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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님의 서재

나는 마음속으로 새로운 교단을 만들고 있었다. 새로운 삶의 누룩이 될…….
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지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마음은 열려 있고 가슴은 원시적인 배짱을 고스란히 품은 채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두 발로 대지에 단단히 뿌리 박고 선 이 조르바의 겨냥이 빗나갈 리 없다. 아프리카인들이 왜 뱀을 섬기는가? 온몸으로 땅을 쓰다듬는 뱀은 대지의 모든 비밀을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뱀은 배로, 꼬리로, 그리고 머리로 대지의 비밀을 안다. 뱀은 늘 어머니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조르바의 경우도 이와 같다.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 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
내 영혼을 육신으로 채우리라. 내 육신을 영혼으로 채우리라. 그리하여 마침내 저 영원한 두 적대자가 내 안에서 화해하게 만들리라.
이렇게 몇 시간 부드러운 비가 내리는 동안 내면에 일어나는 슬픔에 탐닉하는 것은 얼마나 관능적인가! 의식의 심연에 잠겨 있던 쓰디쓴 추억들이 모두 수면 위로 떠오른다. 친구와의 이별, 여자들의 희미해진 미소, 나방처럼 날개를 잃은 희망들, 그 희망 뒤에 남은 것이라곤 삼류 글쟁이라는 한 마리 구더기뿐. 그 구더기는 내 심장의 잎사귀에 기어올라 그것을 갉아 먹어 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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