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그대로인데 왜 나에겐 고통이 뒤따르는 것일까? 나 자신만 다른 것일까? 인생은 예상치 못한 굴곡들로 가득합니다. 특히 성장기엔 모든 것들의 난해하고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정체성은 성장기에 대부분 형성됩니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배웠느냐에 따라 한 개인의 인생이 결정됩니다. 신경쇠약증으로 신학교를 중퇴했던 헤세는 시인이 되지 못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 란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실제로 그는 신학교 시절의 경험을 수레바퀴 아래서를 통해 비판적으로 묘사합니다. 향수로 단번에 성공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서지만 세계대전으로 인간성의 환멸을 깨닫게 되었고 자선전적인 소설 데미안을 출간하게 됩니다.
데미안과 더불어 헤세의 사상을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싯다르타입니다. 두 전작에 비해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양인인 헤세가 동양철학에 깊이 매료되어 삶의 모순을 극복하며 인간본원에 대한 갈망을 찾아가는 철학적 작품입니다. 본 책은 세권의 책을 중심으로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구절을 선정, 필사로 엮은 책입니다. 내 이야기는 나 자신 즉, 한 인간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 헤세의 표현처럼 한 문장마다 헤세의 깊은 삶의 경험과 고요한 울림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본 책은 세권의 책을 한 번에 읽는 즐거움도 있지만 오랜 기간 독자의 마음에 담겨있는 소중한 기억이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을 선물합니다.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이 그토록 힘들었을까? ‘모든 사람은 그 자신일 뿐 아니라 세상의 현상들이 교차하는 유일하고 매우 특별하며 모든 면에서 중요하고 경이로운 지점이다. 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영원하며 신성하다.’ 데미안 10쪽의 이야기입니다. 살아서 자연의 의지를 따르는 한 누구든 경이로운 존재이며 주목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방황은 세상에 다가서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인간은 방황을 거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지하게 됩니다. 인생의 단 한 번의 교차점은 어디일까요? 우린 어떤 선택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있을까요?
‘모든 현자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모든 것을 돌보았다. 하지만 하나이자 유일한 존재, 가장 중요한 것, 단 하나의 중요한 것을 알지 못한다면 다른 모든 것을 아는 게 가치 있는 일일까?’ 싯다르타 13쪽의 구절입니다. 싯다르타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싯다르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의 가치를 위해 세상에 뛰어들지만 결국 세상에 빠져드는 모순을 반복합니다. 싯다르타는 고행의 과정을 통해 수많은 질서를 만나게 됩니다. 누구나 자신이 추구하는 길이 최상의 경지라 말하며 이목을 끕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평온을 가져다주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비워놓고 싶었던 그는 가장 큰 욕망을 버리지 못합니다. 모든 시간이 지난 후, 과거의 그림자도 미래의 그림자도 없는 강을 바라보면서. 현재의 모습만이 진실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의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언어는 삶의 대부분을 통제하며 감정을 일으키고 감각을 일깨웁니다. 헤세는 작품마다 자신을 투영합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살아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인간의 감정은 구름과 같아 하루도 바뀌지 않은 날이 없고 형태가 다양해 삶의 불안과 걱정, 위로를 닮았습니다. 우린 누구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이유가 발목을 잡습니다.‘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지금 존재하고, 모든 것에는 존재와 현재가 있습니다.’싯다르타는 131쪽 문장을 통해 존재와 현재를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놓치는 것은 현재와 존재입니다. 한 필지의 글귀가 자신의 미래를 선택한다면 이는 위대한 작가의 일생이 함께 한 결과일 것입니다. 헤세와의 하루 필사,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일상의 경험을 축적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