심었으면 한다. 지구를 위해. 아니 그건 지구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나무가 많으면 도움이 된다. 나무는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몸을 편하게 쉬게도 한다. 나무로 만든 가구에는 이불이나 옷을 넣는다. 누군가는 그걸 보고 상상하기도 했구나. 나도 상상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여러 시를 보고 그걸 다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난 그런 거 못한다. 가끔 시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시를 다 알지 못한다 해도 만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시를 만나면 조금 덜 유치한 시를 쓸 수 있을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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