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간의 대화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같은 공간속에 살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을 보이며 무의미한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 가까이 있지만 너무 먼 가족이 되어간다. 그나마 tv앞에 모여 리모컨 쟁탈전을 하며 눈치를 보던 시절이 나았던 것일까? 당시에도 tv찬반론이 적지 않았는데 스마트폰은 가족관계를 송두리째 앗아간 기분이다. 도파민 가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도파민이 왜 이토록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도파민은 생존과 관련된 인간에 가장 중요한 호르몬임에도 불구하고 기대와 보상에 대한 끝없는 욕구를 반복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뇌는 순간적인 즐거움을 위해 도파민을 분비하며 누가 자극을 보내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게다가 도피민은 성급하기까지 하다. 놀랄 만큼 지루하고 기다림을 싫어한다. 문제는 우리의 삶이 빠르게 도파민에 점령당하며 뇌 기능을 고갈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즉각적인 기대 충족은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무응답 무반응이 일상이 되고 있는 가족관계는 어떻게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가족관계의 실종은 반응에 익숙한 알고리즘과 비슷하다. 불편한 감정을 생략하고 편리한 반응만 남기는 구조다. 빠르고 가볍고 반복 가능한 것이 살아남는 환경 속에서 가족은 서로를 반응하기 쉬운 존재로 소비하거나 무관심해지는 선택을 하게 된다. 디지털 가족은 하루를 디지털로 시작해 디지털로 마무리를 짓는다. 디지털 문화는 도파민의 기대심리를 충족한다. 헌데 자극이 강해질수록 기대가 커지고 보상심리도 커진다. 그런데 언제까지 자극이 지속될 수 있을까? 끝없는 자극의 결말은 허무다. 무료함과 공허함, 수치심과 죄책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현대인의 불안과 우울증 증가는 풍요에 대한 역설이다. 목표가 사라질 때 인간은 순간적인 충족을 기대하는 도파민을 요구한다. 자극은 늘었는데 왜 자꾸만 지루해지는 것일까?
도파민 가족은 디지털 문화가 어떻게 가족관계를 파괴시키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방해하는지 단절, 자극, 중독, 가속, 불안의 다섯 가지의 주제를 통해 도파민의 실체와 가족회복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디지털 가족은 전형적인 한국가족의 단면이다. 디지털 가족은 대화 선정을 어려워한다. 각자의 이해에 따라 관계는 유지되고 있으나 추가적인 생각을 생략한다. 실시간 이모티콘이 마음을 전달하며 알 수 없는 단 문자가 생각을 전달한다. 밈과 이모지가 가족대화의 실체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일상의 곳곳에서 발생한다. 이른 시기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아이들에게서 감정문해력이 실종되고 있다. 또한 즉각적 만족이 길들여진 이들은 기다림을 싫어하며 조그만 일에도 예민함과 짜증을 반복한다. 웹툰, 게임, 쇼츠와 같은 짧은 콘텐츠의 확산은 생각 없는 행동이 가장 쉽게 나타는 곳이다. 짧은 보상이 지속될수록 감정은 메말라가며 결국 상대의 감정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마저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방치하는 부모들의 도파민 중독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부모의 정보중독은 아이들의 기대심리만큼 가짜 도파민을 선호한다. 뇌는 예측, 실망, 재예측을 반복하며 쾌감 회로를 키우는데 실망은 눌리고 새로운 기대를 향해 강한 도파민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지금 주어진 보상보다 다음에 올 수 있는 보상에 더 크게 반응한다. 딱 하나만 더 라는 말은 절제에 실패한 결과가 아니라 도파민이 정상으로 작동한 결과다. 도파민이 가족을 해체하는 방식은 감정의 무시다. 인간의 행동은 감정을 통해 발현되며 감정은 인간이 지닌 모든 행위의 근간이다. 정서적 무시는 사람을 서서히 고립시킨다. 감정을 나누려했던 시도들이 외면당하거나 간과되면 감정은 안으로 접힌다. 감정 표현이 줄어든 관계는 서서히 무너져 간다.
인간은 중독에 쉽게 길들여진다. 안타까운 건 가벼운 중독이 결코 가볍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독은 더 강한 중독을 요구하고 결국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상대의 감정을 읽고 기대를 품게 만든 도파민이 왜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전락하게 된 것일까? 문제는 사회변화에 대한 반응이다. 우린 도파민의 실체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어떤 현상이든 옳고 그름의 판단을 미리 예측 할 순 없을 것이다. 도파민은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간혹 기술발전이 인간의 짧은 기대심리를 보상하기 위한 연속적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은 가족이 필요하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관계, 가족이기에 기다릴 수 있고 인내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빠르고 급격하게 변한다고 해도 우리 마음은 여전히 느리고 기다림을 요구한다. 식탁에 마주앉은 서로의 모습을 통해 재미와 웃음이 터진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도파민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일상의 회복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